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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0 Archives

April 13, 2010

Noteworthy English Books (04/13)

봄이 오니 들판에만 꽃이 피는게 아니가보다. 서점가에도 군침 도는 책들이 여기 저기 고개를 든다. 기호에 맞는 책이 이 무렵 쏟아져 나오는건지, 아니면 겨우내 굳었던 머리가 풀리면서 입맛이 살아난 탓인지는 잘 구분이 안 가지만.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언 매큐언(맥유언?)의 [속죄]다. 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된 비극이라니, 고전의 우아함이 물씬 풍겨져 감탄하면서 읽고 있다. 주목할만한 신간으로 같은 저자의 [Solar] 가 있는데, 평에 따르면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고 하니 분위기는 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Solar
- 소설 / Ian McEwan / Nan A. Talese 

주인공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하지만 그는 그 명성에 기대어 살 뿐, 가정과 연구 모두에 충실하지 못하다. 습관적인 바람으로 이미 다섯번째인 부인과는 거의 결별 직전이지만, 아내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감정적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그 와중에 학계에서는 그가 죽은 동료의 연구 결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하고,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 방송을 타는 등 재난과 같은 사건들이 그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하는데..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한 책.
 

A Reader on Reading
- 수필 / Alberto Manguel / Yale Univ Press 

국내에도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가진 "독서계의 카사노바" 알베르토 망구엘의 신간이다. 이 책 역시 책과 책읽기에 대한 에세이들을 모아 놓았는데, 목차를 훝어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자극이 되는 내용이 많다. 문득 이런 식의 책들도 하나의 메타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에 대한 소설처럼, 책읽기에 대한 책읽기니까. Casual Reader 를 넘어선 Avid Reader 들을 위한 장르가 되겠다. 
 

Matterhorn
- 소설 / Karl Marlantes / Atlantic Monthly Press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던 저자가 30여년에 걸쳐 쓴 베트남전에 관한 소설이라고 한다. 얼마전 읽은 [The Things They Carried] 와 겹치는데, 마찬가지로 극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전쟁과 인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자들의 평도 아주 좋다. 여전히 베트남 전을 다룬 이런 소설들이 나오는걸 보면, 지금 진행 중인 21세기의 전쟁을 다룬 문학 작품들이 나오는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 아닐까 싶다. 
 

The Solitude of Prime Numbers
- 소설 / Paolo Giordano / Pamela Dorman Books 

제목이 마음에 든다. '소수(素數)들의 고독'.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항상 외톨이로 지내는 Mattia 와 Alice 라는 두 인물을 통해, 서로 섞이지 못하는 소수(素數)와 같은 사람들과 그 소통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수학적 비유는 Mattia 가 수학에 골몰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소설 전체에 걸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It's All Greek to Me
- 문화 / Charlotte Higgins / Harper 

서구 문명의 출발점이 그리스 문명이라는 사실은 단지 출발점이 어디였냐는 의미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의 산물들은 오늘의 서구 문화를 규정하고 있으며, 온갖 상상력의 실질적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호머부터 시작해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가 서구 문화에 끼친 영향들을 짚어본다.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만 하겠다. 


Privacy in Context
- 사회 / Helen Nissenbaum / Stanford Law Books 

블로그는 사적 공간인가 공적 공간인가? 인터넷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논쟁의 핵심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프라이버시라는 개념 자체의 경계가 어딘가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예컨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고전적 의미의) 프라이버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사람들을 네트웍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인기를 얻었다. 그렇다면 근대와 함께 부르주아적 의미로 형성된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짚어 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되지 않을까? 


The Christian Atheist
- 종교 / Craig Groeschel / Zondervan 

아주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부제는 Believing in God but Living As If He Doesn't Exist. 신을 믿으면서, 신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 도킨스를 위시한 최근의 종교 논쟁이 다분히 근본주의적 입장들을 강조했다면, 이 책은 아주 현실적인,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기술된 책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Atheist)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증거들을 들이밀며 신앙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 또한 독선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What if the Earth had Two Moons?
- 천문 / Neil F. Comins / St. Martins Press 

태양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다룬 책이다. 흥미 위주로 읽어볼만 한 것 같은데, 목차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Anti-Earth 혹은 Counter-Earth 라는 가설인데, 지구 궤도 상에 태양의 정 반대편에 또 하나의 지구가 돌고 있다는 주장이다. 태양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지구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 그 존재여부를 증명해야 하는데, 실재 여부를 떠나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설 아닌가? 절대적 존재(태양) 너머에 숨겨져 있는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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