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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Archives

August 29, 2006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뚯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September 27, 2006

슬픈 인연 - 윤동주

단, 단 한번의 눈마주침으로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슬픔은 시작되었습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못본체 했고,
사랑하면서도 지나쳤으니
서로의 가슴의 넓은 호수는
더욱 공허합니다

자신의 초라함을 알면서도
사랑은 멈출 줄을 몰랐고,
서로가 곁에 없음을 알면서도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서로가 한 발씩 물러나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이들을 우린
슬픈 인연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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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만치 색다른 느낌의 시다. 항상 지사(志士)적 이미지로, 슬픔에 젖은 지식인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시인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도 가슴 설레는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지 않았겠는가. 역시나 슬픈 사랑 노래지만, 그의 다른 면을 슬쩍 엿본 것 같아 괜시리 가슴이 뛴다.

October 4, 2006

감나무 -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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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는 억세다. 단단한 몸. 헬스장에서 미끈하게 다듬은 몸매가 아니라, 거친 들녘을 일구느라 군살 따위는 아예 붙을 여유가 없었던, 그런 단단한 농군의 몸이다.

January 3, 2007

Deal or No Deal

"Deal or No Deal"은 NBC에서 매주 월요일/수요일(작년까지는 월/목이었는데 올해부터 시간대가 변경되었다) 저녁에 방송하는 쇼프로그램 이름이다. 원래는 영국에서 시작된 쇼라고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라이센스를 구입해 같은 방식의 쇼를 진행하고 있다. 듣기로는 한국의 모 케이블 TV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한다.

미국 TV에서는 상금을 걸고 하는 쇼 프로그램이 매우 많다. 유명한 Wheel of Fortune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퀴즈 프로그램들이 평일 저녁 시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 Deal or No Deal은 그러한 쇼비지니스의 집결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만불(=10억)이라는 거액의 상금, 특별한 지식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 방식, 늘씬한 모델 한 무더기,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벤트까지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모든 자극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겨 보고 있다 -_-;

게임 방식은 정말 단순하다. 우선 $0.01 부터 백만불까지의 금액이 담겨 있는 26개의 가방이 있다. 참가자는 그 중 하나의 가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물론 선택한 가방 안에 얼마가 담겨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참가자는 이 때부터 남은 가방들을 임의로 하나씩 선택해 열어 나가는데, 그 가방에 담긴 금액은 처음 선택한 가방 속에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에서 제외되게 된다. 만약 높은 금액의 가방을 열 경우, 자신의 가방 안에 있을 금액에 대한 기대값은 낮아지게 되고, 반대의 경우 기대값은 높아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방을 열다보면 일정한 회수마다 Banker에게 전화가 와서 참가자의 가방을 얼마에 사겠다는 제안을 한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Deal) 참가자는 banker가 제시한 금액을 갖게 되며, 거부할 경우(No Deal) 다시 일정 수의 가방을 연 후에 다시 banker 의 제안을 받게 된다.

간단히 말해, 낮은 금액의 가방을 열면 좋은거다. 그러면 banker는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거고, 적당한 때에 deal을 외쳐 그 금액을 챙기면 된다. 문제는 언제가 바로 적당한 때인지를 판단하는거다. 어떤 금액이 들어있는 상자를 여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다음 번에 높은 금액의 가방을 열지 않으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때문에 현재 제시금액보다 높은 금액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deal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별다를게 없는 게임인데, 이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건 바로 그 우연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번 상자를 열 때마다 그 우연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참가자(그리고 그를 응원하러 나온 사람들)의 반응이다. 작은 금액이 나오길 간절히 비는 모습, 작은 금액이 나왔을 때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큰 금액이 나왔을 때 실망하면서도 "That's ok"하며 서로 위로하는 모습까지. 그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같이 기뻐하고 같이 실망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돈으로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들면서 그걸 보고 즐기는게 이 쇼 비지니스들의 특징이다. 선정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참가자들도 이게 게임이라는게 알고 있다는거고, 적어도 얼마의 금액을 받아서 돌아간다는거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할 말이 많겠지만, 일단 이런 쇼로 이 세상의 누군가는 즐거울 수 있다는거, 그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January 26, 2007

『검은 물』

칼갈이 부부가 나타났다
남자가 한번, 여자가 한번 칼 갈라고 외치는 소리는 두어 번쯤 간절히 기다렸던 소리
칼갈이 부부를 불러 애써 갈 일도 없는 칼 하나를 내미는데
사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들어서기엔 좁은 욕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
칼을 갈다 멈추는 남편 손께로 물을 끼얹어주며
행여 손이라도 베일세라 시선을 떼지 않는 여인

서걱서걱 칼 가는 소리가 커피를 끓인다
칼을 갈고 나오는 부부에게 망설이던 커피를 권하자 아내가 하는 소리
이 사람은 검은 물이라고 안 먹어요
그 소리에 커피를 물리고 꿀물을 내놓으니
이 사람 검은 색밖에 몰라 그런다며,

태어나 한번도 다른 색깔을 본 적이 없어 지긋지긋해한다며 남편 손에 꿀물을 쥐여준다
한번도 검다고 생각한 적 없는 그것은 검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사내의 어둠이 갈라놓은 칼에 눈을 맞추다가 눈을 베인다
집 안 가득 떠다니는 지옥들마저 베어낼 것만 같다 불을 켜지 않았다
칼갈이 부부가 집에 다녀갔다


<바람의 사생활> 中 / 이병직 / 창작과 비평사

February 18, 2007

줄리에트 비노쉬

줄리에트 비노쉬: 영화배우 퐁네프의 연인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나쁜 피 폭풍의 언덕 녹색 광선 데미지 블루 소년 소녀를 만나다 지붕 위의 기병 영국인 환자 나는 그녀가 좋다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 머릿결도 좋다 비극적인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는 에어컨 바람처럼 서늘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붉은 신발이 좋다 짧은 머리가 좋다 가끔 목이 쉬곤 한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플 때가 있다 그녀의 발음은 듣기에 좋다 나는 프랑스어를 모른다 (알렉스를 떠올린다) 그녀의 성격도 모른다 그녀는 편집증 환자와 같다 그녀는 손이 아름답다 나는 손이 차갑다 그녀의 브로마이드 구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사진이라고는 극장에서 나누어준 엽서밖에 없다 창문 틈에 끼워놓은 그녀는 빛이 바랬다 그녀의 사진이 갖고 싶다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그녀는 슬프다 비디오 가게에서 그녀의 비디오는 잘 나가는 편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는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한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녀는 아무 데나 쓰러진다 나는 비디오로 그녀를 본다 잡지에는 그녀에 대한 특집 기사가 나온다 나는 영화 팬 모두와 그녀를 공유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비디오가 낡아서 일시 정지를 누르면 화면에 줄이 그어진다 그녀는 능숙하다 사흘이 지나면 테이프를 갖다 주어야 한다 그녀가 끓이는 커피 냄새가 방 안 가득하다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른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 서정학,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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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그냥 피식 웃음이 났다

March 30, 2007

봄날에

봄날에 - 오세영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봄이 오면
잎새 피어난다는 것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잎새 피면
그늘을 드리운다는 것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 너를 만남으로써
슬픔을 알았노라.
전신에 번지는 이 초록,
눈이 부시게 푸르른 봄날의 그
꽃 그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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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has come.
Indeed.

May 21, 2007

풍경의 깊이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도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별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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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 시를 옮길 때면, 행의 바뀜이 영 마음에 걸린다. 시란 운율의 언어인데, 인터넷 화면의 제한된 양식이 그 리듬을 깰까 두렵다. 행의 바뀜이 시인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화면 폭의 제약으로 인한 것인지를 표시하려니 행간을 넓게 가져가는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려운 문제.

"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연록빛 나뭇잎사귀 뒷면의 흰 빛이 바람에 어른거려 리듬처럼 마음을 울리는 날이 있다. 생각해보면 풍경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깊고 얕은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의 눈일테다. 시를 만드는건 풍경이 아닌 깊고 맑은 시인의 눈이다.

나는 항상 급하다. 마치 무엇에 쫓기는양, 급히 스쳐 지나는 눈빛으로 풍경을 만난다. 언제나 뒤돌아 서서는 "아.. 한 박자 쉬어 왔어도 될 것을" 이라며 후회하지만, 막상 중요한 상황에서는 서둘러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고 만다. 껍데기를 훔치기 급급하다. 몸으로 느끼기보다 머리로 판단하는 사람의 치명적 결함. 안타깝다. 나는 언제나 저 깊은 눈동자로 세상을 풍경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June 10, 2007

해질녘에 아픈 사람

해질녘에 아픈 사람 - 신현림


오래된 꿈과 비밀을 간직한 부드러운 사람이고 싶어
부드러움은
망가진 것을 소생시킬 마지막 에너지라 믿어
밥, 사랑, 아이..... 부드러운 언어만으로도 눈부시다
삶이라는 물병이 단단해 보여도
금세 자루같이 늘어지고 얼마나 쉽게 뭉개지는지
그래서 위험해 그래서 흥미진진하지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들으며 눈부신 창을 본다

황혼 속에선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일만 오천 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검은 황소다
황소를 그린 자의 마음이다
생존의 서러움이 득실거리는, 풍요를 기원하는 심정

막 희망의 빈민굴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있어
으리으리한 디지털 인간, 상추 한 잎만한 사람, 별 게 아녔어
다들 부서지기 쉬운 밥그릇을 싣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맨다
행복, 그게 뭔데? .....카푸치노 거품 같은 것

누군가 명품, 성형수술, 다이어트에 빠지는 동안
너는 죽음보다 깊은 외로움에 빠지거나
연애 골짜기에 빠지거나 독서에 빠질 거야

나는 유통기한이 없는 시의 마력에 빠져
천 년 후에도 다시 튼튼한 한국 여성으로 태어날 거야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를 더 아프게 해라
이렇게 되뇌며 언어의 엽총을 겨냥할 거야

너도 환장하겠니 나도 환장하겠다
뭔가 사무치는 게 있어야겠어
해방감을 주는 거, 징 하게 눈물 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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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래간만에 맞는 휴일을 기념이라도 하듯 종일 빗줄기가 가볍게 흩뿌렸다.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 운치가 있지, 하며 뜨거운 우동 한 그릇으로 점심을 가름하고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까페 구석 창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에는 보송보송 빗방울이 맺히고, 그 너머 짙게 젖은 길을 따라 종종걸음의 사람들이 지나치는게 보인다. 참, 부드러운 휴일이다.

"행복, 그게 뭔데? .....카푸치노 거품 같은 것" 이라니. 마치 어제의 그 느낌을 누군가 잡아채 시로 옮겼구나 싶다. 부드러운 거품 밑에 도사린 쓰디 쓴 커피가 인생이라면, 그래 이 거품 같은 행복이면 참 좋겠지. 적당히 뜨겁게, 그러나 부드럽게. 하지만 퍼득 정신을 차린다. 정말 "죽음보다 깊은 외로움에 빠지거나 연애 골짜기에 빠지거나 독서에 빠질"지도 몰라.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오늘은, 일하다 잠시 짬을 내 건물 앞 주차장을 돌았다. 카푸치노의 기억을 진한 아메리카노로 덮긴 했지만, 따뜻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에 멈춰 서 눈을 잠시 감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럽다. 옷을 타고 전해지는 햇살의 온기와,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재빨리 빠져나가는 바람의 한 올 한 올이 느껴진다. 내가 항상 잊고 사는 몸의 언어다.

정말, 뭔가 사무치는게 있어야겠다. 그러고보니 [사랑한 후에]는 내 노래방 애창곡이었지. 그 사무치는 애절함이 그립다.

June 22, 2007

이은미 - 애인... 있어요

아직도 넌 혼잔거니 물어오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 건가봐
좋은 사람있다면 한 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 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 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 걸

나는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 내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알겠죠 나 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언젠가는 그 사람 소개할게요
이렇게 차오르는 눈물이 말하나요
그 사람 그대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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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노래 참 잘 부른다.

July 11, 2007

그녀와 헤어지고 - 고흥준

어느 골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 은새잎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그때가 유월이었는지, 칠월이었는지, 하루종일 비가 왔는지, 비가 오다 잠시 그쳤던 저녁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네. 내가 기억하는 건, 당신의 창가에서 흘러나오던 작은 라디오 소리. 초승달이 낡은 지붕 위로 살금살금 걷던 소리.

때로는 어느 골목이었는지 모두 기억할 수 있네. 당신이 잠시 걸음을 멈춰 처음으로 나를 돌아본 길이었는데 그날은 고양이들이 낮은 담장에 나란히 앉아 낯선 이를 구경하던 밤, 아직 밤이기엔 너무 일러 낮잠을 실컷 잔 늙은 호박잎들이 옹종옹종 수군거리던 저녁이었네. 그때 사랑은 참 다정도 하여 반짝거리는 심장을 내게 주었지.

그 밤을 지나는 동안 젊었던 몸뚱이는 참으로 쉬이 늙어 흐느끼던 울음으로도 추억은 남질 않았네. 고양이들의 밤도, 호박잎들의 밤도, 은새잎 가벼이 지던 밤도, 당신이 안녕하며 뛰어갔던 골목에는 무엇 하나 남질 않았네. 그 길에 이리 늙은 몸만 홀로 남아 옛 소리를 듣던 귀는 자꾸 닫혀가고,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담벼락에 쓰다가 주저앉았던 그 골목에, 스물 몇이었던 세월만 고스란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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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정식 등단을 하지 않은 시인이라고도 하고.. 다른 시도 보고 싶은데 참 안타깝다.

표현이 참 아름다운 시다. 슬프면서 아름다운.

July 19, 2007

MIKA - Life in Cartoon Motion

음악에는 워낙 문외한인지라 왠만해서는 글을 잘 안 쓰는데, 요건 좀 남겨놔야겠다.

요즘 한참 열심히 듣고 있는 MIKA의 Life in Cartoon Motion 음반. 정말 Freddy Mercury 의 환생이라고 할 정도로 목소리가 비슷하다. 한동안 Queen 을 열심히 들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수도 있는데, Queen에 비해서는 물론 훨씬 decent한 음악을 보여준다.(사실, Queen 은 요새 듣자면.. 음.. 좀.. 촌스럽다 -_-;) 가끔 George Michael 이나 Maroon 5 풍도 섞이고.

첫 곡인 "Grace Kelly"도 좋고, "My Interpretation", "Love Today" 같은 곡도 추천. 듣고 있으면 흥이 절로 난다. 햇살 좋은 날 공원에서 경쾌한 발놀림과 함께 들어주면 좋은 음반!!

아래는 YouTube에 올라온 "Grace Kelly"하고 "Love Today". Enjoy!! :-)

Grace Kelly

Love Today

August 8, 2007

다행이다 - 이적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힘이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게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거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먹을 밥을 질 수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서
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거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May 13, 2008

우산(feat. 윤하) - 에픽하이


[Yoonha]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Tablo]
텅 빈 방엔 시계소리 지붕과 입 맞추는 비의 소리.
오랜만에 입은 코트 주머니 속에 반지.
손 틈새 스며드는 memory.
며칠 만에 나서보는 밤의 서울.
고인 빗물은 작은 거울.
그 속에 난 비틀거리며 아프니까,
그대 없이 난 한쪽 다리가 짧은 의자.

둘이서 쓰긴 작았던 우산. 차가운 세상에 섬 같았던 우산.
이젠 너무 크고 어색해. 그대 곁에 늘 젖어있던 왼쪽 어깨.
(뭐해) 기억의 무게에 고개 숙여보니
버려진 듯 풀어진 내 신발끈.
내 곁엔 오직 비와 바람.
없다, 잠시라도 우산을 들어줄 사람 and I cry.

[Yoonha]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그대는 내 머리위에 우산.
어깨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난.
나 그대 없이는 안돼요. alone in the rain

[Bridge]
Alone in the rain rain rain
Nothing more pain pain pain
Girl, I just want you do know

Alone in the rain rain rain
Nothing more pain pain pain
And I just can let you go

[Mithra Jin]
하늘의 눈물이 고인 땅, 별을 감춘 구름에 보인 달.
골목길 홀로 외로운 구두 소리
메아리에 돌아보며 가슴 졸인 맘.
나를 꼭 닮은 그림자.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었던 우리가
이제야 둘인가? 대답을 그리다,
머리 속 그림과 대답을 흐린다.

내 눈엔 너무 컸던 우산. 날 울린 세상을 향해 접던 우산.
영원의 약속에 활짝 폈던 우산.
이제는 찢겨진 우산 아래 두 맘.
돌아봐도 이젠 없겠죠. 두 손은 주머니 속 깊게 넣겠죠.
이리저리 자유롭게 걸어도 두 볼은 가랑비도 쉽게 젖겠죠

[Yoonha]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I cry.

그대는 내 머리위에 우산. 어깨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난.
나 그대 없이는 안돼요. alone in the rain

[Mithra & Tablo]
난 열어놨어 내 맘의 문을. 그댄 내 머리 위에 우산.
그대의 그림자는 나의 그늘. 그댄 내 머리 위에 우산.

난 열어놨어 내 맘의 문을. 그댄 내 머리 위에 우산.
그대의 그림자는 나의 그늘. 그댄 내 머리 위에 우산.

[Yoonha]
나의 곁에 그대가 없기에
나 창밖에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그대 I cry.

그대는 내 머리위에 우산 어깨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습관이 돼버린 난
나 그대 없이는 안돼요. I need you back in my life~

그대는 내 머리위에 우산 어깨위에 차가운 비 내리는 밤
내 곁에 그대가 없는 반쪽의 세상 그댄 나 없이는 안돼요.

Forever in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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