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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02 Archives

May 1, 2002

MayDay

냐궁..

May 2, 2002

렌즈 구입했음

Minolta md Rokkor-x 50-135mm f3.5 zoom

망원의 한계를 참지 못하고 렌즈를 구입해 버리다 -0-

May 3, 2002

5월 3일 서점 산책기

저녁 먹고 나서 서점에서 30~40분 정도 돌아봄.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추리소설 붐. 셜록 홈즈 전집이 두세개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왔으며, 덩달아 아르센 뤼펭까지 잔뜩. 서구에서는 범죄 소설이 조직 범죄를 지나 국가 범죄, 초국적 자본의 범죄를 그 대상으로 함에도 한국에서는 19세기 말 귀족취향의 영웅이 인기있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러고보니 한국 문학계에는 "범죄소설"이라는게 별로 없구나.

몇몇 유명한 책들이 재판본을 내면서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요슈타인 가아더의 "카드의 비밀" 등등 얼핏 봐서는 그 책이 그 책인줄 모르고 지나갈 정도. 스테디셀러들이 꾸준히 refresh 되는거야 일반적인 현상이겠지만, 아무래도 디자인(혹은 뽀다구)를 중시하는 트랜드가 반영된 듯. 아마 책값도 올랐겠지.

그리고 여전히 넘쳐나는 "성공하는 비법" 류의 책들. 주식으로 한탕해서 크게 벌기 어려운 시기인지 주식 관련 서적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았지만, "처신법" 류의 책은 여전했다. 차이가 있다면 CEO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CEO를 영웅시하는 책들이 줄어들고, 처신의 모범(?)이 다변화된다는 것 정도. 예를 들어 "평범한 30대 남성의", "역사에서 배우는" 등등의 부제가 붙은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 대선이 가까워져서인지 정치인에 대한 책도 많이 보였다. 그 중 단연 최고는 역시 노무현. 4~5 종류의 책이 보였음. 한화갑 책도 보였고, "월드컵 유치 야사"라면서 부제로 "정몽준 그는 누구인가"라는 얍삽한 책도 있었음. 이회창 책도 조만간 나오겠지 뭐 -_-;;

그 외에는 blueday book의 아류작으로 귀여운 동물 사진 듬뿍 담아둔 책(? 눈요기꺼리;;)이 몇 권 보였구... 여전히 하루키는 잘 팔리는 듯 했고... 그 정도다. 아,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이 보이던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을 구입했다. 커피숍에 앉아 1시간 정도 읽은 바로는, 그림에 대한 꽤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겠지만, 하드커버 소설치고는(?) 약간 싸구려 냄새가 나는 설정이다. 에코+반덴베르크 를 B급 정도로 낮춰 놓으면 딱 맞겠다. 뭐, 이번 주말 떼우기 용이니 가볍게 읽자.

로멩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강력 추천. 문학동네에서 나온 김남주 옮김 판으로 읽을 것.

May 7, 2002

비...

좋다

May 9, 2002

체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이라는 소설을 읽다가 체스를 두고 싶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이 소설 자체가 체스게임을 소재로, 그리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 게임 과정에서 각각의 말로 표현되는 메타포와, 전술상의 의미, 두뇌싸움 등이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체스게임을 한 번 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

음.. 궁금해하던 폰(졸)의 움직임을 알았다. 일단 폰은 뒤로 갈 수 없고 전진 혹은 좌, 우로 한 칸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장기와 다른 점은 폰은 진행방향에 있는 말들은 잡을 수 없고, 대각선 위치에 있는 말들만 잡을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매우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두번째 규칙은 처음 시작시 앞에 장애물이 없다면 2칸 전진이 가능하다는 것. 폰이 처음 움직일 때만 적용되는 이 규칙은 게임 진행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기에 앙파상이라는, 설명하자면 좀 긴(귀찮은?) 규칙이 함께 적용된다.

세번째 규칙은 폰이 패널의 반대쪽 끝네 도달하면, 나이트, 룩, 비숍 중 하나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 가장 용감한 병사에게 작위가 수여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음.. 어쨌든, 체스 프로그램을 받아서 한 번 해봐야겠다. ^^

May 10, 2002

책 고르기

움.. 실은 오늘이 아니라 어제의 이야기지만..;;

어제 퇴근하다가 센트럴시티 영풍문고에 들렀다. 읽던 책을 다 읽어 다음 책을 찾기 위해서. 근데.. 막막했다. -_-; 볼 책을 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책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섣부르게 골랐다가 맘에 안 들면 책값만 아까울테고... 그렇다고 눈에 띄는 책들은 다들 맘이 안 내키고..

고르고 고르고 고르고 고르고 고르고 고르고 고르다... 결국은 폴 오스터를 골랐다. -_-; 동행. 결국 나의 책 고르는 폭이란 이런 것인가.. ㅠ_ㅠ

좋은 책 추천 바람 -_-/(바우돌리노 사절)

May 12, 2002

피곤피곤

대전으로 가 보려던 계획은 아침에 포기하고,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성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이런, 수원행 버스를 타고 나서 운동화가 아니라 구/두/를 신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흠.. 뭐 발 조금 아프겠지..라고 생각했으나..

두둥.. 수원성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_-;; 북문에서 내리려다 타이밍을 놓쳐서 남문에 내렸는데, 날 기다리고 있는건 팔달산으로 올라가는 무지막지한 오르막길..;; 무언가 판단미스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계속 하며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뭐, 그렇지만, 괜찮았다. 산도 그리 높지 않았고, 중간에 그늘진 곳의 벤치에 앉아 쉬어가며 가니 다닐만 하더군. 서장대에 오르니 수원 시내가 다 보이는게 오래간만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물론 수원 시내의 스모그가 뿌옇게 보이긴 했지만 -_-;;

암튼.. 12시에 남문에 도착해서 북문에 도착하니 2시 무렵. 근처 장안공원에서 빈둥대다가 3시에 쿠와 합류했다. 화흥문 쪽으로 가서 사진 계속 찍다가.. 근처의 커피숍(전통차집?)에 들어가서 500 맥주 한 잔(캬~) 하고. 결국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는 꾸벅꾸벅 졸았지 뭐야.

정신 좀 차리려고 크레이튼즈에서 모카자바 한 잔을 마시면서 "동행"을 다 읽고, 씨티문고에서 그르니에의 "섬"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워어~ 진짜 피곤한 하루였음. 오늘은 정신없이 떨어져 잠들 것 같다.

아, "2002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 초청장 신청한 것 도착. 16일부터 19일까지고, 장소는 코엑스. "프로인물사진강의", "구성과 색체" 같은 강연도 재미있을 것 같다. 4장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이야기하세요~ -_-/

May 14, 2002

더위

헥헥헥.. 더..덥다.. -0-

뭔 놈의 봄 날씨가 이리도 후덥지근한지. 방에 있는 창문 2개를 다 열어놓아도 좀처럼 시원해지질 않는구만.

내일 비 온다고 하니 그 후엔 좀 시원해질까..

May 16, 2002

웅얼웅얼~

무슨 소리를 지저귈까나...

하루종일 비가 오다 말다. 오늘같은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사실 나같이 가만히 있는걸 싫어하는 사람에겐 비오는 날은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널부럭댈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난 꽤나 활동적인 편이다. 활동적이라는게 운동을 좋아한다거나 하는걸 의미하지는 않는데, 일단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해 버리는 성미니까. 몸이 늘어져있으면 정신이, 자의식이 그 늘어짐을 감당하지 못하고 같이 우울해져 버린다. 우울해지기 싫어서 움직이고, 움직이다보면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수순인 듯. 주말마다 돌아다니는건 내 자의식 속으로 침잠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그르니에의 책을 읽었다. 사실 내 취향은 아닌 듯. 그르니에라던지 까뮈라던지..(이 둘은 서로 통한다) 존재 자체의 무게를 감당치 못한다는건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가는 일. 그들 사유의 복잡함을 따라잡기 힘들어서인지도... 아니면 나는 아직 너무 어릴 뿐인걸까?

음.. 오랜만에 번역 드럽게 안 좋은 책 하나를 읽다 포기. 누나 책장에 꼽혀있던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을 뽑아들었는데, 아.. 정말 최악의 번역이다. 인칭 대명사를 남발해서 도대체 누구 이야기를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번역체의 전형을 보이기까지. 소설책 읽다 중간에 그만두는건 처음인 것 같다. 췟.

새로 주문한 책 3권은 배송중이고... 십자수를 해 볼까 생각중이고... 디카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고... 만화방이나 가볼까?

May 17, 2002

국제 사진영상 기자재전

...에 다녀왔다. 장소는 코엑스 전시장 태평양홀. 부스도 얼마 안되고 1시간 정도면 넉넉히 볼 수 있었다.(CeBit 같은 곳은 한 바퀴 도는데 6시간이라던데.. -_-;;)

음... 전시물의 절반 정도(사실상 큰 부스의 대부분)가 인화 장비 관련 전시라서 더더욱 볼 것은 별로 없었던 듯. 물론 인화 장비의 현란한 출력물들은 멋있었지만, 나랑은 상관 없는 세계 아닌가? -_-)y-~ 니콘과 롤라이의 필카, 디카들이 그나마 제일 볼만했던 듯.

가장 감동이었던건 Rollei의 Gold 35 필카. 쬐끄만게 너무 이뻤다. 감동감동 ㅠ_ㅠ. 로모보다 그게 훨씬 더 나은 것 같더라.(로모 사용자들께는 죄송 __) 크흑 나중에 그런 카메라 하나 들고 다녀봤음 좋겠다.

뭐.. 그 외에는 이러저러한 악세사리 약간 구입했던 것 정도. 벨본의 볼헤드는 매우 탐이 났으나 가격이 무려 21만원 -_-;; 역시 좋은 제품은 비싸더라.. -0- 필름 스캐너도 멋졌지만, 내가 사진을 전문으로 할 것도 아닌 이상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이유는 없겠지.

크흑.. 이래저래 눈만 높이고 돌아온 셈 ㅠ_ㅠ

May 19, 2002

에구구 숙취야

아... 몸이 안 받쳐줘서 술도 못 먹겠다. ㅠ_ㅠ

May 20, 2002

책읽기

어제 오후 씨티문고에서 책 3권 구입. 2권 다 읽음.

『겨울아이』, 엠마뉴엘 카레르, 열린 책들, 7,500원

엠마뉴엘 카레르. 이름을 듣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엽기심리호러판타지-_-물『콧수염』의 작가다. 하지만 좀 실망. 콧수염에 비해서 극의 전개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환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심리 묘사는 탁월했지만... 뭐랄까 초기 작품다운 미숙함이 엿보이는 것 같다. 서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비전향 장기수-0.5평에 갇힌 한반도』, 최정기, 책세상, 4,900원

제목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비전향 장기수에 관한 책이다. 지은이는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 상임 연구원으로, 광주 항쟁의 기억이 이 책을 쓰게 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매우 염두에 두고 쓴 책.

하지만 너무 학구적이고 푸코적(?)이다보니 부제와는 어긋나버렸다. 비전향 장기수라는 탐구의 대상이 한반도의 분단 체제와 연계되어 있을 뿐, 분단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장기수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럴거라면 "0.5평에 갇힌 한반도"라는건 기껏해야 멋있어 보이려고 갖다 붙인 부제밖에 더 되겠는가. 결국 기대했던 것보다 딱딱한 논문 한 편을 읽고 만 결과가 되어버렸다. 투덜.

자, 이제 오랜만에 쿤델라 아저씨나 만나러 가야겠다.

May 22, 2002

서울 시립 미술관

다녀왔음. 미술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사실 뭐라 평할만한건 없었지만, 몇몇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었다. "천경자의 혼" 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추상미술에 가까워 이해하기 더 힘들었는지도.. ^^;

설치 예술 부분은 거의 종합예술에 가까운 것 같다. 회화, 사진, 소리, 영상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무언가를 표현하는데..(무언가가 뭔지 몰라서 문제지 -_-) 만드는 입장에서는 꽤 재밌을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난 눈에 보이는대로 이해할 수 있는게 좋다.

..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던 길에 지하철에서 밀란 쿤델라의 "생은 다른 곳에"를 읽고 있었는데, 등장하는 한 화가가 "눈에 보이는대로만 이해하는 건 부르주아들의 천박한 예술관"이라고 말하는 것을 읽고 잠시 충격 -_-; 뭐, 그 화가는 쿤델라가 비웃듯 묘사하는 인물이니 별로 신경쓸 것 없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의 모더니스트적 경향은 부르주아 합리주의와 많이 맞닿아 있는건 사실이더라.(사실 같은 뿌리지..;;) 하지만 지금은 부르주아가 탈근대의 기치를 치켜드는 시대 아닌가! 하하하.. -_-;;

미술관에서 나와 미국 대사관 뒷길을 쭉 따라 걸어나오니 광화문 4거리. 6시 정도였는데 벌써 축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4거리 근처에 엄청 모여있었다. 맞은편 동아일보 전광판에서는 "7시부터 경기 중계합니다"라고 나오고 있었구.. 나중에 한 번 광화문에서 축구 경기 보는 것도 재밌을 듯.. ^^

May 24, 2002

歸鄕

난 분명 너를 본걸까 많은 사람들 흔들리듯 사라져가고
그 어디선가 낯익은 노래 어느샌가 그 시절 그 곳으로
나 돌아가 널 기다리다가 문득 잠에서 깨면

우리 둘은 사랑했었고 오래전에 헤어져 널
이미 다른세상에 묻기로 했으니

그래 끝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쓸려
그저 뒤돌아 본 채로 떠 밀려왔지만
나의 기쁨이라면 그래도 위안이라면
그 시절은 아름다운 채로
늘 그대로라는것

얼마만에 여기 온걸까 지난 세월이 영화처럼 흘러지나고
그 어디선가 낯익은 향기 어느샌가 그시절 그곳으로
날 데려가 널 음미하다가 문득 잠에서 깨면

우리 둘은 남이 되었고 그 흔적조차 잃은 채로
하루하루 더디게 때우고 있으니

그래 끝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쓸려
그저 뒤돌아 본채로 떠 밀려 왔지만
나의 기쁨이라면 그래도 위안이라면
그 시절은 변함 없다는 것
그 곳에서 늘 숨쉬고 있는 너

이렇게라도 나 살아있다는 게
너의 기쁨이라면 너의 바램이라면
기꺼이 나 웃을수 있는걸
아무렇지 않은 듯

이렇게라도 날 늘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기억이라도
내게 남겨줬으니...

- 김동률 3집 中

May 26, 2002

5월 25일 토요일

그러니까.. 어제는 상당히 바쁘게 움직였고, 당연히도 무지무지 피곤한 하루였음. 하지만 엄청 재밌었어~ >.<

아침에 춘천에서 출발해서, 오후에는 여의도 코스프레전에서 사진 찍고, 밤에는 불꽃축제를 보고 찍고,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봤구... 집에 돌아오느 11시 반 -_-; 어제 찍은 사진만 해도 약 80컷. 이거 현상하고 필름 스캔하려면 죽음이겠군.

May 27, 2002

5월 4주 독서일기

널럴함을 대변이라도 하듯, 지난 주는 4권의 책을 독파해 버렸다. 며칠 전에 쓴 것처럼 "겨울아이"와 "비전향 장기수-0.5평에 갇힌 한반도"를 읽었고, 이어서 밀란 쿤델라의 "생은 다른 곳에", 그리고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소화했음.

"생은 다른 곳에"는 3번째로 읽는 쿤델라의 소설. 다른 두 권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음, 근데 3권 다 비슷했다. -_-; 저속한 인간 군상, 속물들, 그리고 그들이 건설하는 타락한 사회주의 국가와 키취. 쿤델라 개인의 이력 속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니 이해하자. 어쨌든 문학에 대한 이 발칙한 농담(?)은 기발하다.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재밌음. 중간의 엘도라도 방문 파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본딴 듯하고.. 당시 귀족과 성직자들의 부패와 방탕함, 어리석음 등을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볼테르는 필화를 면하기 위해서 "랄프 박사"라는 가상의 필자를 내세우고 있는데.. 내가 교황이었다면 당장 잡아서 화형해 처했을만도..쿨럭..;;

그런데, 권력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신과 견해가 다른 라이벌(?)들에 대한 비꼼은 좀 치사해 보인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그런 무의미한 헛소리를 늘어놓는 지루한 책은 처음이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문열이 자신을 비판하는 안티조선을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라는 소설에서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물론 당시의 논쟁 매커니즘이 지금과 다르고(열악하고) 정치적 역관계가 완전히 불공평했음을 생각할 때 좋게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만... 찜찜한건 어쩔 수 없군. 볼테르 이 인간, 알고보면 엄청 쪼잔한 인간 아닐까? -_- (문득 이회창이 볼테르를 존경한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어이없었던 기억이..;;)

Book in stack : "죽을 때까지 죽지 않으리", "교양"

May 28, 2002

아 이런..

감기 기운이 약간 있는 듯. 아침에 침대에서 몸이 안 일으켜지더라. 목도 약간 쎄~한게.. 요 며칠 무리해서인가? -_-a

May 29, 2002

지하인간

내 이름은 스물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 장정일 시선집『지하인간』中

May 30, 2002

빵과 장미 - 홍세화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는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처지에 변화가 오리란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때, ‘빵(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장미(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았다. 실상, 이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빵 없이는 자아실현은커녕 그 어떤 장미도 가꿀 수 없다.
수많은 사회구성원들이 빵 걱정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회에서 자본주의는 “소비는 미덕”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그러나 빵(생존)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우리가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닭은, 빵이 장미의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빵에 너무 집착할 때 장미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을 놓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물신이 하늘을 찌르는 천박한 사회에서 작은 빵으로 만족하면서 장미를 가꾸고자하는 사람들은 그 작은 빵조차 얻기 어려울만큼 소외노동을 강요 당하고 있는 한편으로 이미 거대한 빵을 소유한 사람들은 더욱 거대한 빵에 집착하여 장미 가꾸기와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공고히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만, 단 한 사람의 탐욕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는데, 신자유주의는 그러한 ‘탐욕’까지 ‘미덕’으로 칭송한다. 효율과 경쟁의 이름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각축장에서 승리하여 배부른 동물이 되라고 부추겨 인간의 존엄성이나 연대 의식은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국가 부문의 축소를 강력히 주장한다. 사회보장 부문에도 자본 침투를 관철시키고 공기업의 사유화 등으로 공공 부문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든다. 사회구성원들은 더욱 장래에 대한 불안에 떨게 되고 그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금 ‘홀로서기’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요구에 스스로 귀화하게 하는 효과를 거둔다. 그리하여, 우리가 확인할 수 있듯이 사회구성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부문은 보험, 의료 부문 등에 머물지 않고 더불어 사는 인성 교육에 힘써야할 교육 부문에까지 미치고 있다.

노동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 부문에서도 장미 가꾸기는 실종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큰 획을 차지했던 어느 대기업 노조의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들은 서로 “내가 위원장이 되어야 더 많은 성과급을 회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이엠에프 이래 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공고히 하는 대신에 그것을 근저에서부터 허물어 빵 확보를 위한 개인 이기주의를 집단 속에 용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자본의 전통적인 노동 분열 구조인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내국인/이주노동자의 구분과 차별은 더욱 관철되고 있다. 그와같은 차별과 불평등에 연대 의식과 인간의 존엄성의 이름으로 맞서 싸워 마땅한 대부분의 남성, 대기업,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들이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지만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남미 출신인 미국 대도시 미화원들의 투쟁을 그린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와 현대자동차의 밥짓는 아주머니들의 투쟁을 그린 “밥.꽃.양”은 ‘가난한 빵’만이 아름다운 장미를 가꿀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 한겨레신문 5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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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빵과 장미"를 보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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