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책이었는데, 미라 덕에 맘 편히 읽고 있다. 다시 한 번 감사.
진도가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다. 요새는 계속 바빠서 잠자기 전 잠깐,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밖에 읽지 못하니까. 하지만, 읽는 동안은 정말 몰입해서 읽게 된다. 놀라운 소설.
일단 이 소설은 호흡 조절하기가 까다롭다. 얼마 전에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그보다 조금 더 빡빡할지도. 단락 구분도 없고, 대화라고 별도로 표시해 주는 것도 없다. 그저 끊이지 않고 나열되는 단어와 문장들 속에서, 쉼표를 어디 찍느냐는 독자의 몫이 된다.(물론 글에 쉼표가 하나도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
호흡을 가쁘게 하는 것은 비단 이런 형식적인 요소들만이 아니다. 작가는 일상적 상황과 '사건'들 사이에 어투의 변화를 두지 않는다. 눈이 멀어버리는 순간에 대한 극적인 묘사 같은건 없다. 예를 들어, 작품의 첫 시작은 신호대기 중에 차들에 대한 묘사 중에 한 남자가 눈이 안 보여요 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너무 덤덤한 문체라 이게 정말 사건인지가 의심스럽게 만드는 것. 다른 소설이었다면, 이는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문체이다. 하지만 아마 이 책에서 이와 같은 어투를 채택하지 않았더라면, 독자는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을 접하다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 결국 저자의 문체는 독자의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시키기 위한 교묘한 장치가 되는 것이다.
내용 역시 매우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아직 다 안 읽었으니, 그에 대한 코멘트는 미루기로 하자. 참고로, 이 책은 절판되었으니 읽고 싶은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내가 다 읽은 후에 미라에게서 빌려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