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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1, 2008

Day 1 : Way to Utah!

아침 9시 30분. 간밤에 정리해 둔 짐을 차에 옮겨 싣고 드디어 출발이다.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하는 대신 푹 자고 출발하는 쪽을 택했다. 집을 나서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I-90 을 타고 동쪽 방향을 향한다. Utah는 워싱턴 주의 남동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Seattle 에서 Utah 북서부의 Salt Lake City 까지는 대략 820 mile. 시속 70 마일(대략 110km)로 쉬지 않고 달리면 12시간 정도 후에는 도착할 수 있다. 먼 거리다.


MapPoint 로 그려본 여행 경로

운전하는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면 장거리 운전의 수고도 덜고 시간도 왕복 합해서 하루 정도를 절약하 수 있다. Seattle <-> Salt Lake City 왕복 비행기편이 대략 $210 정도였기 때문에, 왕복하는데 필요한 기름값보다도 싸긴 하다. 하지만 어차피 Salt Lake City 에서 쓸만한 차를 다시 빌려야 하고, 결정적으로 비행기편으로 사진 장비와 캠핑 장비를 보내는게 보통 일이 아닌지라 결국은 운전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덕분에 오늘, 그리고 돌아오는 날은 하루 종일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Freeway 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왕복하는 여정 동안에는 Interstate 를 이용해 가능한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수 밖에 없다.

Cascade 산맥을 넘어 워싱턴 주 중부의 평원 지대로 빠지면서 I-82 로 갈아타고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번 여행에서 길잡이가 되어 준 것은 평소 들고 다니는 UMPC에 GPS 수신기를 연결해서 구성한 Navigation System 이다. Microsoft 의 MapPoint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비록 상용 GPS Navigation 에 비하면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주 외진 곳의 길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이런 기계들이 대개 그러하듯) 항상 도움만 주는건 아니다. Yakima 를 조금 지났을 때 I-82 를 벗어나 지방도로를 타고 이동하라고 나왔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별로 지름길 같지는 않았다. 지방도로를 선호하는 주인 맘을 헤아린게냐, 쯧.


Navigation System

본의 아니게 SR-221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다보니 I-82 로 다시 길이 합쳐진다. 이 곳에서 Columbia River 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어가면 오레곤(Oregon) 주이다. 오레곤은 워싱턴 주에 인접해 있지만, 그닥 재밌는건 없는 동네라서 자주 와 보지는 않았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 경유해서 가는 지역은 오레곤 주 북동부의 산간 지대라 더더욱 볼만한건 없어 보인다. I-84 로 다시 갈아타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는 동안에도, 고속도로 변의 안내판에도 주로 Oregon Trail 관련된 장소들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Oregon Trail 관련 기록들이 그나마 내세울만한 사적(?)인 셈이다.

시각적으로 드라마틱한 건 없어도, 미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Oregon Trail 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역사가 워낙 짧기도 하지만, 특히나 현재의 미국 중부와 서부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을 확립한 것은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고작 150년 정도 전, 19세기 중반에나 이루어진 일이다. 당시 신생국가 미국은 아직 대서양 쪽 미시시피강 동쪽의 몇 개 주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시기 미국이 서쪽 태평양 연안까지 세력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이동로가 바로 Oregon Trail 이기 때문이다. 북쪽을 차지한 영국과 중미 일대를 석권한 스페인 사이에서 미국이 현재의 미국 영토를 전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Oregon Trail 을 통해 서쪽으로 이주한 개척자(Pioneer)들에 의한 실효지배 덕이었으니까.


Wagon 을 타고 이주하던 개척자 가족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개척자들의 삶은 우리가 미드라마 <초원의 집> 같은 데서 보던 것처럼 낭만적인 여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Trail 이라고는 하지만 마차가 간신히 이동할 정도의 지대라는 뜻일 뿐, 잘 닦여진 길도 없었고 중간중간 눈에 띄는 지형지물(landmark) 외에는 뚜렷한 방향타도 없었던 길이었으니, 이주민들이 얼마나 혹독한 경험을 겪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주 과정에서 죽었고, 심지어는 고립된 채 배고픔에 지쳐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도 발생했다고 한다. 당연히도 이런 고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부로 이주하고자 했던 이들은 동부에서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유하기 힘들었던 기층 민중들이었다. 그러니, Oregon Trail 의 역사 또한 미국 민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피와 땀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이 Oregon Trail 경로를 따라 현대식 고속도로인 I-84 가 놓여 있다. 고속도로임에도 간혹 50mph 까지 속도를 줄여야 할 정도로 급커브도 계속 나오고 상당한 고도까지 오르내리는 이 지역은 자동차로도 그리 편한 여행길은 아니다. 하물며 마차는 어땠겠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달리다보니 갑자기 Mountain Time Zone 으로 바뀐다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Oregon  주 경계까지는 아직 두어시간 더 달려야 할텐데, 시간대가 바뀌는 경계가 주 경계와 일치하지 않는건가? 이러면 같은 주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긴데, 그러면 약속 시간 정할 때도 "태평양 시간으로 8시에 보자" 이런 식으로 잡아야 할거 아닌가. 아무튼, 땅떵어리가 크면 여러 가지 피곤한 일들이 생긴다.

(클릭해서 크게 보길. 주경계하고 시간대가 어긋나는 곳이 꽤 많다)

계속 꾸물거리던 날씨는 Idaho에 가까워질 수록 파란 하늘로 바뀌어 간다.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긴 했지만, 맑은 하늘을 직접 보니 비로서 마음이 놓인다. 적당한 구름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다시 오기 힘든 "사진"여행길에 비구름은 재앙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감이 좋다. Idaho 주도인 Boise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지평선 쪽에서 저녁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했다. 이 비구름만 지나가면 맑은 하늘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하려니 다시 부슬거리며 빗방울이 흩뿌리기 시작한다. 비구름에 계속 쫓겨다니는 기분이다.

그런데, 지평선에 걸친 저녁 햇살과 머리 위로 쏟아지던 빗방울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다시 freeway 에 올라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눈 앞에 아름다운,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완벽한 무지개가 나타난 것이다. 저녁 햇살을 받은 보라빛 구름을 배경으로 정확한 반원을 그리는 무지개는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오늘은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지만, 이번만은 정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경이 도와주지 않았다. Freeway 에서 차를 세울 수도 없는 일이고, freeway 를 벗어나도 적당한 장소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래서 내가 freeway 를 싫어한다. 무지개를 보고도 멈출 수 없는 곳. 더더욱 싫은건, 이게 우리 삶의 metaphore 가 될 수도 있다는거다.


대략 이런 분위기의 무지개였다(내가 찍은 사진은 아님)

무지개는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곧 날은 어두워졌다. 야간 운전은 주변의 풍경을 지워버리고 오직 운전자와 도로만을 남긴다. 이제 나는 헤드라잇에 드러난 눈 앞의 도로에만 집중하며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야간운전은 오히려 피로도가 덜한 편이다. 차도 훨씩 적고, 풍경에 방해받지 않고 그저 생각에 잠긴 채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게다가, 이제 남은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Idaho 중남부 지점에 이르자 I-84는 I-86 로 분기되면서 남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이제 여기서 약 50여마일만 더 달리면 마침내 Utah 주에 들어설 수 있다.

분기점을 지나 얼마 안 가 기름이 거의 떨어졌다는 경고등이 들어온다. 경고가 들어오고도 최소 50 마일은 더 달릴 수 있으니 조만간 넣으면 되겠지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별로 안 좋다. 주변에 불빛도 하나도 안 보이고, 가도 가도 사람 사는 동네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어느 틈에 바늘은 E 표시를 지나 아래로 처졌는데, 주유소는 여전히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이 때가, 아마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스릴 넘치는 드라이브였던 것 같다. 결국 기름을 넣은건 Utah 주에 들어서서(-_-) Snowville 이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해서였다.

이 후의 여행은 무난했다. 도심이 시작되는 Ogden 지역을 지나 Salt Lake City 까지느 대략 2시간 정도. 여전히 흩뿌리는 비 속을 뚫고 달리다보니, 마침내 Salt Lake City 에 도착했다. 모텔에 들어서서 짐을 풀고 시계를 보니 12시다. 시간대 바뀐 것을 고려하면 13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중간에 식사 시간 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계기판에 찍힌 이동거리는 821 mile. 먼 거리였다. TV를 켜니 아이러니하게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영화가 나오고 있다. 여기는 다행히 Utah 니까, 내일을 위해 푹 잠들어야겠다.

To be continued...

November 28, 2008

여행 사진 모음

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여행 다녀온지 2달 가까이 되어서야 사진 정리가 끝났습니다. 필름 17통 중, 파노라마 카메라로 찍은 4통을 제외하고 13 통에서 추렸는데, 막상 정리하고 보니 별로 남은 사진도 없군요 -_-; 파노마라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조만간 따로 정리해서 앨범으로 올릴겁니다.

사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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