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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09 Archives

May 22, 2009

Day 5 : Antelope Canyon

오늘도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오전 일정으로 잡아 둔 Antelope Canyon Tour 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투어 형태로 예약해 놓은 곳이다. 사실 원해서 그런건 아니고, 지형 특성상 날씨가 안 좋으면 갑자기 물이 범람하는 곳이라(97년 급작스런 폭우로 십여명이 사망했다)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서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는 두 가지, 일반 투어와 사진 투어가 있다. 당연히 사진 투어로 예약. 출발 시간이 9시 30분이니, 9시 정도에 맞춰서 여행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예약 확인하고 나니, 9시 15분까지는 이 곳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예~ 하고 돌아서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지금이 벌써 9시 10분인데 5분 후에 돌아오라고 당부를 하는건 또 뭐며, 사람은 또 왜 이리 없지? 찜찜한 기분을 안고 차로 돌아가다가 보니 뭔가 머리를 번쩍 하고 스치는게 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보니,

"Can you tell me what time is it now?"
"It's eight... ten"

둥... 그랬다. Arizona 주는 섬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 주였다. 즉, Utah 에서야 지금이 9시 10분이지만, 여기 Arizona 에서는 아직 8시 10분인 것이다. 뭐, 시간 난 김에 아침이나 든든하게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엄청난 깨달음이 뒷통수를 강타한다. 그러니까.. 지금 시각이 8시 10분이면 해 뜨는 시각은 7시 반이 아니라 6시 반이 된다. 즉, 어제 봐 두었던 Monument Valley 진입로에서 일출 시간에 촬영을 하고 이 곳으로 와도 9시 전에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으.. 주마다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만 염두에 뒀어도 기막힌 장면을 찍을 수 있었거늘... ㅠ_ㅠ


Day 1 에도 나왔던 지도. Arizona 를 보면 여름과 겨울 시간대가 다르다고 나와 있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고, 일단 아침부터 챙겨 먹자. 식사를 마치고 시간 맞춰 다시 여행사 앞으로 돌아오니 역시나 사람들이 꽤 많다. 잠시 후 작은 트럭을 개조한 듯한 차에 나눠 타고 드디어 Antelope Canyon 으로 향한다. Page 바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실제 이동시간은 10분도 채 안 된다. 출발해서 5분쯤 가면 Navajo Tribe 지역으로 들어가게 되고(이 곳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투어 비용에 포함), 그 곳부터는 강바닥처럼 보이는 모래밭을 달려 들어간다. 5분쯤 더 덜컹거리는 차 안에 앉아있으니 어느 사암 절벽 앞에서 차가 멈춘다. 절벽에는 세로로 길게 갈라진 틈(slot)이 나 있다. 저 틈이 바로 Upper Antelope Canyon 이다.

사진 투어와 일반 투어의 차이는 사실 시간 밖에 없다.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장소를 독점해 쓰는게 아니라서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공간 자체가 굉장히 어두운 곳이라서 장노출(15~30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동안 누가 플래시를 터트리거나 렌즈 앞에서 왔다갔다 하거나, 레이저 포인터를 쓰거나 하면 그 컷은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계속 플래시를 쓰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긴 하지만 잘 통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예 자기 카메라의 플래시를 어떻게 끄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Upper Antelope Canyon 입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부대끼는 곳에서는 늘상 작은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반 투어로 온 관광객 중 나이가 꽤 지긋하고 몸이 비대한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움직이는게 힘이 드셨는지 선 채로 잠시 쉬고 계셨다. 그 때 관광 가이드인 젊은 여자가 할머니에게 옆으로 비키라고 몇 번 지시를 하자, 갑자기 이 할머니가 정색을 하고 묻는다. "Excuse me. Did you mean 'PLEASE'?" 그제서야 가이드도 화들짝 놀라면서 정중하게 다시 부탁을 한다. 존대와 하대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이지만, 무례하고 공손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는게 새삼 느껴진다.

아무튼, 사진 이야기로 돌아가면,

한여름에 오면 계곡 안으로 태양빛이 들어와 강한 spot light 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10월에는 태양의 고도가 이미 낮아져 그런 장면은 찍을 수가 없다고 한다. 대신 계곡 상단에서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의 변화가 주된 피사체가 된다. 물이 깎아내린 부드러운 곡면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빛의 계조 변화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추상미를 만들어낸다. 수없이 사람들과 부딛히면서도 정신 없이 사진을 담다보니 어느새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촬영한 필름은 3통. 이 중에서 몇 장이나 걸질 수 있을지는 여행 끝나봐야 안다.(사실, 많이 못 건졌다 ㅠ_ㅠ)


불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촬영에서 얻은 몇 가지 팁들.

  1. 대개 하늘을 향해 촬영을 하게 되는데, 반드시 그늘 안에 머물면서 촬영을 할 것. 워낙 어두운 장소라 눈으로는 차이를 잘 못 느끼지만, 그 미묘한 차이도 장노출에서는 플레어를 만들어낸다.
  2. 바닥이 전부 모래이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먼지가 굉장히 많은 편이다. DSLR 이 경우 먼지에 민감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렌즈를 교환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망원렌즈 들고갈 필요도 없으니, 대략 28mm에서 100mm 정도의 줌렌즈 하나면 충분할 듯.
  3. 감도 50 필름이긴 했지만, 평균 노출 시간이 10~30초 정도로 어두운 곳이다. 당연히 삼각대는 필수고, 노출계, 릴리즈도 지참할 것. 브라케팅은 상식!


Antelope Canyon 의 여러 모습들

촬영을 마치고 Page 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1시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보급(?)을 마친 후 부지런히 다시 길을 나선다. Glen Canyon Dam Overlook 에 잠시 들른 후 US-89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Utah 로 들어선다. 근데 시간대가 또 바뀌는구나. 유타 시간으로는 벌써 3시가 가까워져 있다. 오늘 저녁은 캠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떨어지기 전에 캠핑장에 도착하는게 좋다. 예약해 둔 곳은 Escalante State Park. 직선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중간에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가 자리하고 있어 빙 둘러서 가야 한다. 그나마 질러 갈 수 있는 길로 경로를 잡는다.


Glen Canyon Dam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는 몇 개가 있는데 모두 비포장 도로이다. 비가 자주 올 때는 진창으로 바뀌어 길이 막히기도 하기 때문에, Visitor Center 에 들러 그 날의 상황을 점검해보고 가는게 좋다. 오늘 도로 상황은 좋다고 한다. 중간에 Grosvenor Arch 와 Kodachrome State Park 을 들를 수 있는 Cottonwood Canyon Road 가 오늘 선택한 경로다. 거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메마른 땅을 가로지르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대략 50마일 정도 길이를 달리면서 마주친 차량은 기껏해야 3~4대 정도. 중간에 Grosvenor Arch 는 들렀지만, Kodachrome State Park 에 왔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Grand Staircase-Escalante N.M. 을 가로지르는 Cottonwood Canyon  Road 의 모습.


Grosvenor Arch


Limestone 으로 만들어진 Grosvenor Arch. 색이 부드럽다.

캠핑장인 Escalante State Park 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해진 무렵.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야영할 때 즐겨 먹는 Dried Food(음식을 말린건데, 뜨거운 물을 붓고 7~8분 기다리면 꽤 괜찮은 식사가 나온다. 오늘 저녁으로 먹는건 Teriyaki Chicken.) 에 참치 한 캔과 고추장(^^;)이 있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맥주 한 캔이 금방 사라진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역시 저녁이 되니 쌀쌀하지만, 또 벌레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특히나 독충들도 종종 돌아다니는 땅이다보니 야영을 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곳인데, 그러고 보면 이렇게 약간 추울 때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텐트를 친 모습. 사실 이건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자기 전에 셀카 한 장 ^^; 조명은 난방 역할도 해 주는 gas lamp 다.

얼른 뒷정리를 마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내일도 일찍 움직여야 하니 일찍 잠들어야 겠다. 침낭 속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가 스르르 골아떨어질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May 12, 2009

Burn Rate

Burn Rate : The dot-com card game

2000년대 초반을 달군 닷컴 열풍을 비꼰 카드 게임이다. 웹페이지의 설명을 따르면, 이 게임의 아이디어는 Rich Koehler 라는 Software Engineer 가 닷컴 회사에서 일하면서 겪은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2001년 닷컴 거품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그 역시 정리해고되기에 이렀는데, 그 때 친구였던 디자이너와 함께 Cool Studio 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이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게임 외에는 특별히 다른 제품은 없는 것 같으니, 밥은 먹고는 사는지 모르겠다 -_-

어쨌건, 게임은 당시 닷컴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풍자하고 있다. 수익성 없는 아이디어(Bad Idea)에 돈만 많이 받으면서 무능한 Vice President(VP) 들. 실제 일하는건 월급 제일 조금 받는 엔지니어들 뿐인데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개발 인력이 모자라면 비싼 계약직들 불러다 써야 한다. 수익 모델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회사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는 재무팀이 벌어오는(?) 투자금 뿐. 이 투자금은 매 턴 월급들로 소진되는데, 그 속도를 Burn Rate 라고 한다. 게임의 목적은 Burn Rate 을 잘 관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본금 다 까먹고 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

게임의 핵심은 VP 를 얼마나 잘 활용하냐에 달려 있다. 재무, 영업, 인사, 개발팀 별로 최대 1명의 VP 를 둘 수가 있는데, 이 VP 의 능력치(skill level)가 바로 내가 쓸 수 카드와 상대방이 나한테 쓸 수 있는 카드를 결정한다. 당연히 능력치가 높을수록 방어는 쉽고 상대방이 나를 공략하기는 어려워진다. 즉, 능력 있는 VP 를 부서장으로 앉혀둬야 한다는건데... 문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 상대방이 내 VP를 채가기도 하고, 엉뚱한 인물을 내 VP 로 밀어넣기도 한다. (VP는 해고가 2배로 힘들다) 그렇게 투닥거리는 와중에 Bad Idea 들이 밀려오면 개발 인력 확충해서 릴리즈도 해야 하고... 뭐, 그러다보면 회사는 자본금이 소진되어 망한다는 스토리.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으면 대략 낭패! -_-;

게임 자체는 간단하지만, 업계 사람들끼리 즐기기 좋은 블랙 유머가 깔려 있는 게임이다. 거꾸로 말하며, IT 업계 사람이 아니면 그닥 특별할게 없는 게임일 수도 있다는 점. BoardGameGeek 에서의 낮은 점수(5점대 후반)는 그런 특성을 반영한 것 같다. 남은 자본금을 종이에다가 써가면서 계산해야 한다는 것도 점수를 깎아먹는 요인인 듯 싶고. 하지만, 부피도 작고 룰도 간단하고 하기 때문에 몸풀기 게임 정도로는 적당한 듯 싶다. 특히 회사 사람끼리 모여서 하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는 것 같고 ^^;;

May 14, 2009

Chocolate Book

어제 저녁 서점 마실 나갔다가 발견한 책. 초컬릿 레서피 북인데, 초컬릿이랑 똑같이 만들어 놨다. 갈색 종이는 그냥 덧씌워 놓은 종이고, 안 쪽의 은색 부분이 실제 책. 책장 가장자리들도 은색으로 칠해놔서(왜, 그, 성경책 보면 금색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전체적으로 은박지로 씌워놓은 초컬릿 같은 느낌이 난다. 핸드북이라기엔 좀 크기가 크다는게 단점이랄까. 암튼, 지금까지 본 책들 중에 제일 예쁜 겉모습을 자랑하는 책이었다.

뭐, 그렇다고 샀단 이야긴 아니고. 초컬릿 레서피 따위를...(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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