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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4, 2006

New Experiments by Microsoft

근처에 MS가 있고 거기 다니는 사람도 몇 알다보니, MS가 하고 있는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을 듣게 되곤 한다. 그 중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는데), MS가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위해 꽤 흥미있는 연구집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 구글과의 경쟁도 꽤 자극이 되었을테고.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조그만 회사에서는 실제 돈이 되는 일이 아닌 곳에 연구용으로 투자한다는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니, 부러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아래 두 싸이트는 MS가 실험 중인 싸이트인데, 꽤나 흥미로운 실험이다. MsDewey는 검색 엔진인데(실제 검색은 MS search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다. 이 아줌마 수다 떠는거 듣는 재미도 쏠쏠함. CPU 를 많이 잡아먹는게 좀 단점이긴한데, 가끔 들어가서 수다 들어줄만은 하다.

Photo Synth는 사진을 3차원적으로 분석해서, 어떤 장소에 대한 사진을 3차원으로 배열해서 볼 수 있는 솔루션. 베타인만큼 이래저래 버그도 보이지만, MS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을 위해 어떤 짓까지 해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Ms Dewey

Photosynth(ActiveX 설치 필요함)

January 9, 2007

iPhone 발표

Apple 이 또 한 건 했다.

오늘 Macworld Expo에서 Steve Jobs가 공식적으로 iPhone 출시를 발표했다. 올 6월에 시장에 나올 예정이며, 4GB 메모리 모델은 $499, 8GB 모델은 $599 이라고 한다. 그것도 Cingular와 2년 계약을 전제로 한 가격이니, 일단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고급폰 + iPod 의 가격으로는 적정선이라는게 Steve Jobs의 설명.

실제 제품이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업계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Apple 주가는 오늘 거의 10% 가까이 치솟은 반면, 경쟁업체인 Motorola, Nokia, Research in Motion 등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아마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영향받지 않을까 싶다. 어떤 시장에 신규 진입을 하면서 이렇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건 아마 Apple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Apple 홈페이지는 재빠르게 iPhone 정보를 대문에 내세웠다. 들어가보면 정말 이건 말 그대로 "Dream Phone" 이다. 얇고 심플한 디자인은 기본이고, 모든 버튼을 없애고 touch screen으로 제어가 가능하도록 바꾸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건 multi-touch 기능. 기존의 touch screen 은 화면 상의 두 지점을 누를 경우 두 지점 좌표의 중간값이 산출된 반면, iPhone 에서는 두 개의 좌표를 각각 인식하도록 한 것. 때문에 기존의 touch screen 이 press와 drag라는 방식만 제공했던데 비해, 두 인식점을 이용해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연히 특허 출원했다고 하네.

We have reinvented the phone.
오늘 iPhone 발표하면서 Steve Jobs가 한 말이다. Apple의 무서운 점은 그저 디자인만 예쁜 회사가 아니라, 제품마다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거다.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사용자를 이끄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리고 어떤 분야건 아이디어만 있으면 남들보다 뛰어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받쳐주고 있으니 무서울게 뭐가 있으랴.

6개월 정도 후에 나도 핸드폰을 바꿔지 않을까 싶네 -_-;;

그나저나, 삼성 무선사업부 기획실 사람들 오늘 욕 좀 먹겠다 -0-

January 22, 2007

언어의 신비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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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 찬찬히 한글자씩 다시 읽어보세요;;

참고로,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 대해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위의 문장의 원문에 해당하는 영어 문장은 아래와 같다.

Aoccdrnig to rscheearch at an Elingsh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olny taht the frist and lsat ltteres are at the rghit pcleas. The rset can be a toa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a porbelm. Tihs is bcuseae we do not raed ervey lteter by ilstef, but the wrod as a wlohe.

이건 전혀 읽을 수가 없다 -_-;

February 26, 2007

우리 동네 도서관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사전적 정의를 따르면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인데, 내가 느끼는 도서관은 이런 기능적 정의를 넘어서는, "공간"으로서 독특한 매력을 가진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도서관은 먼 옛날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기록하던 시절부터 인간 지식의 집결지, 보관소로 기능해왔다. 때문에 도서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곤 하는데, 보르헤스야말로 이 상징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에서 책이 가득한 서가 한가운데 서 있으면 보르헤스의 우주가 뭔지 어렴풋이 느낄 것 같기도.

도서관에 대한 내 감정의 뒤편에 이렇게 거창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배경을 깔아놓는게(^^;) 나 나름의 로망이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내가 도서관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안함이야말로,

요런데(British Library)도 가보고,

요런데(New York Public Library)도 가봤지만,

요렇게 생긴 동네 도서관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 물론 위의 두 도서관이 뭔가가 부족하다는게 아니다. 다만 여기서의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기 때문이고, 가까운 곳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야말로 최고가 아닐까 싶다. 주말 오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들고 도서관에 들어가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꺼내들고 사진에 보이는 창가 소파(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인데, 저 날은 저 할아버지가 계속 차지하고 있었음 ㅠ_ㅠ)에 앉아있으면, 뱃속으로 퍼지는 커피의 온기만큼 느긋함이 몸 곳곳으로 퍼지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에도 나는 조용한 자율학습 시간보다는 약간 어수선한 쉬는 시간이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느꼈었다. 이 습관은 여전한데, 고시생들에게 점령당해 책이라도 떨어뜨렸다간 수십개의 원망의 눈초리가 꽂히기 쉽상인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도저히 집중해서 책을 읽는게 불가능했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스타벅스 같은 까페나, 출퇴근길의 지하철, 아니면 이 동네 도서관 같은 곳이 책 읽기에는 정말 딱 좋다. 이게 내가 우리 동네 도서관을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인데, 약간 어수선하다. 좋은 의미로.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도서관 열람실 한 쪽에는 이렇게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고, 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프린트도 공짜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숙제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한 쪽 테이블에는 숙제를 잔뜩 펼쳐놓은 아이들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아이의 부모가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은 낮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른 쪽 구석은 아동 도서 및 장난감들이 있어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책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는 금요일 오후면 보드 게임 대회 비슷한게 열려서(물론 이건 별도의 방에서 열린다) 종종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환호성 소리도 들리곤한다.

한마디로, 이 곳의 도서관은 일종의 종합문화센터 같은 성격을 가진다. 당연히 이 곳에서 고시실 같은 정적을 기대하는건 무리다. 어느 정도의 어수선함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는 사람도 없다. 어린 아이들조차 신기하게도 이 분위기 속에 적당히 뭍어든다. 참 "적당"하다고 말할 수 밖에. 이 적당히 자유로운 공기를 커피와 함께 홀짝이며 소파에 몸을 파묻는 그 기분이 나는 좋다.

감성적인 충족 외에도 이 곳의 도서관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이 곳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도시 하나 둘 씩 있는 도서관들이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형성한다는 것. King County Library System(KCLS)가 이 도서관 시스템의 정식 명칭인데 http://www.kcls.org 에서 이 도서관 시스템에 관한 정보와 함께 도서 DB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KCLS 에 속한 Issaquah Library다.

이 Library System은 굉장히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이나 DVD를 대출 신청을 하면 자신이 편한 곳의 도서관으로 책을 배달해준다. 예컨데 낮에는 회사에 있으니까, 회사 근처의 도서관으로 책을 가져다 달라고하면 그 곳으로 책이 배달된다. 반납 역시 편한 곳에 아무 곳이나 반납하면 되니 상당히 편리하다. 도서관 입장에서는, 각 도서관이 모든 책을 비치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유명한 책들이야 각 도서관에 몇 권씩 비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은 몇몇 도서관에서만 구입해 모두가 공유를 할 수 있다. 도서관 간에 책을 옮기는 비용이 추가로 들겠지만, 책을 구입하고 유지, 관리하는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도서관에서 많이 빌리는건 책보다는 DVD다. 그 중에서도 고전영화들은 거의 없는게 없을 정도로 구비가 잘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영화사의 고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최근 영화도 DVD가 발매되면 거의 발매 당일로 도서관에 들어온다. 최신영화는 보통 80~100 copy 정도가 KCLS에 등록되는데 보통 등록 며칠 전부터 수백~수천명이 예약을 하기 때문에 최신 영화를 보려면 꽤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 (Miss Little Sunshine 을 한 달 전에 예약해놨는데, 아직도 600번대 순번이다 -_- 최신 영화를 빨리 보고 싶으면 돈 내고 Blockbuster나 Hollywood, Netflix 같은데 가입해라.)

암튼, 이래저래 도서관은 나에게 아주 유용 &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미국 생활 너무 적응 잘한다고도 하고, 그렇게 혼자 노는거 좋아해서 큰일이라고도 하고;; 그래도 주변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다는거,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밖에서 본 동네 도서관 모습 ^^


ps. 언젠가 한 번은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글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한국 들어가기 전에 반납할 책들 정리하다고 생각이 나서 ^^;

July 5, 2007

Espresso Vivace Roasteria

Capitol Hill의 Broadway에 있는 Cafe. 단언컨데,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중 최고의 라떼/카푸치노 맛을 자랑한다.

1988년에 세워진 가게니까, 대략 2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지닌 까페다. 인테리어는 약간 어중간. 앤틱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던하다기엔 조금 촌스러운 곳. 역시나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카푸치노 한 잔. 사실, 이 가게에서는 카푸치노와 라떼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라떼가 우유가 좀 더 많이 들어간다고는 하는데, 입이 무뎌서 그런지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차라리 작은 잔은 카푸치노, 큰 잔은 라떼 라는 구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정확하지는 않은 정보이긴 한데, 미국에서 최초로 라떼 아트가 등장한 곳이라는 첩보도 있다. 작은 잔의 카푸치노에는 간단하게 하트 무늬를, 큰 잔의 라떼에는 나뭇잎 무늬를 그려주는데,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무늬가 유지되는게 신기하다. 무늬가 그려지는 우유거품 덕에 막 나온 뜨거운 커피임에도 우유거품을 통과해 입술에 닿는 온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아울러 커피가 이렇게 부드러운 음료가 될 수 있다는걸 깨닫게 해준다. 라떼 아트를 즐길 수는 없지만, 시원한 아이스 라떼도 더운날 온 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맛있으니 강추!!!

카페 뒤쪽에는 Cal Anderson Park 이라는 공원이 있다. 날씨 좋은 날은 to go로 종이컵에 들고 공원을 산책하며 마시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역시 따뜻한 라떼의 제 맛은 비오는 날 창가에서 즐기는데 있지 않을까. Seattle 방문시 필히 찾아가 봐야 할 곳!! (참고로, Seattle 의 light rail 건설로 인해 가게터가 역으로 바뀐다. 때문에 내년 정도에 두어블럭 북쪽으로 가게를 옮긴다고 한다. 늦게 올 경우는 웹에서 최신 정보 알아보고 찾아갈 것.)

주소 : 901 East Denny Way, Seattle, WA 98122

November 11, 2008

Day 1 : Way to Utah!

아침 9시 30분. 간밤에 정리해 둔 짐을 차에 옮겨 싣고 드디어 출발이다.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는 대신 푹 자고 출발하는 쪽을 택했다. 집을 나서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I-90 을 타고 동쪽 방향을 향한다. Utah는 워싱턴 주의 남동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Seattle 에서 Utah 북서부의 Salt Lake City 까지는 대략 820 mile. 시속 70 마일(대략 110km)로 쉬지 않고 달리면 12시간 정도 후에는 도착할 수 있다. 먼 거리다.


MapPoint 로 그려본 여행 경로

운전하는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면 장거리 운전의 수고도 덜고 시간도 왕복 합해서 하루 정도를 절약하 수 있다. Seattle <-> Salt Lake City 왕복 비행기편이 대략 $210 정도였기 때문에, 왕복하는데 필요한 기름값보다도 싸긴 하다. 하지만 어차피 Salt Lake City 에서 쓸만한 차를 다시 빌려야 하고, 결정적으로 비행기편으로 사진 장비와 캠핑 장비를 보내는게 보통 일이 아닌지라 결국은 운전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덕분에 오늘, 그리고 돌아오는 날은 하루 종일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Freeway 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왕복하는 여정 동안에는 Interstate 를 이용해 가능한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수 밖에 없다.

Cascade 산맥을 넘어 워싱턴 주 중부의 평원 지대로 빠지면서 I-82 로 갈아타고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번 여행에서 길잡이가 되어 준 것은 평소 들고 다니는 UMPC에 GPS 수신기를 연결해서 구성한 Navigation System 이다. Microsoft 의 MapPoint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비록 상용 GPS Navigation 에 비하면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외진 곳의 길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이런 기계들이 대개 그러하듯) 항상 도움만 주는건 아니다. Yakima 를 조금 지났을 때 I-82 를 벗어나 지방도로를 타고 이동하라고 나왔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별로 지름길 같지는 않았다. 지방도로를 선호하는 주인 맘을 헤아린게냐, 쯧.


Navigation System

본의 아니게 SR-221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다보니 I-82 로 다시 길이 합쳐진다. 이 곳에서 Columbia River 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어가면 오레곤(Oregon) 주이다. 오레곤은 워싱턴 주에 인접해 있지만, 그닥 재밌는건 없는 동네라서 자주 와 보지는 않았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 경유해서 가는 지역은 오레곤 주 북동부의 산간 지대라 더더욱 볼만한건 없어 보인다. I-84 로 다시 갈아타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는 동안에도, 고속도로 변의 안내판에도 주로 Oregon Trail 관련된 장소들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Oregon Trail 관련 기록들이 그나마 내세울만한 사적(?)인 셈이다.

시각적으로 드라마틱한 건 없어도, 미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Oregon Trail 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역사가 워낙 짧기도 하지만, 특히나 현재의 미국 중부와 서부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확립한 것은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고작 150년 정도 전, 19세기 중반에나 이루어진 일이다. 당시 신생국가 미국은 아직 대서양 쪽 미시시피강 동쪽의 몇 개 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시기 미국이 서쪽 태평양 연안까지 세력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이동로가 바로 Oregon Trail 이기 때문이다. 북쪽을 차지한 영국과 중미 일대를 석권한 스페인 사이에서 미국이 현재의 미국 영토를 전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Oregon Trail 을 통해 서쪽으로 이주한 개척자(Pioneer)들에 의한 실효지배 덕이었으니까.


Wagon 을 타고 이주하던 개척자 가족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개척자들의 삶은 우리가 미드라마 <초원의 집> 같은 데서 보던 것처럼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Trail 이라고는 하지만 마차가 간신히 이동할 정도의 지대라는 뜻일 뿐, 잘 닦여진 길도 없었고 중간중간 눈에 띄는 지형지물(landmark) 외에는 뚜렷한 방향타도 없었던 길이었으니, 이주민들이 얼마나 혹독한 경험을 겪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주 과정에서 죽었고, 심지어는 고립된 채 배고픔에 지쳐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도 발생했다고 한다. 당연히도 이런 고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부로 이주하고자 했던 이들은 동부에서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유하기 힘들었던 기층 민중들이었다. 그러니, Oregon Trail 의 역사 또한 미국 민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피와 땀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이 Oregon Trail 경로를 따라 현대식 고속도로인 I-84 가 놓여 있다. 고속도로임에도 간혹 50mph 까지 속도를 줄여야 할 정도로 급커브도 계속 나오고 상당한 고도까지 오르내리는 이 지역은 자동차로도 그리 편한 여행길은 아니다. 하물며 마차는 어땠겠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달리다보니 갑자기 Mountain Time Zone 으로 바뀐다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Oregon  주 경계까지는 아직 두어시간 더 달려야 할텐데, 시간대가 바뀌는 경계가 주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건가? 이러면 같은 주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긴데, 그러면 약속 시간 정할 때도 "태평양 시간으로 8시에 보자" 이런 식으로 잡아야 할거 아닌가. 아무튼, 땅떵어리가 크면 여러 가지 피곤한 일들이 생긴다.

(클릭해서 크게 보길. 주경계하고 시간대가 어긋나는 곳이 꽤 많다)

계속 꾸물거리던 날씨는 Idaho에 가까워질 수록 파란 하늘로 바뀌어 간다.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긴 했지만, 맑은 하늘을 직접 보니 비로서 마음이 놓인다. 적당한 구름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다시 오기 힘든 "사진"여행길에 비구름은 재앙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감이 좋다. Idaho 주도인 Boise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지평선 쪽에서 저녁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했다. 이 비구름만 지나가면 맑은 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하려니 다시 부슬거리며 빗방울이 흩뿌리기 시작한다. 비구름에 계속 쫓겨다니는 기분이다.

그런데, 지평선에 걸친 저녁 햇살과 머리 위로 쏟아지던 빗방울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다시 freeway 에 올라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눈 앞에 아름다운,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완벽한 무지개가 나타난 것이다. 저녁 햇살을 받은 보라빛 구름을 배경으로 정확한 반원을 그리는 무지개는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지만, 이번만은 정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경이 도와주지 않았다. Freeway 에서 차를 세울 수도 없는 일이고, freeway 를 벗어나도 적당한 장소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래서 내가 freeway 를 싫어한다. 무지개를 보고도 멈출 수 없는 곳. 더더욱 싫은건, 이게 우리 삶의 metaphore 가 될 수도 있다는거다.


대략 이런 분위기의 무지개였다(내가 찍은 사진은 아님)

무지개는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곧 날은 어두워졌다. 야간 운전은 주변의 풍경을 지워버리고 오직 운전자와 도로만을 남긴다. 이제 나는 헤드라잇에 드러난 눈 앞의 도로에만 집중하며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야간운전은 오히려 피로도가 덜한 편이다. 차도 훨씩 적고, 풍경에 방해받지 않고 그저 생각에 잠긴 채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게다가, 이제 남은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Idaho 중남부 지점에 이르자 I-84는 I-86 로 분기되면서 남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이제 여기서 약 50여마일만 더 달리면 마침내 Utah 주에 들어설 수 있다.

분기점을 지나 얼마 안 가 기름이 거의 떨어졌다는 경고등이 들어온다. 경고가 들어오고도 최소 50 마일은 더 달릴 수 있으니 조만간 넣으면 되겠지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별로 안 좋다. 주변에 불빛도 하나도 안 보이고, 가도 가도 사람 사는 동네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어느 틈에 바늘은 E 표시를 지나 아래로 처졌는데, 주유소는 여전히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이 때가, 아마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스릴 넘치는 드라이브였던 것 같다. 결국 기름을 넣은건 Utah 주에 들어서서(-_-) Snowville 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해서였다.

이 후의 여행은 무난했다. 도심이 시작되는 Ogden 지역을 지나 Salt Lake City 까지느 대략 2시간 정도. 여전히 흩뿌리는 비 속을 뚫고 달리다보니, 마침내 Salt Lake City 에 도착했다. 모텔에 들어서서 짐을 풀고 시계를 보니 12시다. 시간대 바뀐 것을 고려하면 1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중간에 식사 시간 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계기판에 찍힌 이동거리는 821 mile. 먼 거리였다. TV를 켜니 아이러니하게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영화가 나오고 있다. 여기는 다행히 Utah 니까, 내일을 위해 푹 잠들어야겠다.

To be continued...

December 8, 2008

Day 2 : Across San Rafael Swell

새벽에 창 밖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잠결에 듣기엔 스패니시 같았는데, 히스패닉에 대한 선입견 탓에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모텔에서 1층 방은 왠만하면 잡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면은 건강한 여행의 필요충분조건이니 말이다. 약간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기대와는 달리 계속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이런. 뭐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일단 숙소 근처 맥도널드에서 Egg McMuffin 과 뜨거운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커피는 비오는 날씨와 유난히 잘 어울린다. 평소 즐겨 마시는건 아메리카노지만, 비오는 날에는 그냥 드립 커피도 나쁘지 않다. 차 안에 커피향이 퍼진다.

Salt Lake City 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는 걸로 계획을 잡아놔서 오늘은 그냥 관통해 지나간다. 출근 시간에 도심을 통과하는데도 다행히 길이 별로 막히지 않는다. 차들은 주로 도심인 Salt Lake City로 들어오고 있어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이 쪽 길은 한산한 편이다. 30분 정도 달려 Provo 근처에 이르자 드디어 주간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격인 US-6 로 빠져나오는 갈림길이 나온다. US-6 은 산등성 사이의 계곡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계곡 입구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낮게 깔린 구름과 함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뼈마디를 드러낸 산세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길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지금쯤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 사이로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할 강원도의 어느 산골도로가 떠오른다. 하지만 미국 북서부에서는 붉은 단풍 구경이 쉽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산에는 상록수들이 많고,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들은 은행잎처럼 노란 색으로 물들이거나 아니면 그냥 갈색으로 시들며 겨울을 맞기 때문이다. 관목류인 Heath 가 붉게 물들기는 하지만, 땅 위로 낮게 자라는 탓에 온 산을 불태우기는 버겁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가을은 따스함이 덜하게 느껴진다. 아니, 어쩌면 그저 먼 땅에 나와 있는 이방인의 허한 가슴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곳 유타에서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하다.


US-6 를 타고 Helper 로 향하는 길

고개를 넘어가자 갑자기 풍경이 변한다. 완만하던 경사길도 갑작스래 급경사로 바뀌더니, 주변으로 솟아오른 절벽 사이로 내려꽂힌다. 지리한 등정을 마치고 쏟아져 내리는 롤러코스터를 탄 마냥 본격적으로 모험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가니, 풍경 또한 빠르게 변한다. 한 때 이 지역 광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던 Helper 를 지나 Price 라는 도시에 이르자, 산은 사라지고 드넓은 평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비구름도 점점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다시 US-6 을 벗어나 US-10 을 타고 Castle Dale 으로 향한다. 오늘의 주된 방문지는 Castle Dale 에서 들어갈 수 있는 San Rafael Swell 의 북부지역이다.


Castle Dale 로 향하는 US-10 에서. 하늘이 많이 맑아졌다.


San Rafael Swell 의 경계를 이루는 절벽들

San Rafael Swell 은 푹 꺼진 거대한 돔을 연상하면 된다. 물론 그 돔의 크기가 대략 서울시의 12배 정도 된다는 점은 잊지 말고. 그렇지만 사실 이 지역은 크게 기대한 것은 없었다. National Park이나 National Monument로 묶여 있는 곳도 아니었고, 그저 Buckhorn Draw 를 보고 가려고 경로를 잡다 보니 통과하게 된 곳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서보니 이 곳의 풍광도 만만치 않다. 낮아진 지대로 물이 모여들고, 그 물이 다시 바위를 깎아 다양한 지형들을 만들어 낸 덕이다. 처음에는 그저 널찍한 황무지 지대처럼 보이지만, 중심부를 향해 갈수록 다양한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 Highlight는 Wedge Overlook 이라는 곳에서 볼 수 있었다.


Wedge Overlook 에서 바라본 Little Grand Canyon


절벽 바로 위를 지키고 있는 나무 한 그루

Wedge Overlook 이라는 곳은 애초에 정보조차 없던 곳이었다. 길을 달리다 표지판이 보이길래 차를 돌렸는데, 의외의 대박을 만났다. 아찔한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모습은 Grand Canyon 보다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역시나, 안내판을 보니 Little Grand Canyon 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계곡 아래로는 San Rafael River 가 흐르고 있다. 저 작은 물줄기가 이 깊은 계곡을 깎아냈으니, 이 풍경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여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다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계속 비구름에 쫓겨다니고 있는 기분이다.

차를 다시 돌려 나와서 조금 더 가니 원래 목적지로 향하는 Buckhorn Draw Road 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부터 지대가 계속 낮아지더니, 잠시 후에는 아까 Wedge Overlook 에서 내려다보던 계곡 밑바닥으로 길이 이어진다. 바닥에서 거꾸로 올려다 본 계곡은 역시 까마득히 높다. 이 높이가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무언가를 연상시켰을까. 수천년전 어떤 사람들이 이 곳의 사암 절벽에 어떤 흔적을 남겨 두었다. 바로 Buckhorn Draw Pictograph 이다.


Pictograph이 그려져 있는 사암 절벽

여기에 그려진 그림들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수천년 전의 그들과 오늘의 나 사이에는 그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큰 문화적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 아주 오래 전 내가 서 있는 이 곳에 서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그림은 수천년의 시간을 살아남과 그와 나 사이를 매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를 상상하듯, 그도 먼 훗날의 어느 누군가를 상상하고 있었을까? 그는 자신의 그림이 수천년의 시간을 살아남아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그 의미를 전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모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렇게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수천년을 먼저 살아 이 기록을 남긴 그 누군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Buckhorn Pictograph


날개를 달고 있는 사람

붉은 염료로 그려진 벽화에는 뱀, 가축, 곤충 등과 함께 일군의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 중에는 날개가 달린 천사와 같은 모습을 한 형상도 눈에 들어온다. 신적 존재를 그린 것일까? 모닥불 주변에 모여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린 사람들도 보이고, 뱀을 만나 놀란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그림들은 일련의 주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Buckhorn Draw 에는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붉은 염료로 그려진 인물들의 가슴에 후대의 누군가가 노란색의 구멍을 그려 넣었다는 점이다. 이는 또 어떤 의미였을까? 원래의 그림을 그렸던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덧씌운 것일까? 아니면 그들 이후에 이 땅을 차지한 사람들이 이전 주인들의 수호신을 물리치고자 행한 일종의 주술적 살인 행위였을까? 그 누구도 답을 모르는, 수천년 묵은 미스테리다.


Buckhorn Draw 로부터 I-70 을 향해 나오던 길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남긴채, 다시 길을 나선다. Buckhorn Draw 를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들이 점점 뒤로 밀려나면서 다시 평원 지역이 나타난다. 다소 단조로워 보이는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달리면 San Rafael Swell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I-70 을 만나게 된다. 다음 목적지는 오늘밤 머물 Moab 이다. I-70 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리다가 US-191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비포장 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I-70에 다시 들어서니 비단길을 달리는 것 같이 조용하다. 평소에는 highway 달리는게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사람 감각이라는게 이렇게 웃기다;; 음악을 크게 틀고 I-70 를 달리다보니 갑자기 거대한 바위 절벽이 솟아오르며 다시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그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 이런 풍경을 만난다는게 놀랍다. 이곳에서는 나 또한 풍경이 되어 달린다.


S 자 곡선을 그리며 달리는 I-70

US-191 에서 Moab 에 이르기 전에 Dead Horse Point State Park 이라는 곳에 들렀다. Canyonland National Park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대개는 한꺼번에 들르거나 지나치는 곳인데, 시간이 약간 애매하게 남아서 오늘 저녁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Colorado River 가 크게 굽이치며 흐르는 gooseneck 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근데 이름이 좀 웃긴다. 우리 말로 바꾸면 "말 죽은 곳 주립공원"인데 예전에(아마 개척시대?) 누군가의 말이 여기까서 와서 죽었나보다. 올라가는 길에 있는 캠핑장 이름은 더 가관이다. Horsethief Campground = 말도둑 캠핑장. 하긴 도로 교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말은 가장 큰 재산 중 하나였을테니, 말이 죽거나 도둑 맞으면 그만큼 슬픈, 즉 인상적인 사건도 없었을게다.


거위목처럼 휘어지며 흐르는 Colorado River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Colorado River 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다만 오늘 나를 계속 쫓아다니던 비구름이 마지막까지 훼방을 놓는다. 비구름 덕에 절벽 아래쪽으로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저녁 햇살에 짙은 와인빛으로 물든 구름은 다른 장관을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넘어가는 저녁 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압도적인 규모의 자연 앞에서, 숨막히게 아름다운 저 석양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잃는다. 애초에 인간의 예술은 바로 저 아름다움, 그 숭고함을 모방하는데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자연 앞에 "예술적"이라는 수사를 놓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금 나를 넋놓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 자체, 그 원형이다.


절벽 위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석양에 붉게 물든 비구름

날이 저물었다. Moab 으로 내려오니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후다. Moab은 이 근방 outdoor activity의 중심지이다. 도시는 꽤 큰 편인데, 숙박시설과 식당, 자전거 수리점, 여행사 등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이킹이나 산악 자전거 같은 육상 활동 뿐 아니라 카약이나 래프팅 같은 수상 활동도 많이 이루어진다. 특히 1800년대 개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카약을 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를 탐험하는 여행이 인기다. 물론 관광객들이 많은 만큼 숙박비 등도 비싸다. 오늘은 2층에 방을 잡고, 모텔 앞 Denny's 에서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내일을 위한 에너지 비축이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To be continued...)

December 29, 2008

Day 3 - 1 : Island in the Sky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침형 인간은 못된다. 그렇다고 늦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하루 최소 8시간의 수면은 취해 줘야 하루가 편하다. 그러니, 일찍 잤다고는 해도 6시간만에 일어나는건 지독히도 힘들었다. 5시 반.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면 아마 수면부족보다 스트레스로 먼저 쓰러졌을거다.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 샤워를 하고 짐을 꾸려 차에 싣는다. 이 모텔은 숙박비가 비싼 대신 간단하나마 아침 식사를 주니 식사를 하고 check out 을 할 생각이다.

이 시간에 일어난건 오직 하나 해 뜨는 시간에 Mesa Arch에 오르기 위해서다. 6시 반 정도가 됐지만 아직 하늘은 깜깜하고 별이 총총 떠 있다. 여유 있을 법도 하지만 모를 일이다. 태양은 내 예상보다 훨씬 민첩하게 움직이는 놈이니까.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공원 관리인(Park Ranger)들은 출근 이전이다. 원래는 여기서 국립공원 연간 출입권을 살 예정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당일 이용 요금을 내고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문제는 $10짜리 잔돈이 없어서 $20을 낼 수밖에 없었는 것;; 눈물을 머금고 $20을 집어넣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들어갈까 1.724 초 쯤 고민했다.)

역시나,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약간 늦은 듯 하다. Mesa Arch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니 이미 하늘은 훤해져 있다. 서둘러 장비를 내리고 trail 을 따라 걷는다. 미리 찾아 본 정보에 의하면 10분 정도 거리의 쉬운 난이도의 trail 이라고 한다. 하지만 평소 운동도 안 하고 하루종일 앉아서만 일하던 몸이다보니 이 정도도 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짊어진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운동 부족임이 느껴진다 -_-; 어쨌든, 헉헉대며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Mesa Arch 다. 그 주변으로 10여명의 사람들이 이미 삼각대를 펼치고 진을 치고 있다. 나중에 보니 단체로 기념 사진도 찍는 걸로 봐서 어느 동호회 혹은 학교에서 단체로 온 듯 했다.


Mesa Arch 아래로 보이는 풍경


역광 속에 실루엣으로 지형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다행히 많이 늦지는 않아서 지평선 부근에서 수평으로 들어오는 빛이 붉게 어른거리는 Mesa Arch 를 담을 수 있었다. 사암 절벽에 반사된 햇빛이 Arch 아랫 부분을 붉게 물들인다. 수평 방향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지면 근처의 지형들을 실루엣으로 잘 드러내고 있는데, 붉은 arch 를 프레임 삼아 사진을 담으니 멋진 조화가 이루어진다. 조금 더 있으면서 찍어도 될 법 했지만, 사람들이 내려오기 전에 얼른 장비를 챙기고 다시 길을 내려온다.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삼각대를 서로 부딛히며 단체로 우루루 걷는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를 다시 뻬서 Canyonland National Park 의 최정상인 Grand View Point 로 향한다. 가장 안 쪽에서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나오면서 둘러볼 예정이다.

Canyonland National Park 은 크게 4 개의 구역(district)으로 구분된다. The Island in the Sky, the Needles, the Maze, 그리고 이들을 관통해 지나가는 두 강(Green River, Colorado River) 유역들이다. 이 중 the Maze 는 off-road 로만 접근할 수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일찌감치 제외를 했고, 강 주변은 카약을 타는 투어가 있는데 역시 시간 관계상 다음을 기약했다. 남은 2 개의 구역 중 오늘 방문한 곳이 바로 the Island in the Sky 구역이다. 이름이 시사하듯, 이 구역은 Canyonland National Park 의 가장 높은 지대에 속한다. 평균 해발 고도 6,100 피트(= 1859m, 대략 한라산 높이다)의 고지대까지 차를 끌고 올라가 주변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Grand View Point 에서 보이는 Canyonland N.P.


깊게 패인 계곡

Grand View Point 는 Island in the Sky 구역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는 Canyonland National Park 전체가 360도 파노라마로 눈 앞에 펼쳐진다. 광대하다. 사실 너무 광대해서,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야 할 지를 모르겠다. 차마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잠시 trail을 따라 걷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다른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혼자 여행다니면 심심하지 않냐고 묻곤 한다. 혼자 다니던 누군가와 함께 하던 각각의 장점이 있겠지만, 혼자서가 아니라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고독"이다. 이 넓고 낯선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함을 느낀다는 것,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로지 나 자신만이 느껴지는 그 끝없이 깊은 평화로움을 말이다. 그런데, 이 곳은 뭔가가 다르다. 그저 홀로 있다는 느낌을 넘어서 아예 존재에 대한 느낌마저 무뎌진다. 눈 앞에 펼쳐진 저 자연의 광대함과 어우러진 다른 어떤 감각이 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완벽한 정적이었다. 바람 소리도, 새 울음소리도, 부스럭거리는 수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절대 무음의 세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혹은 읽고 있는 순간 잠시 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라. 혼자 있는 순간조차 우리는 소음 속에 살아간다. 머언 경적 소리나 하수구 물 내려가는 소리, 혹은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 보라. 그것도 귀를 막아 얻은 닫힌 침묵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린 침묵의 세계를. 잠시 바위 위에 걸터 앉는다. 나는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곳에서는 "나"를 잊는다. 오직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과, 뺨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의 감촉만이 나의 육신을 증거할 뿐, 이 곳에 앉아 있는 나는 오로지 사유로만 존재할 뿐이다.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외딴 곳으로 숨어들었던 은둔자들이 갈구했던 평화와 명상의 시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것 같다.


아침 식사 중인 chipmunk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뭐, 그래봐야 10분 정도지만;;)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관광객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사진으로 몇 장 담는다. 여전히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몇 컷을 담고 다시 차로 향한다. 아침 식사 시간인지 chipmunk 한마리가 풀숲에서 열매를 뒤지고 있다. 마주친 관광객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차를 돌려 Buck Canyon Overlook 으로 향한다. 이 곳은 사실 Grand View Point 와 거의 같은 조망을 보여준다. 높게 솟은 봉우리(mesa = 탁상 대지)와 붉은 대지, 깊은 계곡들. Overlook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은 어떻게 이런 지형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를 설명해주고 있다.


절벽 위의 덤불.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은 자란다.


서부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다 ^^;

Utah 에서 만날 수 있는 지형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흥미롭게도 이들 다양한 지형들이 생겨난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소금. 오래전, 지금의 Utah 지역은 캘리포니아 지역을 포함한 태평양 판(pacific plate)의 동부 연안에 해당했다. 이 판이 동쪽으로 밀려나면서 북미 판(north american plate)과 충돌을 했고, 이 과정에서 Utah 지역에 해당하는 바다가 양 쪽 판(plate) 사이에 갇히면서 닫힌 바다가 되었다. 이 닫힌 바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물이 증발되면서 바닥에 두꺼운 소금 침전물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강물 등에 휩쓸려 온 토양이 여러 겹으로 쌓이면서 다양한 색의 사암지층을 형성한다.

자, 이제 무대 준비는 끝났다. 서로 부딛힌 판이 지진을 일으키며 두텁게 형성된 퇴적층을 위로 밀어올리면서 본격적인 자연의 조각이 시작된다. 바닥에 깔린 소금층은 여타 암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끄럽기 때문에 그 위에 쌓인 암석층이 지형의 변화에 따라 미끄러지고 부딛히면서 조금씩 갈라지게 된다.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아래 쪽의 소금층에 이르게 되고,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지하에 커다란 빈 공간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빈 공간이 함몰되면서 그 위의 방대한 지역이 갑자기 땅 속으로 쑥 꺼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만 함몰되면 계곡이 되는 것이고, 일부만 남으면 Island in the Sky 같은 mesa 가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Canyonland National Park 에서 볼 수 있는 스케일 큰 지형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 후에 비바람과 물의 침식작용이 세밀한 부분들을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은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보다 자세하게 보게 되니 그 때 설명하도록 하자.


Green River Overlook 에서 내려다 본 풍경


계곡 부분만 확대한 모습

일단 Buck Canyon Overlook 을 떠나 Green River Overlook 으로 향한다. 너무 늦기 전에 Arches National Park 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 곳이 Island in the Sky 구역의 마지막 방문지가 될 것이다. 이 곳에서는 Canyonland National Park 을 가로지르는 Green River 가 만들어낸 Y 자 모양의 계곡을 볼 수 있다. Green River 는 정말 문자 그대로 녹색으로 보인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건조한 지형 속에 유일하게 물이 있는 곳이나 온갖 식물들이 집중되어 자라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 삼각대를 세팅한 김에 계곡을 배경으로 셀카도 찍어 본다. 이번 여행에서 몇 안되는 내 사진이다.


웃고 있지만 저 바위 너머는 천길 낭떠러지..;;

자, 이제 정말 Arches National Park 으로 떠날 시간이다. 장비를 다시 챙겨 차로 돌아가려는데, 아까 Grand View Point 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 앞에서 걸어오고 있다. 서로 왜 쫓아다니냐고 농을 친 후에 제대로 통성명을 한다. 백인인 Scott과 중남미 계열인 Gabriel이다. 둘 다 Chicago 에서 왔는데, Gabriel 은 원래 고향이 Santo Doningo로 미국에 온지는 얼마 안 된다고 한다. 반면 Scott 은 미국 토박이로 이 지역은 여러 번 여행했다면서 여러 장소를 추천해 준다. 내 일정을 말해줬더니 Bryce Canyon의 Queen's Garden trail 을 강력 추천. 좋은 정보다.

이들과 작별을 고하고 차를 돌려 나선다. 다음 목적지는 Arches National Park 이다.

(To be continued...)

February 10, 2009

Day 3 - 2 : Arches National Park

Green River Overlook 을 마지막으로 Canyonland 을 떠나 Arches National Park 으로 향한다. Arches National Park 은 Canyonland National Park 에 바로 인접해 있는데, 자연적으로 생성된 아치(arch)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곳이다. 원래 계획은 이 곳에서 오후를 보내고 캠핑을 한 후 내일 아침 출발하는 것이었는데, 공원 입구에서부터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Campground Full" 인기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전 11시부터 꽉 찰 줄은 몰랐다. 알고보니 아침 7시 반에 국립공원 문 열자마자 바로 등록이 끝났다고 하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거다. -_-

급좌절 모드로 들어갔으나,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숙박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계획된 일정대로는 움직이기로 한다. Information Center 에서 간단한 정보들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공원 안으로 향한다. 마침 일부 도로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차가 밀린다. 좁은 2차선 도로에서 공사를 하려니 한동안 멈췄다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주차장이 있는 곳마다 들러서 늘어선 기암괴석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파란 하늘과 붉은 사암이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흐흐, 대충 카메라 들이대고 찍어도 최소 엽서사진 정도는 나온다.


Three Gossips(수다 3인방)


Courthouse Rock


서유기에 나오는 부처님 손바닥 같지 않은가?


Balanced Rock


Garden of Eden


North Window


North Window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하지만, 사진을 찍다보면 하루 중 제대로 건질만한 사진을 얻는 때는 하루 중 두 번 밖에 없다는걸 깨닫게 된다. 해 뜨기 전후, 그리고 해지기 전후. 이유는 빛이다. 알다시피 사진이라는게 어차피 빛을 기록하는 작업인지라, 빛의 질(quality)야말로 좋은 사진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해뜨기, 해지기 전후의 시간이 좋은 이유는 옆에서 들어오는 사광이 피사체의 입체감을 극대화 해주기 때문. 2차원의 사진에서는 피사체가 얼마나 입체적이냐는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사진 여행을 간 경우 낮 시간에는 대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촬영 장소와 방향을 물색하고 해지기 얼마 전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사전 조사를 통해, 그리고 Arches National Park 을 돌아다니면서 종합해 본 결과는 역시 일몰 무렵에 Delicate Arch 를 갔다가 내려와서 Balanced Rock 이나 Turret Arch 부근에서 별사진 촬영을 하고 새벽에 다시 Turret Arch 를 촬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캠프장을 못 구한 관계로 새벽 촬영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것. 오늘 밤 별사진 촬영하고 나면 꽤 늦을텐데 Moab 까지 가서 숙박 후 다시 새벽같이 올라오는건 무리인 것 같다. 일단은 별사진 촬영까지를 가능한 일정으로 보는게 좋겠다.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Arches National Park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본다. 아쉬운 마음에 둘러본 Devil's Garden 의 캠핑장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아치들 사이에서 묶는 하루밤이라니. 다음에 오게 되면 꼭 저기서 묶어 봐야겠다.


South Window


Turret Arch
보통 사진에 담기는 방향과 반대쪽에서 찍었다.


Fiery Furnace
앞 쪽의 검은 선이 도로고 하얀 점이 RV 차량이다;;


Fiery Furnace 를 가까이서 찍은 모습


Devil's Garden Trail 입구
캠핑장에서는 저런 사암 벽 사이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다.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Skyline Arch. 절반 정도 크기였던 구멍이 어느날 바위가 툭 떨어지면서 2배로 커졌다고 한다.

돌아다니다 보니,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Delicate Arch 에 오를 시간이 되었다. 해지는 시각은 7시 25분 경이지만, 산간지방인데다 올라가는데 시간도 걸릴테니 넉넉하게 5시 20분 정도에 출발을 한다. 사람들도 모두 시간 맞춰 이 곳으로 몰리는지 주차장에 차 대기가 힘들다. 주차장에서 Delicate Arch 까지는 대략 3 mile(4.8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계속 오르막만 이어지는 난이도가 꽤 높은 등산로라고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데, 한 커플이 내려오더니 사진장비를 한무더기 짊어진 나를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여자분은 "Oh my God"을 연발하는데, 또 가라면 안 갈 것 같다고 한다. 다행히도 진짜 아름답다고, 고생한 만큼의 가치는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길래 시작부터 이리 기를 죽이는지.

등산로는 정말... Oh my God 이었다 -_-; 거리는 3 mile 이 맞는데 대략 30~40도 경사의 사암 지대를 내리막 한 번 없이 주파하는 등산로였다. 게다가 해는 스멀스멀 지평선을 향해 가고 있으니 멈춰 쉴 수도 없다. 가장 힘든건 내가 지금 얼마나 온건지,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평소 운동이라도 많이 해 둘걸 싶다. 얼마나 걸었을까, 사진가방이 어깨를 누르는지 팔에 피가 안 통해 살짝 저리기까지 한다. 때마침 한 할머니가 내려오다 내 옆을 지나면서 뭐라 중얼거린다. "Late...(늦었어)" 잉? 이건 또 뭔 소리냐. 나한테 한 소린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들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아아악... 신경쓰인다. 혹시 목적지에는 해가 넘어가 버린게 아닐까? 쫓아 내려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 다행히 조금 후에 마주친 어떤 여자분이 저 앞의 모퉁이만 돌면 도착이라고 힘내라고 말해준다. 마지막 힘을 다해 언덕을 기어 오른다.

그리고 정말로 모퉁이를 돌자,


Delicate Arch

아름답다. 정말로. 내가 지금까지 본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다. 저물어 가는 저녁 햇살이 어루만져 더더욱 붉어 보이는 아치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인디고빛 하늘 속에 우뚝 솟아 빛을 발한다. 아치 너머로는 멀리 La Sal Mountain 이 눈 덮인 흰 봉우리들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푸르고 붉고 하얀 풍경 위로는 날렵한 초승달이 떠 있다. 그리고, 아치 아래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이어지는 경사면의 끝에 모여 앉아 경배하듯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들 마치 긴 희열을 음미하는 것처럼, 그저 조용히, 미소짓듯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오직 느릿느릿 산 너머로 미끄러져 넘어가는 태양만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아치 아래의 곡면도 아름답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달을 품다

일단 다양한 각도에서 필름 한 통 정도 촬영한 후 다시 사람들을 둘러본다. 나처럼 작정하고 사진 장비를 챙겨온 사람도 몇 보이지만,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도착 직후에는 기념 사진을 남겼겠지만, 지금은 그저 석양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손을 잡고 앉아 있는 노부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서둘러 증명사진(?)만을 남기고 돌아서는 투어(tour)보다는 이렇게 그 장소와 합일하는 시간을 갖는게 훨씬 의미가 클 것이다. 어떤 이는 간간히 고개를 들어 석양 속에 젖어 있는 아치를 바라보면서 책을 읽고 있다. 마치 책 속의 장면을 두 눈으로 확인이라도 하듯이. 이것 또한 한 장소를 기억 속에 영원히 새기는 또 하나의 특별한 방법일 것이다.


풍경을 즐기고 있는 노부부


아치 아래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해가 졌다. 하늘은 아직 밝지만 산 너머로 떨어진 태양은 더 이상 우리에게 빛을 던져주지 않는다. 올라올 때의 고행에 비하면 내리막 길은 훨씬 수월하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주차장까지 돌아온다. 어두워지면 내려오는 길이 험하다고 해서 헤드랜턴을 준비했었는데,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하늘에 남은 빛만으로도 충분해 굳이 랜턴을 꺼낼 필요가 없다. 차에서 사과와 물로 간단히 갈증을 가라 앉히면서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이제 본격적으로 별 일주 사진을 찍을 시간이다. 달이 떠 있으니 지상의 피사체와 별 일주를 모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아까 미리 보아 두었던 Balanced Rock 근처의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차들이 많이 다닌다. 조리개를 완전히 열어두고 촬영을 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헤드라잇 불빛은 치명적이다. 대략 30분 정도 노출을 주려고 하는데, 10~15분 간격으로 차들이 계속 지나다녀 제대로 촬영을 할 수가 없다. 몇 번을 버벅대고 있는데 차 한 대가 주차장에 들어와 선다. 별구경을 나온 사람들이다. 노출 시작하고 기다리는 동안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별 사진보다 이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멀리 커넥티컷(Connecticut)에서 Donna와 "Spybee"(별명인 듯 하다) 부부, 그리고 유타 주민인 Ron 과 Mary. 함께 하늘을 바라보고, 별똥별에 감탄하면서 경제 위기를 걱정하던 중구난방의 대화들. 그 모두가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Balanced Rock 주차장에서의 별 일주사진


Park Avenue 에서의 1시간 노출.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형의 궤적을 보인다.

60대의 그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건 아마도 존대말이 따로 없는 언어를 사용해서가 아닐까 싶다. 예컨데, 만약 60대의 한국분을 만났다면 대화가 어땠을까. "자네 어디서 왔나?" "예, 시애틀에서 왔습니다." "혼자 여행하는데 몸 조심 해야지" "예 그래야죠" 등등. 하대를 하는 순간 어른은 일단 어른으로서의 의무(충고)에 충실하게 되고, 그에 맞춰 존대를 하는 순간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자기 검열에 걸려 더 많은 대화는 삼가게 되지 않을까? 언어는 관계맺음의 방식마저 규정한다. 문화적 차이도 분명 고려를 해야겠지만, 언어 자체가 규정짓는 위계가 서로 간의 장벽이 되는건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말을 놓는게 여전히 불편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밤은 깊어 가는데 여전히 주기적으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아쉽지만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Turret Arch 근처로 가려고 했는데, 야간 공사 작업 중인지 길을 아예 막아 놓았다. 아쉬운대로 공원 입구 쪽에 있는 Park Avenue 에 차를 세우고 다시 촬영을 시도한다. 다행히도 Park Avenue 는 차도와 반대 방향으로 카메라를 세울 수 있어 지나는 차들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성공적으로 1시간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밤 11시가 다 되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내일 일정을 편안하게 가져가기 위해 Needles 근처인 Monticello 로 이동해서 숙박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서는 1시간 정도 거리다. 어서 서둘러 가서 쉬어야겠다. 피곤한 하루였다.

(to be continued...)

April 18, 2009

Day 4 : Monument Valley

밤 늦게 도착한 Monticello 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둘러볼 것도 없이 길 가의 허름한 모텔(어김없이 인도인들이 운영하는)에 들어가 짐을 푸니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얼른 씻고 침대에 누웠지만, 좀 무리다 싶어 아침에는 좀 느즈막히 일어나기로 한다. 하지만 여유를 너무 부렸는지,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정비한 후 출발하니 어느새 10시다. 부지런히 이동해 오늘 오전 일정인 Needles District 로 향한다. Needles 는 Canyonland National Park 의 남쪽 구역인데, 뾰족하게 솟은 바늘 모양의 지형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191번 국도에서도 안쪽으로 꽤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Needles 로 향하는 길에는 Newspaper Rock 이라고 불리는 암각화가 있다. 상당히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하나하나 흥미롭기는 해도 첫 날 San Rafael Swell 에서 보았던 Buckhorn Draw 같은 경건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림체도 많이 다른데다 너무 산만해서 그냥 낙서장 같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애써 들른 Needles District 도 어쩐지 조금 김이 빠진다. 어제 이미 Canyonland 의 절경들을 본 탓도 있겠고, 이 곳의 주요 포인트들은 상당한 정도의 하이킹을 요구하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으로는 찾아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원주민들의 거주지였고, 후에는 카우보이들이 이용한 동굴(?)이 있는 Cave Spring Trail 을 돌아본 후(45분 정도 소요) 다시 차를 돌려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Newspaper Rock


Needles District : Cave Spring Trail


Wooden Shoe Arch. 가운데 오른쪽 즈음에 구두 모양 아치가 있다.


Needles District 에서 나오는 길에 암벽 등반을 하는 곳이 있다.

191번 도로로 다시 나와 남쪽으로 달리다 163번 도로로 갈아타고 남서쪽으로 달리면 Mexican Hat 이라는 조그만 마을을 지나게 된다. 이 곳에는 이름 그대로 멕시코 사람들이 쓰는 챙 넓은 모자를 닮은 형상의 바위가 있다. 누군가 이 장소를 좋아했는지, 작은 묘비가 세워져 있는 것이 이채롭다. 암벽 등반 하는 사람들이 종종 와서 연습하는 장소라고도 한다. Mexican Hat 마을 근처에는 Gooseneck State Park 도 위치하고 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따로 들러보진 못하고 지나친다. 마을을 지나고 나니 바로 Navajo Indian Reservation 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Navajo Indian Reservation 안에 오늘의 주 목적지 Monument Valley 가 위치하고 있다.


Mexican Hat


Utah 에서 Monument Valley 로 향하는 US 163 도로

Indian Reservation은 미 원주민 부족에 의해 관리되는 땅이다. 때때로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지금은 그보다는 자치구나 특구 정도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150여년 전에 백인 정착민들과의 충돌 방지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구역이지만, 지금은 이 지역 안에서 원주민 부족이 제한적이나마 자체적인 주권을 영유하기 때문이다. 사실 Indian Reservation 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기는 간단한 일은 아니다. 과거의 맥락과 오늘의 현실, 선언된 언명과 실제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간극을 채우며 원주민 부족의 오늘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충분히 유의미하다. 그들의 오늘은 서구 문명이 저지른 또 다른 야만의 살아 있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미 원주민들은 유럽으로부터 백인 정착민들이 몰려들기 전까지는 미 대륙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물론, 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을 자신들의 '소유'라는 개념으로 이해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열린 땅을 구획지어 누군가의 '소유'로 선언하는 것은 서구에서도 사유재산의 개념이 정립된 근대 이후에나 나타난 현상이니까. 기껏해야 이들에게 땅은 자신들을 둘러싼 공간일 뿐, 배타적 지배권을 가진 영토라는 개념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을 보면 그들의 땅에 대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유럽에서 온 초기 이주민들이 원주민들과의 별다른 충돌 없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 정착이 안정화되고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착촌들이 확장되면서 제한된 자원(식수, 나무, 사냥감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고, 금과 같은 광물을 노린 백인들이 원주민 주거지와 성지(聖地)들을 유린하면서 유혈 충돌이 속출한 것이다. 충돌이 빈번해지자, 미국 정부는 1830년 인디언 소개령(Indian Removal Act)을 통해 미시시피 강 동부 지역에서 원주민들이 "문명화"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 이주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원주민 부족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총칼로 반발하는 이들을 강제로 쫓아내기 시작했다. 일부 패배도 있었지만 백인 기병대는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원주민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원주민들이 거주지를 잃고 떠도는 과정에서, 그리고 기병대의 무차별적 학살 속에 죽어갔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 후에야 백인 정부는 비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일부 지역을 원주민들이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Indian Appropriations Act)을 통해 오늘날의 오클라호마 지역에 최초의 Indian Reservation 을 만들기에 이른다.


강제 이주 중이었던 Sioux 부족이 미 기병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Wounded Knee 에서의 매장 장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하여 하루밤에 300여명이 학살당했다.(출처 : Wikipedia)

이렇게 시작된 Indian Reservation 은 오늘날 미국 전역에 약 310여개가 존재하고 있다. (Monument Valley 가 있는 Navajo Indian Reservation 은 그 중 가장 큰 Reservation 이다) 총칼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형식적으로 미국 정부는 원주민 부족들과의 협약을 통해 Indian Reservation 을 만들었다. 즉, 원주민 부족들은 미국 정부에 정복되어 복속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주민 부족들은 스스로를 미국과 독립된 국가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각 부족을 지칭할 때 tribe 라는 표현도 쓰지만, 정치체로서의 부족 혹은 부족 연합체를 지칭할 때는 Natio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미 연방헌법은 연방정부의 권한을 규정하면서 외국 및 원주민 부족과의 협상을 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이는 원주민 부족들은 미연방의 구성원이 아니며 연방정부와 정부 대 정부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원주민 부족과 연관된 업무들은 다른 주권국들과는 달리 국무부가 아닌 내무부 산하의 인디언 사무국(Bureau of Indian Affairs)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이는 미 연방정부가 원주민 부족들을 온전한 주권국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모든 원주민 부족민들은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으로 인정되어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원주민 부족들은 미국 사회 내에 속해 있으면서 일부 배타적인 특권을 허가받은 혈통집단 정도의 위상을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Navajo Indian Reservation 안에 위치한 Monument Valley 는 따라서 National Park 이나 State Park 이 아닌 Tribal Park 에 해당한다. 애써 구입한 국립공원 연간 회원권도 여기서는 무용지물. $5의 입장료를 내고 Monument Valley 안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1 mile 정도 오르면 Visitor Center 가 나온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Monument Valley 의 풍경이 바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사진 속의 그 장면이다. Navajo Nation 이 왜 이 곳을 신성한 장소라고 생각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재밌게도, 파노라마 카메라 X-Pan 의 화각이 이 풍경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Monument Valley 전경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 Monument Valley 안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17 mile 짜리 Valley Road 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비포장 도로라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 힘들긴 하지만, 15mph(대략 25km/h) 제한 속도는 좀 심하다 싶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mesa 들의 장관들은 충분히 돌아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주거 환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이들이 전통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컨테이너 하우스와 그 주변의 너저분한 쓰레기(부서진 TV 등)들은 미국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극빈층의 삶의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Indian Reservation 은 미국 내에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사회 기간 시설과 교육, 복지, 위생이 가장 열악한 지역에 속한다. 혈연주의를 고수하면서 현대적 산업구조 대신 목축업과 임광업 같은 1차 산업, 그리고 관광업에만 의지해 경제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어딘가에 있는 조그만 나라였다면 그 정도의 생산력으로도 자신들만의 건강한 사회를 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 사회에 둘러싸인 이 곳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낮은 지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 위상차로 인해 이 곳에는 오직 미국 사회가 쓰고 버린 잉여물들만이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Elephant Butt


Totem Pole


Monument Valley에 어둠이 내린다.

미 원주민들도 분명 이러한 Reservation 의 현실을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현실을 타개할만한 정치적 구심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족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적당한 보상금을 받는데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 탈출을 감행한 이들도 미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에 부딛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이들은 술과 도박으로 현실을 잊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알콜중독자 비율은 이들의 절망을 보여주는 간접지표다.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거세당한채 유폐당한 세월이 이들의 정신마저 피폐케 한 결과다. 결국, 백인들이 빼앗은 것은 이들의 땅만이 아닌 셈이다.

물론 우리는 서구 문명을 비난할 수 있다. 오늘날 미 원주민들의 열악한 환경은 분명 서구 문명의 일방주의의 결과일 것이다. 미국인들이 정착 과정에서 원주민들을 다룬 방식은 오늘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다루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리고, 미 원주민들의 오늘에서 볼 수 있듯이, 팔레스타인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거세한 채 형식적인 자치권만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정신적 말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또한 명확히 하여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미 원주민 부족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미국 혹은 서구문명을 비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그저 보상금에 만족하고 사는 그들의 현재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불행히도, 이들의 미래는 짧은 내 고민으로는 가늠되지가 않는다.

Valley Road 곳곳에서는 정해진 도로를 벗어나면 무단침입으로 간주하겠다는 표지판과 집들은 주거 지역은 절대 사진 찍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수가 있다. 외부를 향한 이 적대감은 상처 입은 고슴도치의 가시와도 같을 것이다. 독수리 깃털로 치장한 전사가 말 위에 올라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지평선을 바라보던 그 곳에는 이제 이들의 생계 수단인 관광객들만이 오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Visitor Center 로 돌아오니 이미 황혼이 내린 Monument Valley 의 전경이 다시 나를 맞는다. 굴곡진 역사 속에 잊혀져 간 그들의 한이 피울음이 되어 대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듯 하다. 해는 이제 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둠만은 아니다. 지평선 위에 나타난 작은 별은 아직 바라볼 빛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가.


해가 진 후 붉게 빛나는 Monument Valley


Mesa 위로 초저녁 별이 떠오른다

차를 돌려 나오면서 오늘밤 머무를 장소를 고민해 본다. 사실 아까 Monument Valley 로 들어오는 진입로를 해 뜨는 시각에 다시 잡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내일 아침 9시 반에 Page 에서 예약해 놓은 Antelope Canyon Tour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해 뜨는 시각은 7시 반이고 촬영이 끝나면 대략 8시, 2시간 거리에 있는 Page 에 9시 반에 도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래며 Page 로 향한다. Recreation 중심지인 Page 는 완연한 관광도시다. 관광객들이 많은지 빈 방이 있는 모텔을 찾지 못해 한참을 돌다가, 운 좋게도 예약 취소된 방이 하나 남은 모텔을 잡고 들어간다. 예전 아파트였던 건물을 개조해 모텔로 운영 중인 듯 한데, 좀 낡긴 했지만 거실, 부엌 딸린 2 bedroom 방이 하루밤에 $45이니 굉장히 저렴하다.

Arizona 의 밤이 깊었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다.

(to be continued...)

May 22, 2009

Day 5 : Antelope Canyon

오늘도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오전 일정으로 잡아 둔 Antelope Canyon Tour 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투어 형태로 예약해 놓은 곳이다. 사실 원해서 그런건 아니고, 지형 특성상 날씨가 안 좋으면 갑자기 물이 범람하는 곳이라(97년 급작스런 폭우로 십여명이 사망했다)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서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는 두 가지, 일반 투어와 사진 투어가 있다. 당연히 사진 투어로 예약. 출발 시간이 9시 30분이니, 9시 정도에 맞춰서 여행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예약 확인하고 나니, 9시 15분까지는 이 곳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예~ 하고 돌아서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지금이 벌써 9시 10분인데 5분 후에 돌아오라고 당부를 하는건 또 뭐며, 사람은 또 왜 이리 없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차로 돌아가다가 보니 뭔가 머리를 번쩍 하고 스치는게 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Can you tell me what time is it now?"
"It's eight... ten"

둥... 그랬다. Arizona 주는 섬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 주였다. 즉, Utah 에서야 지금이 9시 10분이지만, 여기 Arizona 에서는 아직 8시 10분인 것이다. 뭐, 시간 난 김에 아침이나 든든하게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엄청난 깨달음이 뒷통수를 강타한다. 그러니까.. 지금 시각이 8시 10분이면 해 뜨는 시각은 7시 반이 아니라 6시 반이 된다. 즉, 어제 봐 두었던 Monument Valley 진입로에서 일출 시간에 촬영을 하고 이 곳으로 와도 9시 전에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으.. 주마다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만 염두에 뒀어도 기막힌 장면을 찍을 수 있었거늘... ㅠ_ㅠ


Day 1 에도 나왔던 지도. Arizona 를 보면 여름과 겨울 시간대가 다르다고 나와 있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고, 일단 아침부터 챙겨 먹자. 식사를 마치고 시간 맞춰 다시 여행사 앞으로 돌아오니 역시나 사람들이 꽤 많다. 잠시 후 작은 트럭을 개조한 듯한 차에 나눠 타고 드디어 Antelope Canyon 으로 향한다. Page 바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실제 이동시간은 10분도 채 안 된다. 출발해서 5분쯤 가면 Navajo Tribe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고(이 곳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투어 비용에 포함), 그 곳부터는 강바닥처럼 보이는 모래밭을 달려 들어간다. 5분쯤 더 덜컹거리는 차 안에 앉아있으니 어느 사암 절벽 앞에서 차가 멈춘다. 절벽에는 세로로 길게 갈라진 틈(slot)이 나 있다. 저 틈이 바로 Upper Antelope Canyon 이다.

사진 투어와 일반 투어의 차이는 사실 시간 밖에 없다.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장소를 독점해 쓰는게 아니라서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공간 자체가 굉장히 어두운 곳이라서 장노출(15~30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동안 누가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렌즈 앞에서 왔다갔다 하거나, 레이저 포인터를 쓰거나 하면 그 컷은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계속 플래시를 쓰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긴 하지만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예 자기 카메라의 플래시를 어떻게 끄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Upper Antelope Canyon 입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부대끼는 곳에서는 늘상 작은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반 투어로 온 관광객 중 나이가 꽤 지긋하고 몸이 비대한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움직이는게 힘이 드셨는지 선 채로 잠시 쉬고 계셨다. 그 때 관광 가이드인 젊은 여자가 할머니에게 옆으로 비키라고 몇 번 지시를 하자, 갑자기 이 할머니가 정색을 하고 묻는다. "Excuse me. Did you mean 'PLEASE'?" 그제서야 가이드도 화들짝 놀라면서 정중하게 다시 부탁을 한다. 존대와 하대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이지만, 무례하고 공손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는게 새삼 느껴진다.

아무튼, 사진 이야기로 돌아가면,

한여름에 오면 계곡 안으로 태양빛이 들어와 강한 spot light 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10월에는 태양의 고도가 이미 낮아져 그런 장면은 찍을 수가 없다고 한다. 대신 계곡 상단에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의 변화가 주된 피사체가 된다. 물이 깎아내린 부드러운 곡면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빛의 계조 변화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추상미를 만들어낸다. 수없이 사람들과 부딛히면서도 정신 없이 사진을 담다보니 어느새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촬영한 필름은 3통. 이 중에서 몇 장이나 걸질 수 있을지는 여행 끝나봐야 안다.(사실, 많이 못 건졌다 ㅠ_ㅠ)


불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촬영에서 얻은 몇 가지 팁들.

  1. 대개 하늘을 향해 촬영을 하게 되는데, 반드시 그늘 안에 머물면서 촬영을 할 것. 워낙 어두운 장소라 눈으로는 차이를 잘 못 느끼지만, 그 미묘한 차이도 장노출에서는 플레어를 만들어낸다.
  2. 바닥이 전부 모래이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먼지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DSLR 이 경우 먼지에 민감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렌즈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망원렌즈 들고갈 필요도 없으니, 대략 28mm에서 100mm 정도의 줌렌즈 하나면 충분할 듯.
  3. 감도 50 필름이긴 했지만, 평균 노출 시간이 10~30초 정도로 어두운 곳이다. 당연히 삼각대는 필수고, 노출계, 릴리즈도 지참할 것. 브라케팅은 상식!


Antelope Canyon 의 여러 모습들

촬영을 마치고 Page 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1시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보급(?)을 마친 후 부지런히 다시 길을 나선다. Glen Canyon Dam Overlook 에 잠시 들른 후 US-89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Utah 로 들어선다. 근데 시간대가 또 바뀌는구나. 유타 시간으로는 벌써 3시가 가까워져 있다. 오늘 저녁은 캠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떨어지기 전에 캠핑장에 도착하는게 좋다. 예약해 둔 곳은 Escalante State Park. 직선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중간에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가 자리하고 있어 빙 둘러서 가야 한다. 그나마 질러 갈 수 있는 길로 경로를 잡는다.


Glen Canyon Dam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몇 개가 있는데 모두 비포장 도로이다. 비가 자주 올 때는 진창으로 바뀌어 길이 막히기도 하기 때문에, Visitor Center 에 들러 그 날의 상황을 점검해보고 가는게 좋다. 오늘 도로 상황은 좋다고 한다. 중간에 Grosvenor Arch 와 Kodachrome State Park 을 들를 수 있는 Cottonwood Canyon Road 가 오늘 선택한 경로다. 거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메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대략 50마일 정도 길이를 달리면서 마주친 차량은 기껏해야 3~4대 정도. 중간에 Grosvenor Arch 는 들렀지만, Kodachrome State Park 에 왔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Grand Staircase-Escalante N.M. 을 가로지르는 Cottonwood Canyon  Road 의 모습.


Grosvenor Arch


Limestone 으로 만들어진 Grosvenor Arch. 색이 부드럽다.

캠핑장인 Escalante State Park 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해진 무렵.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야영할 때 즐겨 먹는 Dried Food(음식을 말린건데, 뜨거운 물을 붓고 7~8분 기다리면 꽤 괜찮은 식사가 나온다. 오늘 저녁으로 먹는건 Teriyaki Chicken.) 에 참치 한 캔과 고추장(^^;)이 있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맥주 한 캔이 금방 사라진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역시 저녁이 되니 쌀쌀하지만, 또 벌레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특히나 독충들도 종종 돌아다니는 땅이다보니 야영을 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곳인데, 그러고 보면 이렇게 약간 추울 때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텐트를 친 모습. 사실 이건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자기 전에 셀카 한 장 ^^; 조명은 난방 역할도 해 주는 gas lamp 다.

얼른 뒷정리를 마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내일도 일찍 움직여야 하니 일찍 잠들어야 겠다. 침낭 속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가 스르르 골아떨어질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May 12, 2009

Burn Rate

Burn Rate : The dot-com card game

2000년대 초반을 달군 닷컴 열풍을 비꼰 카드 게임이다. 웹페이지의 설명을 따르면, 이 게임의 아이디어는 Rich Koehler 라는 Software Engineer 가 닷컴 회사에서 일하면서 겪은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2001년 닷컴 거품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그 역시 정리해고되기에 이렀는데, 그 때 친구였던 디자이너와 함께 Cool Studio 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이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게임 외에는 특별히 다른 제품은 없는 것 같으니, 밥은 먹고는 사는지 모르겠다 -_-

어쨌건, 게임은 당시 닷컴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풍자하고 있다. 수익성 없는 아이디어(Bad Idea)에 돈만 많이 받으면서 무능한 Vice President(VP) 들. 실제 일하는건 월급 제일 조금 받는 엔지니어들 뿐인데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개발 인력이 모자라면 비싼 계약직들 불러다 써야 한다. 수익 모델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회사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는 재무팀이 벌어오는(?) 투자금 뿐. 이 투자금은 매 턴 월급들로 소진되는데, 그 속도를 Burn Rate 라고 한다. 게임의 목적은 Burn Rate 을 잘 관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본금 다 까먹고 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

게임의 핵심은 VP 를 얼마나 잘 활용하냐에 달려 있다. 재무, 영업, 인사, 개발팀 별로 최대 1명의 VP 를 둘 수가 있는데, 이 VP 의 능력치(skill level)가 바로 내가 쓸 수 카드와 상대방이 나한테 쓸 수 있는 카드를 결정한다. 당연히 능력치가 높을수록 방어는 쉽고 상대방이 나를 공략하기는 어려워진다. 즉, 능력 있는 VP 를 부서장으로 앉혀둬야 한다는건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 상대방이 내 VP를 채가기도 하고, 엉뚱한 인물을 내 VP 로 밀어넣기도 한다. (VP는 해고가 2배로 힘들다) 그렇게 투닥거리는 와중에 Bad Idea 들이 밀려오면 개발 인력 확충해서 릴리즈도 해야 하고... 뭐, 그러다보면 회사는 자본금이 소진되어 망한다는 스토리.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으면 대략 낭패! -_-;

게임 자체는 간단하지만, 업계 사람들끼리 즐기기 좋은 블랙 유머가 깔려 있는 게임이다. 거꾸로 말하며, IT 업계 사람이 아니면 그닥 특별할게 없는 게임일 수도 있다는 점. BoardGameGeek 에서의 낮은 점수(5점대 후반)는 그런 특성을 반영한 것 같다. 남은 자본금을 종이에다가 써가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도 점수를 깎아먹는 요인인 듯 싶고. 하지만, 부피도 작고 룰도 간단하고 하기 때문에 몸풀기 게임 정도로는 적당한 듯 싶다. 특히 회사 사람끼리 모여서 하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는 것 같고 ^^;;

September 15,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

주목할만한 근간들(신간을 섭렵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못하다)을 기록 삼아 정리해 본다. 한글 번역본이 (아직) 없는 책들로 혹 번역이 되면 다시 접할 기회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서 이렇게 적어놨다가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고 한다. 참고로, 책 소개는 내 주관적 이해이니, 책 내용을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려니 하고 읽으시길 -_-; 

책들을 접하는 주요 출처는 서점 나들이(Barnes & Noble), IndieBound(독립 서점 연합) 추천, TLS(Times Literary Supplements)이다.

 

The Rehearsal
소설, Eleanor Catton 지음, Independent Pub Group

한 소녀가 학교 음악 선생과 사랑에 빠져 관계를 갖다가 발각된다. 이 스캔들은 여러 그룹의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데, 여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 각각 새로운 긴장감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이들의 행위에 어떤 연극적인 요소가 부여되는 것. 그리고 한 연극 클럽이 이 사건을 공연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리허설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건의 각 세부들이 재음미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겉으로는 감춰진 미묘한 감정선들이 복잡하게 얽힐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The Anthologist
소설, Nicholson Baker 지음, Simon & Schuster

다른 곳에서 소개 기사를 읽은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화자는 Paul Chowder 라는 그저 그런 시인. 어떤 시선집의 서문을 써야 하는데, 상황이 별로 안 좋다. 여자 친구는 자신을 떠나가고, 글은 맘대로 안 써지고. 자기 처지를 한탄하면서 비슷하게 힘든 시기를 겪은 위대한 시인들을 떠올리는데, 이를 통해 시에 대한 사랑과 매력을 재발견하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 같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게 더 좋을 듯 싶다. 그래서, 과연 번역이 될지도 의문스럽다.

The Maintenance of Headway
소설, Magnus Mills 지음, Bloomsbery 

심지어 미국 Amazon 에도 없어서 영국 Amazon 에서 이미지를 따 왔다. 영국 소설. Maintenance of Headway 는 버스 배차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을 뜻한다. 기다리는 버스가 한참동안 안 오다가 꼭 한꺼번에 두세대씩 오는 경험은 비단 한국에서만 겪는게 아닌가보다. 런던의 버스 시스템을 배경으로 배차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영국 특유의 관료적인 면모들을 비꼰 듯 하다. 리뷰를 보니 블랙 유머로 꽤 사랑받아 오던 작가인데, 그 작가치고는 좀 얌전하다는 불만들이 눈에 띈다. 

The Meaning of Matthew
Non-fiction, Judy Shepard 지음, Penguin Group USA

98년 10월, 와이오밍의 한 작은 대학 마을에서 Matthew Shepard 라는 학생이 살해된다. 재판 과정에서 범인들은 Matthew 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공격해 고문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책의 저자 Judy Shepard 는 바로 그 Matthew 의 어머니다. 아들의 죽음 이후 Judy 는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이 평범한 한 가족을 어떻게 산산조각 내었는지, 그리고 그 시련을 함께 어떻게 견디며 이겨냈는지, 그리고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고 심지어 공격하는 것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Traveling with Pomegranates
여행, Sue Monk Kidd/Ann Kidd Taylor 지음, Penguin Group USA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프랑스, 그리스 여행기다. 잘은 모르지만 엄마는 저명한 저술가라고 하고, 딸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예상하듯,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엄마와 딸 간의 소통과 함께 나누는 경험이 중심이 될 것이다. 프랑스, 그리스 모두 가 보고 싶은 나라들 중 하나니 여러 모로 흥미로운 면이 많은 책이다.

 

The Rise and Fall of Communism
역사, Archie Brown 지음, HarperCollins

소개하는 글에 의미심장한 문장이 있었다. "공산주의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생각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제목이 말하고 있듯, 초기 공산주의 운동에서부터 구소련의 몰락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소련의 몰락과 그 여파를 심도 있게 다룬다고 한다. 물론 구소련 몰락 이후 여전히 존재하는 공산주의 국가들도 다루는데, 중국의 모델을 비중 있게 다룬다니 오늘날의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On the Origin of Stories
심리학, Brian Boyd 지음, Harvard University Press

부제가 Evolution, Cognition, Fiction 으로 붙었다. 인간이 왜 소설을 발명했는가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다. 어차피 허구인걸 쓰는 사람도 알고 읽는 사람도 아는데 왜 굳이 그걸 쓰고 읽고 하는 수고를 하냐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사회 현상들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들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문학의 존재와 기능에 관심이 많은만큼 일단 흥미는 간다. 결론보다도 그 결론을 뒷받침해 가는 논거의 전개가 볼만할 것 같다.

October 2,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10월 1주)

한 번 해보니 재미가 들린다. 정기적으로는 아니더라도 2주 터울 정도로 한번씩 정리해 봐야지...라고 생각만 해 본다. 의지부족이라기보다 의지박약에 가까운 나로서는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Summertime
소설, 존 쿳시 지음, Penguin Group USA 

나의 완소 작가 중 한 명인 존 쿳시의 신작이다. "Boyhood", "Youth" 에서 이어지는 "Scenes from Provincial Life" 3부작의 마지막 권이라고 한다. 이 중 "Boyhood"만 국내에 번역출간되어 있다.(소년시절..인데 자꾸 소년시대라고 읽는다;;) 이 연작은 장르로 따지자면 자전적 소설인데, 이게 좀 모호하다. 작중 인물인 John Coetzee와 실제의 John Coetzee 는 서로 겹치면서도 겹치지 않는다. 이는 쿳시의 의도적 설정인데, 자서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에 전제된 저자와 독자 간의 암묵적 동의(저자가 진실을 고백하고 있다는)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쿳시의 이러한 시도가 작가로서의 쿳시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3부작을 한꺼번에 이어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Juliet, Naked
소설, 닉 혼비 지음, Penguin Group USA 

닉 혼비의 신작. 사실 닉 혼비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딱히 내 기대작은 아니다.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지도. 참고로, Juliet 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반의 이름이다. 이상한 상상하지 말 것.

 
 

Generation A
소설, Douglas Coupland 지음, Simon & Schuster 

"Generation X"라는 소설을 통해 "X 세대"라는 표현을 처음 만들어낸 작가. 이 작품이 전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근미래, 지구상에서 벌이 멸종한 상태다. 그런데 세계 여기저기서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5명의 사람들이 벌에 쏘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벌이 어디서 나타났으며, 왜 이 다섯 명의 사람들을 공격했을까. 결국 이 다섯명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 연구소에 모이게되고, 여기서 어떤 "실험"을 거치게 되는데... 사실 시놉시스만으로는 책의 성격을 잘 가늠은 안 된다. 일단 찜만 해놓고 좀 더 살펴봐야겠다  
 

The Man Who Loved Books Too Much
소설, Alison Bartlett 지음, Penguin Group USA 

책 좋아한다는 사람 치고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다. 책을 너무 사랑해서 책을 훔치는 남자, 그를 쫓는 탐정, 책을 훔치는 행위를 가장 혐오하는 서점 주인. 일단 이 셋이 어떻게 서로 얽힐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In the Valley of the Kings
소설, Terrence Holt 지음, W W Norton & Co Inc 

Terrence Holt는 촉망받는 신인이었는데 갑자기 절필하고 약학을 공부했다가, 이 작품으로 다시 작가로 컴백했다고 한다. 중편 한 편과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장르를 딱히 나누기 어려운 작품들인데, 얼핏 보기에는 SF 로 분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얼핏 살펴본 바로는 빼어난 상상력이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Total Recall
IT, Gordon Bell/Jim Gemmell 지음, Penguin Group USA 

영화 제목은 아니고, Microsoft 에서 추진한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Digital Memory 로 저장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책이다. 부제로 "How the E-MEMORY revolution will change everything"이라고 붙어 있다. 중학교 때 20MB 짜리 하드 디스크를 사고 경이로워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손톱만한 메모리에 그 수천배가 넣는 데이터를 집어넣는 오늘날의 저장 기술을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제 그 저장 장치 속에 인간의 모든 기억을 집어 넣을 날도 멀지 않았을까? 기술적인 내용이 중심이겠지만, 그러한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인간 생활 양식의 변화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Bill Gates 가 서문을 썼다.
 

Stitches
회고록, David Small 지음, W W Norton & Co Inc 

Graphic Novel, 즉 만화로 그려낸 회고록이다. Maus 를 떠올리게 한다. 방사선 기사였던 저자의 아버지는 사소한 질병(감기 등)에도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X-선 촬영을 해댔다. 이 무분별함은 아이에게 암을 발생시키고, 몇 년 동안 방치되도록 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랑받지 못한 유년의 이야기를 독특한 표현 양식으로 그려낸 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Amazon에서 9월의 Best 로 뽑혔다.
 

A World Without Ice
환경, Henry Pollack 지음, Penguin Group USA 

Henry Pollack(과 그의 동료들)은 앨 고어와 함께 2007년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책 역시 지구 온난화에 관한 책인데, 얼음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지구상에서 얼음이 사라진다면? 21세기 판 "침묵의 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The Healing of America
의료, T.R.Reid 지음, Penguin Group USA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가 오바마가 추진 중인 의료보험 개혁이다. 오바마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보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저항하는 쪽의 가장 큰 무기는 "의보 개혁은 오히려 사회적인 의료 지출을 증가시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미국 외의 국가들에서 시행 중인 공공의료 정책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러한 주장들이 기우임을 확인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록 미국을 타깃으로 해서 나온 책이지만, 공공연히 공공의료체계를 허무려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참고할만한 책이다.

October 26,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10/26)

역시 누가 떡 주는 것도 아닌 일을 주기적으로 성실하게 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어느새 10월 말. 서둘러 짬짬히 챙겨놓았던 책들을 정리해 본다. 

요즘 서점가의 주요 트렌드는 아무래도 할로윈을 기점으로 한 공포(?)물이다. 가뜩이나 뱀파이어물로 넘쳐났던 올해인데 출판업계가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걸로 보인다. 연말 지나면 좀 뜸해질런지. 뱀파이어물이 너무 많이 진열대를 차지해 식상함을 넘어 슬슬 열받고 있는 참이다. 

Invisible
- 소설/Paul Auster 지음/Henry Hold Co./$25.00 

첫 소식은 폴 오스터의 신간이다. 벌써 15번째 작품이라니, 이 아저씨도 참 꾸준히 써 내고 있다. 10월 27일 출간이라 아직 책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다. 아무렴 어떠랴. 폴 오스터니까 일단 읽어보는 수 밖에. 

 

Olive Kitteridge
- 소설/Elizabeth Strout 지음/Random House/$25.00 

근간은 아니데, 하도 오랫동안 지나치다보니 결국 눈 안에까지 들어오고야 만 책이다. 페이퍼백 베스트셀러에 아주 오랫동안 머무르는, 말하자면 스테디셀러인 셈인데, 비슷한 스테디셀러로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나 <건지 아일랜드..> 등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라. 미국이 동북쪽 끝에 있는 메인주가 배경이고, “Hell. We’re always alone. Born alone. Die alone.” 이라고 외치는 Olive Kitteridge 라는 여교사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뭐, 대충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은 가누나. 

And Another Thing..
- 소설/Eoin Colfer 지음/Hyperion Books/$25.99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후속편이다. 원작의 저자 Douglas Adams 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Eoin Colfer 라는 영국의 어린이 책 작가가 쓴 책인데, 일종의 오마주 같은게 아니까 싶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면서 우주를 헤매는 아서 덴트가 그리운 이들을 위한 책이랄까. 평은 양극으로 갈리는 편이다. 나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작에 비하면 그저 그런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보인다. 히치하이커 식 유머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은 하지 않을까. 

The Routledge Companion to Philosophy and Film
- 철학/Paisley Livnings 外/Routledge/$190.00 

이 책 자체보다도 Routledge 라는 시리즈 자체에 눈길이 더 가긴 한다. 하나같이 가격이 후덜덜한데,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모두 묵직한게 제법 고급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시리즈 같다. 하나의 입장을 다루기보단, 주제에 대한 다양한, 서로 상반되기도 한 주장들을 담아 폭넓은 사유가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의 주제인 철학과 영화만 하더라도, 철학과 영화는 상극이라는 주장부터, 철학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입장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아도르노가 영화를 그렇게 혐오했다는데 사실인가? 

The Forever War
- 르포르타쥬/Dexter Filkins 지음/Random House/$25.00 

지난해 6월에 나온 책이니 근간은 아니다. Paperback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직까지 전쟁 중이다. 내가 있는 지역에도 큰 미군 기지가 있어서, 종종 이 지역 출신 군인들의 사망 소식이 지역 뉴스를 통해 전달되곤 한다. 하지만,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현실감이 없다. 수치와 지도로 추상화된 정보만으로 뭔가를 진짜로 "느끼기"란 불가능한 일일테니까. 저자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하면서 묶어낸 이 책은 그런 추상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전쟁의 속살을 보여줄 터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쓰여졌을 가능성도 높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 자체의 속성에 대한 성찰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기대가 된다. 

Superfreakonomics
- 경제/Steven Levitt & Stephen Dubner 지음/HarperColins/$29.99 

꽤 히트친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후속편이다. 전작을 안 읽어서 기대작이었던건 아닌데, 미국 TV 시사프로그램(20/20)에서 다룰 정도로 꽤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괴짜경제학>을 재밌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대작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책들이 좀 불안하다. "이런거 몰랐지" 하는 식의 책들이 흔히 그렇듯, 속설을 뒤집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편향의 다른 속설을 만들어 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혹 전작을 읽어보신 분 계시면 코멘트 좀 해 주시길. 

The Death of Conservatism
- 정치/Sam Tanehaus 지음/Random House/$17.00 

역시 서점을 부유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을 보고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 보수주의의 현재를 개탄(?)하는 책이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본래의 보수주의가 퇴조하고,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사회를 불안정으로 몰아넣는 보수주의 아닌 보수주의가 현재 미국의 보수주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요 논지로 보인다.(책날개에서 읽었다 -_-) 오늘의 미국 보수주의 주류는 신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결합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 정치 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 개념 정리에 좋은 참고 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November 9,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 (11/06)

길거리에 흩뿌려진 낙엽들만큼이나 서점 진열대도 노란색으로 물들고 있다.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연말 연휴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책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는게, 올해도 이제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한 해를 매듭 짓는 좋은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The Museum of Innocence
- 소설 / Orhan Pamuk / Random House / $28.95 

지난 주엔 폴 오스터 신작이 나오더니, 이번 주엔 오르한 파묵의 신작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나온 첫 작품이라는데 관심이 간다. 저런 큰 상이 작가의 에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니까. 노벨상 수상 여부와 별개로도, <새로운 시작>을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는 작가니까, 지금쯤 번역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 아닐까 싶다. 

The Lacuna
- 소설 / Barbara Kingsolver / Harper Collins / $26.99 

표지 한가운데 파란 점이 보이는데, 저 부분이 실은 구멍이 뻥 뚫려 있어 실제 책의 하드커버 부분이 보이는거다. 제목이 "Lacuna" 니까, 아예 표지에 구멍을 내는구나. 이게 책 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_-; 주인공인 Harrison Shepard 는 어린 시절을 1930년대의 멕시코에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디에로 리베라, 프리다 칼로, 레온 트로츠키와 같은 굵직한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후에 미국으로 건너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작가로서 활동하며 겪게 되는 일을 다루는 소설이다. 표현과 신념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Americans in Space
- 소설 / Mary E. Mitchel / Thomas Dunne Books / $24.99 

표지가 흥미롭다. 어두운 밤, 불이 켜진 창문은 따뜻한 느낌이면서도, 서로 흩어져있어 외로워 보인다. 우주 속을 떠도는 듯 외로움과 슬픔에 잠긴 현대인들의 초상일까. 2년 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남편과 사별한 Kate 는 학교에서는 counselor 로서의 역할은 잘 수행하지만, 정작 (같은 학교를 다니는) 자신의 딸 Charlotte 과의 관계는 계속 틀어져만 간다. 케찹병을 가슴에 안고 돌아다니는 4살박이 아들 Hunter 와 이웃인 "마지 아줌마(Auntie Marge)"가 얽히며 관계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삶을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 

Makers
- 소설 / Cory Doctorow / Tow Books / $24.99 

장르를 구분하자면 SF 라고 할 수 있겠다. Lester 와 Perry 는 이것 저것을 만드는 발명가인데, 어느날 "New Works" 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이 시스템은 전세계적으로 추종자를 만들어 내면서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대체하기에 이르는데... 단지 새로운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발명해 냈다는데 귀가 솔깃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신선한 상상력은 베들레헴의 샛별처럼 빛날지니. 

1001 Children's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Grow Up
- 어린이 / Julia Eccleshare / Universe / $36.95 

1001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눈에 콕 들어온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별천지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당신이 어른이 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1001 권의 어린이 책"들을 모아 놓았다. 분류가 연령대별로 되어 있어 적당한 나이대별로 찾아 읽어도 좋겠다. 들춰보니 해리 포터가 8세 정도로 분류되어 있고, 우리가 보통 "세계 명작" 이라고 분류하는 책들은 12세 이상에 많이 포진해 있다. 두툼한만큼 가격도 두툼하지만, 올 컬러로 인쇄되어 있으니 그리 비싼 값만은 아니다.  

Eating Animals
- 수필 / Jonathan Safran Foer / Little, Brown and Company / $25.99 

표지만 봐도 눈치챌 사람이 있겠는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이다. 소설은 아니고, 육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일종의 산문집이다. 작가 자신은 잡식과 채식을 오갔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아버지로서 아이의 식습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육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터 싱어와 같은 이들의 글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주제이지만 보다 문학적 측면에서 육식을 합리화 하는 오늘날의 문화를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다. 

The Fourth Part of the World
- 역사 / Toby Lester / Free Press / $30.00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 유럽인들은 세계를 크게 3개의 지역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그러니까, 세계의 4번째 지역은 지금 미국 등이 위치한 아메리카가 되는데, 유럽이 이 지역을 발견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지도 제작술, 인쇄술, 탐험술 등 여러 기술들의 발전이 어떻게 맞물리면서 신세계의 발견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지도의 끝에는 커다란 절벽이 있어 배들이 그 아래로 떨어진다고 믿었던 뱃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큰 일이었을 것 같다;; 

Spinoza
- 철학 / Michael Della Rocca / Routledge / $100 

지난해 9월 나온 책이니 근간은 아닌데, 소개글이 맘에 들어서 찜해둔다. 스피노자에 대한 개론서라고 보면 된다. 스피노자는 꽤 여러 사람들에게 완소인 철학자인듯 한데, 원전을 바로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꽤 좋은 입문서가 될 듯 하다. 가격이 너무 후덜덜한게 단점. 페이퍼백도 $27 정도 하는데, 그나마 킨들 버전으로 사면 $16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상황이 되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게 제일 좋겠지..;;

November 23,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11/23)

서점가가 연말 모드로 전환되면서, 신간보다는 베스트셀러 혹은 선물용 책들 위주로 재편되어 버렸다. 알록달록한 책들을 보면 즐겁기는 한데, 크게 눈에 띄는 책들은 없어 좀 심심하다. 그 중 눈이 갔던 책 5권만 추려보았다. 

The Vertigo of Lists
- 역사 / Umberto Eco 지음 / Rizzoli / $45.00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이다. "미의 역사", "추의 역사"의 후속편 격이라고 하는데, 비닐 랩이 씌워져 있어 안을 열어보지는 못했다. 서점에서 본 책은 "The Infinity of Lists" 였는데, 온라인 서점에는 "The Vertigo of Lists" 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된다. 해리 포터 1권이 "Philosopher's Stone"이었다가 미국에 소개될 때 "Sorcerer's Stone"으로 바뀐거랑 비슷한 상황일까? 아무튼, 아찔할 정도로 긴 목록들에 관한 책이다. 소장한 장서 목록, 나무들 목록, 천사들의 목록, 미술품 목록. 사람들은 왜 시간과 공을 들여 그 긴긴 목록들을 작성한걸까. 에코다운 박식함과 풍부한 시각자료를 즐길 수 있는 책일 듯 하다. 

Agatha Christie's Secret Notebooks
- 소설 / John Curran 지음 / HarperCollins Publishers Ltd / $25.99 

부제로 "Fifty Years of Mysteries in the Making"라고 붙어 있는데,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세계와 창작 과정들을 담은 일종의 전기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미출간된 포아르 시리즈 2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침표 격으로 이 책을 추가해도 좋을 듯 싶다. 

Dracula : The Un-Dead
- 소설 / Dacre Stoker 지음 / Dutton Adult / $26.95 

제목 그대로 드라큘라다. 처음 봤을 때 옛 소설이 그냥 새로 나온 줄 알았는데, 저자 이름이 약간 다르다. Dacre Stoker. Bram Stoker 의 grand-grand-nephew(한국말로 뭐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한다. 원작의 후속편으로, 원작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거의 다시 등장한다고 한다. 악당 역은 드라큘라의 옛 연인(?)이었던 16세기 귀족부인이 살아나(역시 흡혈귀겠지?) 드라큘라의 복수를 한다.. 라는데, 이력이 특이한 책이긴한데 평은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개인적으론 딱히 읽어볼 맘은 안 드는데.. 그냥.. 그렇다고..;; 

The Wonderful Wizard of Oz
- 만화 / Eric Shanower, Skottie Young 지음 / Marvel Books / $29.99 

주말에 종종 브런치 먹으러 가는 까페의 한 쪽 벽에는 오즈의 마법사 관련된 물건들이 가득 달려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새겨진 접시부터 시작해, 도로시의 빨간 반짝이 구두까지. 소설도 영화도 모두 클래식의 반열에 들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재판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도 그 한 종류. L. Frank Baum 의 원작을 만화로 각색하여 Marvel 에서 내 놓았다. 귀여운 그림체와 플롯의 신선한 변주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Notes on Sontag
- 인물 / Phillip Lopate 지음 / Princeton University Press / $19.95 

음, 책 분류를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04년 작고한 수전 손탁에 관한 책. 작가이자 학자였고, 동시에 열정적 활동가였던 그녀는 분명 단순화하여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복합적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저자는 그녀의 작품과 사상들을 날카로운 필치로 분석하는 동시에 손탁과의 개인적인 만남의 경험들을 통해 그녀라는 인물의 한 모습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손탁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보인다.

December 8, 2009

Noteworthy English Books(12/08)

연말이라 그런지 눈에 띄는 신간들이 많지는 않다. 물론 마이클 클라이튼의 새 책(Pirate Latitude)이 나왔긴 했지만, 내가 즐겨 읽던 작가가 아니라서 별로 흥이 동하지는 않더라. 오히려 발매된지 조금 지난 책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게 많은 것 같다. 

 

Look at the Birdie
- 소설 / Kurt Vonnegut / Delacorte Press / $27.00 

2007년 작고한 커트 보네거트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촌철살인의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였던만큼, 조만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주로 초기작들이라고 하니, 작가의 작품세계 변천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찾아볼만 하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커트 보네거트 전집이 출간될 것 같기도 하다. 

The Original of Laura
- 소설 / Vladimir Nabokov / Knopf / $35.00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처럼, [롤리타]의 저자 나보코프의 미완성 유작이 그의 아들 드미트리의 결단(?)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서점에서 잠깐 들춰본 느낌은 too heavy 랄까.. 그냥 소설이 아니라 육필 원고 한장 한장을 스캔해서 보여주면서, 그 밑에 다시 소설 본문이 인쇄되어 있는 형식이다. 사료로서의 가치는 있겠지만, 소설로 읽기엔 번잡스럽다. 나중에 정리된 형태로 다시 출간되면 읽어봐야겠다. 

A Good Fall
- 소설 / Ha Jin / Pantheon / $24.95 

하 진 이라고 되어 있어 한국 사람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는데, 중국계 미국인(Chinese-American) 작가 金雪飛 의 필명이라고 한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2세 문학"의 대표 주자라고 한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이민자들과 그들의 2세, 3세 들이 정착의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들과 정체성의 혼란 등을 보여주는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았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겪는 경험과도 일맥상통할테니, 관심 있게 읽어볼만 하겠다. 

The Dreaded Feast
- 소설 / P.J. O'Rourke 外 / Abrams Image / $15.95 

연말 연휴 시즌에 가볍게 읽어볼만한 꽁트집이다. 모두가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게 사실. 저마다 끔찍했던 연휴의 기억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혼자 보내야 하는 연휴, 사고로 얼룩진 연휴 등 작가들이 겪은, 혹은 지어낸 끔찍했던 연휴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인 분들에게 추천(?)한다. 

Planet Narnia
- 문학비평 / Michael Ward / Oxford University Press / $29.95 

C.S.Lewis 의 [나니아 연대기]가 성서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다. 거기에 덧붙여, 연대기를 구성하는 7권의 책들이 성서에서 말하는 7가지 죄악(7 sins)을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해석이 주류였는데, 저자는 연대기의 7권의 책들이 중세부터 형성되어 온 밤하늘의 7 행성에 대한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다고 주장한다. 나니아 연대기와 중세, 그리고 성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War and Peace in the Caucasus
- 역사 / Vicken Cheterian / Columbia University Press / $40.00 

소련이 붕괴되고 여러 개의 독립 국가들로 나눠진 후, 코카서스 지방에서만 무려 2번의 국가간 전쟁과 6번의 내전이 일어났다고 한다. 민족적, 종교적 구성이 극히 복잡한 이 지역에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종교적 불관용이 횡행한 결과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소련의 붕괴로 생긴 권력의 공백을 메운 권력 주체들이 민족과 종교를 어떻게 이용하고 갈등을 부추겼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이 지역의 정세를 설명한다. 체첸 등의 이슈를 이해하기에 좋은 참고서가 될 듯 하다. 

The Tyranny of E-mail
- 에세이 / John Freeman / Scribner / $25.00 

인터넷과 휴대폰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설명하는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불과 10여년만에 우리 삶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한 이들 기술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오직 "편리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가 잃은 것들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e-mail 이 바꿔놓은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서 "느리게 살기" 에 대한 고찰을 시도해본다.

January 4, 2010

iReadItNow

지난해 말부터 야금야금 짜오던 iPhone 프로그램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 이름하야, iReadItNow! 일종의 독서일기 비슷한 녀석인데, 책 읽는 이력을 관리하고 중간중간 밑줄을 그은 문장을 기록하거나 노트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현재 완성도는 대략 80% 정도고, 1월 중으로 App Store 에 등록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디자인 관련 부분(아이콘 등)이 남았는데, 이게 참.. 공돌이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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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있을 때의 첫 화면이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을 바로 보여주면서 밑줄긋기나 노트를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상시 가장 많이 사용할 화면이라고 생각해 첫 화면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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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세정보 화면. 기본정보가 나오고 아래쪽으로 여러가지 action 버튼들을 배치했다. 언제 읽기 시작했고, 언제 다 읽었는지 정할 수 있으며, 기록한 내용들에 대한 접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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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목록을 표시해주는 화면. 붉은색 박스는 아직 읽지 않은 책, 파란색은 읽은 책, 그리고 화면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녹색 책은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의미한다. 오른쪽 위의 + 버튼으로 새 책을 등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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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정보 입력 화면. 직접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개는 위쪽의 푸른색 버튼을 눌러 웹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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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에서 검색한 결과. 검색에는 Google Data API 를 사용했다. 원래는 Amazon 을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자신의 Product Advertising API 를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사용하는걸 금지했더라. 쩝. 어쩔 수 없이 Google 을 사용하긴 했는데 정보의 정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한글 서적도 검색되는건 장점이지만. 국내용으로는 따로 온라인 서점 중 하나의 API 와 연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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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세 정보의 하단이다. 12월 20일에 읽기 시작해서 1월 1일에 마무리한 책. 3개의 밑줄긋기와 1개의 노트를 남겼다. 밑줄긋기와 노트보기 부분을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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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상세 정보다. 화면에는 좀 잘렸는데, 페이지 정보와 함께 태그 및 커멘트도 표시가 된다. email 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능도 추가 예정. 사실 기록한걸 export 할만한 수단이 없어 email 이 거의 유일한 export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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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노트 상세정보. 밑줄긋기와 달리 간단한 메모와 함께 저장시간만 기록한다. 특정 구절이 아니라, 책 읽다가 그냥 생각난 점을 기록할 필요도 있겠다 싶어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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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검색 화면. 아직 축적된 data가 적어 크게 의미는 없지만, 나중에 특정 단어가 들어간 기록만 찾아보고 싶을 때 유용할 듯 하다. 책, 밑줄긋기, 노트에서 정보를 검색해서 표시해준다.

 

현재까지 구현은 대충 이 정도. 외부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부분 작업중인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 싶다. 통계 기능도 생각 중이긴 한데, 그건 다음 버전의 주요 feature 로 삼을 생각이다. 1주일 정도 집중 테스트 해 보고 Apple 에 제출할 계획.(무료로 배포할거다..) 그 때 되면 다시 공지 올릴테니 혹시 iPhone 이나 iPod Touch 쓰는 사람들은 다운받아 써보고 의견 주시기 바람.

January 6, 2010

타임지 선정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

원래 기사는 영화, TV, 공연, 책 각각 10개씩 뽑은거지만, 그 중에서 책 부분만 추렸다. 

Never Let Me Go(2005)
by Kazuo Ishiguro 

 

 

 

 

민음 모던클래식에서 번역되서 나왔구나.. 


Jonathan Strange and Mr. Norrell (2004)
by Susanna Clarke 

 

 

 


번역본 제목이 아예 "마법사" 노엘로 되어 있네.   

The Corrections(2001)
by Jonathan Franzen 

 

 

 


요건 국내 번역이 안 되어 있는 듯 하다. 

 
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o(2007)
by Junot Diaz 

 

 

 


뭐,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책 

 
The Known World(2003)
by Edward P. Jones 

 

 

 


이것도 번역본이 없는 듯.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Phoenix(2003)
by J.K. Rowling 

 

 

 


요건 좀 의외인데, 콕 찝어서 5권 불사조 기사단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는 해리가 가장 맘에 안 들었던 책인데, 그게 성장기 소년을 제대로 그린걸로 봤나보다. [끝없는 이야기] 후반의 바스티안 한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내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박하게 대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Atonement(2002)
by Ian McEwan  

 

 

 


이것도 뭐, 다들 아는 책.. 
 

Lush Life(2008)
by Richard Price 

 

 

 


역시 번역본 없음. 

 
Then we came to the end(2007)
by Joshua Ferris 

 

 

 


데뷔작인데 여기 뽑혔구나, 훌륭하다. 직장인들의 비애(?)를 다룬 소설. 

 
American Gods(2001)
by Neil Gaiman 

 

 

 


아.. [신들의 전쟁] 과 [American Gods] 가 같은 책이었구나.. =_= 


참고로, Best 10 영화는 월리(WALL-E),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그녀에게(Talk to Her),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re),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뮬랑 루즈(Moulin Rouge), 허트 락커(The Hurt Locker), 화이트 다이아몬드(White Diamond), 화씨 9/11(Fahrenheit 9/11), 아바타(Avatar).

January 13, 2010

iReadItNow v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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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Apple 로부터 승인 완료 메일을 받았다. 아직 폰에 있는 App Store 에서 검색은 안 되는데, 오늘자 프로그램들이 등록되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Desktop 의 App Store 링크는 살아 있다. 아무튼, 무사히 승인 통과해서 배포 시작이다.

View in App Store 

위의 첫 화면과 아이콘 등은 결국 직접 사진 찍어서 해결. 공돌이 센스로 이런거 만드는게 참 힘들다니까..

iPhone 이나 iPod Touch 쓰는 분들은 다운 받은 다음에 리뷰 좀 남겨 주시길.. (굽신)

January 21, 2010

iReadItNow v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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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back 받은 내용과 원래 계획했던 내용을 합쳐서 새 버전(v1.2)을 발행했다. 오늘 submit 했으니 다음주 초 정도에 업데이트가 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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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즘 대세는 Social Network 인지라.. 기록해 놓은 문장을 바로 Facebook 에다가 올릴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생각보다 interface 가 잘 만들어져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붙일 수 있었다.

Screenshot 2010.01.21 14.42.28.png

요건 통계 기능이다. 연도별로 읽은 책 목록(순서)과 월별 통계를 보여준다. 좀 더 머리를 짜내면 다양한 재밌는 통계가 가능할 것 같은데, 일단은 아이디어 부족으로 여기까지만 구현해 두었다. 그래프 모듈은 core-plot 이라는 open source library 를 사용.

Screenshot 2010.01.21 15.48.53.png

개인적으로는 별 불편이 없는데, 손가락이 굵은 사람들은 세로 모드에서 키보드 입력이 많이 불편한가 보더라. 가장 많은 요청이 있던 것 중 하나. 직접 써보니 오타율이 많이 줄긴 하는데, 엄지손가락이 오가는 범위 안에 버튼이 다 들어오지 않아 조금 불편하긴 하다. 자기가 편한 방향으로 쓰면 되겠지 뭐.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랄까, 책 읽는거 관리하는 툴을 만드느라고 오히려 책을 잘 못 읽는다. 추가 기능에 대한 고민도 할 겸, 이번 릴리즈 후에는 당분간은 좀 쉬어야겠다.

January 22,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1/22)

 한동안 다른데 좀 신경을 쓰느라 책방 나들이가 뜸했다. 책 읽는데 도움 주는 물건 만드느라 책 자체에 소흘해 지는건 참 아이러니다. 밀린 TLS 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요즘은 왜 이리 문자들이 더디 읽히는지.. 듬성듬성 쳐다보니 아무래도 소설 쪽이 더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비소설 쪽으로 좀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The Cry of the Sloth
- 소설 / Sam Savage 지음 / Coffee House Press 

최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고 서간체 소설이라는 형식에 대해 관심이 갔는데, 이 책 역시 같은 형식에 속한다. 대신 주고 받는 형식의 글이 아니라, Andy Whittaker 라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문학 잡지 편집인인데, 인생이 꼬일대로 꼬인 인물이다. 잡지는 경쟁사에 밀리면서 작가들로부터 무시 받고, 독자들은 협박 편지를 보내오는 상황이고, 아내는 그를 떠났으며, 유산이라고 받은 아파트 건물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아내에게 위자료 줄 돈이 없다고 징징대고, 어머니한테는 자주 못 찾아뵙는 변명을 늘어놔야 하고, 분노한 독자들에게는 끓는 속내를 최대한 감춘 답장을 보내야 하는 등, 주인공이 보내는 편지를 통해 행간에서 읽어내는 찌질함의 성찬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Alice I Have Been
- 소설 / Melanie Benjamin 지음 / Delacorte Press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실제 인물인 Alice Liddell 이라는 아이를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다. Alice Liddell 은 루이스 캐롤(본명은 찰스 도지슨)이 교수로 재직 중이던 옥스포드 학장의 딸이었다. 이 앨리스에 대해 루이스 캐롤이 보인 애정의 성격(?)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순수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고도 하고, 소아 성도착적인 경향을 보였다고도 한다. 소설은 이러한 점에 착안한 가상 역사소설이다. 앨리스 리들을 대하는 루이스 캐롤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과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는 명작의 그늘을 달고 살아가야 했던 앨리스의 삶을 가상과 현실을 직조해 재구성한 소설이다. 

Remarkable Creatures
- 소설 / Tracy Chevalier 지음 / Dutton Adult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ABE 시리즈 중 [바닷가 보물] 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원제목은 Mary Anning's Treasure 로, 바닷가에 살던 소녀가 화석을 발견하고,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화석 수집을 계속해 나가면서 결국 화석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뭐 그런 이야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이 책이 바로 Mary Anning 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바닷가 보물] 보다는 픽션의 요소를 더 많이 가미했을 것 같긴 한데, 큰 줄거리 틀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The Death of Bunny Munro
- 소설 / Nick Cave 지음 / Faber & Faber 

비누 방문판매 세일즈맨인 Bunny Munro 는 영업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여자들을 꼬셔 성적으로 방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아내가 자살을 하고, 자살의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때마침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 플라스틱 뿔을 단 연쇄살인마가 나타나 사람들을 살해하고 다니자, 먼로는 자기가 그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할 거라는 알 수 없는 예감에 사로잡혀 9살 난 아들을 데리고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데... 스토리 자체로는 딱히 특별할건 없어 보이는데, "코맥 맥카시, 카프카, 베니 힐을 모아놓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거다" 라는 극찬 덕에 흥미가 간다. 부조리극 느낌의 블랙 코메디가 아닐가 싶다. 

Where the God of Love Hange Out
- 소설 / Amy Bloom / Random House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를 위해 챙겨 두었다. Amy Bloom 의 단편집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룬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일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Love Actually]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닐 게이먼의 [American Gods]를 읽고 있는 관계로 "God of Love" 라는 단어가 그리 산뜻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 

A Mountain of Crumbs
- 회고록 / Elena Gorokhova 지음 / Simon & Schuster 

회고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리 흔치 않은 배경을 가진 소설이라 기록해둔다. 배경은 바로 1960년대 레닌그라드. 당시의 소련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Game Change
- 정치 / John Heilemann, Mark Halperin 지음 / HarperCollins 

부제인 Obama and the Clintons, McCain and Palin, and the Race of a Lifetime 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박진감 넘쳤던 지난 2008년 미 대선의 숨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어차피 이런 책에서 얻는 교훈이란게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흥미가 땡기는 내용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February 15,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02/15)

iReadItNow 에 Wishlist 기능을 넣은 후로 괜찮다 싶은 책을 찜해두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그러데 막상 이 글을 쓰려니 그 목록을 컴퓨터로 옮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청도 많고 하니 다음 구현 사항으로 책 목록 export 를 잡아야겠다. 

요즘은 TLS 를 꾸준히 읽지 못해서 주요 source 가 서점 나들이와 Indiebound 추천 도서로 한정되었다. 최근에야 Twitter 로 NY Times Books 를 받아보기 시작했는데, 특히 일요일에 올라오는 신간 소개가 아주 알차다. 관심 있는 사람은 @nytimesbooks 를 follow 해 볼 것.  

Point Omega
- 소설 / Don DeLillo / Scribner 

 

[White Noise] 의 작가 돈 드릴로의 신작이다. 약간 실망스러운 것은 고작 128 쪽에 불과한 얄팍한 분량이라는 점. 이라크전을 기획한 네오콘 싱크탱크 중 하나였던 Richard Elster 라는 인물이 칩거한 사막으로 한 영화 제작자가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고 한다. 돈 드릴로 다운 씨니컬함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The Book of Fires
- 소설 / Jane Borodale / Viking Press 

18세기 런던을 배경로 한 소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고향마을을 도망치듯 떠나 런던으로 흘러들어온 여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불꽃놀이 장인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다. 불꽃놀이 폭죽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싶고, 젊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니 로맨스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서점에서 본 바로는 표지가 꽤 독특하다. 불꽃 부분이 약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두었음.  

The Kingdom of Ohio
- 소설 / Matthew Flaming / Putnam Pub Group 

실은 꽤 전에 TLS 에서 소개된걸 본 적이 있는데, 그닥 평이 좋은 편이 아니라 그냥 넘어갔었다. 근데 실제 독자들의 반응은 그리 나쁘진 않다. 가상 역사 소설이면서 공상 과학 소설이기도 하는 등, 여러 모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많은 것 같다. 미국 건국과 관련된 실제 인물들을 슬쩍 끼어 넣음으로써 팩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Best European Fiction 2010
- 단편집 / Aleksandar Hermon 편집 / Dalkey Archive Press 

더 자세한 정보는 없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유럽 지역 동시대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새로운 관심작가를 발굴해 낼 좋은 기회가 될지도. 

 

Veracity
- 소설 / Laura Bynum / Pocket 

대전염병의 결과 등장한 권위주의적 정부가 사람들의 목에 특정 단어들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칩을 강제로 삽입해 사람들을 통제한다. 이에 대항한 저항 그룹은 전자칩을 제거하고 획득한 발언의 자유를 무기로 싸움을 시작하는데.. 풍부한 정치적 함의를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에 전자칩을 삽입하는 거랑, 검열을 통해 특정 단어들을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The Three Weissmanns of Westport
- 소설 / Cathleen Schine / Farrar Straus & Giroux 

두 딸을 길러내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한 한 부인에게 어느날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는 이혼을 통보한다. 일흔 여덟의 나이에 갑작스래 이혼을 당하고 홀로 남겨진 그녀를 보듬기 위해 두 딸이 돌아오지만, 그들 역시 저마다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섬세한 감정 묘사와 유머, 위트가 어우러져 (좀 진부한 찬사이긴 하지만) 현대의 제인 오스틴이라고 불릴만하다고 하는데... 과연? 

Get Me Out
- 여성 / Randi Hutter Epstein / W.W.Norton & Company 

분류를 '여성'이라고 하는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긴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에덴동산에서 정자은행에 이르는 출산의 역사(A History of Childbirth from the Garden of Eden to the Sperm Bank)'라고 한다. 문득 드라마 대장금 마지막 화에서 장금이 제왕절개를 성공시키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아이를 낳는 과정을 통해 인류사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The Autobiography of an Execution
- 회고록 / David R. Dow / Twelve 

일종의 회고록인데, 제목이 "사형의 자서전" 이다. 저자는 수백명의 사형수들을 변호한 사형 전문 변호사. 저자는 손에 꼽을 몇 명을 제외하곤 자신이 변호했던 사형수들 중 무고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사형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그의 의뢰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희생당한 사람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들. 저자가 겪어온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사형제도가 갖는 의미와 효과, 한계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February 22, 2010

Clint Eastwood Collection

 

Clint Eastwood: 35 Films 35 Years at Warner Bros.

수록 작품 목록

1. Where Eagles Dare, 1968
2. Kelly's Heroes, 1970
3. Dirty Harry, 1971
4. Magnum Force, 1973
5. The Enforcer, 1975
6. The Outlaw Josey Wales, 1976
7. The Gauntlet, 1977
8. Every Which Way but Loose, 1978
9. Bronco Billy, 1980
10. Any Which Way You Can, 1980
11. Honkytonk Man, 1982
12. Firefox, 1982
13. Sudden Impact, 1983
14. City Heat, 1984
15. Tightrope, 1984
16. Pale Rider, 1985
17. Heartbreak Ridge, 1986
18. Bird, 1988
19. The Dead Pool, 1988
20. Pink Cadillac, 1989
21. White Hunter, Black Heart, 1990
22. The Rookie, 1990
23. Unforgiven, 1992
24. A Perfect World, 1993
25.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26. Absolute Power, 1997
27. Midnight in the Garden of Good and Evil, 1997
28. True Crime, 1999
29. Space Cowboys, 2000
30. Blood Work, 2002
31. Mystic River, 2003
32. Million Dollar Baby, 2004
33. Letters from Iwo Jima, 2006
34. Gran Torino, 2008
35. The Eastwood Factor short film.

어제 Costco 갔다가 발견. 지를 뻔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나중에 제대로 미디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그 때나 사야지 뭐.. ㅠ_ㅠ

 

March 7,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3/07)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개봉에 맞춰 온갖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들이 서점가 진열장 한 쪽을 장식하고 있다. 흥미로운 책들도 몇 있지만 대개는 영화가 불러일으킨 관심을 이용하려는 출판사의 발빠른 마케팅의 산물들이다. 흥미로운 책들 중 한 권은 루이스 캐롤의 삶을 다룬 "The Mystery Life of Lewis Caroll" 이었는데,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눈도장만 찍어 두었다.


The Hole We're In
- 소설 / Gabrielle Zevin / Grove Press

[마가렛 타운] 의 작가 가브리엘 제빈의 신작이다. 겉으로 보기엔 번듯해 보이지만 상당한 빚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족을 소재로 하는데, 소통의 부재와 혼외 정사 등으로 얼룩진 삶을 그린다. 오늘날 미국 가정이 지닌 제반 문제들을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마가렛 타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The Surrendered
- 소설 / Chang-Rae Lee / Riverhead Books

재미교포 작가 이창래 씨의 신작이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고아 소녀와 선교사의 부인의 삶이 서로 교차하며 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건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자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재 자체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닌데, 미국에서 자라난 젊은(65년생) 작가가 한국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흥미가 생긴다.


Horns
- 소설 / Joe Hill / William Morrow

어느날 갑자기 주인공의 머리에 작은 뿔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주인공에게 사람들이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가슴 속 깊은 어두운 생각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살해되면서, 사람들이 주인공을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꽤 흥미로운 것 같다.



The Lost Books of the Odyssey
- 소설 / Zachary Mason / Farrar Straus & Giroux

일리아드에서 오디세이의 귀환 이후를 이어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스토리가 아주 땡기지는 않는데, 일리아드 정독 후에 여흥 정도로는 나쁘지 않을까 싶다.




Mark Twain : Man in White
- 평전 / Michael Shelden / Random House

마크 트웨인 평전으로, 주로 말년의 그의 삶을 다룬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걸출한 작가에 대한 연구서로도 훌륭하지만 탐정 소설과 같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수작이라는 평이다. 표지에 있는 검은 배경에 흰색 슈트, 흰 머리의 마크 트웨인 사진이 인상적이다.


Footnotes in Gaza
- 만화/르포 / Joe Sacco / Metropolitan Books


1956년 오늘날 가자 지구에 위치한 라파(Rafah) 라는 마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111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저자는 이 사건을 재조명함으로써 오늘날 가자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폭력을 이해하는 한 단초를 제공한다. 실제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 마을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관찰한 그들의 일상과, 다양한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비극의 현장을 생생히 전달한다.


A New Literary History of America
- 문학사 / Greil Markus 外 / Belknap Press

요거 대박이다. 무려 1095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1500 년대부터 시작해 200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문학사를 담았다. 쉽게 손대기 힘들 분량과 내용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긴 호흡으로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 연말쯤에 사서 내년 새해 계획으로 잡아볼까 생각도 든다.


Dancing in the Dark
- 문화사 / Morris Dickstein / W W Norton & Co.

1930년대 40년대 대공황의 시기에 대중 문화가 한 역할들을 조망해본다. 문학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주로 헐리웃을 중심으로 경제적 위기가 대중 문화에 가한 영향과, 거꾸로 대중 문화가 경제적 위기 속을 살아 남는 대중들의 삶에 기여한 바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March 31,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3/31)

만우절날 글 쓰기는 항상 뭔가 찝찝하다. 만우절이랍시고 장난으로 글 올릴 성격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읽을까 걱정되는 소심이라서 그런갑다. 뭐, 어쨌든, 목록에 담긴 글은 다 진짜 존재하는 책이라는 뜻에서 하는 객쩍은 소리다...;; 

지난 두어주는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소설이 없었다. 소설 장르 중 관심 분야가 워낙 협소해서 그런 일이겠지만, 읽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끄는 책이 없었달까. 야금야금 읽고 있는 [The Things They Carried] 의 오라가 워낙 강력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The Creation of Eve
- 소설 / Lynn Cullen / Putnam Adult 

16세기 실존 여류 화가인 Sofonisba Anguissola 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 전기 소설이다. 르네상스가 만개했던 이탈리아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보다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다른 남성 화가들에게 기회를 빼앗기던 주인공이, 결국 스페인으로 가서 왕실의 초상을 그리게 되면서 왕실의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데.. 쟁쟁한 천재들로 가득한 르네상스 시대라는 배경과, 당대에 극히 드물었던 여류 화가를 중심 인물로 한다는 점 모두가 흥미를 돋군다. 그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좋은 소설일 듯. 

The Art of Choosing
- 심리 / Sheena Iyengar / Twelve 

아마존에서 사진을 가져오면 항상 좌우로 흰 여백이 붙는다;; 제목 그대로 "선택"에 관한 책이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날 입을 옷부터 시작해서 점심 메뉴, 술자리의 안주 고민까지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는 과연 어떠한 요인들이 작용을 하는걸까. 개인적인 경험, 습성 뿐 아니라 문화/사회적 환경까지 "선택"에 대한 풍부한 고찰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표지도 무척 마음에 든다. 

Eclipse of the Sunnis
- 국제 / Deborah Amos / Public Affairs

이슬람 종파 중 하나인 '수니파'는 이라크에서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의 권력을 등에 업고 다수파인 시아파 위에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전 이후 사담 후세인의 축출과 미군 주둔의 결과 이제 대부분의 권력을 다수파인 시아파에게 넘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 책은 수니파의 몰락을 조명함으로써 중동 지역의 권력 관계와 잠재적 갈등 요인 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The Age of Wonder
- 과학사 / Richard Holmes / Pantheon 

이 책 역시 부제가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How the Romantic Generation Discovered the Beauty and Terror of Science. 18~19 세기 유럽은 그야말로 근대 과학이 꿈틀대며 자라나던 곳이다. 이러한 과학적 성과들은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이들을 바라보던 시각에는 경이와 함께 두려움이 섞여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날 인터넷이 정치적 지형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당시에도 기술적 발전이 정치적 변화의 한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보다 약간 앞선 시대를 다루고 있으니 연이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Christianity : The First Three Thousand Years
- 종교 / Diarmaid MacCulloch / Viking Press

간단히 번역하자면, "기독교 3천년의 역사" 정도가 아닐까. 1184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묵직한 책이다. 기원전 1000년부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여러 변화들을 집대성해 놓았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종교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독교는 그 성격상 서구 역사와 한 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역사책으로 읽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April 13,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4/13)

봄이 오니 들판에만 꽃이 피는게 아니가보다. 서점가에도 군침 도는 책들이 여기 저기 고개를 든다. 기호에 맞는 책이 이 무렵 쏟아져 나오는건지, 아니면 겨우내 굳었던 머리가 풀리면서 입맛이 살아난 탓인지는 잘 구분이 안 가지만.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언 매큐언(맥유언?)의 [속죄]다. 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된 비극이라니, 고전의 우아함이 물씬 풍겨져 감탄하면서 읽고 있다. 주목할만한 신간으로 같은 저자의 [Solar] 가 있는데, 평에 따르면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고 하니 분위기는 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Solar
- 소설 / Ian McEwan / Nan A. Talese 

주인공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하지만 그는 그 명성에 기대어 살 뿐, 가정과 연구 모두에 충실하지 못하다. 습관적인 바람으로 이미 다섯번째인 부인과는 거의 결별 직전이지만, 아내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감정적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그 와중에 학계에서는 그가 죽은 동료의 연구 결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하고,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 방송을 타는 등 재난과 같은 사건들이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하는데..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한 책.
 

A Reader on Reading
- 수필 / Alberto Manguel / Yale Univ Press 

국내에도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가진 "독서계의 카사노바" 알베르토 망구엘의 신간이다. 이 책 역시 책과 책읽기에 대한 에세이들을 모아 놓았는데, 목차를 훝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자극이 되는 내용이 많다. 문득 이런 식의 책들도 하나의 메타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에 대한 소설처럼, 책읽기에 대한 책읽기니까. Casual Reader 를 넘어선 Avid Reader 들을 위한 장르가 되겠다. 
 

Matterhorn
- 소설 / Karl Marlantes / Atlantic Monthly Press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던 저자가 30여년에 걸쳐 쓴 베트남전에 관한 소설이라고 한다. 얼마전 읽은 [The Things They Carried] 와 겹치는데, 마찬가지로 극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전쟁과 인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들의 평도 아주 좋다. 여전히 베트남 전을 다룬 이런 소설들이 나오는걸 보면, 지금 진행 중인 21세기의 전쟁을 다룬 문학 작품들이 나오는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 아닐까 싶다. 
 

The Solitude of Prime Numbers
- 소설 / Paolo Giordano / Pamela Dorman Books 

제목이 마음에 든다. '소수(素數)들의 고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항상 외톨이로 지내는 Mattia 와 Alice 라는 두 인물을 통해, 서로 섞이지 못하는 소수(素數)와 같은 사람들과 그 소통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수학적 비유는 Mattia 가 수학에 골몰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소설 전체에 걸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It's All Greek to Me
- 문화 / Charlotte Higgins / Harper 

서구 문명의 출발점이 그리스 문명이라는 사실은 단지 출발점이 어디였냐는 의미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의 산물들은 오늘의 서구 문화를 규정하고 있으며, 온갖 상상력의 실질적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호머부터 시작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가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들을 짚어본다.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만 하겠다. 


Privacy in Context
- 사회 / Helen Nissenbaum / Stanford Law Books 

블로그는 사적 공간인가 공적 공간인가? 인터넷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논쟁의 핵심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프라이버시라는 개념 자체의 경계가 어딘가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예컨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고전적 의미의) 프라이버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사람들을 네트웍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면 근대와 함께 부르주아적 의미로 형성된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짚어 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되지 않을까? 


The Christian Atheist
- 종교 / Craig Groeschel / Zondervan 

아주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부제는 Believing in God but Living As If He Doesn't Exist. 신을 믿으면서, 신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 도킨스를 위시한 최근의 종교 논쟁이 다분히 근본주의적 입장들을 강조했다면, 이 책은 아주 현실적인,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기술된 책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Atheist)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증거들을 들이밀며 신앙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 또한 독선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What if the Earth had Two Moons?
- 천문 / Neil F. Comins / St. Martins Press 

태양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다룬 책이다. 흥미 위주로 읽어볼만 한 것 같은데, 목차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Anti-Earth 혹은 Counter-Earth 라는 가설인데, 지구 궤도 상에 태양의 정 반대편에 또 하나의 지구가 돌고 있다는 주장이다. 태양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 그 존재여부를 증명해야 하는데, 실재 여부를 떠나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설 아닌가? 절대적 존재(태양) 너머에 숨겨져 있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June 13,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6/13)

거의 두 달만에 주말을 주말답게 보내는 것 같다. 간만에 들린 서점은 Father's day special 들로 넘쳐났는데, 대개가 전형적일 정도로 '미국적'인 내용들이라 관심을 끌만한게 별로 없었다. 신간 코너는 대부분의 책들이 바뀌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지난번에 봐 두었던 책들도 아직 몇 권은 보인다. 늦어도 3개월 정도의 간격으로만 살펴봐도 얼추 신간은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는 뜻 하닐까.

The Island Beneath the Sea
- 소설 / Isabel Allende / Forth Estate

지난번에 봐 두었던 이사벨 아옌데의 역사 소설이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분위기를 기대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흑인 노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와 노예제에 시달린 중남미의 일그러진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중의 약자가 겪은 삶의 질곡이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The Council of Dads
- Nonfiction / Bruce Feiler / William Morrow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던 저자는 어느날 자신이 희귀한 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치료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서도 자신이 살아 남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저자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신이 딸아이들이 커 가면서 해주고 싶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시작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법, 꿈을 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 삶을 충실하게 사는 법 등, 아버지가 딸들에게 해 주고,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친구들과 함께 준비해가는 과정을 책으로 담았다.


Tell All
- 소설 / Chuck Palahniuk / Doubleday Books

[파이트 클럽]의 작가 척 팔라닉의 신작. 복귀를 노리는 왕년의 스타였던 여배우에게 한 남자가 접근하는데, 이 남자는 사실 여배우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 회고록의 끝은 여배우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다소 전형적인 스릴러의 설정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척 팔라닉의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독자들의 평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파이트 클럽]의 그 작가라고 믿기 어렵다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주목할만한 작가의 책이니 찜해 둔다.


Brains : a Zombie Memoir
- 소설 / Robin Becker / Eos

휴가철 독서 용으로 적합할 듯하여 골라본 책. 공포(?)와 코믹의 조합이다. 주인공은 박사 학위를 가진 좀비. 다른 좀비들과는 다르게 성찰적 사유가 가능한 주인공은 좀비와 인간 사이에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박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을 따르는 일군의 좀비들과 함께 그를 찾아 나서는데... 가볍게 웃으면서 읽기 좋은 책으로 보인다.


The Summer We Read Gatsby
- 소설 / Danielle Ganek / Viking Press

낭만적인 제목이다. 개츠비를 읽은 여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자매(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른 자매들이다. half-sister)가 어린 시절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곤 했던 고모의 집을 공동 소유로 상속받는다. 이 집의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 두 자매는 사사건건 충돌하는 가운데 어린 시절의 기억과 관련된 이들과 이웃들과 함께 얽히게 된다. 제목에 개츠비가 들어간 이유는 고모의 유품 중 하나의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이 플롯에서 한 축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Critical Care : a New Nurse Faces Death, Life, and Everything in Between
- Nonfiction / Theresa Brown / Harper Studio

책 소개의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적어 둔다. "의사는 병 자체를 치료하지만, 간호사들은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 간호사가 단순히 의사를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환자들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설명이 새삼 감동적이기까지 했기 때문. 저자가 간호사 초년생으로써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묶어내었다.


Intellectuals and Society
- 사회학 / Thomas Sowell / Basic Books

[비전의 충돌] 등을 저술한 저명한 정치학자 토마스 소웰이 지식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다룬 책을 내 놓았다. 사회 현상들을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했던 저자였던만큼, 이 책 역시 그러한 비전의 생산과 유통을 다루는 지식인들의 역할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샤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같은 강력한 윤리적 호명을 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인과 사회라는 프레임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주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In the Place of Justice
- 사회학 / Wilbert Ridieu / Random House of Canada

우선 이 책의 저자가 매우 흥미로운 인물임을 지적해야만 하겠다. 저자는 19살 때 은행을 터는 과정에서 사람을 죽인 죄로 44년째 감옥에 수감중인 죄수이다. 사형수로 10년을 살다가 종신형으로 감형되었고, 감옥에서 글을 배워 감옥 내 신문을 펴내며 현대 미국의 행형 제도의 문제점과 부패 등을 신랄히 비판하는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그의 독특한 이력은 이 책에 대한 평가들이 극과 극으로 갈리게 만들었는데, 한편으로는 그 자신이 인간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찬성론과, 그가 비판하는 그 감옥 체제가 바로 그에게 글을 가르치고 명성을 얻게 해주고 있다며 입닥치라는 반대론이 비등하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Walter Benjamin and Bertolt Brecht : The Story of a Friendship
- 인물 / Erdmut Wizisla / Yale University Press

제목과 부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발터 벤야민과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걸출한 두 인물 사이의 우정이 서로의 학문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다룬 책이다. 두 인물 모두 흥미로운 인물인만큼 눈독 들일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원래 독일 작가의 책이 영역되어 나왔는데, 한국에 번역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July 7,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07/07)

잠깐 주말 책쇼핑 이야기. 잠시 들른 Barnes & Noble 에서 줌파 라히리의 Unaccustomed Earth 양장본을 $6.88 에 건졌다. 정가는 $25. 특가 세일 책들 사이에 놓여 있었는데, 계산하던 점원이 이런게 있는 줄 몰랐다면서 자기도 한 권 챙겨야 겠다더라. 예상치 않게 줌파 라히리의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Outlet Mall 에 들렀다가 Book Warehouse 라는 곳에 들어가봤다. 소설 코너에 가니 가격이 무려 4권에 $15 !!! 책 상태가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최소한 중고는 아니니 낙서 등은 없는 책들이라 잠시 열광 모드에 들어갔으나... 맘에 드는 책 4권을 찾을 수가 없었다.. OTL. 하진의 Free Life 와 돈 드릴로의 Cosmopolis 까지는 골라냈는데, 나머지 책들은 도무지 정보가 없어 뽑아 들 수가 없더라 ㅠ_ㅠ 결국 포기하고 빈손으로 귀가. 

어쨌거나,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는 새삼스런 결론. 하지만 좋은 책은 그리 흔치 않다.

Stories
- 단편집 / Neil Gaiman, Al Sarrantonio 편집 / William Morrow 

여러 작가들의 미발표 단편 27 편을 모은 단편선집이다. [American Gods]의 작가 닐 게이먼이 editor 로 참여했는데, 주로 판타지 문학의 성격을 가진 작품들을 모았다고 한다.(책 전면에 굳이 편집자의 이름을 강조해 내세운데는 다 이유가 있을게다) 이런 단편선집이 으례 그렇듯, 새로운 작가들을 찾는데 좋은 소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챙겨 보시길. 


The Secret Lives of Baba Segi's Wives
- 소설 / Lola Shoneyin / William Morrow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은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중심 인물은 Baba Segi 의 네번째 부인으로 들어가게 된 Bolanle 이지만, 일부다처제의 가정에서 벌어지는 부인들간의 알력과 각각의 심리 상태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다처제라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가족 형태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The Thousand Autumns of Jacob de Zoet
- 소설 / David Mitchell / Random House 

꽤 흥미로운 역사 소설이다. 19세기 초 아직 쇄국 상태에 있던 일본에서 유일한 외국 교역 사무소(? outpost)였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일본지국(?)을 배경으로 한다. 주가 되는 스토리라인 외에도 19세기 초엽의 일본의 문화와 사회, 그리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배합되어 있을 것 같다. 아마존 7월의 Best Book 선정.


Mr. Peanut
- 소설 / Adam Ross / Alfred a Knopf Inc. 

한 여성이 부엌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그녀의 목구멍에서는 땅콩 한 알이 발견되었고, 사망 원인은 땅콩 알러지에 의한 쇼크사. 그녀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의혹의 눈길은 자연스래 그녀의 남편에게 향하게 되는데... CSI 에서 나옴직한 소재의 추리 소설이다. 요즘 이런 범죄물이야 꽤 흔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인간 심리 깊숙한 곳의 어두운 것들을 끄집어낸다고 하니 여름독서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Blind Descent : The Quest to Discover the Deepest Place on Earth
- Nonfiction / James M.Tabor / Random House 

위의 Mr. Peanut 에 이어 서늘한 여름 독서로 즐길 수 있는 논픽션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땅 속 가장 깊은 곳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기록한 책.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심연을 향해 내려가는 이 여정은 인간 본연의 공포와 맞닿아 있는 경험으로 보인다. [지저 세계로의 여행]과 같은 낭만적 판타지가 아닌, 진짜 리얼한 지저 세계를 만나보자. 


WAR
- 르포 / Sebastian Junger / Grand Central Publishing 

[Perfect Storm] 으로 거대한 자연의 힘과 그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내었던 르포 작가 Sebastian Junger 가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전쟁의 일상을 르포로 담아내었다. 전쟁을 미군들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기록한다는 점에서 그 일면만을 담을 위험이 있겠지만, 능력 있는 르포 작가가 잡아낸 전쟁의 날얼굴은 충분히 일독을 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
- 생명윤리 / Rebecca Skloot / Crown Pub

아마 암 연구나 제약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HeLa 세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0 회 정도의 분열 후에 수명을 다하는 일반 세포들과 달리, 헬라 세포는 무한정 분열이 가능해 연구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헬라 세포는 원래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Henrietta Lacks 라는 여성의 몸에서 채취된 암세포다. 문제는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이 헬라 세포를 이용하여 약을 개발하고 막대한 이윤을 얻어 왔음에도, 정작 Henrietta 의 가족들은 이윤의 일부는 커녕 20여년이 지나기까지 그녀의 신체 일부(세포들)가 세상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이 책은 세포 자체가 아닌, 그 세포의 원래 주인이었던 Henrietta 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명공학에서의 윤리 문제를 다시 한 번 꺼내 들고 있다.

August 9,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8/09)

여름 서가는 지나치게 스릴러, 공포 등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어서 그리 내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띄엄띄엄 둘러보며 모아 본 책은 고작 7권. 물론 책 읽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느리니 눈에 띄는 책이 적다고 불평한 일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The Tower, the Zoo and the Tortoise
- 소설 / Julia Stuart / Random House 

첫 책은 귀엽고 웃기면서도 따뜻한 책으로 시작해 보자. 주인공은 런던 타워의 근위병으로 아내와 180살 먹은 거북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여왕이 선물받은 동물들을 런던 타워에 살도록 하면서 온갖 동물들이 그의 관리 하게 들어오게 되는데... 당연히 각종 동물들과 얽히는 좌충우돌이 이야기의 한 축을 자리할테고, 런던 타워에 얽힌 역사, 그리고 주인공 부부가 겪은 상실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다른 축을 형성한다. 옆의 표지는 미국판 표지인데, 개인적으론 좀 더 회화적인 느낌의 영국판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Memory Wall
- 단편집 / Anthony Doerr / Scribner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굉장히 평이 좋다. Olive Kitteridge 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단편들인데, 세계의 여러 장소들(그 중 한 단편은 한국의 DMZ 을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을 배경으로 하면서 단편들간의 연결이 매우 매끄럽다고 하니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놨을지가 궁금해진다. 표지에 암모나이트 화석이 보이는데, 작가의 전작 역시 화석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니, 꽤 그 방면으로 specialty 가 있는 작가인 것 같다. 


Displaced Persons
- 소설 / Ghita Schwarz / William Morrow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65 년이 되는 해지이만, 여전히 아우슈비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아우슈비츠 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아우슈비츠 이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 극단의 경험이 개개인에게 가한 트라우마가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이 소설은 그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The Fever : How Malaria Has Ruled Humankind for 500,000 Years
- 과학 / Sonia Shah / Farrar Straus & Giroux 

대표적인 여름 불청객인 모기(요즘은 겨울 모기도 많다지만)와 연관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귀찮은 존재 정도일지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 모기는 생과 사의 문제이기도 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때문. 이 책은 말라리아라는 질병이 인류사에 끼친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그 긴 말라리아와의 투쟁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한 나라들에서 비위생적인 환경과 의약품의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The Murder Room
- 범죄 / Michael Capuzzo / Gotham 

딱 범죄 소설 같은 제목인데, 논픽션이다. 부제가 "셜록 홈즈의 후예들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미결 사건들을 풀다"라고 붙어 있는데, Vidocq Society 라는 범죄해결단체(?) 이야기다. 추리소설 팬들이라면 알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 Vidocq Society 는 필라델피아에서 구성된 범죄 전문가 모임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프로파일러, 전직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미결 사건들의 기록을 함께 검토해 새로운 증거 등을 찾아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이 느껴지는 책일 듯 하다. 


Zoo Story : Life in the Garden of Captives
- 동물 / Thomas French / Hyperion 

쉽지 않은 질문들 : 동물원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희귀동물 보호나 교육 등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다른 형태의 쇼 비지니스일 뿐인가? 동물들은 과연 동물원에 잡혀 있는 것으로 보호를 받는가? 이 책에 실린 여러 실제 사례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Packing for Mars : The Curious Science of Life in the Void
- 넌픽션 / Mary Roach / W.W.Norton 

우주여행은 아직도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서 우리는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여전히 하나의 스펙터클로 대한다. 거대한 로켓, 우주비행사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훈련, 여차하면 한 줌의 먼지로 화할 수도 있는 위험 등. 근데, 우주여행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예컨데 (책 소개에 따르면) 무중력 상태에서 대화할 때 상대와 거꾸로 서서 이야기를 하면 무례한 것으로 간주된다던가, 2주 지난 우주선에서는 어떤 꼬질꼬질한 냄새가 난다던가 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 책. 아마존 8월의 책으로 선정.

September 19,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9/19)

8월과 9월은 도대체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후딱 지나가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애틀은 벌써부터 잔뜩 지뿌린 하늘로 겨울 분위기를 내고 있고, 11월 출시를 예정으로 한 제품 개발은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더라. 다음 주에 엄하게 텍사스 출장을 다녀올지도 모르겠어서, 가면 정신 없을 수 있으니 이번 주말에 왠만한 개인 업무는 정리해 놓는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부랴부랴 정리하는 이번 달 책소개.


Encounter
- Essay / Milan Kundera / Harper

우선 단연 눈에 들어오는 책은 밀란 쿤데라의 신간이다. 소설은 아니고, 음악, 미술, 문학 등 문화 다분야에 걸칠 평론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실 그의 책은 소설 외에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다른 책들이 꽤 좋은 평을 받고 있고, 특히 문학 서평들은 남다른 깊이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만한 책으로 보인다.


The Typist
- 소설 / Michael Knight / Atlantic Monthly Press

2차 대전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깔끔한 일본풍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전후(즉 원폭 이후) 일본의 모습도 관심이 가지만, 소설이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담백한 것이 인상적이다. 독자평을 봐도 꾸밈없고 간결한 문체가 인상적이라고 하는데, 근래 미국 문학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스타일이다. 미국 작가에 의한 일본 문학의 재현 같은게 아닐까 싶어 한 번 읽어볼 예정이다.


A Novel Bookstore
- 소설 / Laurence Cosse, Alison Anderson(Tr) / Europa Editions Inc.

재밌는 컨셉의 소설이다. 이반과 프란체스카는 파리 한 구석에 "Good Novel" 이라는 서점을 연다. 이 서점은 다른 서점들과는 달리 일군의 작가들로 구성된 비밀 평의회(?)에서 선정된 "좋은 책"들만을 판다는 것이 특징.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적인 언론과 경쟁서점의 등장, 그리고 급기야 책 선정 평의회 구성원에 대한 살해 위협 등이 가해지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추리 소설이긴 하지만, 설정 그 자체만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 보인다.


Blacksad
- 만화 / Juan Diaz Canales, Juanjo Guarnido / Dark Horse Comics

2000년에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인 만화인데, 최근 미국에서 합판본(?)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등장 인물은 모두 의인화된 동물들인데, 느와르 풍의 사실적인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강도하의 [위대한 캐츠비]와 유사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세밀한 화풍이다. 주인공은 사설 탐정인 검은 고양이. 주된 내용은 평온한 사회 이면에 가리워진 인종적 차별/편견과 성적 억압 등을 다룬다고 하니, 사회적인 메시지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


The Icarus Syndrome
- 정치 / Peter Beinart / Harper

부제는 A History of American Hubris, 미국의 자만의 역사 되겠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사례를 통해 미국이 왜 세계 정책에서 실패해 왔는가를 분석한다. 첫째는 이성만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그래서 결국 세계대전을 방관했던) 우드로 윌슨, 둘째는 상대를 강하게 밀어부치면 굴복할 것이라 믿었던(결국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케네디-존슨, 그리고 마지막으로 압도적 군사력으로 손쉬운 승리를 얻을거라 믿었던 부시 행정부.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Hubris 자만이며,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어 객관적 상황분석과 판단을 방기한 것이 미국 외교정책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너무 높이 날아오르다 떨어진 이카루스 처럼.


Half a Life
- 회고록 / Darin Strauss / McSweeneys Books

18년 전, 당시 18세였던 저자는 차를 몰고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 있던 같은 학교 동급생이었던 여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다. 그의 과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되어 법적인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죽게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18년 동안 저자는 매일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일기처럼 기록해 온 글들 일부가 친구 권유로 NPR(National Public Radio)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왔다. Half a Life. 반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죄책감의 무게는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Finders Keepers
- 고고학 / Craig Childs / Little Brown & Co.

고고학에서 발굴은 과연 누구를 위한 활동일까? 물론 명분으로는 "인류"의 유산 어쩌고 떠들지만, 그 이면에는 발굴자 개인의 영달, 자금을 댄 '스폰서'의 탐욕, 제국주의의 폭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게 마련이다. 그로 인해 인류 역사에서 발굴과 약탈의 경계는 매우 희미했다. 이 문제를 다루면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아마도 "발굴의 윤리학" 같은 것이 아닐까.

October 12,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10/12)

중간 선거를 앞둔 서점가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 칼날을 들이대는 책들로 홍수를 이룬다. 어느 영국의 보수논객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유럽식 사회주의로 이끌 것이라며 미국인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고, 경제회복의 실패를 오바마 탓으로 돌리는 책들도 눈에 많이 띈다. 티파티의 준동과 더불어 점점 보수 같지도 않은 극우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큰 요즘이다. 뭐, 대부분은 중간 선거가 끝나면 사라질 책들이니 관심 둘 필요는 없겠다.
 

At Home
- Essay / Bill Bryson / Doubleday 

단연 눈에 띄는 신간은 빌 브라이슨의 신작 [At Home] 이다. A Short History of Private Life 라고 부제가 붙었는데, "사생활"이라기보다는 집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물건들의 기원과 역사 등을 다루고 있다. 특유의 유머는 여전할 듯. 그나저나 이 아저씨,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이제는 온전히 집 안에서 머무르면서 책 한 권을 써내리는 경지에 오른 듯 싶다. 
 

Fall of Giants
- 소설 / Ken Follett / Fall of Giants 

요즘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지의 기둥]의 저자 켄 폴렛의 신작이다.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The Century Trilogy)의 첫번째 책이다. 이 연작을 통해 20세기의 역사를 재조망해 보는 대서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첫 권인 Fall of Giants 는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다섯 가족들의 삶의 여로가 서로 겹치며 펼쳐지는 과정을 다룬다고 한다. 무려 1000 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책이니 큰 호흡으로 도전해 봐야 할 것 같다.  
 

Conversations with Myself
- Memoir / Nelson Mandela / Farrar, Strauss and Giroux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은 많이 나와 있지만, 이번 책은 일종의 서간집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부터 그가 써 온 편지글, 일기, 노트 등을 집대성 했다고 한다. 회고록이 아닌 투쟁의 한 과정에 서 있는 젊은 만델라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문을 썼다.(영악하게도 Amazon 에서는 마치 공동 저작인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다.)  


Origins
- Science / Annie Murphy Paul / Free Press 

인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유전론은 생물학적 요인에 많은 비중을 둔다면, 환경론은 자라나면서 겪게 되는 경험에 많은 비중을 둔다.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한다. 배아가 형성된 후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의 경험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를 따져본 것. 이 기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결정론에 성급하게 이를 필요는 없겠지만, 태교 열풍을 다시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흥미로운 책임에는 분명하다. 


Dirty Life
- Essay / Kristin Kimbell / Scribner 

저자는 하버드 출신의 저널리스트다. 그런 그녀가 기업형 농업 취재에 나섰다가 만난 귀농인과 결혼하여 직접 두 손으로 땅을 일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 보람 등과 별개로 이 책은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즉 우리로 치자면 생협과 같은 모델을 통해 자리를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추값 파동에도 생협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에 배추 공급이 가능했다는 기사를 생각해 보면, 더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November 16,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11/16)

사실 요즘 미국 서점가에서 제일 hot 한 책은 존 그리샴의 신작 [The Confession] 이다. 가히 물량 공세라 할 만큼 가판 한 영역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유난히 법정 + 범죄 장르를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한테 굉장한 name value 를 가지고 있는 작가임은 분명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즈음에 [의뢰인 The Client] 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딱히 챙겨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갈수록 괜찮은 소설 고르기가 힘들어지는 기분이다. 물론 '괜찮은 소설'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다른 분야에 비해서 소설은 가볍게 훝는 것만으로는 그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이번에도 간신히 2권의 소설을 골라봤다. 그나마 한 권은 날로 먹는 느낌이.. 쿨럭;; 

The Best American Noir of the Century
- 소설 / Otto Penzier, James Ellroy 엮음 / Houghton Mifflin Harcourt 

날로 먹는 1권..이다. 제목에서부터 딱 삘~이 오는 책. 지난 100년간(1910 - 2010) 최고의 미국 느와르 소설 39편을 모아놓은 선집. 752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양장본으로 소장용으로도 좋아 보인다. 안타깝게도 온라인으로 목차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느와르 장르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 


The Instructions
- 소설 / Adam Levin / McSweeneys Books 

표지가 내가 본 그 표지가 아니다. 왜 이리 매가리가 없어 보이는 표지가 등록되어 있는지 -_-. 무려 1000 페이지가 넘는 이 장대한 소설이 이 작가의 데뷔작이다. 주인공은 10살짜리 유대인 소년. 학교 시스템에 적응 못하는 이 소년이 일군의 추종자들을 모아 혁명을 준비하는데.. 책이 두꺼워서 그런지 독자평이 많지는 않지만, 전부 5 star 를 줬다. 기대해봐도 좋을만한 소설인 듯. 


1001 Video Games You Must Play Before You Die
- 게임 / Tony Mott / Universe 

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1001 .. Before You Die] 시리즈인데, 개인적으로는 보는 순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든 책이다. 게임을 즐기는/즐겨본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향수에 빠질 수 있는 고전게임들을 발견할 수 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팩맨은 기본이고, 갤러그나 알카노이드 등 아는 사람은 아는 게임의 역사를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다. 


The Emperor of All Maladies
- 의학 / Siddhartha Mukherjee / Scribner 

모든 질병의 왕. 바로 암이다. 암은 그 자체로 이미 특이한 성격을 지닌다.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 등이 직접적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의해 우리의 세포 그 자체가 암세포로 전이해서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암을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인간의 역사와 함께 가고 있는 질병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암의 역사, 그리고 그에 맞서 싸운 인간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Travels in Siberia
- 여행 / Ian Frazier / Farrar Straus & Giroux 

제목 그대로 시베리아 여행기이지만, 지리적인 여행에 한정되지 않고 역사, 정치, 환경, 문화 등을 폭넓게 아우른다. 지구 표면의 1/7 을 차지하는 광대한 땅이지만 극한의 자연 환경으로 인해 역사의 변방에 머물렀던 지역. 하지만 그 광막함이 우리를 사로잡는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함은 틀림이 없다. 


How to Live
- Essay / Sarah Bakewell / Other Pr Llc 

아주 오래된 질문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질문. 질문한다는 것 그 자체가 유의미한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물론 답은 하나가 아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 질문에 접근한다.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는 통일적 답변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각각의 측면에서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선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20 가지의 답변을 모아 보았다.

December 22,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12/22)

사실 한국 다녀와서 서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대부분 이전에 쟁여뒀던 책들이다. 조금 다행이라면 연말 시즌은 주로 선물용 책들이 주종을 이루는지라 주목할만한 신간은 많지 않은 편이라, 조금 늦게 소개글을 올려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몇몇 책들은 이미 출간된지 1년 이상 지난 책이기도 하니, 어차피 시의성보다는 새롭게 내 눈에 들어온 책이라는데 더 의의를 부여하는게 좋을 듯 싶기도 하다. 

Luka and the Fire of Life
- 소설 / Salman Rushdie / Random House 

그래도 첫 책은 따뜬따끈한 신간이다. 살만 루시디의 새 소설 [Luka and the Fire of Life]. 거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제목인데, 흥미롭게도 작가의 90년도 작 [Haroun and the Sea of Stories]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하니, 나름 시리즈물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240 페이지의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신화와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기분으로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The Sherlockian
- 소설 / Graham Moore / Twelve 

소설은 100여년 전 코난 도일이 그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셜록 홈즈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윽고 장면은 현재로 돌아오는데, 코난 도일의 비밀 노트를 발견했다면서 이를 공개하겠다는 한 학자가 살해된다. 이에 코난 도일의 자손들은 주인공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줄 것을 의뢰하는데.. 명백히 셜록 홈즈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셜록 홈즈 팬이라면 꼭 읽어볼 것. 


Every Man Dies Alone
- 소설 / Hans Fallada / Melville House Pub. 

요즘 소설은 아니고, 1947년에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는 나치의 정신병자 수용소에 잡혀 있다가 풀려난 후 24일만에 이 소설을 써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 사망했으니, 유고작이기도 한 셈이다. 나치 시절 반파시즘 메시지를 담은 우편엽서를 베를린 곳곳에 흩뿌려 두었던 한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나치 독일의 병적인 강박과 암울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평이다. 


Running the Books
- 회고록 / Avi Steinberg / Nan A. Talese 

제목만으로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데, 이 책은 저자가 한 교도소에서 2년간 사서 겸 글쓰기 강사로 일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교도소에서 책을 다룬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책'을 다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책은 때로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고, 수감자 간의 비밀스러운 통신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내 책 자체를 넘어서 수감자들의 삶 자체에 깊숙히 관여하게 된다.


The Time Traveller's Guide to Medieval England
- 역사 / Ian Mortimer / Touchstone 

찾아보니 Time Traveller's 시리즈가 꽤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중세 영국을 그 대상으로 하는데, 유머와 지식이 곁들여진 꽤 재미있는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로빈 훗 이야기도 있을테고, 중세 유럽의 실생활상을 훝어보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은 안 나오나. 


Atlantic
- 해양 / Simon Winchester / Harper 

지난번에 소개하려다가 깜빡 한 책. 제목 그대로 대서양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지리, 역사, 문화적 기록이다. 이 대양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의 힘을 상징하면서도, 그 양쪽의 대륙들을 분리하는 장벽으로 기능해 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이 대서양은 또한 신대륙으로의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했으니, 대서양의 역사는 곧 서구 역사의 전 과정을 그 안에 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January 18,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1/18)

새해에는 뭐 좀 거창한거 해보겠다고 맘 먹었다가, 정말로 일이 거창해지는 바람에 눈물 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두가지만 놓아버리면 금방 여유를 찾겠지만, 작심 삼주도 아니고 벌써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어쨌든 새 일에 정신을 쏟다 보니 오히려 그동안 해 오던 일들에 잠깐씩 정신을 놓는 경우들이 발생하곤 한다. 생각났을 때 이 달의 관심서적 정리를 얼른 해 본다.  

 

Bird Cloud
- 회고록 / Annie Proulx / Scribner 

[브록백 마운틴], [쉬핑 뉴스] 의 저자 애니 프루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은 소설은 아니고 회고록인데,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난 동부를 떠나 와이오밍으로 이주해 정착하기 까지의 기록들이라고 한다.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소설들을 써내고 있는 그녀에게 와이오밍이라는 곳이 어떤 첫 인상과 함께 다가왔는지가 그녀의 소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애니 프루란 작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My Reading Life
- 에세이 / Pat Conroy / Nan A. Talese 

이번엔 [South of Broad]의 작가 Pat Conroy 의 신간이다. 역시 소설은 아니고 일종의 에세이인데, (제목이 알려주고 있듯) 저자로서의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들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쓴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떤 이들을 작가가 뭘 읽는지 왜 시시콜콜 들어야 하냐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사실 한 작가가 읽는 책들이야말로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빠진 고리(missing link)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The Year of the Hare
- 소설 / Arto Paasilinna / Penguin Paperbacks 

원래는 75년도에 나온 핀란드 작가의 작품인데, 아마도 토끼해에 맞춰 새로 번역되어서 나온 듯 싶다. 미국 애들도 은근히 띠 이야기 같은거 좋아한다. 주인공은 어느날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토끼 한 마리를 치게 된다. 다친 토끼를 치료해주면서 토끼와 가까워진 주인공은 점차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지면서 급기야는 문명의 삶으로부터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문명과 자연에 대한 우화로 읽힌다.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
- 교육 / Amy Chua / Penguin Press 

저자 이름을 보고 좀 놀랐다. 에이미 추아. [불타는 세계] 등의 저서를 통해 외교 문제를 파고들던 그녀가 갑자기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내 놓았다. 미국에서 특히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동양계(한국, 중국, 인도)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Tiger Mother 라고 한걸보니 특히 엄마 쪽에 방점을 찍는지도)의 엄청난 교육열에 있다는 논지의 주장을 자신의 경험에 얹어 풀어 나가는 듯 하다. 물론 그런 교육방식이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올바른 방식인가는 논쟁의 여지가 크다. 독자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도 그 때문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세계관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책의 내용은 그리 마음에 들 것 같진 않다. 다만, 이 책에서 파생되는 논쟁은 주목할만 하다는 의미에서 챙겨 놓는다.)


OVERConnected
- 사회 / William Davidow / Delphinium 

부제는 [The Promise and Threat of the Internet].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설 미디어들은 인터넷을 넘어 개인의 삶들을 서로 연결해버리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과잉 연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충분히 논의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프라이버시 문제부터 시작해 더 크게는 국가간 경제 시스템의 연계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으로 상호 연결된 현대 사회를 조망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Unless It Moves the Human Heart
- 글쓰기 / Roger Rosenblatt / Ecco 

부제는 [The Craft and Art of Writing]. 글쓰기 관련된 책은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글쓰기 교실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실제 사람들이 쓴 글을 소재로 하고 있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전문적인 작가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니, 우리 같은 평범한 독자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February 22,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2/22)

2월은 일수가 적어서 그런지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어느새 2월의 마지막 주. 서둘러 2월의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늘 그렇듯, 여기 정리하는 책들이 반드시 신간인 것은 아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정리해 놓는건데, 아무래도 커버가 드러난 형태로 진열된 책들 중심으로 보다보니 그때 그때 서점의 진열 컨셉에 많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시의성보다는 아, 이런 책들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읽어주시길.


While Mortals Sleep

- 단편집 / Kurt Vonnegut / Delacorte Press

작고한 커트 보네거트의 미공개작들이 속속 책으로 묶여서 나오고 있다. 이런 유작들을 볼 때마가 종종 궁금한 것은, 과연 작가가 이 작품들이 공개되기를 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이야 그의 작품을 이렇게라도 더 만날 수 있는게 반갑겠지만, 공개하지 않은데는 그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작가라면, 내 유언장에 미공개 작들은 모두 태워버리라고 남겼을 것 같구만..


The Box
- 소설 / Gunter Grass / Houghton Mifflin Harcourt

독일의 거장 귄터 그라스의 신작이다. 한 유명한 작가의 8명의 자식들(여러 명의 부인으로부터 태어난)이 모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술회하고, 한 사진작가가 오래된 아그파 카메라로 이를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귄터 그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자식의 눈으로 본 아버지, 라는 설정은 일종의 거리두기 효과를 가져오면서 작가의 삶과 독일의 근현대사를 하나의 렌즈를 통해 조망하는 멋진 소설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A Cup of Friendship
- 소설 / Deborah Rodriguez / Ballantine Books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카불의 한 커피숍을 배경으로 커피숍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의 시각에서 에피소드들을 풀어 나간다. 전통과 전쟁이라는 이중의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간 여성들의 삶이 주된 소재가 된다. 작가의 소설 데뷔작인데, 소설은 아니지만 전작인 Kabul Beauty School 에서부터의 문제의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Mourning Diary
- 회고록 / Roland Barthes / Hill and Wang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가 번역되어 나왔다. 1977년 10월 그의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부터 약 2년에 걸쳐 바르트는 조그마한 색인 카드에 그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들, 그리고 그 자신의 감정들을 일기처럼 적으며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짤막한 단상들의 묶음이지만, 관계에 대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르트 그 자신은 198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The Tell-Tale Brain
- 과학 / V.S.Ramachandran / W.W.Norton & Company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게 만드는 특징을 신경의학, 특히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글이다. 언어의 사용하고 문명을 건설하고, 예술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행위는 분명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행위이다. 그렇다면 진화의 어떤 결과들이 이러한 독특한 행위를 가능케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인간의 몸만큼 큰 미스테리도 드물다.


The Clockwork Universe
- 과학사 / Edward Dolnick / Harper

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웠던 뉴튼은 동시에 연금술에 심취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늘의 우리가 언뜻 듣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공존은 사실 신적 질서가 막 해체되고 이성적 사유가 자리잡던 17세기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발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 책은 17세기 과학 혁명의 시기의 일련의 과학자들(뉴튼 포함)이 보였던 다양한 면모들을 통해 과학 혁명이 인류의 정신 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 나간다.


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
- IT / Siva Vaidhyanathan / Univ of California Press

부제로 (and why we should worry) 라고 붙어 있다. 어느 순간 거대한 공룡으로 자라나 인터넷의 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정확한 논지는 잘 파악이 안 되었는데, 대충 구글이라는 단일 기업이 정보의 진입로 역할을 하면서 정보를 서열화 해버리는데 대한 경고로 읽힌다. 구글이 어떤 악의를 가지고 정보를 조작한다는 뜻이 아니라, 구글의 특정 알고리즘이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더 유익한지를 미리 결정해 버린다는 점, 그로 인해 정보의 생태계가 그 다양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민해 볼만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March 21,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3/21)

봄이다. 체감 기온은 아직 살짝 이르지만, 일단 춘분이 왔으니 봄이라고 (혹은 모퉁이만 돌면 봄이 와 있다고) 믿어도 좋을 듯 하다. 이제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햇살 아래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뒤굴거리는 주말 오후 같은 호사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읽을 책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The Lover's Dictionary
- 소설 / David Levithan / Farrar Straus & Giroux

첫 책은 아주 말랑말랑하지만은 않은 사랑 이야기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 그건 과연 상대에게 사랑에 빠지는걸까, 아니면 사랑을 한다는 감정 자체에 빠지는걸까. 그걸 과연 구분할 수 있는가? 살짝 알랭 드 보통을 떠올리게 하는 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익명의 화자는 사랑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단어들에 딸린 설명이라는 형식(그래서 제목이 Lover's Dictionary 다)으로 풀어나간다.


Cleaning Nabokov's House
- 소설 / Leslie Daniels / Touchstone

제목에 Nabokov 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집어들었다. 주인공은 이혼과 함께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잃고 홀로 남겨진 한 여인. 어느 시골마을로 흘러든 그녀는 우연히 나보코프가 말년에 집필 작업을 했던 집에 세들어 살게 되는데, 거기서 나보코프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원고를 발견하게 된다. 코믹한 스타일의 전개와, 부서진 중년 여성의 삶, 그리고 나보코프라는 거장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


A Widow's Story
- 회고록 / Joyce Carol Oates / Ecco

루이스 캐롤 오츠의 신작이다. 소설이 아닌 회고록. 2008년 2월의 어느날 아침, 저자는 감기 증세를 보이는 남편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남편은 뜻하지 않게 폐렴 판정을 받고, 불과 일주일만에 감염 증세로 세상을 떠나고만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졸지에 미망인이 된 그녀. 비탄과 혼란이 뒤섞인 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녀는 고통스럽고도 외로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점차 그 속에서 어떤 의미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작가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 미망인의 회고록이다.


Tiger, Tiger
- 회고록 / Margaux Fragoso / Farrar Straus & Giroux

Margaux 가 Peter Curran 을 만난건 그녀가 7살, Peter 가 51살일 때였다. Margaux 와 그녀의 어머니가 초대되어 간 Peter 의 집 뒷마당은 이국적인 동물들과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Margaux 는 금새 이 새로운 세계에 매혹당하고 만다. 그러나 아이와 가까워진 Peter 는 점점 그 관계를 이용하여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들락거리는 어머니, 그리고 알콜 중독이 된 아버지는 Margaux 에게 아무런 보호도 제공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15년간 이어진 학대는 Peter 의 자살로 비로서 그 끝을 맞게 된다. 피해자인 Margaux가 이 책을 쓴 것은 유아 성도착자들이 어떤 식으로 아이들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는지, 그리고 부모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한 아이가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겠다.


The Information
- 역사,과학 / James Gleick / Pantheon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난감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보"에 대한 모든 역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부제로 A History, a Theory, a Flood 라고 붙어 있는데, 각각의 측면에서 "정보"라는 것을 분석하는데, 문자의 발명부터 시작해 오늘날의 네트웍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데 관련된 다양한 이론들, 그리고 인터넷으로 인해 촉발된 정보의 범람을 살펴본다. Information Technology(IT)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정보가 현대 사회 권력 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의깊게 살펴볼만한 책인 것 같다.


Reality is Broken
- 게임 / Jane McGonigal / Penguin Press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얼마 전 여성부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여러 가지 논리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게임을 유해한 것, 혹은 최소한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최소한 현실이 충족시켜주지 못한 어떤 욕구 혹은 필요를 게임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으로의 몰입을 비난하기에 앞서, 왜 현실은 그러한 것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게임이 어떻게 그러한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는지를 배워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삶의 질, "행복"이다. 인간이 더 행복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게임은 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지 않은가?

May 6,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5/04)

정신 없이 날들이 계속되고 있고, 그 와중에 한국까지 다녀오느라 4월에는 신간 정리를 빼먹었다. 덕분에 쟁여 놓은 책들이 좀 있어 이번 책소개는 꽤 풍성할 듯 하다.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하니, 선선한 바람과 햇빛 아래서 책이나 읽으며 뒤굴거릴 수 있는 주말 오후가 기다려진다.

 

Caleb's Crossing
- 소설 / Geraldine Brooks / Viking Press 

[People of the book] 의 저자 Geraldine Brooks 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작품의 중심 인물은 미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를 졸업한 Caleb 이라는 실존 인물이다. 여기에 작가는 Bethia 라는 백인 여성을 화자로 등장시키는데, 그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Caleb 이 겪는 고난을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게 된다. 


The Beauty of Humanity Movement
- 소설 / Camilla Gibb / Penguin Press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은 나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나라 중 하나이다. 즐겨 찾는 쌀국수(Pho) 집에 가면 벽에 하노이 시내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서구문명과 전통이 묘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이 늘 신선하게 다가오곤 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도 쌀국수를 파는 사람이다. 3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베트남전 전후부터 현대 베트남을 아우르는 시간을 다룬다고 하는데, "미국 작가가 쓴 베트남 소설" 이라는 한계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Life Times : Stories, 1952-2007
- 단편집 / Nadine Gordimer / Farrar Straus & Giroux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작가 나딘 고디머의 단편 모음집이다. 부끄럽게도 아직 고디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그녀가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9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활동가라는 점,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온갖 모순들로부터 결코 눈을 돌리지 않았던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된다. 


Selected Shorts and Other Methods of Time Travel
- 단편 / David Goodberg / Blue World Publications 

단편집이기는 한데, 전체가 하나의 기본 컨셉을 공유하고 있으니 에피소드 모음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2051년, 상업적 시간 여행이 보편화 된 미래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귀여운 삽화와 코믹한 내용,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참고로 아마존 별점도 매우 좋다. :) 

 
Reading Lips : A Memoir of Kisses
- 회고록 / Claudia Sternbach / Unbridled Books 

제목만 보면 무슨 독순술 책인가 싶겠지만,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키스에 얽힌 기억들을 모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첫 키스, 할 뻔했던 키스, 이마에 남겨진 키스 등 키스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가장 긴밀한 형태의 스킨쉽 중 하나라는 점에서 분명 각별하기는 하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들 자기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 내겠지.. 


Reading My Father
- 회고록 / Alexandra Styron / Scribner 

미국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 딸이 쓴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 윌리엄 스타이런 또한 아직 내가 읽어 보지 못한 작가라서 딱히 크게 관심이 간 책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자식이 바라본 대가" 류의 책들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살아서는 타블로이드 기사의 소재고, 죽어서는 회고록의 소재가 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 


The Anti-Romantic Child : A Story of Unexpected Joy
- 아동 / Priscilla Gilman / Harper 

아이를 가졌을 때, 저자는 예일 대학에서 워즈워스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 또한 예일 출신이자 연극 비평가였고, 따라서 이들 부부는 당연히 자신들의 아이가 자신들을 닮아 문학을 사랑하는 책벌레로 자라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는 숫자와 문자에 비범한 능력을 보이기는 하지만 산만하고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는 아이로 자라났는데, 진단 결과 hyperlexia(초독서증?) 라는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부모가 자신들과 전혀 다른 성격의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워내는 과정을 (아마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Deep Future : The Next 100,000 Years of Life on Earth
- 환경 / Curt Stager / Thomas Dunne Books 

기후변화는 날씨에 비해 긴 주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는 하지만, 근래 들어 부쩍 날씨들이 험악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 기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향후 10만년 동안에는 과연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그리고 지금 인간들은 과연 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인건 분명한데, 과연 인간이 10만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별로 믿음이 안 간다 -0- 


The House of Wisdom
- 역사 / Jum Al-Khalili / Penguin Press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로빈 훗]을 보면 로빈 훗의 아랍인 동료가 망원경을 사용하자 로빈 훗이 엄청 신기해 하는데, 아랍인 동료가 이를 보고 "야만인들" 이라며 비웃는 장면이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중세 아랍의 문명은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지닌 지식이 십자군 전쟁의 결과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르네상스의 기반을 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아랍 문명이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August 10,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8/10)

보니까, 마지막으로 noteworthy 를 정리한게 6월 20일이었으니 꽤 오래 손을 놓고 있었지 싶다. 딱히 많이 바쁜건 아닌데, 마음이 번잡스러워서인지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점은 주말마다 꼬박꼬박 나들이 가고 있었고, 나름 쟁여둔 책들이 꽤 넉넉하게 있어 다행이다. 

미국의 Offline 서점 체인의 양대 산맥이었던 Borders 가 파산신청에 이어 결국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재고 정리를 위해 지금 모든 제품을 25~50%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그래도 비교해보면 Amazon 이 더 싸더라. 대형 체인도 이 지경인데, 영세 서점들이 살아남기란 더더욱 힘들겠지. 책 냄새로 가득찬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의 발전은 분명 우리를 더 편하게 해주지만,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난, 종이책이 좋다.

The Anatomy of Influence : Literature as a Way of Life
- 문학비평 / Harold Bloom / Yale University Press 

첫 책은 다소 묵직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해럴드 블룸의 고전 The Anxiery of Influence 에서 이어지는 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은데, 비평가로서의 해럴드 블룸이 평생 천착해 온 문제, 즉 무엇이 위대한 문학을 만드는가에 대한 탐구라고 보면 될 것이다. Influence 라는 단어가 조금 생뚱맞다 싶었는데, "영향" 이라는 일반적인 뜻보다는 "영감"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더 가까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 


Between Parentheses : Essays, Articles and Speeches, 1998-2003
- 문학 / Roberto Bolaño / New Directions 

지난해였던가 잠깐 한국에도 볼라뇨 바람이 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1998년에서 2003년(그가 사망한 해다) 사이에 쓴 글들과 연설문 등을 모아놓은 책인데, 그가 정치적 현실에 민감한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날카롭고 시의적인 주제의 글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참고로, 연설문 중 하나의 제목은 "문학과 망명" 이다. 


On Black Sisters Street
- 소설 / Chika Unigwe / Random House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홍등가.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네 여성의 삶이 이 곳에서 교차한다. 허나, 낯선 타인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이들 네 여성으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했고, 서로에게 철저하게 타인으로만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날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은 이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의존하도록 이끌었고, 결국 이들은 서로의 삶의 역정들을 공유하기 시작하는데... 아프리카, 가난, 여성. 어쩌면 오늘날 유럽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After the Golden Age
- 소설 / Carrie Vaughn / Tor Books 

이번에는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쏟아지는 초인물들을 살짝 꼬아 놓은 듯한 플롯인데, 주인공은 초인들을 부모로 두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능력도 갖지 못한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엄청난 부모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툭하면 악당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사람들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요구받는 등 피곤한 일상을 살다보니 회계사로서 가능한 평범한 삶을 사는게 그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랬던 그녀가, 도시 최고 악당의 탈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Second Reading
- 서평 / Jonathan Yardley / Europa Editions Inc. 

저자는 Washington Post Book Review 등에 컬럼을 쓰는 일종의 전문 서평꾼(?)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다시 읽기". 부제에서 설명하듯, 다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가, 아니면 처음 읽었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한게 남는 책들을 다시 읽고 쓴 서평들을 모았다. 첫번째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 책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첫번째 읽고 쓴 서평과 두번째 읽고 쓴 서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The Enchanter : Nabokov and Happiness
- 문학 / Lila Azam Zanganeh / W W Norton & Co. 

나보코프의 작품 "The Gift" 의 주인공은 "실전 가이드 : 행복해 지는 법"이라는 책을 쓰고 싶어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그 행복에 이르는 길이 바로 나보코프의 작품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저자가 주로 다루는 책은 "로리타", "에이다", "말하라, 기억이여" 세 권이지만, 이 책은 텍스트를 통해 본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일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를 접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How to Read Churches
- 건축 / Denis McNamara / Rizzoli Intl. Pubns. 

뭐, 딱히 설명이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아주 실용적인 책에 가깝고, 유럽 여행갈 때 한 권 챙겨가면 좋을 듯한 책이다.

September 8, 2011

간단 리뷰들

너무 늦기 전에 또 한 번 중간 정산.. 이라기보단, 실은 문서 작업을 앞두고 일하기 싫어 몸을 베베 꼬는 중;; 

 

서재 결혼 시키기
- 앤 패디먼 지음 / 정영목 옮김 / 지호 / 05.07.11 ~ 05.14.11

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이상 공감하기 좋은 책도 없겠다만, 영문학 컨텍스트에 한정된 글이다보니 약간 거리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 좀 이 정도 깊이와 유머 감각을 섞어서 써 줬음 좋겠다 싶기도 하다만, 다른 사람 책에 대해 조금만 안 좋게 얘기하면 명예 훼손 어쩌구 할 난리를 생각하니 그냥 안 쓰는게 낫겠다 싶기도 하네. 어쨌든 책은 재밌었다. ★★★★★ 


To the Wedding
- John Berger 지음 / Vintage Press / 05.14.11 ~ 05.21.11 

한 편의 시 같이 아름다운, 그리고 가슴 아픈 소설. 아래 구절은 성경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성경도 제대로 함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시 인용해 본다. ★★★★★

You're beautiful, love, there's no spot on you. Your lips, beloved, taste like a honeycomb: honey and milk are under your tongue. And the smell of your clothes is like the smell of my home. You, my wife, are my garden, a secret spring, a fountain that nobody knows. The smell of your clothes is like the smell of my home. (p.102 ~ 103)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05.22.11 ~ 05.27.11 

그러니까 나는, 도저히 인물들의 체념적인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 아무리 복제되어 태어난 존재라도,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도, 왜 분노하지 않는가? 왜 저항하지 않는가? 제 아무리 체제적으로 순응하도록 길들여 졌더라도, 등장 인물 중 아무도 그 어떤 저항의 시도조차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도 인간이다, 라는 단순한 명제를 이야기함에도, 분노하지 않는, 저항하지 않는 그들이 별로 인간답게 느껴지지 않아 몰입할 수가 없었다. ★★★★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 오건호 지음 / 레디앙 / 05.29.11 ~ 06.06.11 

"국가 재정" 에 대한 관점을 열어 준 것만으로도 별 다섯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사실 이건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도 직결되는 내용인데,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좀 부실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뭐, 어쨌든,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싸워 나가야 할 문제에 좋은 무기와 관점을 제공받은 것 같아 기쁘다. ★★★★★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 닉 혼비 지음 /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06.07.11 ~ 06.19.11 

책 이야기야 언제나 질리지 않는 법이고, 닉 혼비의 유머가 곁들여져서 즐겁게 읽었다. 근데, 자기가 글을 기고하는 잡지 편집자들을 이렇게 까대도 되는걸까? ㅋㅋ ★★★★★

 

Sunset Park
- Paul Auster 지음 / Henry Holt & Company / 06.20.11 ~ 07.06.11 

폴 오스터의 최근작. 폴 아저씨도 이제 나이가 예순을 훌쩍 넘겼는데, 아직도 이런 방황하는 젊음의 이야기를 써 낸다는게 한편 놀랍기도 하다. 물론 그의 소설을 익숙한 컨셉의 반복되는 변주, 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변주가 그저 옛 이야기가 아닌 항상 오늘날 미국의 현실 속에 서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반갑다. ★★★★★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마이클 예이츠 지음 / 추선영 옮김 / 이후 / 07.07.11 ~ 07.18.11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반반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현실을 낮은 시각에서 날카롭게 지적해 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이야기를 하는 저자 스스로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그만 불편도 참지 못하는 (백인)기득권 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새겨 들을 가치가 있지만, 인간적으로 별로 존경스럽지는 않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07.21.11 ~ 07.28.11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중 하나.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
(근데, 저자의 다른 책 Tree of Codes 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더라. 혹시 읽어 보신 분?)
 

 
In Cold Blood
- Truman Capote 지음 / Vintage / 07.29.11 ~ 08.18.11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가 어딜까 질문하게 되는 책이다. 캔자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취재하여 기록한 르포인데, 문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사건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기록한 이의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될 수 밖에 없고, 문학적 장치들이 가져오는 감정적 효과들은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는 것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그것을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논쟁적일 수 있으나, 명백한 수작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지음 /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08.19.11 ~ 08.21.11 

아름다운 사진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담긴 책이다. 겉핧기 식의 여행사진이 아니라, 진정 무언가를 사랑하고 온 몸으로 부딛힌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
(개인적으로, 사진 톤이 약간 어둡게 인쇄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 


포기의 순간
- 필립 베송 지음 /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08.21.11 ~ 08.24.11 

저자의 필력이 뒷받침이 되어서 그나마 이 정도 책이 나왔지, 하나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확장시키기엔 좀 맥락이 풍부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중간 중간 흔적을 남기는 구절들도 없지 않지만, 하나의 책은 결코 아포리즘으로 환원될 수 없는 총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다. ★★★★ 


Golf Stories
- Charles McGrath 엮음 / Everyman's Library / 08.24.11 ~ 09.08.11 

골프를 소재로 한 단편들을 묶어 놓은 책. 몇몇 단편들은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는 그냥 골프 잡지 같은데 한 번씩 등장할만한 그저 그런 단편들이었다. 그래도 피츠제럴드나 업다이크 같은 big name 들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하나의 소재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놓는 책도 나름 재밌긴 하더라. ★★★★ 

 
쭉 써놓고 보니, 내가 별점이 좀 많이 후하단 생각이 드네... -_-

November 16,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11/15)

한동안 바빠서 정리를 못 했더니 wishlist 에 쌓인 책이 한가득이다. 꽤 전에 집어넣어둔 책은 사실 딱히 왜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책들도 많고 해서, 일단은 표지에 big name 들이 눈에 들어오는 책들 위주로 정리해 본다. 몇몇 권은 다음 달을 위해 슬쩍 빼놓긴 했지만.. :p



The Prague Cemetery
- 소설 / Umberto Eco 지음 / Richard Dixon 옮김 / Houghton Mifflin Hardcover

단연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다. 그것도 오랜만에 "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이지만, 여전히 비밀결사들을 둘러싼 음모론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설들과 꽤 공통점이 많을 듯하다. 아마존 별점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3.5/5), 유명 작가들은 상대적인 기대치가 높아서 그리 별점이 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We Others
- 단편집 / Steven Millhauser 지음 / Alfred a Knopf

이 책은 작가 이름보다는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우리 타인들] 이라니. 단편집의 제목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러나 "우리"인 이야기들. 게다가 저자가 무려 스티븐 밀하우저다. 기존의 단편과 새로 쓴 단편들을 꽤 두툼하게 묶어 내놓았는데, 다음에 단편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바로 선택할 책이 될거다.


Damned
- 소설 / Chuck Palahniuk 지음 / Random House

이번엔 척 폴라닉이다. 살짝 훝어본 내용은 상당히 발랄(?)하다. 주인공은 어느 유명 배우의 딸. 허영심 가득한 그녀의 부모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딸은 기숙학교에 홀로 남겨둔 채 외국으로 다른 애를 입양하러 가 있는 동안, 그녀는 마리화나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지옥의 어느 감방. 거기서부터 같은 방에 있던 여러 인물들과 지옥 같은(?) 길을 떠나 사탄을 만나러 떠나게 되는데...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살짝 뒤튼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Nanjing Requiem
- 소설 / Ha Jin 지음 / Pantheon Books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한 하진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난징에 있던 선교사 학교의 학장인데, 미국인이라는 신분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군의 진주에도 남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학교가 만여명의 난민 캠프가 되면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들을 눈 앞에 목도하게 되는데.. 사건 자체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자칫 지나치게 선명한 선악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는데, 하진의 필력,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중간자적 조건이 어떤 깊이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And so it goes : Kurt Vonnegut : A Life
- 전기 / Charles J. Shields 지음 / Henry Holt and Co.

전기 분야 베스트셀러는 단연 스티브 잡스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커트 보네거트의 전기가 훨씬 더 매력적일거다. [제 5 도살장]의 명대사 "So it goes.." 를 제목으로 뽑았는데, 표지의 사진과 어우러지니 전기마저도 지극히 보네거트 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세계 뿐 아니라 그의 사유와 실천들을 사랑한 이들이 많았던만큼, 그가 생전에 발표하기 원치 않았던 유작들을 보는 것보다는 이 한 권의 전기를 읽는 것이 더욱 보네거트를 가까이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Metamaus
- 만화 / Art Spiegelman / Pantheon Books

아트 슈피겔만의 명작 [Maus]가 처음 세상에 나온게 86년이니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까닭도 그를 기념하기 위한게 아닐까 싶긴 한데,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making film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구상부터 작화,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Maus]라는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시작들과 자료들이 이 한 권에 집대성 되어 있다.


The Persistence of the Color Line
- 정치 / Randall Kennedy 지음 / Pantheon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책이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그리고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인종 문제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의 근저에는 과연 인종주의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제목의 "Persistence"라는 단어는 결코 한 명의 대통령의 탄생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말이다.


The Spirit of Cities
- 사회학 / Daniel A Bell, Avner De-Shalit 지음 / Princeton Univ. Press

도시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특히 대도시는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압축된 형태로 드러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전지구적인 자본주의화와 기술적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시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 9 곳의 도시들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형성, 유지되는 과정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파헤쳐 나간다. 그 어떤 정체성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끊임없이 부수고 짓고를 반복하는 서울을 가진 우리에게 특히 유의미한 시도가 아닐까.

March 6, 2012

Noteworthy English Books (03/06)

한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삶을 살았다. (예전과 달리 체력이 팍팍 달리는게 느껴져, 나이가 들었다는걸 새삼 깨닫고 슬펐...;;) 다행히 일은 잘 진행되어서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약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개발진 입장에서야 가장 여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암튼, 덕분에 짬을 내서 이렇게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Hope : A Tragedy
- 소설 / Shalom Auslander / Riverhead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책이다. 한 남자가 뉴욕 근교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농장을 사서 귀농을 결심한다. 그런데 그 농장의 헛간 위층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쥐를 잡겠다며 위 층으로 올라간다. 그 곳에서 그는 오래된 타이프라이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고 있는 한 냄새나는 노파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노파는 자신이 안네 프랑크 라고 주장하는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먹고 사는 오늘날의 유대이즘에 대한 풍자가 느껴지는 책이다.

 

The Snow Child
- 소설 / Eowyn Ivey / Reagan Arthur Books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어느 불임부부가 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이들은 집 앞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같이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눈사람은 사라지고 작은 발자국이 숲 속으로 사라져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부에겐 나무 사이로 언뜻 붉은 여우와 함께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 아이가 현관 문 앞에 나타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스릴러가 될 수도 있는 스토리. 과연 어느 쪽일까?

 

Bringing Up Bebe
- 육아 / Pamela Druckerman / Pengin Press

지난해 에이미 추아의 "Tiger Mother"가 육아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육아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국인 엄마로, 주변의 프랑스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자라고 있다는데 놀라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아이들이 "인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너무 자유롭게 자라고 있다는 지적은 오늘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Londoners : The Days and Nights of London Now--As Told by Those Who Love It, Hate It, Live It, Left It, and Long for It
- 지역 / Craig Taylor / Ecco

런던은 출장으로 딱 보름 머물렀던 기억밖에 없지만, 주변에 은근히 런던에 한동안 살았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유럽 지역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이유도 크겠지만, 영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런던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런던이라는 도시에 관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감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 결혼 / David Finch / Scribner Book Company

저자 이름을 보고 잠깐 놀랐는데, 그 데이빗 핀치가 아니라 작가 데이빗 핀치란다.(홈페이지 이름도 davidfinchwriter.com 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고록은 많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건 바로 저자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점이다.(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증세가 나은 "자폐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저자 스스로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Nine Algorithms That Changed the Future
- 컴퓨터 / John MacCormick, Chris Bishop / Princeton Univ Press

하는 일과 관련되서 더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IT 일반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속도의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글이 사용하는 인덱싱 기법이라던가, 패턴 인식 기법 등 최근의 IT 를 움직이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법들을 개괄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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