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쓰려고 했던 글이 계속 밀리고 밀려 결국 거의 자정 무렵에야 쓰게 되어 버렸다..;;
수능 난이도 때문에 말이 많다. 평균 몇 점이 떨어졌느니, 그 때문에 교실이 울음 바다가 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신문 지상에 오르내린다. 대통령은 난이도 조절을 못 했다고 교육부총리를 질책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난리다.
근데 제3자여서인지 몰라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려운게 왜 문제일까? 물론 지나치게 어려울 경우 최소한의 수학능력을 검정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쉬운 수능을 통해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던 현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준(엄밀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고, 현재 그러한(사회적으로 인정될 정도의 권위를 지닌) 기준이 없음이 문제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해 시험의 난이도가 단지 "작년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웠다면서 울분을 터뜨린다.
그런데 작년 수능이 어떤 수능인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온갖 언론 매체들은 수능의 변별력 상실을 집중 공격하며 교육 정책의 실종을 질타하지 않았던가? 물론 나 자신은 쉬운 수능이 옳다고 보지만, 언론의 이러한 말바꾸기는 언제나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소위 언론이라는 기관이 그 자신의 교육 철학 부재를 저리도 뻔뻔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혐오감 말이다.
말이 조금 샜는데, 암튼... 난이도란 것은 어려워질 수도 있고 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 편차가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정도가 아닌 이상, 난이도의 변화는 당연한 일이라는게다. 그러나 그 "용인될 수 있는 범위"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안 하면서 작년보다 쉬워졌다는 것만 가지고 문제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론 "점수"가 주는 당혹감에 정신적 데미지를 입은 수험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어차피 절대점수가 아닌 석차를 가지고 대입이 결정되는 마당에 그것이 교육부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변화 내지는 실책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수능이 어렵던 쉽던 학교교육, 즉 공교육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해찬이 추진한 6차(7차이던가? -_-a) 교육과정의 핵심은 수능만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입시 교육의 강도를 완화하고, 결과적으로 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즉, 학교 교육이야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보다 폭넓은 활동을 보장하는 것 이상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이다. 요새 학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최근 몇 년간의 출제경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그 중에서 지난해의 난이도에 맞는 문제들을 추려내고, 이렇게 정리한 문제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는 곳이다. 즉, 기본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겠다는 수능 제도의 근본을 무시하고, 또 다른 형태의 주입식 교육을 실천하는 셈이다. 학생들도 이걸 원한다. 자기 머리로 사고하기보다는 남이 정리해주는 예상문제를 암기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과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기에 동의할 것이다.
이번 사태(사태라고 부를만한 건지도 의심이 되지만)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이런 사교육 체제 - 사설 학원들이다. 자신들이 축적해 온 출제경향 데이터베이스를 무력화시키고, 그 권위를 실추시킨 죄를 누구에게 묻겠는가? 교육 정상화라는 길이 이들 사설학원들의 이해와 상충됨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입시 열풍이 줄어들면 많은 중소 보습학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대형 학원들 역시 수입 감소를 감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이들은 바뀐 입시 제도 하에서도 현명하게 생존해 왔다. 분야별로 전문을 특화시키고, 심층면접 대비반 등을 편성하는 등 나름대로 생존의 노력을 쏟아부어왔다. 그 결과 "공교육의 정상화" 대신 "사교육의 다양화"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아, 놀라워라!
참교육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