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or No Deal
"Deal or No Deal"은 NBC에서 매주 월요일/수요일(작년까지는 월/목이었는데 올해부터 시간대가 변경되었다) 저녁에 방송하는 쇼프로그램 이름이다. 원래는 영국에서 시작된 쇼라고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라이센스를 구입해 같은 방식의 쇼를 진행하고 있다. 듣기로는 한국의 모 케이블 TV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한다.
미국 TV에서는 상금을 걸고 하는 쇼 프로그램이 매우 많다. 유명한 Wheel of Fortune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퀴즈 프로그램들이 평일 저녁 시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 Deal or No Deal은 그러한 쇼비지니스의 집결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만불(=10억)이라는 거액의 상금, 특별한 지식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 방식, 늘씬한 모델 한 무더기,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벤트까지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모든 자극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겨 보고 있다 -_-;
게임 방식은 정말 단순하다. 우선 $0.01 부터 백만불까지의 금액이 담겨 있는 26개의 가방이 있다. 참가자는 그 중 하나의 가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물론 선택한 가방 안에 얼마가 담겨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참가자는 이 때부터 남은 가방들을 임의로 하나씩 선택해 열어 나가는데, 그 가방에 담긴 금액은 처음 선택한 가방 속에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에서 제외되게 된다. 만약 높은 금액의 가방을 열 경우, 자신의 가방 안에 있을 금액에 대한 기대값은 낮아지게 되고, 반대의 경우 기대값은 높아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방을 열다보면 일정한 회수마다 Banker에게 전화가 와서 참가자의 가방을 얼마에 사겠다는 제안을 한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Deal) 참가자는 banker가 제시한 금액을 갖게 되며, 거부할 경우(No Deal) 다시 일정 수의 가방을 연 후에 다시 banker 의 제안을 받게 된다.
간단히 말해, 낮은 금액의 가방을 열면 좋은거다. 그러면 banker는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할거고, 적당한 때에 deal을 외쳐 그 금액을 챙기면 된다. 문제는 언제가 바로 적당한 때인지를 판단하는거다. 어떤 금액이 들어있는 상자를 여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다음 번에 높은 금액의 가방을 열지 않으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때문에 현재 제시금액보다 높은 금액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deal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별다를게 없는 게임인데, 이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건 바로 그 우연성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번 상자를 열 때마다 그 우연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참가자(그리고 그를 응원하러 나온 사람들)의 반응이다. 작은 금액이 나오길 간절히 비는 모습, 작은 금액이 나왔을 때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큰 금액이 나왔을 때 실망하면서도 "That's ok"하며 서로 위로하는 모습까지. 그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같이 기뻐하고 같이 실망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돈으로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들면서 그걸 보고 즐기는게 이 쇼 비지니스들의 특징이다. 선정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참가자들도 이게 게임이라는게 알고 있다는거고, 적어도 얼마의 금액을 받아서 돌아간다는거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할 말이 많겠지만, 일단 이런 쇼로 이 세상의 누군가는 즐거울 수 있다는거, 그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