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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남북 공동 행사

뭐... 어찌되었건, DJ 정부가 부패정권이던 신자유주의적 반노동자 정권이던간에 그의 재임기간 남북관계가 진일보한 측면만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남과 북이 만나고 웃고 눈물흘리고.. 서로 죽여야 할 존재, 인간이라고 생각치 않고 적대하던 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하지만, 단지 문화적 차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석연찮은, 불쾌한 구석이 남아 있는건 사실이다. 기실 남북간의 협상 등을 지켜보면 항상 북의 능수능란한 패권성이 돋보이는 반면, 남한 정부의 순진함(대개는 남한 내부의 보수층을 의식한 때문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한다. 게다가 남측 대표단이라 할 수 있는 통일운동진영 사람들은, 북의 일방적 태도에 대한 자신들의 항의가 남측 보수언론에 의해 왜곡될 것이 두려워인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 결국 어정쩡해지는건 남한 내에서의 진보진영의 입지. 소위 말해서 "말렸다"는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북은 또 한 건을 저질러버렸다. 합의 안 된 사항을 "공동"의 명의로 발표해 버린 것. "이미 발언된 것"의 힘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의 기민한 처세술이라고나 할까. 외교에는 "상대"가 있고, 그 상대의 내부사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신들이 말이다. 그래서 과연 남북간의 상호 이해라는 것이 얼마큼 더 가까워지겠는가?

뭐.. 따지고보면 우리 문제다. 우리를 대표하는 정부가 안보상업주의에 물든 보수세력들에게 단호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어설픈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표 의식해 눈치보지 말고, 원칙과 소신으로 무엇이 한반도의 미래에 중요한 것인지 판단하고 밀고 나가면 될 것을... 역시 좌파 정권의 집권만이 제대로 된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있다.(민주당..은 좌파가 아니다 -_-)

ps. 제발 애국/애족 같은 왕자병 호칭은 안 썼으면 좋겠다. 분단모순의 모서리에 서 있는 개개인의 삶을 치유하기에도 우리 힘은 벅차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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