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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Archives

November 24, 2005

삼촌 되다 -_-v

내가 -_-v 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 ^^;

어제 누나가 아이를 낳았다. 3.6kg의 건강한 사내아이(맞나? -_-;)다. 내가 봐서는 아직 이쁜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나하고 매형한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지.

누나, 매형 고생 많았어~~

December 15, 2005

건조주의보

너무 건조하다. 방도 피부도 일도 생활도 마음도.

조그만 불씨에도 확 타오를 것만 같다.

자나깨나 불조심.

February 17, 2006

운전면허

음.. 지난주 금요일에 합격은 했지만, 어제 플라스틱 카드로 배송되어 왔다. 처음 딴 운전면허라 기념삼아 한 컷 ㅋㅋ

March 4, 2006

Owner driver 되다 -_-v

드뎌 첫 차를 샀습니다!! 차량 등록도 마쳐서 법적으로도 제 차가 되었네요.

2001년형 Honda Civic HX 2-Door Coupe 입니다. 기름 적게 먹으면서 지금부터 2~3년 타도 중고값이 조금밖에 안 떨어지는 경제적인 녀석으로 골랐습니다. 전 주인이 차 관리를 잘 해놓아서 잘 나가는군요.

제대로 된 발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워싱턴주 탐사 들어갑니다 >.<

March 10, 2006

뜬금없는 우박

3월하고도 벌써 10일이구만, 갑작스래 우박이 쏟아졌다. 오전까지만해도 해가 쨍 하고 났던 날씨인데 -_-

덩어리가 크긴 한데, 한국처럼 얼음덩이가 떨어지는건 아니고 함박눈 뭉쳐놓은 것 같이 물렁한 우박이다. 실내에 눈 온 것처럼 조경 꾸며놓을 때 쓰는 스치로폼 가짜눈을 풀어 논 것 같다.

March 23, 2006

뉴욕 여행

5박 6일간 뉴욕 여행 다녀왔습니다. 친척집이 있어서 거기서 머물면서 주로 멘하탄을 돌아다녔네요. 하루는 차 렌트해서 당일치기로 보스턴도 다녀왔구요(당일치기.. 무쟈게 힘들었습니다 -_-)

처음 가 본 뉴욕은... 음 뭐랄까,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고, 그 속에 관광객들도 많고... 시원시원하게 뻗은 고층건물 틈 사이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버글대며 살아가고 있더군요. 한적한 동네에서 산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부터 대도시는 정신 없어서 못 살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

April 3, 2006

Summer Time 시작~

4월이 시작되어 다시 summer time이 적용되었습니다. 한국과의 시차가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줄었네요. 고작 1시간 일찍 생활해야 하는건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상당히 힘들더군요 -_-

어쨌든, 이제 봄이 오긴 왔나봅니다. 밥 먹고 나면 졸리네요;;

May 8, 2006

Las Vegas 로~

Microsoft Embedded DevCon 참석차 Las Vegas 다녀올 예정입니다. 목요일 밤 비행기로 다시 돌아오는 계획이니, 3박 4일 일정이군요.

카지노에서 100불만 잃을 예정입니다 -_-

May 21, 2006

야구장 다녀오다

미국 와서 처음으로 야구 구경을 갔습니다. 이 곳의 홈팀은 시애틀 매리너즈. 이 지역 최고의 스타는 뭐니뭐니해도 이치로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야구장을 잘 찾지 않는 경향이 있더군요 ^^; 어쨌든 오늘의 원정팀은 샌디에고. 바로 박찬호의 등판 경기였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박찬호의 완패 -_- 약간 늦게 경기장에 도착해서 2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기 시작하더니 무려 8 실점을 하더군요 -_-;;; 제가 오길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뭐, 이후 샌디에고 타자들이 득점을 꽤 많이 해줘서 나름대로 스릴은 있는 경기기는 했습니다.

근데, 원정경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장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시애틀을 응원하는데, 상대팀이 갖는 부담감이 장난이 아닐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오늘 박찬호가 1사 2, 3루 상황에서 만루작전을 쓰기 위해 고의사구를 던지니까, 구장 스피커로 닭 우는 소리가 나면서 '겁쟁이'라는 자막이 전광판에 뜨더군요 -_- 시애틀이 득점하면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환호하는데, 샌디에고가 득점하면 분위기가 싸늘~해져서 맘놓고 응원도 못했습니다;;

아뭏든 처음 보는 MLB 경기, 재밌었습니다 ^^

June 12, 2006

월드컵 중계

월드컵 시즌입니다. 한국에서는 밤잠 못 이루시는 분들 많겠네요.

여기서도 월드컵을 볼 수 있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ESPN 에서 전경기 생중계 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해설이 아주아주 김빠집니다 -_-;(고음불가 영어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차라리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스패니쉬 방송을 보면 아주 열광적인 중계방송을 볼 수가 있어군요.

어쨌든, 내일 아침 6시 시작입니다. 시골 동네에 사는 관계로 응원은 그냥 집에서 조촐하게 해야겠군요.

대한민국 화이팅!!

July 25, 2006

세상이 변한다는건

지지난 일요일 저녁의 일이라고 한다.

회사 선배 한 명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누가 초인종 벨을 눌러서 나가보니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이 집이 자기 약혼녀가 어렸을 때 살던 집인데 그녀가 그 집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선배가 허락하자(물론, 낯선 사람에게 집구경 시켜주는건 좀 위험하긴 하다 -_-;)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나와서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선배 말로는 그 여자는 계속 엄청나게 감동했다고 한다. 자기가 어렸을 때 놀던 나무 그늘, 자기 아버지가 직접 만든 창문틀, 가족이 모여 앉아 있던 벽난로.. 내가 옆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얼마나 감동스러워 했을지, 그 표정이 떠오르는 것 같다.

문득, 내가 어릴 적 놀던 뒷동산은 그 자리에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 때의 그 놀이터는 여전할까. 차고로 내려가는 층계참에 앉아 멍하니 문 틈으로 새어들어온 빛 속을 떠도는 먼지를 바라보던 그 집은 아직 거기 있을까. 나에게도 그렇게 되돌아가볼 공간이 아직 남아 있을까. 아마도, 나에게는 그 어떤 곳도 남아 있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추억은 종종 매개를 필요로 한다. 우리의 일상사는 너무도 번잡스러워서, 추억은 항상 생각의 저 너머에 잊혀진듯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나 사진은 아주 손쉽게 우리를 먼 과거로의 시간여행으로 이끌 수 있다. 때로는 아주 작은 감각 - 예컨데 냄새나 소리 등 - 만으로도 추억은 깊은 망각의 숲을 헤치고 나와 우리를 눈물짓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제 "공간"이라는 매개는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 나의 추억의 일부도 그와 함께 영원히 묻혀버리지 않았을까.

세상이 변한다는건, 그래서 종종 슬픈 일이 된다. 누군가는 나의 그 뒷동산을, 그 놀이터를, 그 집을 허물어 번듯한 새 건물을 올렸겠지. 생활이 편해지고 집값도 오르고, 미친 듯 부수고 새로 지어올리는 도시의 톱니바퀴 속에 누군가의 추억은 그닥 지켜질만한 가치가 없어 보일테니까.

하지만, 꼭 그래야만 할까? 수백년 잠들었다 깨어난 냉동인간에게 그 때 그 시절을 남겨주자는 이야기도 아니잖어. 그저 두어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을 정도의 호흡만 가지면 될텐데. 오래된 것은 구식이고 무조건 새 것이 좋다는 생각만 버릴 수 있다면 말이다.

August 10, 2006

암실 만들기

방에 연결되어 있는 walk-in closet에 공간이 넉넉해서, 조금씩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 암실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timer가 도착해서 필요한 기구들은 일단 다 완비가 되었네요.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직 정리는 다 안 끝났습니다만.. -_-a

전에 남의 암실을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이것 저것 필요한게 참 많네요. 아직도 좀 부족한게 있는데, 일단 공간상의 제약으로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제일 큰 일은 약품 섞는 일이군요. 아, 커튼도 달아야 하네. 아뭏든 이제는 맘에 드는 사진은 프린트를 해서 벽에 걸어둘 계획입니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만큼 잘 됐으면 좋겠네요 ^^

September 9, 2006

Olympic National Park

아.. 오랜만에 일기에 자기 사진 올리려니 쑥스럽구만요.. ㅋㅋ

지난 주말 노동절 연휴를 이용해서 근처(?)에 있는 Olympic National Park을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혼자 차 끌고 싸돌아다니는데는 워낙 익숙한 일이지만 1박까지 한건 처음이군요. 예상보다 훨씬 추워서(!!) 덜덜 떤거 외에는 재밌는 여행이었습니다.

Olympic National Park은 북반구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온대성 우림 지역입니다. 태평양으로부터 몰려오는 강한 비구름대가 Olympic National Park 에 있는 산맥에 부딛혀 많은 비를 뿌리는 지역인데요, 연간 강우량이 보통 3.8m 정도 된다고 합니다. 집 한채는 가뿐히 잠기는 양의 비가 오는거죠;; 덕분에 다른 지역과는 굉장히 다른 생태계를 보여줍니다.

위 사진을 보면 상당히 큰 나무 앞에 서 있습니다. Sitka spruce tree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가문비나무" 정도 될텐데, 크기는 2배 정도 더 크게 자라는 품종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풍부한 강우량 덕에 평균 70m, 큰 놈은 100m 정도까지 자란다고 하네요. 숲 속에 들어가면 쓰러진 나무들이 가끔 보이는데, 뿌리부터 한참을 걸어가야 나무 꼭데기가 보이더군요.

미국에서 최초의 국립공원이 만들어진건 19세기 말 경이라고 합니다. 이 곳도 그 즈음에 조성된 국립공원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조선왕조의 끝무렵에 있을 때, 이들은 이미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자연 보호"를 법으로 정해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땅떵어리 큰 나라나 부릴 수 있는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그런 생각을 일찍 할 수 있었다면 지금 더 많은 국토가 자연과 더불어 숨쉬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

워낙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국립공원인지라, 사실 몇 군데 못 둘러본 것 같습니다만.. 곧 우기가 다가오는지라 조만간 다시 가 볼지는 잘 모르겠네요. 날씨야 어쨌든, 해변에 있는 통나무집 빌려서 벽난로 떼면서 하루 묶으면 참 좋을 것 같더군요 ^^

October 29, 2006

섬머타임 끝

섬머타임이 오늘 새벽 2시를 기해 해제됐다. 아침에 잔뜩 빈둥거리다가 일어나니 고작 8시;; 당분간은 아주 여유있는 아침을 맞을 것 같다.

대신, 식사 때가 되기 전에 배가 너무 고프다 -_-

November 5, 2006

월동준비

파자마, 따뜻한 슬리퍼, 장작들, 따뜻한 차(코코아나 유자차 같은거면 좋겠다), 영화 DVD들, 책.

비오는 주말은 이렇게 뒤굴거려주는거다!!

December 16, 2006

Winter Storm

일년에 한두번씩 워싱턴 서부, 즉 시애틀 지역에 강력한 폭풍이 오는 때가 있다. 허리케인이나 태풍 같이 드라마틱한 놈이 다가오거나 하는건 아닌데, 강한 저기압이 지리적 특성과 결합되면서 상당히 강력한 바람을 몰고오는 경우다. 어제 밤이 바로 그 일년에 한두번 있는 날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어제밤의 최고 풍속은 70 mph, 대략 120km/h 정도였다고 한다. 자다가 몇 번 깰 때(방에 있는 TV가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켜진다 -_-) 웅웅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는데, 몇 번 전기가 끊어졌다 들어왔다를 반복하긴 했지만(그 때마다 TV 소리에 깼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완전히 나가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확인해보니 이 지역 전체가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수백만 가구에 전기가 끊어졌고, 나무가 쓰러지면서 도로를 막아 왠만큼 큰 도로가 아니면 전부 차단된 상황. 전기가 나가면서 신호등도 모두 꺼져서 모든 사거리가 4-way stop 으로 바뀌었으니, 출근길이 지옥일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그래도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는지라(우리 회사에서 나 빼고는 다 집에 전기 나갔음;;) 씻고 출근길에 나서니, 사방에 부러진 나무가지와 쓰러진 나무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쓰러진 나무 아래로 차를 몰아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나마 그런 곳은 차가 다닐 수가 있으니 다행. 아예 막혀서 돌아가야 하는 길도 많았고.. 결국 사무실까지 가는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대략 이런 분위기;;

그렇게나마 도착한 사무실은 완전히 blackout. 지난밤부터 정전이었으니 비상 전원도 나간 상황이라 문도 열리지 않는 상태였다. 결국 오늘은 휴무..로 결정이 되어서, 본의 아니게 3일 연휴가 되어버렸네;; 암튼 다시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니, 뉴스에서는 아마도 전기가 끊긴 지역은 복구에 며칠이 걸릴거란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키 큰 나무들이 워낙 많은 지역인데, 이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왠만한 지역의 전선을 다 끊어버린 듯. 우리 동네는 송전선 바로 옆이라서 전기가 안 끊긴 듯 하다.

암튼 이번 주말은 얌전히 집에서 보내야겠다. 어쩌면 전기 끊긴 회사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피난을 올지도 모르겠네 -_-;

December 20, 2006

Christmas Season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한국 출장 중이었는지라(흑.. 호텔이 다 full 이라서 방잡기 진짜 힘들었다) 실질적으로는 이 동네 크리스마스를 구경하는건 처음. 미국은 국경일이라고 다같이 쉬는 날이 거의 없는 대신 개인적으로 휴가를 많이 쓸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물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에 해당되는 소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에 한 번,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휴가를 잡는다. 추수감사절부터 시작해서 새해까지가 이른바 holiday season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이 기간 동안에는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는 별로 없는 것 같다.(우리 회사는 제외고.. -_-)

평소에도 느끼는거지만, 미국인들은 집 꾸미는데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다. 인테리어나 정원 조경 쪽은 기본이고, 할로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New Year Day까지 연말에 몰려있는 이 명절들마다 부지런히 장식을 바꿔 달아주는 센스가 중요하다.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장식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야 당연히 있는거고, 집 전체와 정원의 나무들에 온갖 종류의 조명과 장식을 달아 휘황찬란하게 꾸미는 집이 도처에 보인다. 물론 지난주 폭풍 덕에 상당수의 집들이 다시 장식을 설치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 주말에는 밤에 돌아다니면서 크리스마스 장식들만 골라서 사진을 찍어볼 생각이다.

Holiday Season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뭐니뭐니해도 쇼핑몰! 이 동네에서 주차난이라는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다.(뭐, 그래도 좀 멀리 세워야 할 뿐 자리는 있다) 쇼핑몰 안은 정말 인산인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어마어마한 소비 국가라는걸 새삼스래 느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holiday season 에 1인 평균 지출 금액이 $1000(대략 100만원) 가까이 된다니 대충 어느 정도로 질러대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 기간에 집중 세일을 하는 영향도 크다.(세일 열풍을 틈타 나도 사진집 몇 권을 며칠 사이에 질러버렸다 -_-)

아뭏든, 연말이라고 전체적으로 좀 풀어져서 일이 손에 잘 안 잡히는 상태. 내일은 회사 차원의 송년회로 볼링 시합을 하기로 했다. 백만년만에 볼링 치는건데, 잘 되려나 모르겠다 -_-

December 29, 2006

2006년 마무리

오늘(29일)부터 시작해 내년 1월 1일까지 4일 연휴가 시작되었다.
벌써 하루가 지났지만, 연말을 이렇게 푹 쉬면서 보내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내일 저녁은 지인들끼리 송년 파티를 하고, 모레는 New Year's Eve 행사들 구경하러 Seattle downtown에 나가있을 예정. 미국에서 맞는 첫 연말인지라 구경할게 많겠다 +_+

생각해보니 올해는 한 일이 참 많다.
작년은 대부분 한국 출장 중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올해가 미국 생활 첫 해인데, 아무래도 새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더 정신없게 보냈던 것 같다.

올해 한 일을 대충 정리해보면..

1. 운전면허 & 자동차 구입
2. 집에 암실 만들다
3. 여행(워싱턴 주 여기저기, 뉴욕, 라스베가스, 캘리포니아)
4. 골프 배우다

뭐, 이정도인가 -_-a

아파트를 새로 구해서 새 동네로 이사를 왔고, 이 동네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아지트를 발견한 것도 수확. 도서관에서 때때로 고전영화 빌려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그러고보니 도서관 관련해서 글을 쓴다는게 깜빡하고 있었네.

미국 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건 자기 시간이 많다는거다. 한국에서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아는 사람도 많이 없거니와, 만나도 술먹고 늦게까지 노는 문화가 아니니 대개는 늦어도 10시 정도면 집에 들어온다. 저녁 시간 + 주말을 온전히 혼자서 쓰니 사진 작업이나 책읽기 등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아뭏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1년을 보낸 듯하다. 내년 목표는.. 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January 11, 2007

폭설 내리다

아파트 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 어제 오후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해 밤새 풍경이 저렇게 변해버렸다.

어제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에 일찍 가라고 해서 5시 정도에 회사에서 나왔다.
다행히 저번에 체인을 사 둬서 주차장에서 낑낑거리며 설치한 후 출발했다.
밀리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회사에서 동네 근처까지는 왔는데, 문제는 우리 동네가 언덕 위에 있다는 사실.
언덕길은 이미 양 옆으로 버려진 차들로 가득했고, 내 앞에서 가던 차는 슬슬슬슬 옆으로 게걸음을 하더니 길 가에 주차하는 황당한 신공을 보여주기도 하더라 -0-

근데, 잘 올라가다가 잠시 선 후 다시 출발하려는데 바퀴가 헛도는게 아닌가!!
뭔가 이상해서 차를 내려서보니 한 쪽 체인이 풀렸다 ㅠ_ㅠ
눈 펑펑 오는데 체인 다시 감으려니 진짜 고역이더라. 그나마 촬영용 장갑이 차 안에 있어서 그거 끼고 작업해서 다행이었다.

아뭏든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벌써 2시간 반 정도가 지났더라.
대충 연락을 돌려보니 함께 출발한 회사 사람들 중 유일하게 집에 도착 -_-v 체인의 위력을 실감했다.(나중에 들어보니, 어떤 사람은 가능한 집 근처까지 가서 쇼핑몰 주차장에 차 세우고 2시간 걸어서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_-)

회사 사람 한 명은 자기가 여기 온지 8년째인데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시애틀 지역이 원래 1년에 눈이 한두번 올까말까인데, 이렇게 많이 온 것은 그나마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하네. 확실히 지구 기후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밤새 내린 눈 덕에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점심 먹고 나서 카메라 들고 집 근처 산책이나 좀 해봐야겠다.

January 19, 2007

1977.1.19 ~ 2007.1.19

어느덧 30년의 삶을 살았습니다.

365 * 30 + 7(윤년) = 10,957 일
10957 * 24 = 262,968 시간
262968 * 60 = 15,778,080 분
15778080 * 60 = 946,684,800 초

저 가늠하기도 힘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건, 저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앞으로 또 다른 30년이 지난 후에도, 그 때의 나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기를.

Happy Birthday to ME 지금까지 잘 해 왔어요. 앞으로는 더 좋을거에요.

January 20, 2007

스노우보드 배우다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Snoqualmie Pass 라는 스키장이 있다. 다른 스키장에 비해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기온이 따뜻하면 비가 내리는 곳인데, 올해는 유난히 많은 눈 덕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아뭏든, 가까우니 부담없이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스노우보드를 배우기로 했다. 실외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이다보니, 역시나 초보자들을 위한 특별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강습 + 리프트 + 장비 대여 = $33 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니 어찌 끌리지 않겠는가!! 물론 보드복 장만하느라 돈 왕창 깨진거 생각하면.. ㅠ_ㅠ

도착해서 장비를 빌리고 나니 강습 시간을 놓쳐 다음 강습시간까지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같이 간 사람들 중 처음 배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지라, 다들 리프트 타고 올라가고 혼자서 보드 신어보고 낮은 곳에서 (문자 그대로) 마구 굴렀다. 얼마나 넘어졌는지 발보다 등이 땅에 닿아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_-

강습은 뭐, 그냥 싸구려스럽게 기본 동작 가르켜주고 반복하다보면 강사가 가~끔 와서 한마디 해주고 가는 식이었다. 그래도 무게 중심의 위치하고 턴 방법 등은 배울 수 있었다. 왼발이 앞에 가도록 타는게 레귤러, 오른발이 앞에 가도록 타는게 구피 라고 하는데 잘 모르니 일단 레귤러로 연습을 시작. 여전히 계속 넘어지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대충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강습이 끝나고 같이 간 사람이 나를 슬로프로 끌고 갔다.

난생 처음 타보는 리프트에 매달려 대롱대롱 올라간 곳은 초급자 코스. 오 마이 갓. 아래서 보던 것과 체감 경사가 완전히 다르다. 슬로프에 서는 순간 보드가 줄줄줄 미끄러져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다음 순간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_- 그렇게 넘어지기를 수십차례를 반복해서 코스 아래까지 굴러 내려오는데는 성공했다;; 직선거리로는 150m 정도밖에 안 되는 코스가 왜 그리 길게 느껴지던지 -_-;

그래도 두번째 세번째 올라가니 점점 요령이 생겨서, 마지막에는 제법 보드스럽게 타고 내려왔다. 여전히 넘어지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서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경사면에서 적당히 버티면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법을 터득. 두어번 더 가면 왠만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집에 왔는데 온 몸이 안 쑤신 곳이 없다는거 -_-
내일은 계속 침대에서 뻗어 있을 것 같다;;

January 28, 2007

스노우보드 - Day 2

스키장 모습

지난주에 이어, 스노우보드 배우러 갔다. 두번째 강습.($99에 3번 강습이다) 의외로 날씨가 좋아 기온이 낮았음에도 햇빛 덕에 따뜻했다. 추운건 정말 싫다. :-(

지난주의 강습 결과가 "근육통"이었다면, 이번주에는 "멍"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겠다;; 이제 무게중심 잡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타는건 어느 정도 되는데, 이렇게 힐(heel) 사이드 에징만으로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연습하는게 전진 방향을 한 쪽(나 같은 경우는 왼쪽)으로 고정하고 힐-토(toe) 사이드를 오가면서 에징을 걸며 내려오는거다.

이 경우 무게중심을 좌우가 아니라 앞뒤로 재빨리 옮겨줘야 하는데 이제 참 힘들다. 좌우의 경우 제대로 무게중심을 못 옮겨도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니 재빨리 바꾸면 되는데, 앞뒤의 경우는 제대로 못 옮기면 보드가 눈에 걸리면서 바로 나동그라진다. 이거 연습하다가 수십번은 넘어졌는데, 그 중 네다섯번은 진짜 눈물 나게 아파서 5분 정도는 땅에서 데굴거렸다 ㅠ_ㅠ 게다가 눈이 안 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바닥은 완전히 빙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오른쪽 정강이, 오른쪽 팔꿈치, 왼쪽 엉덩이에 멍들었다 ㅠ_ㅠ

중급자 코스 위에서 본 풍경

그래도 중간에 몇 번은 중급자 코스 같은데 올라가서 내려와보기도. 확실히 코스가 기니까 더 좋긴한데, 어려운 곳이 많아서 몇 번 타고 오니까 너무 지치더라. 테크닉은 초급자 코스에서 연습하고, 중간 중간 바람 쐬러(?) 올라가 보는게 좋을 것 같다.

January 30, 2007

착시 현상

사진이 작게 나오니, 클릭해서 크게 보시길.

꽤 오래 전에 유행했던건데, 파일 정리하다가 예전에 저장해뒀던 파일이 보여서 재밌어서 올려본다.

그림에서 A 라고 되어 있는 사각형과 B 라고 되어 있는 사각형은 사실은 정확하게 같은 색이다. 다만 주변의 사각형 색 때문에 B 쪽이 훨씬 밝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것. 믿기 힘들지만, 포토샵에서 불러들여 각 사각형의 색을 확인해보면 정말 똑같다. 어떤 사람은 이 그림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A, B 사각형을 제외한 부분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 확인해보기도 하더라 -0-

이 그림은 원형으로 배치된 분홍색 원이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없어지게 만든 것. 그런데 가운데 십자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홍색 원이 그냥 없어지는게 아니라 연두색으로 변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조금 더 있으면 분홍색 원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게 진실이 아니라는 결론.(너무 거창한가 -_-)

February 3, 2007

스노우보드 - Day 3

드디어!! 좌우로 턴을 하면서 내려오는게 된다 ㅠ_ㅠ

지난번 얼음 바닥의 악몽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먼(2시간 거리) 곳에 있는 Stevens Pass 라는 곳으로 갔다. 초급자용 슬로프가 길기 때문에 연습하기도 더 좋다고해서, 아침 일찍 출발해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흐흐.. 역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솔솔. 눈 질도 좋고, 슬로프는 경사가 있는 구간과 완만한 구간이 적당히 섞여 있어 연습하는데는 정말 딱이었다.

처음에는 여전히 잘 안되서 몇 번 바닥에 굴렀는데, 몸이 풀리기 시작한 후로는 의외로 쉽게 좌우로 턴이 되기 시작했다. 자꾸 넘어질 때는 겁이 나서 다리에 힘이 콱 들어가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드는데, 슬슬 무게중심 잡는게 익숙해지니 힘도 덜 들고 훨씬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슬로프가 긴 대신 리프트 타는 시간이 길어지는게 좀 문제인데, 리프트에 앉아서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면 빨리 다시 올라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된다는.. ^^;

오늘은 거의 넘어지지도 않아서 몸에 별 충격은 없는데, 대신 저번에 멍이 든 곳을 다시 부딛히면 징하게 아프다. 특히 엉덩이뼈 부분은 넘어지는 순간은 별로 아픈지 모르는데(눈이 푹신해서 순간적인 충격은 별로 없는 듯) 2~3초 후부터 뼈 안쪽에서부터 찌르르~ 하는 느낌이 퍼지기 시작해 5~6분 정도는 얼얼한 느낌이 계속된다. 이거 빨리 나아야지 맘 편히 넘어지겠다.

날이 좀 쌀쌀하긴 했는데, 헬멧,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데다가 막상 내려올 때는 몸을 많이 움직여서 약간 더울 정도. 집에 돌아와서 피곤한 것도 처음보다는 훨씬 덜하다. 이 정도면, 자주 타러 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나다 -_-; 사진으로 보니 마스크가 삐뚤어졌구만;;

February 8, 2007

장바구니 놀이


<그림 출처 : Marine Blues>

비슷한 짓을 나도 하고 있는데, 이른바 북리스트 채우기 놀이.
어디서 책 리뷰 같은거 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YES24 리스트에 채워 넣는데, 중간중간 책을 사서 리스트를 줄여감에도 불구하고 이게 어느새 100권을 채웠다.

총금액 1,368,760원 -_-;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나..

February 13, 2007

아침식사

냠, z님 레시피를 받들어 만들어본 토마토 살사 베이글. 역시 음식 모양내기는 힘들다.
베이글 구멍 막는데 치즈를 썼더니, 조금 느끼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저렇게 한 조각에 넥터린(천도 복숭아?), 우유를 곁들이면 아침 식사로 든든.
토마토 살사는 이번에는 많이 만들어뒀으니 일주일 정도는 넉넉히 먹을 것 같다.

February 20, 2007

스네이프는 적인가, 친구인가?

해리 포터 6권까지 읽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포스트 ^^; 참고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놀라움을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5402657.jpg
해리 포터 7권의 미국판과 영국판 표지. 미국판이 훨씬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7월 21일, 드디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인 7권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가 나온다. 이보다 약간 앞서 7월 13일에는 5권이 영화가 개봉되는 등, 7월은 해리 포터로 시끌벅적한 한 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97년 1권이 발간된 후 전세계적으로 마법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해리 포터 시리즈가 딱 10년만에 마무리가 되는 셈인데(영화는 좀 더 오래 끌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이 부린 가장 큰 마법은 바로 저자 J.K.Rowling 의 인생역전(!)인 듯 싶다. Edinburgh 에 있는 한 까페에서 시리즈의 1권을 써내리던 한 생활보호 대상자였던 싱글맘이, 10년 후에는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그 까페 근처에 있는 호텔 스윗룸에서 탈고를 했으니 정말 마법이 따로 없다고 하겠다.


J.K.Rowling. 이 평범하게 생긴 아줌마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명이 되었다

어쨌거나, 이 10년에 걸친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마지막 권을 앞두고 온갖 추측과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소문 중 하나는 "덤블도어는 죽지 않았다" 인데, J.K.Rowling 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덤블도어는 확실히 죽었으며, 다시 살아난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해리 포터 자신이 볼드모트의 호르크룩스라던가, 예언 속의 인물이 사실은 해리가 아니라 네빌이라던가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공식적(JKR 자신에 의해)으로, 혹은 비공식적(JKR의 측근들이 JKR 에게서 들어 전달한)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독자들이 책의 결말을 궁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비밀은 상당히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미리 알려지면 정말 김빠질거다.

그래서, "결말이 어떠어떠 하다더라"라는 소문은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그보다는 1~6권에서 나온 힌트들을 조합하여 7권의 전개를 예측하는 글들을 읽어보는게 여러 모로 흥미로운데(정말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날카로운 독자들이 많다. 책도 정말 함부로 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예측들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뭐니 해도 스네이프 교수의 정체.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직접 죽인 상황에서, 스네이프의 진짜 정체가 7권 내용의 향방을 가를 것임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덕분에 스네이프의 정체를 놓고 현재 그가 이중스파이로서 덤블도어의 명을 따르고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로 볼드모트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 중이다. 미국의 서점 체인인 Borders의 경우는 아예 해리 포터 7권을 예약주문하는 사람에게 "trust SNAPE" 혹은 "SNAPE is a very bad man" 이라고 적힌 스티커 중 하나를 보내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기도. (새삼 느끼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범퍼 같은데에 스티커 붙이는걸 정말 좋아한다)

snape.jpg
Borders의 이벤트 스티커

주지하다시피, 스네이프는 1편부터 시작해 말포이와 더불어 최고의 악역이었다.(볼드모트는.. 사실 몇 번 나오지도 않는다 -_-) 그냥 이죽거리기나하는 말포이는 차라리 귀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네이프가 교수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해리를 여러 모로 괴롭혀 왔음을 상기해보면 그를 시리즈 최고의 악역으로 선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해리를 퇴학시키려 한 것도 여러번이었고, 3편에서 시리우스를 디멘터에게 넘긴 것도 바로 그였다. 5편 이후로는 "Order of the Pheonix"(OOTP)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Death Eater 들과도 계속 접촉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덤블도어가 그에게 보내는 신뢰로 인해 일단은 Death Eater들을 속이면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사실 해리가 시리우스의 죽음을 스네이프 탓으로 돌리는건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6편 말미에서 스네이프가 직접 덤블도어를 죽임으로써 그의 악행(?)은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하지만, 이렇게 큰 흐름만 잡아서는 스네이프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우선,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복잡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6편에서 드러났듯, 그는 학창시절 매우 영민한 학생이었지만 해리 포터의 아버지인 제임스 포터의 그늘에 가려있었고, 더구나 제임스 그룹이 스네이프에게 한 행동들은 그닥 자랑스러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스네이프가 그들을 미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주변의 선망 속에서 학교 규칙을 끊임없이(!!) 어기는 해리를 그가 미워하는 것은 정당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해리에게 행한 수많은 악행들은 인간적인 적대감으로 보아야지, 그것이 스네이프가 악하다는 증거가 되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덤블도어는 그를 신뢰했다. 이 점이야말로 스네이프 지지자(?) 들의 가장 큰 논거이기도 하다.

스네이프 지지자들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의 지시 하에 Death Eater로 가장하고 있는 이중 스파이다.
  • 말포이의 엄마의 요청으로 덤블도어 살해라는 말포이의 임무를 대신 해 주겠다는 "Unbreakable Vow"를 맺게 되는 것도, 자신의 정체를 Death Eater 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행동이다.
  • 스네이프는 이를 덤블도어에게 이야기했고, 덤블도어는 그럴 상황이 되면 자신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스네이프는 이를 거부하는데, 바로 이 대화의 일부를 해리가 엿듣고 스네이프와 덤블도어가 다툰다고 생각한다.
  • 덤블도어는 죽기 전에 스네이프에게 "Severus.. please..." 라며 애원한다. 이는 덤블도어가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신의 지시를 따르고, 무엇보다도 숨어 있는 해리를 보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덤블도어를 죽인 이후 도망치는 스네이프를 해리가 추격하자, 스네이프는 해리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다른 마법을 써서 공격한다.(아마도 기절시키는 마법?) 이는 스네이프가 해리를 싫어하긴 하지만, 덤블도어의 지시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스네이프의 안티(?)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건 최악의 행위다. 심지어 호르크룩스를 만드는데 살인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그것은 살인의 죄악을 행함으로써 살인자의 영혼의 일부를 갈라내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덤블도어가 살인을 지시했을 리가 없다.
  • 스네이프는 슬리데린의 사감이다. 슬리데린의 특성은 자기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스네이프가 한 모든 모호한 행동은 자기 안위를 지키기 위해 양쪽 모두에 속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불과하다.
  • "Unbreakable Vow"를 맺는 상황이나, 후에 덤블도어를 죽이는 상황을 살펴보면 스네이프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스네이프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Unbreakable Vow"를 맺고 덤블도어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 무엇보다도, 그가 그동안 해리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라.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네이프의 안티들 주장은 좀 약하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 스네이프가 덤블도어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7권에서는 죽음(해리나 다른 누구를 지키기 위한 희생)으로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네이프를 증오하고 있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걸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은 7권이 나오면 밝혀지겠지만.. 재밌지 않은가, 이런 추측들이 :-)

February 22, 2007

한국 출장 일정

<일정>
2월 28일 저녁 서울 도착
3월 3일 ~ 4일 춘천
3월 13일 출국

오랜만의 한국 출장. 작년 2월 초에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1년 조금 넘게만에 나가네.
이번 출장은 삼성과 직접 작업하는게 아니라서, 기간 내내 서울(가산동)에 잇을 예정이다.
기간이 짧아서 상당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네.

숙소는 역시나 서울대입구역 앞의 레지던스로 잡을 듯.

오랜만에 만날 사람들 목록하고 먹고 싶었던 음식 목록 뽑아서 가야겠다 ㅋㅋ

March 13, 2007

I'm back

짧았던 2주간의 한국 출장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갈 때 비행기는 괜찮았는데, 올 때는 유난히 힘들게 타고 온 듯. 가뜩이나 잠도 잘 안 오는데, 옆에 앉은 인도 사람은 비행 내내 위스키니 맥주니 마셔대면서 버스럭대더라 -_-+ 그나마 비행시간이 2시간 정도 짧은게 다행.

워낙 빠듯했던 일정이라 미처 사람들도 다 못 만나고 돌아왔다. 그나마 우선 순위를 조정해서 보고픈 사람들만 겨우 보고 돌아왔는데, 돌아오니 사장님께서는 소개팅이라도 좀 했냐고 물으시네. 아는 사람 만날 시간도 없었는데 모르는 사람 만날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대략 1년여만에 나간 한국은 기억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신없었다. 특히 서울. 뿌연 공기에 높은 빌딩들 사이로 사람들은 버글대고, 차들은 왜 그렇게 무섭게들 운전을 하는지. 아무래도 나는 도시보다는 전원 생활이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비행기 타려고 인천 공항 돌아오는 길에 공항 근처 아파트를 보면서 "그나마 여기가 낫네. 나중에 한국 오면 이 근처로 집 구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_-

가방 안에 책이 한 짐이다. 배송비 아껴보겠다고 담뿍 주문을 해서 들고왔는데, 수화물 중량 초과로 추가 비용 3만원 낼 뻔 했다 -_- 다행히 공항의 이쁜 언니가 이번엔 그냥 해주겠다고 해서 패스. 다음에는 정말 중량 신경 쓰면서 짐을 싸야 할 것 같네.

아아.. 피곤하다. 화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화요일 오전에 도착하는 일정이다보니 고생한거에 비해 주말까지는 그대로 남아 왠지 억울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이번 주말은 간만에 여유 있게 지낼 수 있을테니. 주말까지 힘내서 화이팅!!

March 17, 2007

Jet Lag

이번에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비행 중 하나였는데, 옆에 앉은 인도 남자는 계속 과자봉지 부스럭대면서 술을 마셔대는 데다가 사방에서 아기가 울어대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게다가 평일에 돌아오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다음날 바로 출근해서 일하는 바람에 최악의 시차적응 실패로 고생하는 중. 어제는 몸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지금 이렇게 새벽 4시에 깨서 글을 쓰고 있네 -_-

그제는 하루종일 말 그대로 비몽사몽. 특히 점심 이후로는 머리가 멍하고 몸까지 오슬오슬 추워서 도무지 뭔가를 집중해서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버티다가 퇴근해서는 밥 차려먹고 가능한 오래 버티다 잠든게 오후 10시 반.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잠들었는데, 번쩍 정신이 들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이었다 ㅠ_ㅠ 성질 한 번 버럭 내고 다시 잠들었다가 또 깨니 3시 반이고, 뒤척대면서 4시 반까지 버티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그대로 버티다간 또 하루가 멍하게 지나갈 것 같아 난해한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근데 평소면 10분이면 눈이 감겼을 그 책이 왜 그리 잘 읽히는 것이냐!!! 30분 넘게 읽고 있다가 이대로면 밤 새는거 금방이다 싶어 책을 덮었다. 다음 작전으로는 이불 속에 최대한 몸을 또아리를 틀어 몸 전체로 온기가 퍼지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 오오.. 효과가 있었다. 그래도 6시 정도에는 잠이 든 것 같았고 8시에 일어나니 그런대로 버틸만하다는 느낌.

덕분에 어제는 그럭저럭 건전하게 하루를 보내고, 밤 12시 정도까지 안 자고 버티는데 성공. 12시 경에는 엄청나게 졸리긴 했지만, 이 정도면 시차적응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또 새벽 4시에 깨 버렸다 ㅠ_ㅠ 그것도 잠깐 화장실 가고 싶어 깨는 정도가 아니라 삽시간에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면 어쩌란 말이냐구우우우~ 어흑. 그래도 오늘은 휴일이라 아침에 회사 가야한다는 강박은 없어 좋네.

조금 놀다가 어떻게든 다시 자려고 시도해 봐야쥐 ㅡ,.ㅡ 근데 이 시간에 깨면 왜 이리 배가 고픈지.

March 18, 2007

St. Patrick's Day

이미 지나긴 했지만, 어제(3월 17일)는 St. Patrick's Day 라고 하는 날이었다. 사실 미국 자체의 국경일이나 명절은 아니고 아일랜드인들의 명절로 아일랜드에서는 3월 17일이 공휴일이다(이번 해는 토요일과 겹쳐서(!!!) 다음주 월요일에 쉰다고 한다). 미국에 워낙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여타 민족들의 명절들(에컨데 우리의 설날이자 중국인들의 설날인 Chinese New Year는 China Town 같은 곳만 시끌벅적하지, 전체적으로는 조용하다)에 비해 꽤 떠들썩한 주간이 되곤 한다. 알고보니 케네디도 아일랜드계라고 하네.

St. Patrick 은 기원후 4~5세기 경 아일랜드에 로마 카톨릭을 크게 퍼뜨린 인물으로, 아일랜드인 수호성인이다. Irish Church 같은 곳에 보면 녹색 옷을 입고 뱀을 밟고 있는 인물이 그려진 스테인드 글라스를 볼 수 있는데, 이 인물이 바로 St. Patrick 이다. 아일랜드에는 뱀이 살지 않는데, 전설에 의하면 St. Patrick 이 아일랜드에서 뱀을 몰아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뱀이 살았던 적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카톨릭에서 뱀이 상징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아마 당시 아일랜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드루이드교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싶다.

월드컵 같은데서 종종 봐서 알겠지만,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색은 녹색이다.(심지어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 월드컵에서도 ㅋㅋ) 아마도 St. Patrick의 옷 색에서 유래한게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St. Patrick's Day 에는 녹색이 들어간 옷을 입는게 전통. 3월 17일에는 녹색 옷을 입은 아일랜드인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을 하며 St. Patrick's Day를 자축한다. 특히 미국 건국 초기부터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많이 자리를 잡은 동부 도시(대표적으로 보스턴)들은 도시 전체가 녹색으로 출렁이곤 한다고 한다. 심지어 2005년에는 시카고 강에 염료 같은걸 풀어서 강 전체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짓을 하기도 -_-

아일랜드인이 아니더라도 St. Patrick's Day 에는 녹색을 입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특히 학교 같은 곳에서는 난리가 나는데, 옷에 녹색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꼬집히기 때문. ㅋㅋ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옷 입는 스타일에 녹색이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은데, 다행히 녹색 옷이 있어서 차려입고 나섰다. 기념으로 사진 한 방!!

PICT1121.JPG

March 19, 2007

나는야 한국 사람

아침으로 토스트를 구워 먹는데, 이번에 산 식빵이 Milk & Honey 라고 되어 있는데 좀 눅눅한 느낌이 들면서 느끼하다. 거기에 치즈까지 한 조각 끼워넣어 먹으니... 음;;

잠시 어떻게 느끼함을 참아보려다가 얼른 나가서 냉장고를 열고 총각김치 한 조각을 베어먹고 왔다. 흑, 이 맛이 역시 최고다. ㅡ.ㅜ

March 24, 2007

그 해 여름

어제 저녁은 간만에 금요일 저녁의 여유(흑, 다음날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된다)를 만끽하며 영화 한 편을 봤다. 회사 사람들이 카피해준 영화가 몇 개 있었는데, 다른건 다 무슨 영화인지 알겠는데 이 영화(<그 해 여름>)는 전혀 사전 정보가 없어서 보기 시작.

영화 자체는 너무 평이했다. 사실 진부한 스토리에 클리셰로 범벅이 된, 살짝 평균 이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는 영화였기 때문에 진지하게 영화평을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그래도 배우하고 캐릭터가 나름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우선 배우 이병헌은, 약간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이라고 하기엔 이젠 약간 나이들었다는게 느껴지고(요즘 대학가 가보면 대학생들이 얼마나 어린지(!!) 느낄 수 있더라), 그렇다고 반백의 노교수로 분하기에는 얼굴에서 드러나는 삶의 깊이가 너무 얕다. 배우 자체보다도 흥미를 끄는건 이병헌이 분한 캐릭터다. 뭐 캐릭터 자체가 좋다기보다, 어째 실제 인물인 김진균/김세균 교수 형제분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 반백의 장발(?)도 그러하거니와, 두 분 모두 역시 나중에는 사회 참여적인 학자가 되었지만 대학생 때는 날라리(?)였다고 하고.. 집안이 유복했다는 설정도 비슷. 김진균 교수님은 2004년 지병으로 별세하셨다. 뭐, 지극히 주관적인 인상이니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고 수애. 흑, 이쁘다. 뭐랄까 요즘 보통 예쁘다고 하는 타입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는 강단있는 모습이 좋았는데, 여기서는 좀 청순가련형이다. 사실 캐릭터 자체는 그닥 인상적일게 없는데, 그 역을 소화한 배우가 너무 예쁘게 잘 어울려서 눈길이 가는 경우.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약간 촌스러운(?) 옷차림이 왜 그리 이뻐 보이는지 ㅎㅎ

참 오랜만에 연예인 보고 가슴이 설레보네 ^^;

March 29, 2007

신입생 환영회, 그리고 나

대학교 때 일이다. 요즘도 있겠지만, 매년 초 대학에서는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라는 행사가 열린다. 일종의 신입생 캠프인데, 순수하게 학생회 주관의 행사라 학교 측의 보조는 어느 정도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직접 뚝딱거리며 준비하고 운영하는 행사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례화되고 규모도 있는지라 지도교수님들도 매번 신입생들에게 인사도 할 겸 들리곤 하는, 나름대로 공식 행사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3학년 때(97년), 당시 학내에서는 양성평등 및 학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시기에 이러한 활동들이 활발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문제는 이러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당시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던 기존의 '운동권' 남성들과 어느 정도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운동권 문화 내에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때문에 운동권들이 장악하고 있었던 학생회 차원에서는 대놓고 부정하지는 못하나 그렇다고 탐탁치는 않아하는, 다시 말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로 이 활동들을 대했었다. 여성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운동권이라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억압을 창출하는 권위적인 마초들이었고, 몇몇 운동권들 입장에서는 여성 활동가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를 가지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에 불과했다.

자, 어쨌거나 서로의 명분을 부정하지 못하는 이상 양쪽의 관계는 그저 "불편한" 사이 이상은 아니었는데, 학생회가 주관하는 새터에서 양쪽이 맞부딛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성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새터는 새로 대학에 들어오는 신입생들과 양성평등과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동시에, 매년 새터에서 반복되는, 각 과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남성중심적 문화에 문제제기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예컨데, 각 과에서 과가(과 노래)라고 지어부르는 노래에는 성적 표현들이 담긴 경우가 많았으며, 술을 강권한다던가 술에 취한 여학우의 몸을 더듬는 일 등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성추행 같은 경우는 그나마 금방 문제의식이 공유가 되었지만, 문제는 각 과들이 나름대로 전통(?)으로 삼아오던 것들에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자, 발끈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발끈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지는 "너무 과민반응 아니냐" 였다. 다 재밌자고 하는 얘긴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누구에게는 재밌는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당시 기계과 같은 경우는 구호로 "정력 기계"와 같은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게 실제로 사라지기는 그로부터 2~3년이 더 걸렸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과에는, "지신밟기"가 있었다. 전통문화 중 하나의 "지신밟기"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이 행사는 새터에서 단과대 전체가 함께 모이는 행사 후에 행사장에서 숙소로 돌아올 때 남학생들이 죽 늘어서서 상채를 숙여 다리를 만들고 그 위를 여학생들이 밟고 숙소까지 오도록 하는 놀이였다. 기억하기에는 비단 우리과만이 아니라 공대의 많은 과들이 해왔던 전통(?)이었는데, 암튼 그 해 우리과 내에서도 이 행사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밑에 깔리는 역할을 하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위에 올라가는 여학생들을 두고 몸무게가 어떠니 하는 말들이 오가는게 다반사였고, 심지어는 올라간 여학생이 떨어져 땅을 밟으면 과가 일년 내내 재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여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줄 수도 있고, 게다가 위험하기도 한(떨어져서 다칠 수도 있다) 행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전통적으로 별 문제 없이(?) 해왔던건데 뭘 새삼스래 문제삼냐는 의견이 충돌했던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후자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뻤던건,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기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적당히 절충하고자 했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이 행사를 할지 말지 결정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역시나 결정에 책임이 있었던 다른 한 친구는 별 이상한걸 가지고 문제삼는다며 아예 일찌감치 논쟁에서 빠져버렸다. 덕분에 절충을 시도했던 나는 논쟁의 한가운데에 서서 지신밟기를 하지 말자는 사람들의 문제제기를 온 몸으로 육탄방어하는, 다시 말해 지신밟기를 죽어도 해야겠다는 입장이 되버리고 말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통이니까"라는 말밖에는 할 얘기가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나는 온갖 궤변들과 잡설들을 늘어놓으며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이 때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면 쪽팔림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런 기억은 왜 이리 안 희미해지는지.

어쨌거나, 실제 행사날이 되어서 나는 (어리석게도) 역시나 절충적으로 지신밟기를 짧은 구간에서만 하고 숙소로 돌아가자는 결정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길었던 짧았던, 그건 행사를 진행한거였다. 덕분에 새터 이후 나는 지신밟기를 옹호한 것에 대한 반박과 더불어 결정의 독단성에 대한 비판까지 한무더기로 감수해야했고, 자기 의견 없는 어설픈 절충이라는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달리는 기차 위엔 중립이란 없다는걸 온몸으로 배웠다고나 할까. 절충을 시도하거나 중립을 가장하는건 쉬운 선택이지만, 그건 사실 자기 의견을 갖는 대신 대세를 따르겠다는 기회주의에 가깝다. 가장 어려운 선택은 옳은 일과 그른 일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옳은 일과 '쉬운 일' 사이의 선택인 법이다.

약간 딴 길로 이야기가 샜지만, 새삼스래 옛날 기억을 들쳐낸 까닭은, 요사이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이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들을 비난하고, 당사자들은 "과장되었다", "다 같이 즐겼다"와 같은 변명을 하는데, 폭력의 강도는 다를지언정 이들이 하나의 '집단'으로서 환영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이것을 '전통'으로 받아들이는 의식구조는 나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고 느껴진다.

비오는 날 정문앞 팬티바람 얼차려
대학폭력 ‘시끌’하니 조심조심 ‘얼차려’
대학 신고식, 폭력 넘어 성희롱

이해한다. 하나의 집단이 관습적으로 해오던 일이 외부의 비난에 부딛혔을 때 당사자들이 느끼는 반발감을. 이해한다. 억압/피억압의 계급구조가 영구적인게 아닌 이상(시간이 지나면 당했던 사람들이 선배가 되어 가해자의 위치에 선다) 이것을 그저 하나의 통과의례로 생각할 수도 있음을. 하지만, 앞서도 말한 간단한 사실, 누군가의 즐거움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들이 원하는 동질감이라는 것들이 꼭 폭력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을음 깨달아야 한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들 당사자들의 심리이다. 입시 교육 체제 안에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기회를 박탈당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어떤 집단적 정체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대체하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설혹 환영회에서 자신이 모욕을 당하는 경우조차도 그것을 집단 내부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는 이유 역시, 어떤 동질적 집단에 소속되기를 바라는, 그래서 누군가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해주기를 바라는 강한 심리적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든 목소리에 대해 이들은 강한 반발을 느끼는 것 역시, 이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어렵사리 획득한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 나는 이들을 향한 외부의 비난이 다분히 소란스럽게만 느껴진다. 물론 문제제기는 필요한 일이다. 한겨레 신문의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이러한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며 개개인의 마음 속에 폭력을 내면화시키고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밀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외부의 지적은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관행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희생되는 이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는 문제가 가려질 뿐이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말초적일수록(도대체 전문대라서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가 어찌 그리 공공연하게 발언될 수 있단말인가), 징계니 감사니 어쩌니하는 관료주의적 처방만이 횡횡할수록, 그들의 마음에는 자물쇠가 채워질 뿐이다. 그들은 계속 열린 개인을 배제하는 닫힌 집단을 유지할 것이며,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역시가 같은 식의 파벌과 집단에 의존하는 퇴행적 심리가 유지될 것이다.

기적에 가깝겠지만, 나는 그들 학교에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교수들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을(대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장할 기회가 없었던 겉늙은이들이다) 질책하기보다는, 함께 문제를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솜씨 있는 강사를 초빙해 집단적 정체성과 개인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에 건강한 개인이 자리잡기를, 개인에 앞서 집단을 내세우는 폭력이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제발.

April 2, 2007

FTA, 그리고 민주주의


ⓒHARLEY SOLTES / THE SEATTLE TIMES

이 사진은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반 WTO 시위의 한 장면이다. 시위대가 타워 크레인에서 내건 이 플래카드에는 "민주주의"와 "WTO"가 서로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이 시위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WTO로 대변되는 세계 무역 자유화의 흐름은 (특히)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 시스템을 다국적 자본의 영향권 하에 종속시켜,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자국의 정치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의 경제적 이해를 지키려는 모든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다국적 자본의 시대에 자유무역은 모든 정치적, 윤리적 가치를 모두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여 사실상 민주주의와 대립하게 된다.

이번 한미 FTA 체결이 내게 던진 의문도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였다. 나는 이번 FTA 체결에 반대하지만, FTA가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 자본주의에게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어차피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이고, 자본주의 질서에서 세계적 차원의 무역 자유화가 하나의 대세라면, 무작정 그것이 나쁘다고만 외치고 있는 것도 무책임한 일일 수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IMF 같은 위기를 넘어선 한국 경제의 잠재적 동력은 새로운 도전 속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박이지만, 역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한다면 시도해 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과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그것도 대한민국 헌법 1조에서 말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역할을. 민주공화국의 이념에서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장치이다. 하지만 국민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 각각의 이해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서로 다른 이해들이 충돌하고 그 안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공화국 시스템에서 정치의 역할이며, 이 충돌과 조정의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의 이념이 실행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민주주의가 결코 다수결과 동의어가 아니다는 점이다. 민주공화국은 공화국 국민 전체의 이해를 대변해야지 그들 중 일부(수적으로 다수일 수도 있고, 권력을 잡은 쪽일 수도 있고)의 이해를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우에서 국민들 간의 이해관계는 서로 충돌한다. 국가가 어떤 정책을 통해 한 쪽의 이해를 반영하고 다른 쪽에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음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가는 모든 국민의 목소리에 대답해야 한다. 99%가 이득을 보니 1%는 손해를 봐도 참으라는 것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그 1%의 국민에게조차 국가는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국가가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그렇게 국민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정치의 전당에 울려퍼지는 것, 그것이 의회정치의 목적이자 존재 의의다. 하지만, 조선시대 전제군주제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독재정권의 잔재 때문인지, 우리의 의회정치는 배신당했다. 인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따르겠다는 대통령에게 배신당했고, 의석 수를 그저 자기 관리 하에 있는 나와바리 수 정도로 생각하는 거대 정당들에게 배신당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중요할 뿐이지, 자신들이 누군가를 대리하는 대표일 뿐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해버렸다. 한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통째로 흔드는 협상의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의회로부터 차단되었고, 더 웃긴건 의회는 굳이 그걸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이게 공화국인가? 정치는 사라지고 오직 통치만이 남은 이 나라가 어떻게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내세우는가.

양극화가 어쩔 수 없다고? 전체 경제가 나아질 것이니 농업과 제약 쪽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손해는 피할 수 없으니 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다 옳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받아들일지 말지는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당신은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볼지 결정하는 제왕이 아니다. 당신은 들어야 한다. 국민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은 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왜 그렇게 조급했는가 싶다. 왜 그렇게 근시안적인가 싶다. 스스로의 입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던 대통령이, 더디더라도 옳은 길을 가겠다던 '바보' 대통령이 왜 국가의 정치 시스템과 그 근본 가치를 붕괴시키면서까지 경제 문제에 올인해야 했는가 싶다. 당장 먹고 사는게 불가능한 나라도 아니건만, 아직도 독재정권의 잔당들이 의회정치를 모독하고 있건만, 왜 그리도 서둘러야만 했단 말인가. 그 자신이 직접 의회정치를 모독하고, 독재정권 잔당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현실을 왜 기어이 만들고야 마는가.

아직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건, FTA가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망신창이가 된 의회지만, 그리고 의회정치의 이념을 저버린 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토론의 시간과 공간이 조금이나마 주어졌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FTA의 득실을 저울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다. 우리에게 과연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우리의 민주공화국은 어디에 있는가.

April 4, 2007

봄 나들이

올 봄에 다녀오려고 생각 중인 곳들.

Tulip Festival

- 이번 주말에 다녀올 예정


Butchart Garden

- 캐나다의 Victoria 섬에 있는 곳. 4월은 어차피 튤립 등이 피는 시기라니까, 장미가 만발한다는 6월 정도에 가 볼 생각


Walla Walla

- 5월 12일, 13일 Balloon Stampede

- Walla Walla 근처에는 커다란 풍력발전 시설도 있다고 함


Palouse Falls

- 운전해서 약 4시간~4시간 반 정도 거리. Walla Walls 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한꺼번에 가 볼 생각.

April 8, 2007

망할 놈의 일기예보

한국 기상청이 일기예보 못한다고 욕을 많이 먹는데, 사실 여기도 만만치 않다 -_-

물론 워낙 날씨변덕이 심한지라(예컨데,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는데 한 시간 후에 창밖을 보면 비가 내리고 있기도 -_-;;) 예측이 힘들다는건 알지만, 적어도 대략적인 경향 정도는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물론 대개의 일기예보가 "구름이 끼는 날씨에 해가 날 가능성이 있고, 비가 올 가능성도 있다" 는 식으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지난주 내내 날씨가 좋다가, 일요일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어제는 부랴부랴 튤립 페스티발에 다녀왔다. 어제도 그리 날씨가 좋은건 아니라서 흐린 하늘에,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잠깐 해가 나는 정도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라디오를 틀어보니 밤 사이 계속 국지적인 소나기가 내리고, 내일도 그 분위기로 쭉 갈 거라는... 튤립 페스티발을 즐기기엔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었지만, 다음날 날씨가 저러니 그래도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다녀오긴 뭘 잘 다녀와. 창 밖으로 보이는 오늘 날씨는 구름 한 점 안 보이는 화창한 봄날씨를 자랑하고 있다;; 오늘 페스티발 간 사람들은 정말 좋겠구만 ㅠ_ㅠ 아까워서라도 주변에 가까운데라도 나가서 돌아다녀야겠다;;

ps. 훗, 결국 오후에는 비왔다;;

April 19, 2007

우리 안의 인종주의

Virginia-Tech 총격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건이 벌어진 미국이 시끄러운건 이해가 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한국에서의 소란이다. 끔찍한 사건인건 분명하지만 이라크에서 수백명이 죽어가도 뉴스 기사 한 번 클릭 안하던 사람들이 이 소란을 피우는건 분명 인명의 소중함 때문은 아니다. 키워드는 단 하나다. "한국인" 심지어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한국 정부가 미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니, 내가 보기엔 그냥 그런 주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이 "꽤" 있다.

대조적인건 미국 사회의 분위기다. 뉴스에서는 거의 24시간 이 문제를 방송하고 있지만, 실제 "Korean"이라는 단어를 듣기는 힘들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미국 사회가 비극에 대처하는 방식은 책임을 질 희생양을 찾는게 아니라, 우선 결속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누가 잘못을 했니,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나중 이야기다. 추모 행사에서의 연설들은 "We will prevail(우리는 극복해낼거다)", "We are Virginia-Tech(우리는 버지니아 테크다)" 같은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책임과 분노를 돌릴 외부의 적 없이도 이들은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한국 사회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서로 다른 맥락으로 같은 사건을 대하는지가 드러난다. 같은 사건을 두고 미국 사회는 그것을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한 비극으로 이해한 반면, 한국 사회는 그것을 '한국인'과 '미국인' 간에 벌어진 인종의 문제로 접근했다. 아니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이 크나큰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건을 인종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어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이다. 사건의 진범이 알려지기 전 어느 포탈의 뉴스에 달린 덧글인 것 같은데, 나는 이 글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다시피, 우리나라에도 몇 명의 중국 유학생이 있는데 방치해도 되냐는 글부터, 심지어 일본의 난징 대학살이 이해된다는 망언(!!)까지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범인이 외국인으로 밝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끔찍하지 않은가.

미국민에 사죄해야 한다는 과잉반응(?)에서도 나는, "감히" 한국인이 미국인을 살해했다는 인종주의적 열등감의 혐의를 강하게 느낀다. 물론 그저 그들이 좀 과도하게 착한(혹은 착한 척하는)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호들갑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에조차 둔감한 사람들이, 군인도 아닌 한 개인, 그것도 형식적인 국적만 한국인이고 미국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살아온 한 개인의 범죄에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폭넓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도 그 같은 혐의를 굳히는 또 다른 이유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제적 윤리의식이 강했단 말인가.

재미동포 사회가 이번 사건 이후 보이는 강박적 공포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도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린치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두려움이 동포 사회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인들의 반응과 전혀 상관없이 동포사회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위기의식이 퍼지는 것은 이렇게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본래 공포는 자기 마음 속에 있는 두려움을 외부에 투사할 때 생겨나는 것 아니던가.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분노가 아니라 그들에게 투사된 우리 내부의 인종주의가 아닐가 싶다.

April 22, 2007

1차 봄나들이 완료

화려했던 봄나들이 계획의 첫번째였던 꽃구경 사진들 정리가 끝났다. 오랜만에 필름 스캐너 돌리려니 두 배로 힘이 드네 ㅎㅎ 그래도 색이 제법 잘 살았다. 뿌듯.

UW 벚꽃

튤립 축제

다음 계획은 열기구 축제 등등인데, 거리가 좀 멀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요즘 일이 좀 바빠서 주말 계획 세우기가 여의치 않네 쩝.

May 3, 2007

Falling in LOVE?

제목보고 오해할까봐 미리 못을 박자면, 여자친구가 생겼다던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얼마 전에 소개팅을 한 번 했다. 상대는 나보다 한참 어리고, 착하고, 외모도 예쁘장한 학생이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만났다. 만남은.. 무난했다. 같이 식사하고, 웃고 떠들고.

근데, 아무 느낌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 둥글어진건지, 이제는 왠만큼 까칠한 사람이 아니면 무난히 응대할 수 있다. 적당히 상대의 관심사 끌어내고, 내 관심사 이야기해주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무난히 부대낄 수 있을 정도의 요령은 갖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아무 느낌이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루하다.

까짓 소개팅,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절박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몇 번 되지 않는 연애경험이 그나마 내게 남겨준 교훈은 사랑을 위해 사랑하진 말자는거다. 낮선 이국 생활에서 외로워 서로에게 기댈 수도 있고, 그걸 사랑이라 믿으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서로에게 의지하다보면 그게 사랑이 될 수도 있다. 그걸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난 사랑은 시작부터 특별하다고 믿는 로맨티스트다.

연애에 대한 내 감정은 양가적이다. 한편으로 나는 열정을 원한다. 나를 감탄시키고, 나를 매혹시키는 어떤 사람을 원한다. 다른 한 편, 나는 편안함을 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도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포근한 그 느낌. 하지만 경험상 후자의 경우는 시간이 보통 해결을 해주곤 했다. 서로의 모난 곳은 부비며 부대끼며 서로에게 맞추어가는게 연애라는 게임의 룰이고, 그 룰을 통과하다보면 어느새 둘은 정말 서로의 반쪽이 되곤 했으니까.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는건 과연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다. 한가지 분명한건, 내게 사랑은 에로스와 불가분의 관계라는거다. 상대에게서 느끼는 관능과 흥분이 없다면 그건 연애라는 이름의 역할극에 불과해 보인다. 물론 그 관능이 비단 육체적인 의미를 뜻하지만은 않는다. 사실 나를 더욱 흥분시키는건 육체의 얽힘보다 정신의 얽힘, 상대와의 교감과 교류다. 영혼의 고양과 함께 넘쳐나는 감수성의 홍수. 아... 그리고 그 진득한 대화로 눈빛으로 얽히던 열정이여.

May 6, 2007

스파이더맨 3

극장에 가서 보고 왔다.

컴퓨터 그래픽이 이제는 너무 사실적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컴퓨터 그래픽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_-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와.. 정말 실감나더라. 맨하튼 고층 빌딩 숲을 누비는 스파이더맨 모습이야 1편부터 장관이었지만, 모래로 부서져 내리는 샌드맨의 모습이라던가, 포효(?)하는 베놈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

그런데, "샌드맨", "베놈", "뉴 고블린" 이런 호칭들은 영화에서는 안 나온다. 그냥 다들 원래 캐릭터 이름(예를 들어, 뉴 고블린은 그냥 "해리" 다)으로 부르는데, 아마 저 호칭들은 과거 만화 캐릭터에 붙여졌던 이름으로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듯.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와도 캐릭터 원래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고, 샌드맨, 베놈 같은 식으로만 부르게된다. 정보의 과잉으로 인식이 선규정된 나쁜 사례라고나 할까 -_-

하지만 확실히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억지 설정이 늘어간다. 스파이더맨이 최후 결전을 향해 가는데 뜬끔없이 어마어마하게 큰 성조기 앞을 잠깐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국애들도 이 장면 보면서 웃더라. 얘들도 어이 없겠지 -_- 게다가 해리네 집사는 왜 지금 와서야 그 이야기를(무슨 이야기인지는 영화 보면 안다) 하는거냔 말이다. 꽃미남 얼굴은 이미 다 망가졌구만. 죽어라 싸우던 샌드맨은 뜬금없이 대화 몇 마디 나누더니 눈물 흘리며(샌드맨 몸에서 물이 나오다니) 미안하다 말하며 사라져 버리면서 끝. 아.. 허무하기도 해라. 딸 구할 돈은 구했나 몰라.

CG 도 멋지지만,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캐릭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파이더맨 역할의 토비 맥과이어는 이번에는 양면적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상당히 귀엽다. 특히 약간 악당 분위기로 나올 때 계속 웃으면서 보게 되는.. ^^; 메리 제인 역의 커스텐 던스트는 안그래도 쑥 들어간 눈이 빈곤한 역할로 나오면서 더 초췌해보여 안스럽더라는. Eternal Sunshine 에서는 예쁘게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다시 안 좋은 인상으로 바꼈다. 쩝.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리. 이 친구 잘생겼네. 전형적인 성격 좋게 잘 자란 부자집 귀공자 분위기다. 비열한 웃음도 인상적이지만, 해맑게 웃는 순박한 웃음은 그야말로 살인미소!! 이 친구도 스파이더맨 흥행과 함께 여성 팬 꽤나 생길 것 같다.

암튼 심각하게만 보지 않는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2시간 20분이 지루하지 않았으니 성공적이었다고 해야겠지.

May 17, 2007

도서관에서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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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관련된 일을 하는건 절대 아니고. 요즘 하는 일이 특정 무선통신망에서만 동작하는 서비스인데, 회사 사무실이나 시애틀 삼성 사무실에서 망 연결이 굉장히 불안정하다. 그래서 1. 망 연결 상태가 좋고, 2. 전원을 쓸 수 있으며, 3.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장소를 찾다보니, 우리 동네 도서관이 낙점!! 덕분에 근래 2~3일을 계속 도서관으로 출근 중이다 ^^;

도서관에서(그것도 혼자 나와서) 일하는건 꽤 즐거운 일이다. 우선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해도 심심할 일이 없고, 여차하면 주변의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읽으면 되는데다가(특별히 사진 코너 앞에 자리잡았다 ㅎㅎ), 귀가 심심하면 CD 코너에 가서 아무 음악이나 뽑아와서 들으면 된다. 물론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화장실에 갈 때 조금 신경이 쓰이고, 식사 등으로 장시간 비워야 할 때는 주섬주섬 짐을 다 싸서 나와야 한다는게 불편하긴 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보며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가 좀 궁금하긴 하네 -_-;

May 28, 2007

미국에서 한국 책 주문하기

책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미국에 있으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책 구입하기 이다. 물론 "영어 책 읽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_-; 아무래도 영어로 책을 읽을 때는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고, 그러면 책을 읽는게 너무 에너지 소모가 크다. Relax 할 때는 그저 맘 편한 언어가 최고.

아뭏든, 그래서 간혹 한번씩 한국에서 책을 주문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해서 미국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싸이트는 크게 두 군데이다. 첫째는 YES24, 둘째는 알라딘. YES24는 한국에서 책을 주문해서 미국으로 배송시키는 시스템이고, 알라딘은 아예 알라딘 US 가 있어서 거기서 달러로 책을 주문하고 대신 배송은 미국내 배송 시스템을 쓸 수가 있다.

설명대로라면 당연히 알라딘 US에서 주문하는게 싸게 먹혀야 하는데, 그게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알라딘 US 에서는 책 값이 아예 달러로 나오는데, 문제는 이 가격이 원화 가격에 비해서 거의 1.5~2배 가까이 높게 책정된다는 사실. 그래서 배송료 절감의 효과가 거의 없어진다.

그래서 실험. 이번에 YES24 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같은 주문을 그대로 알라딘US 에도 넣어봤다. 물론 알라딘 쪽은 장바구니에만 책을 넣어서 배송료가 나오지 않지만 대략 $10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이보다 비싸면 비쌌지 싸지는 않을 듯. 아무튼 대략 최저가로 배송료는 산정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YES24는 회원 할인이 좀 되서 약간(1% 정도?) 더 싸긴 하다.

<주문 내역 : YES24>

[음반]못 (MOT) 2집 - 이상한 계절 (티셔츠 추첨 증정 ) x4 44,000 원
[도서]인간을 묻는다 : 과학과 예술을 통해 본 인간의 정체성 x1 11,700 원
[도서]푸른 알약 x1 9,900 원
[도서]시핑 뉴스 (양장) x1 12,420 원
[도서]돌뗏목 (양장) x1 8,800 원
[도서]제5도살장 x1 7,200 원
[도서]어둠의 속도 (양장) x1 12,600 원

소계 : 106,620원 + 총배송비 : 52,220원 = 158,840원

<주문 내역 : 알라딘US>

[음반]Mot 2집 - 이상한 계절 x4 $56.24
[도서]어둠의 속도 x1 $21.09
[도서]제5도살장 x1 $18.00
[도서]돌뗏목 x1 $22.00
[도서]시핑 뉴스 x1 $27.60
[도서]푸른알약 x1 $22.00
[도서]인간을 묻는다 x1 $26.00

소계 : $164.41 + 총배송비 : $10.00(?) = $174.41


즉, 환율 적용해보면 YES24와 알라딘이 거의 똑같이 나온다 =_= 게다가 회사 사람이 알라딘에서 주문하는걸 보니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비슷하더라. 아마도 알라딘도 주문 들어가면 미국 물류센터에 없는 책들은 한국에서 받아와서 보내는 듯. 때문에 나는 회원 경력이 오래되어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YES24를 애용하는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

하지만 이래저래 따져도 한국 나갔을 때 사가지고 들어오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ㅠ_ㅠ

ps. 주문한지 4일만에 물건 도착. 한국 쇼핑몰 시스템의 속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아마존에 주문해도 여차하면 2주 걸리는구만 -_-;

June 5, 2007

입시 교육의 야만

뭐,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서도.

종종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찾아 읽는다. 싯구들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깊은 적막이, 싸륵 싸륵 눈꽃 쌓이는 소리가, 톱밥난로의 온기가 느껴지며 그 붉게 어른거리는 불빛 속에 앉아 저마다의 상념에 잠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이게 내 기억 속 어딘가 묻혀있는 경험을 끌어내기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각인된 이미지의 편린이 흘러나오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시가 내 마음을 울리고, 내가 그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집을 늘상 옆에 끼고 있을 수는 없기에, 이 시를 읽고 싶을 때면 인터넷 검색창에 "곽재구 사평역에서"를 쳐 넣어 시를 찾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진 페이지들에서 나는 종종 좌절하곤 한다. 링크 순으로 검색 순위가 메겨진다는 G 모사의 검색엔진 상위의 페이지들을 보면 시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를 눌러보면 그 대표적인 페이지를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저렇게 시를 배웠다. 단어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그게 무슨 뜻인지 받아 적고. 수미쌍관이 어쩌느니 대구가 어쩌느니. 내가 오랫동안 시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다. 나는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는 그저 분석의 대상이었고, 시험에 나오면 이 시는, 이 단어는 이런 뜻이다라고 선택해야 하는 정답/오답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역시나 같은 세계에 속해 있던 소설이 그나마 그 분량의 차이로 인해 낱낱이 해부당하는 치욕을 피해 오늘날까지 내 독서를 지속시킨 반면, 시는 완전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그 본래의 형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여전히 시를 잘 못 읽는다. 그림에 문외한인 것처럼 시에도 문외한이다. 하지만 간혹 몇몇 작품이 내 무지의 장막을 뚫고 들어와 빛을 비추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 빛에 이끌려 나는 겨우 입시 교육이 내게 선물한 그 장막을 들추기 시작한다. 아마 이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릎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 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June 9, 2007

CD Stereo 지르다

연일 계속되는 격무의 스트레스를 지름으로 해결하는.. 쿨럭;;

암튼 거실용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했습니다. 원래 청력이 그닥 좋지 않아 어차피 음질에는 별 과심이 없고, 기준은 오직 "뽀대"!!! eBay 에서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구매해서 기분도 매우 좋군요. 음화화.

어떻게 생긴 놈이냐 하면,


요렇게 생겼습니다


불 들어오면 요렇게 변합니다


왼쪽의 길쭉한 놈이 스피커. 좌우 한 쪽씩 있습니다.


스피커 위에 붙은 iPod Docking Station. 문제는 iPod 이 없다는거 -_-;


거실 셋업 완료!!! 시연에는 MOT 2집이 사용;;

일반 CD는 물론이고, AM/FM 라디오에, MP3-CD도 플레이 가능. iPod 연결해서 iPod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플레이가 되는군요. 이 참에 iPod 도 질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ㅎㅎ;;

June 20, 2007

Paul Potts, the "Britain's Got Talent" winner!!

저 순박한(약간 덜떨어져 보이는?) 얼굴의 청년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무대에 처음 섰을 때 누가 저런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대했겠나.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저 얼굴에서 노래가 터져나오는걸 봤을 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휴대폰 회사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이 친구, 결국 우승해서 10만 파운드 상금을 받았고, 12월에 영국 여왕과 왕실 가족 앞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멋지다!!

그나저나, 저 Simon 아저씨는 원래 이 프로그램 하다가 미국에서 "American Idol"을 한건가, 아니면 미국에서 하다가 영국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 하게 된건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이 프로그램에서는 leader 격인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 특유의 매력 포인트인 까칠함이 잘 안보이네.

July 1, 2007

iPhone Debut!!

자, 드뎌 iPhone 판매가 시작되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어제(토요일) 오후에 잠깐 AT&T 매장에 들려서 가지고 놀아봤다. iPhone showcase 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_-;

느낌은 어쨌거나 cool~ 생각보다 훨씬 작고 날렵한데다가 전면 LCD 덕에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Apple 특유의 미려한 그래픽과 화면 전환시 애니메이션 등이 잘 적용되서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잘 동작하는 것 같다. 3rd party app 들을 아예 탑재 못하도록 하면 이리도 깔끔하게 만들 수 있는것을.. -_- 터치도 예상보다는 훨씬 잘 동작하는 듯. 손톱 등으로 동작이 안되기 때문에 여성분들 불만이 좀 있다고는 하는데, 며칠 학습을 거치면서 터치에 대한 불만도 금새 사그러 들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 $500~$600 의 기계 가격은 그렇다고 쳐도, 제일 싸게 해도 한 달에 $70 가까이 내야 하는 통화료는 너무 부담스럽다. Data 무제한이라고는 하지만 3G도 아닌 주제에 data 써봐야 얼마나 쓴다고. 실시간 트래픽 정보 등 유용하게 쓸 수도 있는게 있지만, 역시나 내 budget에서는 비싼 장난감.(20만대나 팔렸다는데, 돈 많은 애들 많다 진짜)

3G 모델 나오면 고려해 봐야지. 쩝.

July 3, 2007

호텔 : Since 2079

2004년 과학기술 문예창작 만화 부문 수상작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구 멸망 시나리오와 과학적 낭만주의를 잘 배합한 작품.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만화를 보려면 위의 그림을 클릭!!(팝업으로 뜨니까, 팝업창 제거 기능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July 21, 2007

I got it!!!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여기 시간 밤 12시부터 판매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 마지막권. Barnes and Noble 에서 30분 정도 줄 서 있다가 사 왔다. 내 참, 살다가 책 사려고 줄사보기는 처음.

밤 12시가 다 됬음에도 서점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마법사, 마녀 복장으로 분장한 애들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온통 사람들로 버글버글. 12시 정각 서점 쪽에서 판매 개시를 알리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Happy Birthday 노래를 합창했다. 책에 대한 일종의 환영 인사인가 -_-; 보통 1~2개만 운영되던 판매대가 7개 전부 풀로 가동되는 덕에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결국 이렇게 책 받아들고 집에 돌아왔네 ^^;

읽던 책 마저 읽고 얼른 시작해야겠다. 어차피 스포일러들은 피할 수 없을테고... 그러려니 하면서 읽어야겠다.

August 2, 2007

Vista Experience

3년 가까이 쓴 회사 노트북이 깜빡깜빡 실신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LCD 에 세로줄을 왕창 그으며 표정 관리를 포기하셨다. 다행히 하직 정신(? 하드;;)은 그대로인지라 얼른 새 노트북을 사서(물론, 회사 돈이다) 백업을 하기로 결정.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비스타가 깔린 컴퓨터를 쓰게 됐다. 비스타는 service pack 나오기 전에는 안 깔 생각이었는데 =_=

이전 노트북이 워낙 저사양이었던지라 XP 에서도 마냥 버벅댔는데, 새 노트북 + 비스타는 그럭 저럭 잘 돌아간다. 다만, 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컴 사양에서 체감 속도는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빨라진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_- 돈 들여서 내 컴 사양 높여놓으니 MS가 "땡큐" 하면서 쓰는 상황이구만;;

XP 때부터 일관된 흐름인데, 전체적으로는 많이 이뻐졌다. 3D window switch 라던가 Taskbar 에 있는 윈도우 항목들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으면 preview 를 보여주는 등은 광고처럼 "와우~"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게다가 이 모든게 실시간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심지어 preview 창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 이 친구들 어떤 구조로 만들었길래 이렇게 부드럽게 동작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원체 운영체제 등에 별 불만 안 가지고 얌전히 적응해서 잘 쓰는 타입이라, 비스타도 금새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Internet Explorer는 XP 때부터 IE7 을 꾸준히 써왔는지라 이미 완전히 적응해 있기도 하고. 다만 문제는, 굳이 XP에서 Vista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계속 XP로 쓸 듯. 귀찮어.

September 15, 2007

휴가 갑니다

일에 치여 못 쓰고 있었던 올 여름 휴가를 드디어 씁니다.

올해의 목적지는 Yellowstone National Park 과 Grand Tetons National Park 입니다. 가는길, 오는길에 Montana 와 Idaho 도 둘러볼 계획입죠. 토요일에 출발해서 다음 토요일 혹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이니 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든든한 옷과 든든한 캠핑 도구, 카메라에 필름도 충분히 준비했고, 차도 점검 끝났고. 이제 간단히 집 정리하고 출발하는 일만 남았군요. 아, 어떤 책을 읽을지도 골라야 하네요. 여행은 실제 떠나서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도 행복하다는.. :)

자연과 가까이 접하고, 많은 사진 찍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후에 봐요~

September 26, 2007

여행 사진

그러니까.. 이번 여행에서만 찍은 사진이 무려 슬라이드 11통에 B/W 2통이다. 월요일 아침에 현상 맡겨가지고 어제 찾아서 저녁 사이에 정리했다. 정리하는데 든 시간만 3시간 정도? 이거 스캔하려면 3주는 걸릴 것 같다 -_-; 13 x 36 = 468 장인건가;;

새로 나온 Velvia 50 필름을 이번에 써 봤다. 사실 출발하던 날 카메라에 이미 들어있던 유통기한 지난 옛날 Velvia 도 같이 현상했는데, 색이 살짝 맛이 가서 보라색이 강하게 나오네 ㅎㅎ 암튼 새 Velvia 는 여전히 예전 같은 화려한 발색으로 보여주고 있더라. PL 필터하고 같이 쓰니 그림이 따로 없는 사진이 나왔다. 날씨가 아주 좋았던 Grand Teton N.P. 에서 계속 이 필름을 쓴건 잘 한 것 같다.

Yellowstone 에서는 수증기가 너무 많아서 환상적이었던 물 색깔이 전반적으로 제대로 안 나오더라. 게다가 거기서는 왜 편광필터 쓸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지. 예전에는 필터 구경이 다 55mm 로 통일되어 있어서 편했는데, 지금은 렌즈마다 제각기다보니 필터 관리가 안되는 이유도 있다. 게다가 한동안 사진을 자주 못 찍었더니, 노출에 대한 감이 많이 줄었다. PL 도 오랜만에 쓰니 영 확신이 안 들었는데, 다행히 노출 망친건 좀 있어도 PL 쓴 사진들은 다 제대로 나왔네. 역시 꾸준해야 감각이 유지된다.

오늘도 퇴근하면 스캔으로 저녁시간을 다 보내겠다;;

October 16, 2007

여유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올 여름/가을 동안 붙잡혀 있었던 과제가 얼추 마무리가 됐다. 덕분에 이번 주부터는 정시 퇴근에, 주말을 온전히 쉴 수가 있게 되었다. 아마 연말까지는 이 분위기가 유지되고 내년 초 쯤에 다시 바빠질 것 같다. 즉, 3개월 정도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

계속 사무실에 붙잡혀 있다가 갑자기 집에 일찍 퇴근하니 시간이 엄청 많게 느껴진다. 그동안 미뤄뒀던 사진 정리 작업도 해야하고, 못 본 영화도 몰아서 봐야하고, 밀린 책들도 읽어야하고 할 일이 많긴 하지만, 그보다 뭔가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Gym 도 끊어서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말이지.

집 근처에 Seattle Central Community College 가 있어서 강좌를 좀 들어볼까 했더니, 10월 초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이라서 이미 자리가 없다. B/W photogray & Darkroom 강좌가 토요일 아침마다 7주간 진행되는게 있는데 재밌을 듯. 다음 session 에 한번 시간 맞춰서 시도를 해봐야겠다. Drawing class 도 한 번 들어보고 싶고.. 음, 말로만 이러지 말고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데 말이지.

November 27, 2007

양념치킨

PICT1181.JPG

한국에서는 별 것도 아닌데 여기서는 상당히 아쉬운 것들이 여럿 있는데, 양념통닭도 그 중 하나였다.(<- 과거시제에 주목) 일전에(그러니까 한국에 있을 때) 5주간 로마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취방에 짐 내려놓고 바로 양념통닭 한마리를 시켜 먹어치운 적도 있었는데, 그만큼 못 먹으면 생각이 많이 나는 음식이 또 양념통닭이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걸로 치면 버팔로 윙 이 있긴 한데, 겉모습만 비슷하고 맛은 영~ 딴판이라서 대체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한 달 전쯤에 드뎌 이 동네에도 한국식 양념통닭 집이 생겼다. 물론 배달은 안되고 차타고 30분 가서 사가지고 다시 30분 걸려 돌아와서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_-;;), 먹어본 소감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 따끈한 양념통닭에 맥주 한 캔 마시면서 DVD 빌려 영화 보고 있으면 천국도 그런 천국이 따로 없다. 아우.. 역시 입맛은 못 바꾸나봐.

쩝쩝.. 글 쓰면서도 생각나서 입에 침이 고이네.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먹어야지 >.<

December 3, 2007

여행사진 샘플

클릭해서 보시길 ^^;

여행 사진을 계속 틈나는대로 정리 중인데, color management 쪽을 좀 systemical 하게 가려다보니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_- 가능하면 scan 에서 print 까지 별도의 색관리 없이 한 번에 가고 싶은데, 이게 이론대로 잘 안된다. 결국 지금은 사진 한장한장 필름과 비교해가며 보정 작업 중이다. 젝일.

위의 사진은 작업 중이 사진 중 샘플 한 장. Grand Teton National Park 에서 찍은 사진인데, 옛 몰몬교도들의 정착지에 있는 오래된 헛간이다. 운 좋게도 날씨가 아주 좋아서 정말 그림같은 풍경을 몇 장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렇듯, 좀 더 차분하게 다른 각도도 시도해보았으면 좋았으려만, 왜 그리 서둘러 후다닥 몇 장 찍고 말았는지 -_-;

아뭏든 여행사진 정리는 계속 진행중이다. 정리가 끝나면 갤러리에 쭉 정리된 형태로 올리도록 하겠음 -_-/

December 12, 2007

나와 맞는 대선 후보 찾기

http://www.ccej.or.kr/2007_election/electionSelect.html

경실련에서 만든 2007 대선 도우미(?)이다.
20개의 항목에 대해 답을 하면 나와 맞는 후보를 찾아준다. 주요 후보와의 정책 일치도도 표시.
도덕성이니 이런거 빼고 주요 정책들만 보고 판단한다면 좋은 가이드가 될 듯 하다.

사실 모든 항목을 다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건 아니어서, 결과가 딱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모르는 내용도 있고 하니... 아마 이명박 15% 는 그런 항목 때문이 아닌가 싶고.

내 결과는,

한나라당 이명박 15% 무소속 이회창 20%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25% 창조한국당 문국현 35% 민주노동당 권영길 60%

솔직히, 이명박이 너무 맘에 안들어 "차라리 이회창이 낫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는데, 결과도 그걸 반영해 주는 듯 ㅋㅋ

나와 맞는 대선 후보 찾기

http://www.ccej.or.kr/2007_election/electionSelect.html

경실련에서 만든 2007 대선 도우미(?)이다.
20개의 항목에 대해 답을 하면 나와 맞는 후보를 찾아준다. 주요 후보와의 정책 일치도도 표시.
도덕성이니 이런거 빼고 주요 정책들만 보고 판단한다면 좋은 가이드가 될 듯 하다.

사실 모든 항목을 다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건 아니어서, 결과가 딱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모르는 내용도 있고 하니... 아마 이명박 15% 는 그런 항목 때문이 아닌가 싶고.

내 결과는,

한나라당 이명박 15% 무소속 이회창 20%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25% 창조한국당 문국현 35% 민주노동당 권영길 60%

솔직히, 이명박이 너무 맘에 안들어 "차라리 이회창이 낫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는데, 결과도 그걸 반영해 주는 듯 ㅋㅋ

January 14, 2008

수업 시작

지난 토요일부터 집근처의 community college 에서 사진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B/W photography with darkroom 으로 주로 암실 작업에 집중하는 수업. 8명이 한 클래스로 오붓하게 수업이 진행이 된다. 매주 토요일마다 7주간 진행이 될 예정이었는데, 암실 공간이 좁아서 교대로 수업을 해야하다보니 나중에는 격주로 수업이 진행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3월 말이나 되어야 끝날 예정.

학점을 주는 정식 강좌가 아니라 일종의 평생교육센터(?) 같은 community education 프로그램이라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 평균 연령이 낮지는 않다. 제일 나이 들어 보이시는 분은 40대 후반 정도의 아주머니(아들이 한국에서 영어 가르치고 있다고 반가워 하시더만)였고, 학교 선생님들, 건축 전공하면서 건축 사진 찍어보고 싶은 학생, 나 같이 취미로 온 사람도 있고, 전체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였더라. 덕분에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짚어 올라온다는 단점도 있지만, 다시 한번 복습한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어쨌든 오랜만에 수업(?)을 다시 들으니 감회가 물씬. 간만에 약품 냄새 다시 맡는 것도 좋고.. 열심히 해야겠다. 후훗.

March 6, 2008

일정

1년만의 한국 방문. 친척 결혼식 및 비자 갱신 목적이다.

4.5(토) Seattle -> Incheon 비행기
4.6(일) 인천 도착. 서울에 숙소 잡음.
4.7(월) 비자 인터뷰
~ 서울 체류
4.12(토) 친척 결혼식. 결혼식 후 춘천 내려감
~ 춘천 체류. 간간히 서울 올라올지도.
4.19(토) Incheon -> Seattle 비행기

작년에 왔을 때는 너무 바빠서 사람들 볼 틈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서울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여전히 사람들 볼 틈이 별로 없을 것 같네.

그래도 1년만에 가는 한국, 맛난거 많이 먹고 와야겠다. 우히히.

May 15, 2008

새 카메라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다, 마침 벼룩시장(? Craigslist)에 비교적 싸게 올라왔기에 덜컥 잡아버려다. 이름은 Hasselblad X-Pan II. 내 첫 Hasselblad 이자, 첫 파노라마 카메라 되시겠다. 45mm, 90mm 렌즈와 세트로 구입. 간만에 rangefinder 사용하니 초점 맞추기가 쉽지는 않더라.

사용하는 필름은 일반 135mm 필름인데, 보통 카메라들에 있는 "파노라마 모드"가 위아래를 잘라내는 방식이었다면, 이 녀석은 위아래는 그대로 두는 대신, 가로로 길쭉하게, 보통 2컷 정도 찍힐 공간에 한 컷을 찍게 되어 있다. 가로 세로 비율은 대략 3:1 정도. 원할 때는 기존의 3:2 프레임으로도 찍을 수 있어 유용하다. 파노라마로만 찍으면 보통 36컷 필름 한 통에 21 컷을 찍을 수 있다.

렌즈는.. 일단은 45mm 만 사용했다. 명색이 파노라마인데, 90mm 를 장착하니 화면이 좀 답답해 보인다.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45mm 렌즈를 장착하면 상하로는 일반 50mm 렌즈와 비슷한 화각이 나오고, 좌우로는 대략 24mm~28mm 정도의 화각이 나오는 것 같다. 더 넓게 찍으려면 30mm 렌즈를 구해야 하는데, 이게 카메라 자체보다 더 비싸니 쓰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_-;; 어쨌든, 실제 화각 보다도 가로로 길쭉한 프레임 자체가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카메라 판 아저씨가 테스트로 흑백필름을 넣어주는 바람에, 얼덜결에 흑백으로 첫 테스트 촬영을 했다. 가로 프레임은 파노라마 특유의 시원한 느낌이 잘 사는데, 세로 프레임은 장점을 살리기가 더 어렵다. 파노라마 사진들을 많이 봐서 프레임도 눈에 익히고, 연습도 많이 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아래 두 장 샘플로 대충 어떤 느낌인지만 보시길.(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뜸)

June 2, 2008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

빌 클린턴의 유명한 선거 캠페인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는 이제 워낙 여기저기서 차용되어 좀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못 찾고 변죽만 울리는 이들에게 "바보야"라고 일갈해 주는 이 구호만큼 명쾌한 구호도 흔치 않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차용해 봤다.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야!!" 물론 여기서 바보는 2mb 다.(아, 쓰고 보니 이 인간에겐 바보란 표현도 너무 우아하다.)

이 문장에는 두 가지 질문이 뒤따른다. 첫째, 왜 바보인가, 그리고 둘째, 왜 민주주의인가. 사실 첫번째 질문에 대해 답하는건 입만 아픈 일이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동들은 그가 단 한 번도 철학적으로 사고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라는걸 보여준다. 그의 행동들은 즉흥적이고 이득이 되는 방향을 찾는 본능적 감각에 지배된다. 이는 당면한 위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무언가를 쟁취하는 경쟁에서는 탁월한 장점이 되겠지만(그의 소위 말하는 '성공신화'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그 정수를 보여준다),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 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짚어내어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은 0 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래서 그는 바보다.

보다 중요한 질문은 두번째다. 왜 민주주의인가. 사실 이 두번째 질문이야말로 보수 언론과 정치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해 준다. 그들에겐, 민주주의는 과거완료형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해하는 민주주의는 20여년 전, 독재냐 민주주의냐라는 질문의 수준에서 그대로 멈춰 있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이 물러나고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었으니 민주주의의 역사는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은 거기서 멈췄다. 백 번 양보해서, 그 땐 그걸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강산도 두 번 바뀔 세월이 흘렀다. 불완전하나마 20여년 간의 경험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잔뜩 높여놓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독재 상태와 비교해서 이해하지 않는다. 이제 민주주의는 보다 근본적인 의미를 지향해 간다. 그래서 문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이라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2008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두 가지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는, 선거를 통해 적법하게 선출한 '민주' 정부가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지도 않고, 국민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는 현상, 즉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 혹은 실패이다. 국민은 권력을 가지고 스스로 행사한다고 '정의'되나, 실제 권력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거리의 정치로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또 하나의 실패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고삐 풀린 시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더 이상 그 소고기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이 실패는 신자유주의라는 맥락에서 따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문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여부를 넘어섰다. 촛불 시위가 계속되고 경찰의 강경진압이 반복되고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정부는 아마도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 하는 한도 내에서 일정 정도 물러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계속된 시위에 지친 국민들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애당초 민의와 동떨어진 저들은 조만간 다시 폭주를 시작할테고(아마도 대운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또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할 테니까. 그러지 않으려면, 우리는 또 다시 국민과 이미 유리된 저 강부자 정부가 국민 앞에 알아서 기는 ‘기적’을 기대해야 한다. 근데, 저 바보들한테 뭘 기대하란 말인가.

해서, 우리는 저 바보들에게 정확히 일러줘야 한다. 문제는 민주주의라고 말이다. 선거라는 간헐적 이벤트로 형식적으로 획득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끊임없이 국민들로부터 재신임 받는 보다 진일보한 민주주의라고. 사실, 대의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는 결코 저들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 아니다.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기득권 세력은 손쉽게 선거의 이슈와 쟁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유도해 나간다. 게다가 거대 정당들은 밥그릇 싸움을 할지언정 결국 과두 지배 체제를 구성하는 동료들일 뿐 아닌가. 따라서, 선거라는 프레임에 우리의 정치 활동의 한계를 지어버리는 대신, 우리는 더 직접적인 통제 수단을 요구해야 한다. 임기 중 언제든지 선출직 공무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의 도입 등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민주주의의 방안들을 찾을 때다. 거대 사회에서는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 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네트워크가 있지 않은가. 이번 촛불 시위는 그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번 촛불 시위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많은 과제를 남겼다. 어떻게 폭주하는 행정부를 제어할 것인가, 어떻게 의회를 대의 민주주의의 실질적 중추로 기능하게 만들 것인가, 공권력의 폭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막을 것인가, 그리고 시장의 독재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어느 하나 쉽지 않고 깊은 고민과 실천을 요구하는 사안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 덕분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제들을 극복해나갈 힘들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이다. 촛불은 희망이다. 당신들이 바로, 희망이다.

September 2, 2008

Wanted 잡담

untitled.jpg

* 영화 Wanted 에 대한 상당량의 스포일러 포함

1. 뒤늦게 졸리 언니(-_-*)가 나오는 Wanted 를 봤다. 전체적인 감상은 근래 본 구라(ㅋㅋ) 중 최고! 전체적인 짜임새야 그저 그런 편인데, 말도 안 되는 액션 신들 덕에 즐겁게 감상했다. 생각보다는 좀 잔인했지만.

2. 잡담, 이라고 글까지 쓰게 된 건, 극 중에 나오는 비밀 암살 집단 Faternity 때문이다. 설정 상 Faternity 는 직물(fabric)에 나타나는 코드를 해독해 그 리스트에 오른 사람을 암살하는 신비주의적 비밀 집단이다. 이 때 직물상의 코드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Faternity 는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운명이고 자신들은 그것을 해독하고 실행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정당성을 일종의 신적인 권능에 기대어 설명하는 셈이다. 이거.. 재밌다.

3. Faternity 는 자신들이 암살을 통해 세상의 균형을 지켜왔다고 말한다. 중요한건, 누구를 죽여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해서 Faternity 자신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렇게 스스로를 기계적 도구로 격하함으로써 Faternity 는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 진다. 비난을 하려면 의지 없는 우리가 아니라 운명이라는 절대 의지를 비난하라. 이 절대 의지에 맞설 자신 없으면? 그냥 죽어야지 뭐.

4. 뭐라 변명을 하든 암살은 폭력이고, 타인의 생명을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권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사형제도도 이와 별반 다를건 없다. 영화에서 '운명'이라 불리우는 신적 권능이 암살의 정당성을 보증한 반면, 현실에서는 법의 권능으로 사형의 정당성이 보증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신의 권능은 증명이 불가능하고, 법의 권위는 인간이 만든 또 다른 피조물에 불과하다. 저만한 폭력적 권력을 위임할만한 정당한 권위라는게 과연 가능하긴 한건가?

5. 신의 권능과 법의 권능이 공통으로 전제하는 것은 탈인격이다. 인간적이라 불릴 수 있는 약점, 이해 당사자로서의 편향을 배제함으로써 권위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이다. 이건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다.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에 상당히 재밌는 사례가 나오는데, 무정부주의 사회인 아나레스에서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컴퓨터에 맡겨 버린다. 예컨데 사람들이 기피하는 수은 광산에 누굴 보낼 것인가 등의 문제를 컴퓨터가 임의로 추첨하도록 해 놓은 것. 사회가 복잡해면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의사결정의 문제가 권력 기구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탈인격적 장치인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권력 자체를 부정하는 아나키즘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과연 이렇게 밖에 권력의 문제를 피해갈 방법이 없는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신적 권위에 기대는건 더욱 더 답이 아니고.

6. 권위의 정당성을 떠나서, 또 하나 주목할 건 그 권위의 대행자를 자처하는 이들이다. 중세의 사제들이 그랬고, 오늘날의 지식인이 그렇다. 이들의 힘은 해석의 독점에 있다. 겉으로는 신을 내세우고 법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이 해석하는 권력이야 말로 그 권위에 숨은 음지가 된다. 운명을 내세우며 암살을 자행하는 Faternity를 보며, 준법을 내세우며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을 떠올리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7. 액션 영화 하나 보고 잡생각이 너무 많다 -_-

September 16, 2008

여행 계획

지난해 이 즈음에 휴가로 Yellowstone 으로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1년만에 다시 여행 계획을 잡는다. 원래는 7월 정도에 Canadian Rockies 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프로젝트에 엄하게 발목 잡히는 바람에 연기됐다. 지금 상황에서는 10월 초(아마도 10월 4일에서 12일이 제일 유력)에 휴가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 가기에 로키는 이미 너무 춥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계획을 급변경해서 Utah 사진 투어로 방향을 잡아보고 있다.

뭐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사실 가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 즐거움이 시작된다. 일단 사전 정보 수집 차, Insight Guides 의 Utah 편을 통독 중이다. Pueblo Indian (인디언이라는 명칭은 계속 쓰인다..) 들부터 시작해서 몰몬 교도들의 정착까지 꽤 흥미로운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Utah 북부의 Salt Lake City 에서는 몰몬의 역사를, 남부 쪽에서는 미원주민들의 흔적을 찾아 보는게 흥미롭겠다. 이렇게 건조한 환경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고대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남긴 암반화

인터넷 서핑으로 찾은 유타의 이미지들은 가슴 설렌다. Utah 북쪽의 Idaho 가 화산 분출로 형성된 대지인 반면, Utah 쪽은 모래가 굳어져 형성된 사암 지대다. 때문에 Red Rock Country 라고도 불리는데, 연약한 사암이 비바람과 물의 풍화작용을 거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번 여행에서 포인트로 잡는 곳은 크게 4군데이다. Arches National Park, Monument Valley, Antelope Canyon, 그리고 Bryce Canyon. 유타 북동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향해 Arizona 북부까지 갔다가 유타 서부로 올라오는 경로를 잡고 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은 거리를 달려야 할 것 같다.

Arches National Park


Monument Valley


Antelope Canyon


Bryce Canyon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 강하니 필름은 e100vs 로 잔뜩 준비;;

별다른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10월 4일을 출발일로 잡고 있다. 그 즈음 유타의 평균 기온은 섭씨 20도 정도니까 딱 좋은 온도에서 지낼 수 있겠다. 세부 계획은 좀 더 찬찬히 짜야 하겠지만, 적당히 캠핑을 하면서 다닐 생각이다. 쏟아지는 별빛도 기대해 본다.

흐흐.. 여행이 이미 시작된 기분이다 :-)

September 19, 2008

Paul Auster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문득 틀었더니 왠 남자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명은 이 프로그램의 호스트인 Steve Scher 고, 다른 한 명은 뭐.. 누군가 나왔겠지 하고 있었는데.

"KUOW weekday를 듣고 계십니다. 오늘은 Paul Auster 씨를 초대해 최근작 Man in the Dark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 후 뵙겠습니다."

이러는거다. 허걱, 폴 오스터라니. 왜 지금에서야 안게냐. 회사 다 왔는데...

잠시 후 폴 오스터가 Man in the Dark 의 일부분을 읽어줬다. 얼마 듣지는 못했지만 그의 목소리로 그의 작품을 듣는건 꽤나 낭만적이다. 이 사람, 글 잘 쓰고, 시원시원하게 생긴데다, 목소리마저 좋다. 상상했던 것보다는 약간 덜 깊은(?) 목소리였지만, 제길, 그 정도로도 충분히 멋지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도 이젠 많이 늙었나보네. 폴 오스터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작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무려 27살짜리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Civil War 때 이야기라는데, 얼핏 들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쩝;;

최신작이라고 소개하러 나온건데, 찾아보니 놀랍게도 국내에 어느새 번역 출간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잘 팔리는 작가라는 뜻일까. 출판사는 여전히 열린책들인데, 이제는 황보석씨가 전담 번역 안하나보다.

ps. 찾아보니, 어제 시애틀 도서관에서 폴 오스터가 책 읽어주는 행사가 있었다. 오늘은 포틀랜드로 간단다. 흑.. 아까워라.. ㅠ_ㅠ

September 21, 2008

지난 휴가 사진

막상 휴가 계획을 잡다 보니까, 작년 휴가 사진도 정리를 안 한게 떠올랐다. 필름 현상하고 스캔까지는 다 떠 뒀는데, 그 중에서 사진 추려내고 정리하는 작업이 귀찮아 미루고 미루다가 1년이나 지나버렸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암튼, Yellowstone과 Grand Teton 국립 공원 사진을 정리해서 올렸다. 나야 실제 여행에서 받은 느낌들을 되새김질 하면서 즐겁게 감상하지만, 사진만으로는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두 곳은 꼭 가보시라. 우리가 딛고 사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은 아래 링크를 클릭!!

October 3, 2008

여행 일정

DateStayActivity
10/4/2008Salt Lake City(or Provo)drive to Utah
10/5/2008MoabDrive to CanyonLand N.P., Dead Horse Point State Park, Island in the Sky district
10/6/2008Arches(Camping)Arches N.P.
10/7/2008PageMonument Valley, CanyonLand N.P.(Needles)
10/8/2008Escalante(Camping)Antelope Canyon, cottonwood canyon road(unpaved), Kodachrome State Park
10/9/2008Cove FortBryce Canyon
10/10/2008BoiseSalt Lake City, Bonneville Salt Flat
10/11/2008homedrive to home

다소 빠듯하긴 하지만, 주요 행선지 중심으로 세부 일정을 잡았다. 원래는 5일에 Arches 에서 캠핑을 할 계획이었는데, 일기예보가 별로 좋지 않아서 하루 늦게 캠핑하는 것으로 변경. 덕분에 Dinosaur Museum 이 과감하게 일정에서 빠졌다. 어쨌든 여행의 주 목적은 사진이니까. 적어도 다음 토요일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일요일 하루는 푹 쉬면서 체력 회복을 해야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중간 중간 네트웍 접속이 가능한대로 상황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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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8, 2008

여기는 Utah

현지 시각으로 7시 반. 유타는 이미 해가 지고 별이 총총이 떠올랐습니다. Escalante 라는 동네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며 글을 남깁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핸드폰만 터지면 이렇게 인터넷에 글을 남길 수 있네요 ㅎㅎ

벌써 수요일 밤입니다. 오늘은 애리조나에서 반환점을 찍고 이 곳으로 왔네요. 내일 Bryce canyon을 들렸다가 모레는 Salt Lake City를 거쳐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릅니다. 짧은 며칠간의 여행에 이토록 많은 것들을 보고 느껴서 참 행복합니다.

남은 일정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서 글 다시 남기지요. 오늘밤은 별을 참 많이 볼 것 같습니다.

October 15, 2008

여행 결산

  • 기간 : 7박 8일 (10월 4일 ~ 10월 11일)
  • 이동 거리 : 3,361 mile (5,409km)
  • 기름값 : $446
  • 거쳐간 주(state) : Washington, Oregon, Idaho, Utah, Arizona, Nevada
  • 사진 촬영 수 : 36 * 12 roll + 21 * 4 roll + 24 * 1 roll = 540 장
  • 방문한 국립 공원 : Canyonland, Arches, Bryce, Navajo Indian Reservation(국립 공원과 동급으로 분류됨)
  • 날씨 : 맑음, 강풍, 비, 폭설까지..

 

아직도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가 안 된 기분이다. 고작 1시간 시차지만 밤 11시만 되면 졸려서 죽겠는걸 보면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 것 같고. 휴가 끝나고 돌아오니 기다렸다는 듯이 일폭탄이 떨어졌는데, 아직 손에 착 달라붙지 않는고나.

필름은 현상이 끝났는데, 스캔하려니 한숨이 앞선다. 이번에는 전체 컷보다는 괜찮은 컷만 추려서 스캔하는 쪽으로 진행해 봐야겠다. 그래도 몇몇 컷들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서 흐뭇하다.

November 28, 2008

여행 사진 모음

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여행 다녀온지 2달 가까이 되어서야 사진 정리가 끝났습니다. 필름 17통 중, 파노라마 카메라로 찍은 4통을 제외하고 13 통에서 추렸는데, 막상 정리하고 보니 별로 남은 사진도 없군요 -_-; 파노마라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조만간 따로 정리해서 앨범으로 올릴겁니다.

사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March 12, 2009

Too Far Afield 읽기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의 95년작 소설 Too Far Afield(독어 원제목은 Ein weites Feld. 한국어로는 정식 번역된 적은 없는데, 찾아보면 "광야" 혹은 "아득한 평원" 정도로 참조되고 있는 것 같다) 를 읽고 있다. 꽤 예전에 사뒀다가 읽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했었는데, 올 들어 다시 힘을 내서 읽어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약 40% 진행 중. 느낌상 예전보다는 좀 수월해진 것 같다만, 여전히 끔찍하게 긴 문장과 범상치 않은 단어들, 그리고 배경지식의 부족으로 많이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Martha Wuttke, who for Fonty's purposes was called Mete and who would soon take her husband's name, had by this time recovered from her own version of nervous prosration, but was still dragging herself around the house like a sackful of sorrow, hauling her misery from the kitchen to her shabby old girl's room, where the photos and memorabilia from her days in the Free German Youth had recently been cleared to one side and a nightstand-turned-altar now solicited devotion. 

이걸 영어로 번역한 역자 탓으로 봐야할지, 원문이 원래 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문단은 마침표 없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정도 길이의 문장이 한두페이지에 하나씩은 꼭 나온다. 그나마 위의 문장은 구조 자체는 간단한 편이라 straight 하게 읽어버리면 되는데, 간혹가다 정말 미쳐 버리겠는 문장들도 나오곤 한다. 특히나 제대로 집중을 못 할 때면 4~5번씩 반복해서 읽어야 간신히 의미 파악에 성공하기도. 완독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다. 출간 당시 독일 사회에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는데, 독일 통일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와 동독인의 내재적 관점에서 독일 통일을 접근한 점 등은 여전히 분단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고 언젠가 올 통일을 기대하(기만 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제대로 된 한글 번역본이 있다면 좋겠다만, 읽다보니 번역이 정말 만만찮은 작업이 될게 뻔히 보이누나. 용기 있는 역자와 출판사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April 8, 2009

당신은 어떤 책입니까?



You're The Things They Carried!
by Tim O'Brien

Harsh and bitter, you tell it like it is. This usually comes in short, dramatic spurts of spilling your guts in various ways. You carry a heavy load, and this has weighed you down with all the horrors that humanity has to offer. Having seen and done a great deal that you aren't proud of, you have no choice but to walk forward, trudging slowly through ongoing mud. In the next life, you will come back as a water buffalo.

Take the Book Quiz at the Blue Pyramid.

 

팀 오브라이언의 [The Things They Carried] 라니, 전혀 어떤 책인지 감이 안 온다 -_-;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한 번 찾아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테스트는 위의 "Book Quiz" 링크를 눌러보면 해 볼 수 있음.

April 29, 2009

AJAX 정리

간만에 시간이 좀 생겨 이틀 정도에 걸쳐 책 한 권 보면서 AJAX 공부를 해 봤다. 원래 개념 자체가 별 것 아닌(?)지라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지만, server 와 연동이 필요한 application 은 그냥 browser component 가져다 놓고 간단한 스크립트 페이지 짜서 넣는게 훨씬 편할 것 같다. 써 먹을 데가 많을 듯.

연습 삼아, 도서 목록 페이지를 AJAX 를 이용해서 꾸며봤다. 책 제목에 커서를 올려놓으면 작은 쪽지(?)가 뜨면서 책 정보를 보여주도록 한 것. 물론 책 정보는 server 로부터 그 때 그 때 가져온다.

도서 목록 페이지 링크

아래는 써 보면서 느낀 점.

  • Mobile phone 에서 이제는 always connected 라는 조건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프로그램은 그냥 AJAX 로 만들어도 되겠다.
  • 역시나 골치 아픈건 브라우저 간 호환성. XMLHttpRequest object 얻는거야 이제 샘플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넘어갔지만, 브라우저마다 property 나 method 가 다른 것들이 많아 고급 기능들을 쓰려면 머리 좀 써야할 듯. 게다가 IE8 본격적으로 나오면 또 뭐가 바뀔런지.. -0-
  • XML object 에서 parseError 를 호출했더니 스크립트가 멈춰버린다. 원인을 모르겠다 -_-;
  • 캐시 문제가 있어서, GET 보다는 POST 를 쓰는게 좋을 듯 싶다. 슬쩍 보니까 캐시 설정하는 뭔가(?)도 있던 것 같은데, 뭐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GET 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듯.
  • XML 을 슬쩍만 공부해서 잘 모르겠는데, 이것도 태그 구성하는데 뭔가 효율적인 패턴 같은게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어떤 식으로 트리를 짜는게 좋다던가 하는..
  • XML 에서 & 를 쓰면 안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한참동안 왜 XML 이 invalid 하다는건지 몰라서 삽질;; &#38; 로 대체해서 해결.
  • 다시 한 번 느끼지만, PHP 는 정말 쓰기 편하다 -_-)=b
  • 덕분에 도서 목록 DB 정리까지 해버렸다. phpMyAdmin 깔고, 빠져 있는 역자나 부제 정보 채워넣는데 시간이 꽤 걸려 버렸음. 뭘 하다보면 꼭 이렇게 부차적인 데에다가 노력을 더 쏟게 된다니까..;;

암튼, 시간이 생기면 목록을 가나다 순으로 분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보는 것도 재밌겠다.

May 14, 2009

Chocolate Book

어제 저녁 서점 마실 나갔다가 발견한 책. 초컬릿 레서피 북인데, 초컬릿이랑 똑같이 만들어 놨다. 갈색 종이는 그냥 덧씌워 놓은 종이고, 안 쪽의 은색 부분이 실제 책. 책장 가장자리들도 은색으로 칠해놔서(왜, 그, 성경책 보면 금색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전체적으로 은박지로 씌워놓은 초컬릿 같은 느낌이 난다. 핸드북이라기엔 좀 크기가 크다는게 단점이랄까. 암튼, 지금까지 본 책들 중에 제일 예쁜 겉모습을 자랑하는 책이었다.

뭐, 그렇다고 샀단 이야긴 아니고. 초컬릿 레서피 따위를...(쿨럭;;)

July 7, 2009

영어책 읽기

며칠 전 [People of the Book] 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400 페이지 좀 안되는데 읽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정도? 확실히 한글로 된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한참 더디다. 특히 문학 작품들은 문어적 표현들이 많이 들어가서 모르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하니... 공돌이 영어 실력으로는 더딜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생각 자체가 한글로 이뤄지는 탓도 크고.

그렇다고 매번 책을 한국에서 사서 공수해 오는 것도 쉽지 않으니, 어느 정도 기준을 갖고 영어 책들을 일부로라도 읽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relax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글 책들을 선호하긴 하지만, 번역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원문을 그대로 접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영어본을 사는 몇 가지 기준을 잡아보면...(아래 기준들은 OR 관계임)

  1. 영문학 작품 : 서사도 중요하지만 표현 자체도 문학의 큰 요소니까.
  2. 한글 번역본이 없거나, 번역이 개판이기로 소문난 책 : 뭐, 꿩 대신 닭이라고..

정도? 몇 가지라고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두 가지 기준밖에 없네 -_-;

일단 리스트에는 폴 오스터 최근작 몇 권과 Catch-22, The Things They Carried 등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내 머리가 한글책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관계로(^^;) 다음 순서로 밀렸으나, 조만간 손에 들고 읽어 나가야 할 책들이다.

August 10, 2009

Kindle DX


Kindle DX, 볼펜 크기와 비교하면 실물 크기가 대충 감이 온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자기개발비(Self Development Assistant Program)이라는게 있다. 1년에 $1,000 한도 내에서 강의를 듣는다던가, 최신 IT 기기를 사서 써 보는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배정된 돈이다. 지난해 UMPC 를 이 프로그램으로 사서 들고 다니면서 써 봤고(결론은.. 음, UMPC 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다.. 였지만), 올해는 Amazon 의 e-Book reader 인 Kindle을 써 보기로 결정했다. 구매한 기기는 Kindle 중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Kindle DX. 물량이 달리는지, 주문하고 나서 거의 3주가 지난 후에야 발송이 되더라. 배송 기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한 달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e-Book reader 의 종류는 꽤 다양하지만, Kindle을 택한 이유는 모뎀을 내장해서 컴퓨터에 연결할 필요 없이 무선으로 컨텐츠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종이의 질감을 훨씬 더 선호하기 때문에 e-Book 에는 크게 매력은 못 느낀다. 하지만 무선 기능과 결합한 e-Book 은 "컨텐츠를 읽는 기계"에서 진화해 온라인상의 다양한 컨텐츠와 나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해주는 Ubiquitous 장비로 변하게 된다. 회사에 Kindle 구매 신청을 하면서도 쓴 사유서(?)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모든 기능을 하나의 기계에 몰아넣는 방식이 더 유용할지, 아니면 각각의 기능에 특화된 기계가 통신 기능을 갖추는 것이 더 유용할지 알아보겠다.. 뭐 이런 취지. 굳이 비교하라면 현재 쓰고 있는 iPhone 이 전자에 속하고, Kindle 이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Kindle Shop, 여기서 책을 구매하면 바로 볼 수 있다

무선망은 Sprint 의 망을 쓰는데, Kindle 컨텐츠에 대해서는 통신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어차피 이 느린 기계에서 웹서핑을 하거나 email 을 받을 일은 없을테니, 통신료가 들어갈 일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기계값의 몇 퍼센트는 바로 Sprint 쪽으로 들어가겠지. 문자 위주의 컨텐츠다보니 크기도 크지 않을테고, Amazon 이나 Sprint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딜로 보인다. 뭐 암튼, 네트웍 기능 덕에 가장 유용해진 점은 정기간행물(신문, 잡지 등)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해두면 때가 되면 알아서 컨텐츠가 내 Kindle 안으로 다운로드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기를 키면 이미 오늘자 신문이 들어와 있는 것. Offline 신문과 같은 형태로 구독이 가능한 셈이다.

9.7인치 화면은 꽤 시원시원해서 일반적인 하드커버 판형과 비슷한 넓이를 제공한다. 글자 크기와 줄간격을 조절할 수 있으니, 읽는 사람의 기호에 맞게 세팅을 바꾸면 된다. 화면으로 사용되는 E-Ink 는 아직 종이에 비해 약간 이물감은 있지만, LCD 화면으로 글을 읽는 것에 비해 꽤 편안한 가독성을 제공해준다. 16단계 흑백 표시로도 왠만한 그림이나 사진은 그럭저럭 볼만하게 출력되서 처음 봤을 땐 꽤 놀랐다. 한 번 화면을 표시한 후로는 그 화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력 소모가 없는 E-Ink 의 특성 상, 배터리도 한 번 충전하면 며칠은 거뜬히 쓸 수 있는 것도 장점. 사용하지 않을 때는 여러 작가들의 모습을 화면에 표시해주는 센스까지도 마음에 든다 ^^


Sleep 화면 중 하나. Random 하게 바뀐다.

일단 기본 용도는 잡지 구독 및 업무에 필요한 전공 서적 구입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키워드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에 종이책보다 업무용으로는 훨씬 더 유용하다.(회사 쪽에는 업무용 책들을 e-Book 으로 구입해도 비용 정산해 주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았다. 흐흐) 한글 지원을 안 한다는게 단점인데(한글 PDF 는 읽을 수 있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한글 컨텐츠 보는 법도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기계가 내 생활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써봐야 알겠지만, 일단 현재까지로는 상당히 만족하며 쓰고 있는 중이다.

November 12, 2009

주말 오후

사진은 사실 조금 옛날(한달쯤 전?) 찍은건데, 요즘 너무 격조한 듯 하여 올려본다.

시애틀에는 드디어 다시 우기가 찾아와 조금씩이라도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바깥에서 돌아다니기 힘들어질수록 책과 따뜻한 커피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절인게다. 출근만 안 해도 된다면 나름 즐길만한게 시애틀 날씨라고도 생각이 드는데, 뭐 직장인들이야 어디 있든 비슷한 투정을 부릴 것 같긴 하다만.

이제 하루만 더 일하면 또 주말이다. 힘내자.

March 13, 2010

iReadItNow 2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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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3일 AppStore 에 등록한지 정확히 2개월만에 다운로드 수 10,000 건을 돌파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 입소문 만으로 달성한 숫자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과라 생각된다. 반응도 좋은 편이라 평균 별점 3.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냐 아니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는데, 좋아하는 쪽에서는 전반적으로는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래뵈도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10년차의 노하우가 집약된 앱이다. -_-v

v1.0 에서 시작한 어플이 현재 v1.9.1 까지 나왔다. 다음주 중에 버그 수정한 v1.9.2 가 나갈테고, 3월 말까지 온라인 백업 기능을 탑재한 v1.10 을 내놓는게 목표다. 백업은 가장 요청이 많은 들어오는 기능이기도 한데, 별도의 서버를 두지 않고는 지원할 방법이 없어 결국 마지막까지 미루게 되었다. 얼마 전 서버도 하나 마련해서 v1.9부터 간단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서버를 이용해 백업(사실상 싱크) 기능을 준비중이다.

이제 슬슬 수익모델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할 듯 싶다. 방안은 2가지가 있는데, 고급 기능들을 추가한 유료버전을 내놓는 것과, 서버를 이용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는 방안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을 선호하지만 일이 커지기 때문에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간단한 서비스 중심으로 구현을 해 보고, 천천히 결정을 내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드로이드 플래폼으로의 포팅도 중요한 과제다.

아무튼, 앱스토어를 이용해 직접 앱을 배포해 보는 경험은 여러모로 재밌는 일이었다. 특히 코딩만이 아니라 제품 디자인과 사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소셜 네트웍과의 연계 등 단순히 수익으로만 환원되지 않는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좀 더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May 10, 2010

싫어하는 작가

오늘 아침,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을 읽다가 어느 모녀와의 대화에서 그녀들이 이사벨 아옌데를 매우 싫어한다는 표현이 나와서 순간 책의 맥락에서 튕겨져 나와 한동안 돌아가지를 못했다.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얼마 전 그녀의 신간 [The Island Beneath the Sea]가 나온 것을 보고 찜해두었던 탓에 움찔했던 것도 있고.. 그보다는 어느 작가를 "싫어한다" 라는 것이 내개는 그닥 익숙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흔하다.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던지,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부족하다던지, 심지어는 너무 뻔하게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경우 그 작가의 책을 다시는 손에 들지 않게 되기는 하는데.. 그건 싫어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닐 수는 있지만, 그건 그저 작가와 내가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한테도 싫어하는 작가가 몇 있긴 하다. 이문열이라던가 김진명, 혹은 토머스 프리드먼 정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후에 "영웅시대"를 읽으면서는 코웃음을 쳤었고, 그보다 훨씬 나중에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서는 그의 치졸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 후로 이문열은 나에게 아웃 오브 안중 격의 작가다. 김진명은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이용한 상업소설을 쓴다는 이유고, 토머스 프리드만은 자신의 편견을 객관적 사실인 양 포장해내는 뻔뻔함 때문.

그 외에는.. 뭐 대부분 그냥 그렇다. 좋아하는 작가를 나열하는건 나름 고르는 맛이라도 있는데, 싫어하는 작가를 나열하는게 더 힘이 드네. 사실. 싫어하는 이유도 순수하게 문학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강한 것 같다.(그게 어디 쉬이 분리가 되는 문제겠냐마는) 예컨데 김훈의 작품은 좋아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 혹은 삶의 자세는 내가 선호하는 쪽은 아니라서 어디가서 절대 김훈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으니까

싫다는 감정을 쉬이 표출 못하는 일종의 착한 독자 컴플렉스일지도 모르겠고;;             

September 25, 2010

Fountain Place

 Dallas, TX

퇴근 후에 잠깐 나들이...

September 27, 2010

Family Tree

 
White Rock Lake Park, TX

좋구나..

December 27, 2010

산 책, 읽는 책, 읽은 책

대충 남기는 짤막한 책 읽기 기록들... 한국 간 김에 책도 사 왔고 하니.. ㅎㅎ

 

새로 산 책

제 1 권력 - 히로세 다카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한창훈
영원한 전쟁 - 조 홀드먼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쇼크 독트린 - 나오미 클라인
모든 것의 나이 - 매튜 헤드만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 사샤 스타니시치

읽는 책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로버트 피어시그 

글쎄, 이 책이 모두에게 어필하는 책일지는 모르겠다.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는 제목이 언뜻 암시하듯, 이 책은 어쩌면 공대생들을 위한 철학책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다만 최근의 IT 트렌드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점, 그리고 책에서 지적하듯 Technology 에 대한 두려움이 삶의 한 쪽 측면만을 보게 만든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Technology로 점철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와 닿는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본다.

읽은 책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 메리 앤 셰퍼
2010.11.16 ~ 2010.11.19, 별 다섯

그새 책 표지가 바뀌어서 새로 나왔네. 내가 읽은 판은 옆의 사진에 있는 미국판과 같은 표지. 따뜻하고 감미로운 이야기.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영미권 작가들(특히 여성 작가들)에게 제인 오스틴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만한 것 같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 - 마이크 데이비스
2010.11.20 ~ 2010.11.30, 별 다섯 

반성 많이 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빈부격차가 심화될수록 도시 정책들이 중산층 이상의 시야에서 빈민층의 삶을 치워버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꽤 묵직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그냥 불편한 진실은 가려버린 채,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닌가?
 

철의 시대 - 존 쿳시
2010.12.01 ~ 2010.12.04, 별 다섯 

"나는 선한 사람이었어요. 그건 거리낌없이 고백할 수 있어요. 나는 아직도 선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선한 사람인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요! (p.217 ~ 218)

나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 엠마 도노휴
2010.12.06 ~ 2010.12.10, 별 넷 

아이의 시점을 통해 엄마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좋았다. 치통 같은 고통들. 하지만 탈출 이후, 아이와 엄마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지면서 그 방식이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게 되니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다소 산만해진게 아닐까. 하지막 마지막 장면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책. 
 

세계명화 비밀 - 모니카 봄 두첸
2010.12.11 ~ 2010.12.14, 별 넷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 뭐 딱히 "비밀"이라고 할 내용은 아니고.. (원제목인 private life 가 가장 알맞는 제목이다) 일반 교양 서적으로 안성맞춤. 영상을 책으로 옮기다보니 다소 흐름이 끊기는 식으로 구성이 된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 할 듯.

May 13, 2011

간단 독서 기록

지금 시각 금요일 오후 5시. 얼추 일 정리해 놓고 주말을 앞둔 노닥노닥 분위기로 퇴근시간까지 버텨 보려고 준비 중이다. 책상 위에는 어제 도착한 책 세권(The Box / Click / To the Wedding)이 놓여 있다. 얼마 전 어쩌다보니 Amazon Prime 1년 멤버쉽을 가입하게 되었는데, 멤버쉽이 유지되는 동안은 무료로 2일 배송을 해주니 Amazon 에서 책 주문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저 책들은 또 언제 읽지 -_-; 

기록을 살펴보니 올해 읽은 책이 고작 9권 밖에 안 된다. 3권이 영어책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저조한 기록 -_- 신경 쓸 일들이 많아지니 확실히 시간이 생겨도 책에 집중하는 정도가 많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다 잊어버리기 전에 간단히라도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소설 / 로버트 M. 피어시그 / 문학과 지성사 / 2010.12.14 ~ 2010.12.30 / ★★★★★ 

지난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책이다.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꽤 여러 곳에서 (거창하게 말하자면) 깨달음 같은 것을 준 책이다. 특히 개인이 세계를 마주하는 자세 같은 면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고 생각되는데,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신경쓰는 것(아마 원문에서는 really care about it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이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하는 것과, 무언가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의 차이. 

Unaccustomed Earth
- 소설 / Jhumpa Lahiri / Alfred a Knopf / 2011.01.01 ~ 2011.01.22 / ★★★★ 

올해 첫 책이자, 내가 읽은 줌파 라히리의 첫 책이기도 하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남성 독자인 나에게 가슴 깊히 여운이 남는 글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민자의 2세로서 겪게 되는 문화적, 세대적 차이가 더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인도인들(모두 남성)이 가부장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게 단지 개인의 인상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깔려 있는 코드 같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영원한 전쟁
- 소설 / 조 홀드먼 / 행복한 책읽기 / 2011.01.23 ~ 2011.01.30 / ★★★★ 

스케일로만 치자면 이만큼 장대한(?)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작품도 드물거다. 워프를 한 번 할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년을 건너뛰어 버리니 그 사이 인류가 진화를 거듭해 결국 새로운 존재 형태를 취함으로써 전쟁이 끝난다는 설정도 아주 말이 안 되는건 아니다만... 아무래도 아주 몰입해서 읽기는 어려운 스토리라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그 상상력, 그리고 시공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멋지지 않은가.
 

모래의 여자
- 소설 / 아베 코보 / 민음사 / 2011.01.31 ~ 2011.02.03 / ★★★★★ 

하, "관능적"이라는 표현은 진짜 이럴 때 쓰는거구나 싶다. 흘러내리는 땀, 엉겨붙는 모래알들, 그리고 빠져나가려 할수록 미끄러져 내리는 모래구덩이. 언젠가는 진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모으고 말테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윤리 / 피터 싱어 / 산책자 / 2011.02.04 ~ 2011.02.09 / ★★★ 

꼰대 할아버지, 참 재미없이 산다 싶었다. 개인의 윤리라는 좁은 프레임에 시선을 가둬버리니 쳇바뀌 돌듯 "윤리적인 삶"을 호명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겠지. 제목 그대로의 비유를 가져와서 물에 빠진 아이를 "안 구하는 것보단 구하는게 낫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왜 아이들이 자꾸 물에 빠질까"라는 질문이 없다면 그건 과연 또 윤리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칭송하는 그 윤리적인 거부들은 과연 "왜 아이들이 자꾸 물에 빠지는" 이유와 과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까. 그렇다면, 기부라는 잣대로 윤리적인 삶을 논하는 것이 얼마큼 의미가 있을까.
 

The Selected Works of T.S.Spivet
- 소설 / Reif Larsen / Penguin Press / 2011.02.09 ~ 2011.03.04 / ★★★★ 

사실 별 4개도 굉장히 후하게 쳐준거다. Part 3 에 들어서는 거의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으니까. 독특한 형식과 캐릭터, 삽화는 훌륭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산으로 가는 스토리는 앞부분과 다른 사람이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밀도가 낮았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느려져 책을 끝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수필 / 한창훈 / 문학동네 / 2011.03.05 ~ 2011.03.09 / ★★★★★ 

더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맛있었다. 그리고 배고팠다. 

 

 

Reality is Broken
- 게임 / Jane McGonigal / Penguin Press / 2011.03.10 ~ 2011.04.17 / ★★★★ 

절반 정도는 회사 일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나름 신선했다. 현재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하나하나를 본다기 보다는, 게임이라는 포멧 자체를 잘 활용하여 현실을 바꿔나가는데 활용해보면 어떨까.. 라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다소 산만해지고, 뭐랄까 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느낌도 계속 받았는데, 실험적인 시도인만큼 감안하고 읽으면 되겠다.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 소설 / 사샤 스타니시치 / 낭기열라 / 2011.04.17 ~ 2011.04.29 / ★★★★★ 

최고였다 ㅠ_ㅠ
그런데, 왜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 다수가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건지... 

 


모든 것의 나이
- 과학 / 매튜 헤드만 / 살림 / ★★★★ 

잡학다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마야 고대 달력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부터, 피라미드의 건축 연대 알아내기, 탄소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유물 연대 측정법과 우주의 나이 계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의 "나이"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다만, 어느 정도 이공계 쪽 사전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거의 다 읽었다) [서재 결혼시키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긴 한데, 왠지 위화감이 느껴지는건 나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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