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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07 Archives

June 5, 2007

입시 교육의 야만

뭐,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서도.

종종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를 찾아 읽는다. 싯구들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깊은 적막이, 싸륵 싸륵 눈꽃 쌓이는 소리가, 톱밥난로의 온기가 느껴지며 그 붉게 어른거리는 불빛 속에 앉아 저마다의 상념에 잠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이게 내 기억 속 어딘가 묻혀있는 경험을 끌어내기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각인된 이미지의 편린이 흘러나오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시가 내 마음을 울리고, 내가 그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집을 늘상 옆에 끼고 있을 수는 없기에, 이 시를 읽고 싶을 때면 인터넷 검색창에 "곽재구 사평역에서"를 쳐 넣어 시를 찾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진 페이지들에서 나는 종종 좌절하곤 한다. 링크 순으로 검색 순위가 메겨진다는 G 모사의 검색엔진 상위의 페이지들을 보면 시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를 눌러보면 그 대표적인 페이지를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저렇게 시를 배웠다. 단어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그게 무슨 뜻인지 받아 적고. 수미쌍관이 어쩌느니 대구가 어쩌느니. 내가 오랫동안 시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다. 나는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시는 그저 분석의 대상이었고, 시험에 나오면 이 시는, 이 단어는 이런 뜻이다라고 선택해야 하는 정답/오답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역시나 같은 세계에 속해 있던 소설이 그나마 그 분량의 차이로 인해 낱낱이 해부당하는 치욕을 피해 오늘날까지 내 독서를 지속시킨 반면, 시는 완전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그 본래의 형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여전히 시를 잘 못 읽는다. 그림에 문외한인 것처럼 시에도 문외한이다. 하지만 간혹 몇몇 작품이 내 무지의 장막을 뚫고 들어와 빛을 비추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 빛에 이끌려 나는 겨우 입시 교육이 내게 선물한 그 장막을 들추기 시작한다. 아마 이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릎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 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주었다.

June 9, 2007

CD Stereo 지르다

연일 계속되는 격무의 스트레스를 지름으로 해결하는.. 쿨럭;;

암튼 거실용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했습니다. 원래 청력이 그닥 좋지 않아 어차피 음질에는 별 과심이 없고, 기준은 오직 "뽀대"!!! eBay 에서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구매해서 기분도 매우 좋군요. 음화화.

어떻게 생긴 놈이냐 하면,


요렇게 생겼습니다


불 들어오면 요렇게 변합니다


왼쪽의 길쭉한 놈이 스피커. 좌우 한 쪽씩 있습니다.


스피커 위에 붙은 iPod Docking Station. 문제는 iPod 이 없다는거 -_-;


거실 셋업 완료!!! 시연에는 MOT 2집이 사용;;

일반 CD는 물론이고, AM/FM 라디오에, MP3-CD도 플레이 가능. iPod 연결해서 iPod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플레이가 되는군요. 이 참에 iPod 도 질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ㅎㅎ;;

June 10, 2007

해질녘에 아픈 사람

해질녘에 아픈 사람 - 신현림


오래된 꿈과 비밀을 간직한 부드러운 사람이고 싶어
부드러움은
망가진 것을 소생시킬 마지막 에너지라 믿어
밥, 사랑, 아이..... 부드러운 언어만으로도 눈부시다
삶이라는 물병이 단단해 보여도
금세 자루같이 늘어지고 얼마나 쉽게 뭉개지는지
그래서 위험해 그래서 흥미진진하지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들으며 눈부신 창을 본다

황혼 속에선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일만 오천 년 전 라스코 동굴 벽화의 검은 황소다
황소를 그린 자의 마음이다
생존의 서러움이 득실거리는, 풍요를 기원하는 심정

막 희망의 빈민굴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있어
으리으리한 디지털 인간, 상추 한 잎만한 사람, 별 게 아녔어
다들 부서지기 쉬운 밥그릇을 싣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맨다
행복, 그게 뭔데? .....카푸치노 거품 같은 것

누군가 명품, 성형수술, 다이어트에 빠지는 동안
너는 죽음보다 깊은 외로움에 빠지거나
연애 골짜기에 빠지거나 독서에 빠질 거야

나는 유통기한이 없는 시의 마력에 빠져
천 년 후에도 다시 튼튼한 한국 여성으로 태어날 거야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를 더 아프게 해라
이렇게 되뇌며 언어의 엽총을 겨냥할 거야

너도 환장하겠니 나도 환장하겠다
뭔가 사무치는 게 있어야겠어
해방감을 주는 거, 징 하게 눈물 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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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래간만에 맞는 휴일을 기념이라도 하듯 종일 빗줄기가 가볍게 흩뿌렸다. 이런 날은 이런 날대로 운치가 있지, 하며 뜨거운 우동 한 그릇으로 점심을 가름하고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까페 구석 창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에는 보송보송 빗방울이 맺히고, 그 너머 짙게 젖은 길을 따라 종종걸음의 사람들이 지나치는게 보인다. 참, 부드러운 휴일이다.

"행복, 그게 뭔데? .....카푸치노 거품 같은 것" 이라니. 마치 어제의 그 느낌을 누군가 잡아채 시로 옮겼구나 싶다. 부드러운 거품 밑에 도사린 쓰디 쓴 커피가 인생이라면, 그래 이 거품 같은 행복이면 참 좋겠지. 적당히 뜨겁게, 그러나 부드럽게. 하지만 퍼득 정신을 차린다. 정말 "죽음보다 깊은 외로움에 빠지거나 연애 골짜기에 빠지거나 독서에 빠질"지도 몰라.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오늘은, 일하다 잠시 짬을 내 건물 앞 주차장을 돌았다. 카푸치노의 기억을 진한 아메리카노로 덮긴 했지만, 따뜻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에 멈춰 서 눈을 잠시 감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럽다. 옷을 타고 전해지는 햇살의 온기와,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재빨리 빠져나가는 바람의 한 올 한 올이 느껴진다. 내가 항상 잊고 사는 몸의 언어다.

정말, 뭔가 사무치는게 있어야겠다. 그러고보니 [사랑한 후에]는 내 노래방 애창곡이었지. 그 사무치는 애절함이 그립다.

June 20, 2007

Paul Potts, the "Britain's Got Talent" winner!!

저 순박한(약간 덜떨어져 보이는?) 얼굴의 청년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무대에 처음 섰을 때 누가 저런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대했겠나.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저 얼굴에서 노래가 터져나오는걸 봤을 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휴대폰 회사 물류 창고에서 일한다는 이 친구, 결국 우승해서 10만 파운드 상금을 받았고, 12월에 영국 여왕과 왕실 가족 앞에서 공연한다고 한다. 멋지다!!

그나저나, 저 Simon 아저씨는 원래 이 프로그램 하다가 미국에서 "American Idol"을 한건가, 아니면 미국에서 하다가 영국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 하게 된건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이 프로그램에서는 leader 격인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 특유의 매력 포인트인 까칠함이 잘 안보이네.

June 22, 2007

이은미 - 애인... 있어요

아직도 넌 혼잔거니 물어오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 건가봐
좋은 사람있다면 한 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 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 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 걸

나는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 내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알겠죠 나 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언젠가는 그 사람 소개할게요
이렇게 차오르는 눈물이 말하나요
그 사람 그대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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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노래 참 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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