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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07 Archives

February 3, 2007

스노우보드 - Day 3

드디어!! 좌우로 턴을 하면서 내려오는게 된다 ㅠ_ㅠ

지난번 얼음 바닥의 악몽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먼(2시간 거리) 곳에 있는 Stevens Pass 라는 곳으로 갔다. 초급자용 슬로프가 길기 때문에 연습하기도 더 좋다고해서, 아침 일찍 출발해 9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흐흐.. 역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솔솔. 눈 질도 좋고, 슬로프는 경사가 있는 구간과 완만한 구간이 적당히 섞여 있어 연습하는데는 정말 딱이었다.

처음에는 여전히 잘 안되서 몇 번 바닥에 굴렀는데, 몸이 풀리기 시작한 후로는 의외로 쉽게 좌우로 턴이 되기 시작했다. 자꾸 넘어질 때는 겁이 나서 다리에 힘이 콱 들어가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드는데, 슬슬 무게중심 잡는게 익숙해지니 힘도 덜 들고 훨씬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슬로프가 긴 대신 리프트 타는 시간이 길어지는게 좀 문제인데, 리프트에 앉아서는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막상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면 빨리 다시 올라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된다는.. ^^;

오늘은 거의 넘어지지도 않아서 몸에 별 충격은 없는데, 대신 저번에 멍이 든 곳을 다시 부딛히면 징하게 아프다. 특히 엉덩이뼈 부분은 넘어지는 순간은 별로 아픈지 모르는데(눈이 푹신해서 순간적인 충격은 별로 없는 듯) 2~3초 후부터 뼈 안쪽에서부터 찌르르~ 하는 느낌이 퍼지기 시작해 5~6분 정도는 얼얼한 느낌이 계속된다. 이거 빨리 나아야지 맘 편히 넘어지겠다.

날이 좀 쌀쌀하긴 했는데, 헬멧,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데다가 막상 내려올 때는 몸을 많이 움직여서 약간 더울 정도. 집에 돌아와서 피곤한 것도 처음보다는 훨씬 덜하다. 이 정도면, 자주 타러 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나다 -_-; 사진으로 보니 마스크가 삐뚤어졌구만;;

February 8, 2007

장바구니 놀이


<그림 출처 : Marine Blues>

비슷한 짓을 나도 하고 있는데, 이른바 북리스트 채우기 놀이.
어디서 책 리뷰 같은거 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YES24 리스트에 채워 넣는데, 중간중간 책을 사서 리스트를 줄여감에도 불구하고 이게 어느새 100권을 채웠다.

총금액 1,368,760원 -_-;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고나..

February 13, 2007

아침식사

냠, z님 레시피를 받들어 만들어본 토마토 살사 베이글. 역시 음식 모양내기는 힘들다.
베이글 구멍 막는데 치즈를 썼더니, 조금 느끼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저렇게 한 조각에 넥터린(천도 복숭아?), 우유를 곁들이면 아침 식사로 든든.
토마토 살사는 이번에는 많이 만들어뒀으니 일주일 정도는 넉넉히 먹을 것 같다.

February 18, 2007

줄리에트 비노쉬

줄리에트 비노쉬: 영화배우 퐁네프의 연인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나쁜 피 폭풍의 언덕 녹색 광선 데미지 블루 소년 소녀를 만나다 지붕 위의 기병 영국인 환자 나는 그녀가 좋다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 머릿결도 좋다 비극적인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는 에어컨 바람처럼 서늘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붉은 신발이 좋다 짧은 머리가 좋다 가끔 목이 쉬곤 한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플 때가 있다 그녀의 발음은 듣기에 좋다 나는 프랑스어를 모른다 (알렉스를 떠올린다) 그녀의 성격도 모른다 그녀는 편집증 환자와 같다 그녀는 손이 아름답다 나는 손이 차갑다 그녀의 브로마이드 구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사진이라고는 극장에서 나누어준 엽서밖에 없다 창문 틈에 끼워놓은 그녀는 빛이 바랬다 그녀의 사진이 갖고 싶다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그녀는 슬프다 비디오 가게에서 그녀의 비디오는 잘 나가는 편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는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한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녀는 아무 데나 쓰러진다 나는 비디오로 그녀를 본다 잡지에는 그녀에 대한 특집 기사가 나온다 나는 영화 팬 모두와 그녀를 공유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비디오가 낡아서 일시 정지를 누르면 화면에 줄이 그어진다 그녀는 능숙하다 사흘이 지나면 테이프를 갖다 주어야 한다 그녀가 끓이는 커피 냄새가 방 안 가득하다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른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 서정학,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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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그냥 피식 웃음이 났다

February 20, 2007

스네이프는 적인가, 친구인가?

해리 포터 6권까지 읽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포스트 ^^; 참고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담겨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놀라움을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5402657.jpg
해리 포터 7권의 미국판과 영국판 표지. 미국판이 훨씬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7월 21일, 드디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인 7권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가 나온다. 이보다 약간 앞서 7월 13일에는 5권이 영화가 개봉되는 등, 7월은 해리 포터로 시끌벅적한 한 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97년 1권이 발간된 후 전세계적으로 마법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해리 포터 시리즈가 딱 10년만에 마무리가 되는 셈인데(영화는 좀 더 오래 끌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이 부린 가장 큰 마법은 바로 저자 J.K.Rowling 의 인생역전(!)인 듯 싶다. Edinburgh 에 있는 한 까페에서 시리즈의 1권을 써내리던 한 생활보호 대상자였던 싱글맘이, 10년 후에는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그 까페 근처에 있는 호텔 스윗룸에서 탈고를 했으니 정말 마법이 따로 없다고 하겠다.


J.K.Rowling. 이 평범하게 생긴 아줌마가, 이제는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명이 되었다

어쨌거나, 이 10년에 걸친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마지막 권을 앞두고 온갖 추측과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소문 중 하나는 "덤블도어는 죽지 않았다" 인데, J.K.Rowling 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덤블도어는 확실히 죽었으며, 다시 살아난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해리 포터 자신이 볼드모트의 호르크룩스라던가, 예언 속의 인물이 사실은 해리가 아니라 네빌이라던가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공식적(JKR 자신에 의해)으로, 혹은 비공식적(JKR의 측근들이 JKR 에게서 들어 전달한)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독자들이 책의 결말을 궁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비밀은 상당히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긴, 미리 알려지면 정말 김빠질거다.

그래서, "결말이 어떠어떠 하다더라"라는 소문은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그보다는 1~6권에서 나온 힌트들을 조합하여 7권의 전개를 예측하는 글들을 읽어보는게 여러 모로 흥미로운데(정말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날카로운 독자들이 많다. 책도 정말 함부로 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예측들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뭐니 해도 스네이프 교수의 정체.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직접 죽인 상황에서, 스네이프의 진짜 정체가 7권 내용의 향방을 가를 것임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덕분에 스네이프의 정체를 놓고 현재 그가 이중스파이로서 덤블도어의 명을 따르고 있는건지, 아니면 정말로 볼드모트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 중이다. 미국의 서점 체인인 Borders의 경우는 아예 해리 포터 7권을 예약주문하는 사람에게 "trust SNAPE" 혹은 "SNAPE is a very bad man" 이라고 적힌 스티커 중 하나를 보내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기도. (새삼 느끼지만, 미국 사람들은 차 범퍼 같은데에 스티커 붙이는걸 정말 좋아한다)

snape.jpg
Borders의 이벤트 스티커

주지하다시피, 스네이프는 1편부터 시작해 말포이와 더불어 최고의 악역이었다.(볼드모트는.. 사실 몇 번 나오지도 않는다 -_-) 그냥 이죽거리기나하는 말포이는 차라리 귀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네이프가 교수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해리를 여러 모로 괴롭혀 왔음을 상기해보면 그를 시리즈 최고의 악역으로 선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해리를 퇴학시키려 한 것도 여러번이었고, 3편에서 시리우스를 디멘터에게 넘긴 것도 바로 그였다. 5편 이후로는 "Order of the Pheonix"(OOTP)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Death Eater 들과도 계속 접촉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덤블도어가 그에게 보내는 신뢰로 인해 일단은 Death Eater들을 속이면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사실 해리가 시리우스의 죽음을 스네이프 탓으로 돌리는건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6편 말미에서 스네이프가 직접 덤블도어를 죽임으로써 그의 악행(?)은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하지만, 이렇게 큰 흐름만 잡아서는 스네이프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우선,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복잡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6편에서 드러났듯, 그는 학창시절 매우 영민한 학생이었지만 해리 포터의 아버지인 제임스 포터의 그늘에 가려있었고, 더구나 제임스 그룹이 스네이프에게 한 행동들은 그닥 자랑스러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스네이프가 그들을 미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아버지처럼 주변의 선망 속에서 학교 규칙을 끊임없이(!!) 어기는 해리를 그가 미워하는 것은 정당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해리에게 행한 수많은 악행들은 인간적인 적대감으로 보아야지, 그것이 스네이프가 악하다는 증거가 되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덤블도어는 그를 신뢰했다. 이 점이야말로 스네이프 지지자(?) 들의 가장 큰 논거이기도 하다.

스네이프 지지자들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의 지시 하에 Death Eater로 가장하고 있는 이중 스파이다.
  • 말포이의 엄마의 요청으로 덤블도어 살해라는 말포이의 임무를 대신 해 주겠다는 "Unbreakable Vow"를 맺게 되는 것도, 자신의 정체를 Death Eater 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행동이다.
  • 스네이프는 이를 덤블도어에게 이야기했고, 덤블도어는 그럴 상황이 되면 자신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스네이프는 이를 거부하는데, 바로 이 대화의 일부를 해리가 엿듣고 스네이프와 덤블도어가 다툰다고 생각한다.
  • 덤블도어는 죽기 전에 스네이프에게 "Severus.. please..." 라며 애원한다. 이는 덤블도어가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신의 지시를 따르고, 무엇보다도 숨어 있는 해리를 보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덤블도어를 죽인 이후 도망치는 스네이프를 해리가 추격하자, 스네이프는 해리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다른 마법을 써서 공격한다.(아마도 기절시키는 마법?) 이는 스네이프가 해리를 싫어하긴 하지만, 덤블도어의 지시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스네이프의 안티(?)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건 최악의 행위다. 심지어 호르크룩스를 만드는데 살인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그것은 살인의 죄악을 행함으로써 살인자의 영혼의 일부를 갈라내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덤블도어가 살인을 지시했을 리가 없다.
  • 스네이프는 슬리데린의 사감이다. 슬리데린의 특성은 자기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스네이프가 한 모든 모호한 행동은 자기 안위를 지키기 위해 양쪽 모두에 속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불과하다.
  • "Unbreakable Vow"를 맺는 상황이나, 후에 덤블도어를 죽이는 상황을 살펴보면 스네이프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스네이프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Unbreakable Vow"를 맺고 덤블도어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 무엇보다도, 그가 그동안 해리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라.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네이프의 안티들 주장은 좀 약하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 스네이프가 덤블도어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7권에서는 죽음(해리나 다른 누구를 지키기 위한 희생)으로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네이프를 증오하고 있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걸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은 7권이 나오면 밝혀지겠지만.. 재밌지 않은가, 이런 추측들이 :-)

February 22, 2007

한국 출장 일정

<일정>
2월 28일 저녁 서울 도착
3월 3일 ~ 4일 춘천
3월 13일 출국

오랜만의 한국 출장. 작년 2월 초에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1년 조금 넘게만에 나가네.
이번 출장은 삼성과 직접 작업하는게 아니라서, 기간 내내 서울(가산동)에 잇을 예정이다.
기간이 짧아서 상당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네.

숙소는 역시나 서울대입구역 앞의 레지던스로 잡을 듯.

오랜만에 만날 사람들 목록하고 먹고 싶었던 음식 목록 뽑아서 가야겠다 ㅋㅋ

February 26, 2007

우리 동네 도서관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사전적 정의를 따르면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인데, 내가 느끼는 도서관은 이런 기능적 정의를 넘어서는, "공간"으로서 독특한 매력을 가진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도서관은 먼 옛날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기록하던 시절부터 인간 지식의 집결지, 보관소로 기능해왔다. 때문에 도서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곤 하는데, 보르헤스야말로 이 상징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에서 책이 가득한 서가 한가운데 서 있으면 보르헤스의 우주가 뭔지 어렴풋이 느낄 것 같기도.

도서관에 대한 내 감정의 뒤편에 이렇게 거창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배경을 깔아놓는게(^^;) 나 나름의 로망이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내가 도서관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편안함이야말로,

요런데(British Library)도 가보고,

요런데(New York Public Library)도 가봤지만,

요렇게 생긴 동네 도서관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다 ^^; 물론 위의 두 도서관이 뭔가가 부족하다는게 아니다. 다만 여기서의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기 때문이고, 가까운 곳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야말로 최고가 아닐까 싶다. 주말 오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뽑아들고 도서관에 들어가서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꺼내들고 사진에 보이는 창가 소파(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인데, 저 날은 저 할아버지가 계속 차지하고 있었음 ㅠ_ㅠ)에 앉아있으면, 뱃속으로 퍼지는 커피의 온기만큼 느긋함이 몸 곳곳으로 퍼지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에도 나는 조용한 자율학습 시간보다는 약간 어수선한 쉬는 시간이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느꼈었다. 이 습관은 여전한데, 고시생들에게 점령당해 책이라도 떨어뜨렸다간 수십개의 원망의 눈초리가 꽂히기 쉽상인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도저히 집중해서 책을 읽는게 불가능했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스타벅스 같은 까페나, 출퇴근길의 지하철, 아니면 이 동네 도서관 같은 곳이 책 읽기에는 정말 딱 좋다. 이게 내가 우리 동네 도서관을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인데, 약간 어수선하다. 좋은 의미로.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도서관 열람실 한 쪽에는 이렇게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고, 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프린트도 공짜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숙제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한 쪽 테이블에는 숙제를 잔뜩 펼쳐놓은 아이들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아이의 부모가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은 낮설지 않은 풍경이다. 다른 쪽 구석은 아동 도서 및 장난감들이 있어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책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는 금요일 오후면 보드 게임 대회 비슷한게 열려서(물론 이건 별도의 방에서 열린다) 종종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환호성 소리도 들리곤한다.

한마디로, 이 곳의 도서관은 일종의 종합문화센터 같은 성격을 가진다. 당연히 이 곳에서 고시실 같은 정적을 기대하는건 무리다. 어느 정도의 어수선함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는 사람도 없다. 어린 아이들조차 신기하게도 이 분위기 속에 적당히 뭍어든다. 참 "적당"하다고 말할 수 밖에. 이 적당히 자유로운 공기를 커피와 함께 홀짝이며 소파에 몸을 파묻는 그 기분이 나는 좋다.

감성적인 충족 외에도 이 곳의 도서관 시스템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이 곳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도시 하나 둘 씩 있는 도서관들이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형성한다는 것. King County Library System(KCLS)가 이 도서관 시스템의 정식 명칭인데 http://www.kcls.org 에서 이 도서관 시스템에 관한 정보와 함께 도서 DB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KCLS 에 속한 Issaquah Library다.

이 Library System은 굉장히 편리하면서도 효율적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이나 DVD를 대출 신청을 하면 자신이 편한 곳의 도서관으로 책을 배달해준다. 예컨데 낮에는 회사에 있으니까, 회사 근처의 도서관으로 책을 가져다 달라고하면 그 곳으로 책이 배달된다. 반납 역시 편한 곳에 아무 곳이나 반납하면 되니 상당히 편리하다. 도서관 입장에서는, 각 도서관이 모든 책을 비치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유명한 책들이야 각 도서관에 몇 권씩 비치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은 몇몇 도서관에서만 구입해 모두가 공유를 할 수 있다. 도서관 간에 책을 옮기는 비용이 추가로 들겠지만, 책을 구입하고 유지, 관리하는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도서관에서 많이 빌리는건 책보다는 DVD다. 그 중에서도 고전영화들은 거의 없는게 없을 정도로 구비가 잘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영화사의 고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 최근 영화도 DVD가 발매되면 거의 발매 당일로 도서관에 들어온다. 최신영화는 보통 80~100 copy 정도가 KCLS에 등록되는데 보통 등록 며칠 전부터 수백~수천명이 예약을 하기 때문에 최신 영화를 보려면 꽤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 (Miss Little Sunshine 을 한 달 전에 예약해놨는데, 아직도 600번대 순번이다 -_- 최신 영화를 빨리 보고 싶으면 돈 내고 Blockbuster나 Hollywood, Netflix 같은데 가입해라.)

암튼, 이래저래 도서관은 나에게 아주 유용 & 편안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미국 생활 너무 적응 잘한다고도 하고, 그렇게 혼자 노는거 좋아해서 큰일이라고도 하고;; 그래도 주변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다는거,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밖에서 본 동네 도서관 모습 ^^


ps. 언젠가 한 번은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글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한국 들어가기 전에 반납할 책들 정리하다고 생각이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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