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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0, 2010

싫어하는 작가

오늘 아침,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을 읽다가 어느 모녀와의 대화에서 그녀들이 이사벨 아옌데를 매우 싫어한다는 표현이 나와서 순간 책의 맥락에서 튕겨져 나와 한동안 돌아가지를 못했다.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얼마 전 그녀의 신간 [The Island Beneath the Sea]가 나온 것을 보고 찜해두었던 탓에 움찔했던 것도 있고.. 그보다는 어느 작가를 "싫어한다" 라는 것이 내개는 그닥 익숙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은 흔하다.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던지,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부족하다던지, 심지어는 너무 뻔하게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경우 그 작가의 책을 다시는 손에 들지 않게 되기는 하는데.. 그건 싫어하는 것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닐 수는 있지만, 그건 그저 작가와 내가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한테도 싫어하는 작가가 몇 있긴 하다. 이문열이라던가 김진명, 혹은 토머스 프리드먼 정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후에 "영웅시대"를 읽으면서는 코웃음을 쳤었고, 그보다 훨씬 나중에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에서는 그의 치졸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 후로 이문열은 나에게 아웃 오브 안중 격의 작가다. 김진명은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이용한 상업소설을 쓴다는 이유고, 토머스 프리드만은 자신의 편견을 객관적 사실인 양 포장해내는 뻔뻔함 때문.

그 외에는.. 뭐 대부분 그냥 그렇다. 좋아하는 작가를 나열하는건 나름 고르는 맛이라도 있는데, 싫어하는 작가를 나열하는게 더 힘이 드네. 사실. 싫어하는 이유도 순수하게 문학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강한 것 같다.(그게 어디 쉬이 분리가 되는 문제겠냐마는) 예컨데 김훈의 작품은 좋아하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 혹은 삶의 자세는 내가 선호하는 쪽은 아니라서 어디가서 절대 김훈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으니까

싫다는 감정을 쉬이 표출 못하는 일종의 착한 독자 컴플렉스일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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