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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07 Archives

May 3, 2007

Falling in LOVE?

제목보고 오해할까봐 미리 못을 박자면, 여자친구가 생겼다던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얼마 전에 소개팅을 한 번 했다. 상대는 나보다 한참 어리고, 착하고, 외모도 예쁘장한 학생이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만났다. 만남은.. 무난했다. 같이 식사하고, 웃고 떠들고.

근데, 아무 느낌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 둥글어진건지, 이제는 왠만큼 까칠한 사람이 아니면 무난히 응대할 수 있다. 적당히 상대의 관심사 끌어내고, 내 관심사 이야기해주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무난히 부대낄 수 있을 정도의 요령은 갖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아무 느낌이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루하다.

까짓 소개팅,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절박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몇 번 되지 않는 연애경험이 그나마 내게 남겨준 교훈은 사랑을 위해 사랑하진 말자는거다. 낮선 이국 생활에서 외로워 서로에게 기댈 수도 있고, 그걸 사랑이라 믿으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서로에게 의지하다보면 그게 사랑이 될 수도 있다. 그걸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난 사랑은 시작부터 특별하다고 믿는 로맨티스트다.

연애에 대한 내 감정은 양가적이다. 한편으로 나는 열정을 원한다. 나를 감탄시키고, 나를 매혹시키는 어떤 사람을 원한다. 다른 한 편, 나는 편안함을 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도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포근한 그 느낌. 하지만 경험상 후자의 경우는 시간이 보통 해결을 해주곤 했다. 서로의 모난 곳은 부비며 부대끼며 서로에게 맞추어가는게 연애라는 게임의 룰이고, 그 룰을 통과하다보면 어느새 둘은 정말 서로의 반쪽이 되곤 했으니까.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는건 과연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다. 한가지 분명한건, 내게 사랑은 에로스와 불가분의 관계라는거다. 상대에게서 느끼는 관능과 흥분이 없다면 그건 연애라는 이름의 역할극에 불과해 보인다. 물론 그 관능이 비단 육체적인 의미를 뜻하지만은 않는다. 사실 나를 더욱 흥분시키는건 육체의 얽힘보다 정신의 얽힘, 상대와의 교감과 교류다. 영혼의 고양과 함께 넘쳐나는 감수성의 홍수. 아... 그리고 그 진득한 대화로 눈빛으로 얽히던 열정이여.

May 6, 2007

스파이더맨 3

극장에 가서 보고 왔다.

컴퓨터 그래픽이 이제는 너무 사실적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컴퓨터 그래픽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_-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와.. 정말 실감나더라. 맨하튼 고층 빌딩 숲을 누비는 스파이더맨 모습이야 1편부터 장관이었지만, 모래로 부서져 내리는 샌드맨의 모습이라던가, 포효(?)하는 베놈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

그런데, "샌드맨", "베놈", "뉴 고블린" 이런 호칭들은 영화에서는 안 나온다. 그냥 다들 원래 캐릭터 이름(예를 들어, 뉴 고블린은 그냥 "해리" 다)으로 부르는데, 아마 저 호칭들은 과거 만화 캐릭터에 붙여졌던 이름으로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듯.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와도 캐릭터 원래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고, 샌드맨, 베놈 같은 식으로만 부르게된다. 정보의 과잉으로 인식이 선규정된 나쁜 사례라고나 할까 -_-

하지만 확실히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억지 설정이 늘어간다. 스파이더맨이 최후 결전을 향해 가는데 뜬끔없이 어마어마하게 큰 성조기 앞을 잠깐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국애들도 이 장면 보면서 웃더라. 얘들도 어이 없겠지 -_- 게다가 해리네 집사는 왜 지금 와서야 그 이야기를(무슨 이야기인지는 영화 보면 안다) 하는거냔 말이다. 꽃미남 얼굴은 이미 다 망가졌구만. 죽어라 싸우던 샌드맨은 뜬금없이 대화 몇 마디 나누더니 눈물 흘리며(샌드맨 몸에서 물이 나오다니) 미안하다 말하며 사라져 버리면서 끝. 아.. 허무하기도 해라. 딸 구할 돈은 구했나 몰라.

CG 도 멋지지만,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캐릭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파이더맨 역할의 토비 맥과이어는 이번에는 양면적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상당히 귀엽다. 특히 약간 악당 분위기로 나올 때 계속 웃으면서 보게 되는.. ^^; 메리 제인 역의 커스텐 던스트는 안그래도 쑥 들어간 눈이 빈곤한 역할로 나오면서 더 초췌해보여 안스럽더라는. Eternal Sunshine 에서는 예쁘게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다시 안 좋은 인상으로 바꼈다. 쩝.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리. 이 친구 잘생겼네. 전형적인 성격 좋게 잘 자란 부자집 귀공자 분위기다. 비열한 웃음도 인상적이지만, 해맑게 웃는 순박한 웃음은 그야말로 살인미소!! 이 친구도 스파이더맨 흥행과 함께 여성 팬 꽤나 생길 것 같다.

암튼 심각하게만 보지 않는다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2시간 20분이 지루하지 않았으니 성공적이었다고 해야겠지.

May 17, 2007

도서관에서 일하기

PIC-0001.jpg

도서관과 관련된 일을 하는건 절대 아니고. 요즘 하는 일이 특정 무선통신망에서만 동작하는 서비스인데, 회사 사무실이나 시애틀 삼성 사무실에서 망 연결이 굉장히 불안정하다. 그래서 1. 망 연결 상태가 좋고, 2. 전원을 쓸 수 있으며, 3.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장소를 찾다보니, 우리 동네 도서관이 낙점!! 덕분에 근래 2~3일을 계속 도서관으로 출근 중이다 ^^;

도서관에서(그것도 혼자 나와서) 일하는건 꽤 즐거운 일이다. 우선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해도 심심할 일이 없고, 여차하면 주변의 서가에서 책을 뽑아 읽으면 되는데다가(특별히 사진 코너 앞에 자리잡았다 ㅎㅎ), 귀가 심심하면 CD 코너에 가서 아무 음악이나 뽑아와서 들으면 된다. 물론 오픈된 공간이다보니 화장실에 갈 때 조금 신경이 쓰이고, 식사 등으로 장시간 비워야 할 때는 주섬주섬 짐을 다 싸서 나와야 한다는게 불편하긴 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보며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가 좀 궁금하긴 하네 -_-;

May 21, 2007

풍경의 깊이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도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별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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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에 시를 옮길 때면, 행의 바뀜이 영 마음에 걸린다. 시란 운율의 언어인데, 인터넷 화면의 제한된 양식이 그 리듬을 깰까 두렵다. 행의 바뀜이 시인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화면 폭의 제약으로 인한 것인지를 표시하려니 행간을 넓게 가져가는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려운 문제.

"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 풍경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연록빛 나뭇잎사귀 뒷면의 흰 빛이 바람에 어른거려 리듬처럼 마음을 울리는 날이 있다. 생각해보면 풍경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깊고 얕은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의 눈일테다. 시를 만드는건 풍경이 아닌 깊고 맑은 시인의 눈이다.

나는 항상 급하다. 마치 무엇에 쫓기는양, 급히 스쳐 지나는 눈빛으로 풍경을 만난다. 언제나 뒤돌아 서서는 "아.. 한 박자 쉬어 왔어도 될 것을" 이라며 후회하지만, 막상 중요한 상황에서는 서둘러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고 만다. 껍데기를 훔치기 급급하다. 몸으로 느끼기보다 머리로 판단하는 사람의 치명적 결함. 안타깝다. 나는 언제나 저 깊은 눈동자로 세상을 풍경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May 28, 2007

미국에서 한국 책 주문하기

책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미국에 있으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책 구입하기 이다. 물론 "영어 책 읽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_-; 아무래도 영어로 책을 읽을 때는 더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고, 그러면 책을 읽는게 너무 에너지 소모가 크다. Relax 할 때는 그저 맘 편한 언어가 최고.

아뭏든, 그래서 간혹 한번씩 한국에서 책을 주문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해서 미국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싸이트는 크게 두 군데이다. 첫째는 YES24, 둘째는 알라딘. YES24는 한국에서 책을 주문해서 미국으로 배송시키는 시스템이고, 알라딘은 아예 알라딘 US 가 있어서 거기서 달러로 책을 주문하고 대신 배송은 미국내 배송 시스템을 쓸 수가 있다.

설명대로라면 당연히 알라딘 US에서 주문하는게 싸게 먹혀야 하는데, 그게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알라딘 US 에서는 책 값이 아예 달러로 나오는데, 문제는 이 가격이 원화 가격에 비해서 거의 1.5~2배 가까이 높게 책정된다는 사실. 그래서 배송료 절감의 효과가 거의 없어진다.

그래서 실험. 이번에 YES24 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같은 주문을 그대로 알라딘US 에도 넣어봤다. 물론 알라딘 쪽은 장바구니에만 책을 넣어서 배송료가 나오지 않지만 대략 $10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이보다 비싸면 비쌌지 싸지는 않을 듯. 아무튼 대략 최저가로 배송료는 산정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YES24는 회원 할인이 좀 되서 약간(1% 정도?) 더 싸긴 하다.

<주문 내역 : YES24>

[음반]못 (MOT) 2집 - 이상한 계절 (티셔츠 추첨 증정 ) x4 44,000 원
[도서]인간을 묻는다 : 과학과 예술을 통해 본 인간의 정체성 x1 11,700 원
[도서]푸른 알약 x1 9,900 원
[도서]시핑 뉴스 (양장) x1 12,420 원
[도서]돌뗏목 (양장) x1 8,800 원
[도서]제5도살장 x1 7,200 원
[도서]어둠의 속도 (양장) x1 12,600 원

소계 : 106,620원 + 총배송비 : 52,220원 = 158,840원

<주문 내역 : 알라딘US>

[음반]Mot 2집 - 이상한 계절 x4 $56.24
[도서]어둠의 속도 x1 $21.09
[도서]제5도살장 x1 $18.00
[도서]돌뗏목 x1 $22.00
[도서]시핑 뉴스 x1 $27.60
[도서]푸른알약 x1 $22.00
[도서]인간을 묻는다 x1 $26.00

소계 : $164.41 + 총배송비 : $10.00(?) = $174.41


즉, 환율 적용해보면 YES24와 알라딘이 거의 똑같이 나온다 =_= 게다가 회사 사람이 알라딘에서 주문하는걸 보니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비슷하더라. 아마도 알라딘도 주문 들어가면 미국 물류센터에 없는 책들은 한국에서 받아와서 보내는 듯. 때문에 나는 회원 경력이 오래되어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YES24를 애용하는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

하지만 이래저래 따져도 한국 나갔을 때 사가지고 들어오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ㅠ_ㅠ

ps. 주문한지 4일만에 물건 도착. 한국 쇼핑몰 시스템의 속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아마존에 주문해도 여차하면 2주 걸리는구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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