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6, 2012

Noteworthy English Books (03/06)

한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삶을 살았다. (예전과 달리 체력이 팍팍 달리는게 느껴져, 나이가 들었다는걸 새삼 깨닫고 슬펐...;;) 다행히 일은 잘 진행되어서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겨 약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뭐, 개발진 입장에서야 가장 여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암튼, 덕분에 짬을 내서 이렇게 관심도서를 정리해 본다.

 

Hope : A Tragedy
- 소설 / Shalom Auslander / Riverhead

말랑말랑해 보이는 표지와 달리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책이다. 한 남자가 뉴욕 근교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농장을 사서 귀농을 결심한다. 그런데 그 농장의 헛간 위층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쥐를 잡겠다며 위 층으로 올라간다. 그 곳에서 그는 오래된 타이프라이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고 있는 한 냄새나는 노파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노파는 자신이 안네 프랑크 라고 주장하는데...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먹고 사는 오늘날의 유대이즘에 대한 풍자가 느껴지는 책이다.

 

The Snow Child
- 소설 / Eowyn Ivey / Reagan Arthur Books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어느 불임부부가 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이들은 집 앞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같이 놀다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다음날 눈사람은 사라지고 작은 발자국이 숲 속으로 사라져 있는걸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부에겐 나무 사이로 언뜻 붉은 여우와 함께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 아이가 현관 문 앞에 나타나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판타지가 될 수도 있고, 스릴러가 될 수도 있는 스토리. 과연 어느 쪽일까?

 

Bringing Up Bebe
- 육아 / Pamela Druckerman / Pengin Press

지난해 에이미 추아의 "Tiger Mother"가 육아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육아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국인 엄마로, 주변의 프랑스 아이들에 비해 자신의 아이가 너무 버릇없이 자라고 있다는데 놀라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아이들이 "인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너무 자유롭게 자라고 있다는 지적은 오늘의 한국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Londoners : The Days and Nights of London Now--As Told by Those Who Love It, Hate It, Live It, Left It, and Long for It
- 지역 / Craig Taylor / Ecco

런던은 출장으로 딱 보름 머물렀던 기억밖에 없지만, 주변에 은근히 런던에 한동안 살았던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유럽 지역에서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이유도 크겠지만, 영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런던이라는 도시가 가진 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런던이라는 도시에 관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감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 결혼 / David Finch / Scribner Book Company

저자 이름을 보고 잠깐 놀랐는데, 그 데이빗 핀치가 아니라 작가 데이빗 핀치란다.(홈페이지 이름도 davidfinchwriter.com 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고록은 많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건 바로 저자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점이다.(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증세가 나은 "자폐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저자 스스로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Nine Algorithms That Changed the Future
- 컴퓨터 / John MacCormick, Chris Bishop / Princeton Univ Press

하는 일과 관련되서 더 관심이 가는 책이긴 하지만, IT 일반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빠른 속도의 검색이 가능하도록 구글이 사용하는 인덱싱 기법이라던가, 패턴 인식 기법 등 최근의 IT 를 움직이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법들을 개괄해 두었다.

November 16,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11/15)

한동안 바빠서 정리를 못 했더니 wishlist 에 쌓인 책이 한가득이다. 꽤 전에 집어넣어둔 책은 사실 딱히 왜 넣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책들도 많고 해서, 일단은 표지에 big name 들이 눈에 들어오는 책들 위주로 정리해 본다. 몇몇 권은 다음 달을 위해 슬쩍 빼놓긴 했지만.. :p



The Prague Cemetery
- 소설 / Umberto Eco 지음 / Richard Dixon 옮김 / Houghton Mifflin Hardcover

단연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다. 그것도 오랜만에 "소설"로 독자들을 찾았다. 배경은 19세기 유럽이지만, 여전히 비밀결사들을 둘러싼 음모론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설들과 꽤 공통점이 많을 듯하다. 아마존 별점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3.5/5), 유명 작가들은 상대적인 기대치가 높아서 그리 별점이 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We Others
- 단편집 / Steven Millhauser 지음 / Alfred a Knopf

이 책은 작가 이름보다는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우리 타인들] 이라니. 단편집의 제목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그러나 "우리"인 이야기들. 게다가 저자가 무려 스티븐 밀하우저다. 기존의 단편과 새로 쓴 단편들을 꽤 두툼하게 묶어 내놓았는데, 다음에 단편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바로 선택할 책이 될거다.


Damned
- 소설 / Chuck Palahniuk 지음 / Random House

이번엔 척 폴라닉이다. 살짝 훝어본 내용은 상당히 발랄(?)하다. 주인공은 어느 유명 배우의 딸. 허영심 가득한 그녀의 부모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딸은 기숙학교에 홀로 남겨둔 채 외국으로 다른 애를 입양하러 가 있는 동안, 그녀는 마리화나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곳은 지옥의 어느 감방. 거기서부터 같은 방에 있던 여러 인물들과 지옥 같은(?) 길을 떠나 사탄을 만나러 떠나게 되는데...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살짝 뒤튼 듯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Nanjing Requiem
- 소설 / Ha Jin 지음 / Pantheon Books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한 하진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난징에 있던 선교사 학교의 학장인데, 미국인이라는 신분이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군의 진주에도 남기로 결정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학교가 만여명의 난민 캠프가 되면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들을 눈 앞에 목도하게 되는데.. 사건 자체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자칫 지나치게 선명한 선악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은 되는데, 하진의 필력,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중간자적 조건이 어떤 깊이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And so it goes : Kurt Vonnegut : A Life
- 전기 / Charles J. Shields 지음 / Henry Holt and Co.

전기 분야 베스트셀러는 단연 스티브 잡스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커트 보네거트의 전기가 훨씬 더 매력적일거다. [제 5 도살장]의 명대사 "So it goes.." 를 제목으로 뽑았는데, 표지의 사진과 어우러지니 전기마저도 지극히 보네거트 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세계 뿐 아니라 그의 사유와 실천들을 사랑한 이들이 많았던만큼, 그가 생전에 발표하기 원치 않았던 유작들을 보는 것보다는 이 한 권의 전기를 읽는 것이 더욱 보네거트를 가까이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Metamaus
- 만화 / Art Spiegelman / Pantheon Books

아트 슈피겔만의 명작 [Maus]가 처음 세상에 나온게 86년이니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까닭도 그를 기념하기 위한게 아닐까 싶긴 한데,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making film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야기의 구상부터 작화,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Maus]라는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시작들과 자료들이 이 한 권에 집대성 되어 있다.


The Persistence of the Color Line
- 정치 / Randall Kennedy 지음 / Pantheon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책이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고질적인 인종 갈등에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그리고 그의 집권 시기 동안 인종 문제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 그에게 반대하는 이들의 근저에는 과연 인종주의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가, 얼핏 생각해도 수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제목의 "Persistence"라는 단어는 결코 한 명의 대통령의 탄생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만 말이다.


The Spirit of Cities
- 사회학 / Daniel A Bell, Avner De-Shalit 지음 / Princeton Univ. Press

도시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특히 대도시는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압축된 형태로 드러나는 공간이자 그 자체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전지구적인 자본주의화와 기술적 평준화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도시가 저마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 9 곳의 도시들을 살펴봄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형성, 유지되는 과정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파헤쳐 나간다. 그 어떤 정체성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끊임없이 부수고 짓고를 반복하는 서울을 가진 우리에게 특히 유의미한 시도가 아닐까.

September 8, 2011

간단 리뷰들

너무 늦기 전에 또 한 번 중간 정산.. 이라기보단, 실은 문서 작업을 앞두고 일하기 싫어 몸을 베베 꼬는 중;; 

 

서재 결혼 시키기
- 앤 패디먼 지음 / 정영목 옮김 / 지호 / 05.07.11 ~ 05.14.11

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이상 공감하기 좋은 책도 없겠다만, 영문학 컨텍스트에 한정된 글이다보니 약간 거리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 좀 이 정도 깊이와 유머 감각을 섞어서 써 줬음 좋겠다 싶기도 하다만, 다른 사람 책에 대해 조금만 안 좋게 얘기하면 명예 훼손 어쩌구 할 난리를 생각하니 그냥 안 쓰는게 낫겠다 싶기도 하네. 어쨌든 책은 재밌었다. ★★★★★ 


To the Wedding
- John Berger 지음 / Vintage Press / 05.14.11 ~ 05.21.11 

한 편의 시 같이 아름다운, 그리고 가슴 아픈 소설. 아래 구절은 성경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성경도 제대로 함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시 인용해 본다. ★★★★★

You're beautiful, love, there's no spot on you. Your lips, beloved, taste like a honeycomb: honey and milk are under your tongue. And the smell of your clothes is like the smell of my home. You, my wife, are my garden, a secret spring, a fountain that nobody knows. The smell of your clothes is like the smell of my home. (p.102 ~ 103)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05.22.11 ~ 05.27.11 

그러니까 나는, 도저히 인물들의 체념적인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 아무리 복제되어 태어난 존재라도,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도, 왜 분노하지 않는가? 왜 저항하지 않는가? 제 아무리 체제적으로 순응하도록 길들여 졌더라도, 등장 인물 중 아무도 그 어떤 저항의 시도조차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도 인간이다, 라는 단순한 명제를 이야기함에도, 분노하지 않는, 저항하지 않는 그들이 별로 인간답게 느껴지지 않아 몰입할 수가 없었다. ★★★★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 오건호 지음 / 레디앙 / 05.29.11 ~ 06.06.11 

"국가 재정" 에 대한 관점을 열어 준 것만으로도 별 다섯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사실 이건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도 직결되는 내용인데,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좀 부실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뭐, 어쨌든,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싸워 나가야 할 문제에 좋은 무기와 관점을 제공받은 것 같아 기쁘다. ★★★★★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 닉 혼비 지음 /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06.07.11 ~ 06.19.11 

책 이야기야 언제나 질리지 않는 법이고, 닉 혼비의 유머가 곁들여져서 즐겁게 읽었다. 근데, 자기가 글을 기고하는 잡지 편집자들을 이렇게 까대도 되는걸까? ㅋㅋ ★★★★★

 

Sunset Park
- Paul Auster 지음 / Henry Holt & Company / 06.20.11 ~ 07.06.11 

폴 오스터의 최근작. 폴 아저씨도 이제 나이가 예순을 훌쩍 넘겼는데, 아직도 이런 방황하는 젊음의 이야기를 써 낸다는게 한편 놀랍기도 하다. 물론 그의 소설을 익숙한 컨셉의 반복되는 변주, 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변주가 그저 옛 이야기가 아닌 항상 오늘날 미국의 현실 속에 서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반갑다. ★★★★★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 마이클 예이츠 지음 / 추선영 옮김 / 이후 / 07.07.11 ~ 07.18.11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반반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현실을 낮은 시각에서 날카롭게 지적해 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이야기를 하는 저자 스스로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그만 불편도 참지 못하는 (백인)기득권 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새겨 들을 가치가 있지만, 인간적으로 별로 존경스럽지는 않다.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07.21.11 ~ 07.28.11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중 하나.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
(근데, 저자의 다른 책 Tree of Codes 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더라. 혹시 읽어 보신 분?)
 

 
In Cold Blood
- Truman Capote 지음 / Vintage / 07.29.11 ~ 08.18.11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가 어딜까 질문하게 되는 책이다. 캔자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취재하여 기록한 르포인데, 문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사건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에는 기록한 이의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될 수 밖에 없고, 문학적 장치들이 가져오는 감정적 효과들은 과연 우리가 "진실"이라는 것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그것을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논쟁적일 수 있으나, 명백한 수작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지음 /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08.19.11 ~ 08.21.11 

아름다운 사진과 아름다운 글,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담긴 책이다. 겉핧기 식의 여행사진이 아니라, 진정 무언가를 사랑하고 온 몸으로 부딛힌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
(개인적으로, 사진 톤이 약간 어둡게 인쇄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 


포기의 순간
- 필립 베송 지음 /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08.21.11 ~ 08.24.11 

저자의 필력이 뒷받침이 되어서 그나마 이 정도 책이 나왔지, 하나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확장시키기엔 좀 맥락이 풍부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중간 중간 흔적을 남기는 구절들도 없지 않지만, 하나의 책은 결코 아포리즘으로 환원될 수 없는 총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다. ★★★★ 


Golf Stories
- Charles McGrath 엮음 / Everyman's Library / 08.24.11 ~ 09.08.11 

골프를 소재로 한 단편들을 묶어 놓은 책. 몇몇 단편들은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는 그냥 골프 잡지 같은데 한 번씩 등장할만한 그저 그런 단편들이었다. 그래도 피츠제럴드나 업다이크 같은 big name 들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하나의 소재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놓는 책도 나름 재밌긴 하더라. ★★★★ 

 
쭉 써놓고 보니, 내가 별점이 좀 많이 후하단 생각이 드네... -_-

August 10, 2011

Noteworthy English Books (08/10)

보니까, 마지막으로 noteworthy 를 정리한게 6월 20일이었으니 꽤 오래 손을 놓고 있었지 싶다. 딱히 많이 바쁜건 아닌데, 마음이 번잡스러워서인지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서점은 주말마다 꼬박꼬박 나들이 가고 있었고, 나름 쟁여둔 책들이 꽤 넉넉하게 있어 다행이다. 

미국의 Offline 서점 체인의 양대 산맥이었던 Borders 가 파산신청에 이어 결국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재고 정리를 위해 지금 모든 제품을 25~50%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그래도 비교해보면 Amazon 이 더 싸더라. 대형 체인도 이 지경인데, 영세 서점들이 살아남기란 더더욱 힘들겠지. 책 냄새로 가득찬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의 발전은 분명 우리를 더 편하게 해주지만,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난, 종이책이 좋다.

The Anatomy of Influence : Literature as a Way of Life
- 문학비평 / Harold Bloom / Yale University Press 

첫 책은 다소 묵직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해럴드 블룸의 고전 The Anxiery of Influence 에서 이어지는 책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은데, 비평가로서의 해럴드 블룸이 평생 천착해 온 문제, 즉 무엇이 위대한 문학을 만드는가에 대한 탐구라고 보면 될 것이다. Influence 라는 단어가 조금 생뚱맞다 싶었는데, "영향" 이라는 일반적인 뜻보다는 "영감"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더 가까운 번역이 아닐까 싶다. 


Between Parentheses : Essays, Articles and Speeches, 1998-2003
- 문학 / Roberto Bolaño / New Directions 

지난해였던가 잠깐 한국에도 볼라뇨 바람이 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부제가 말해주듯, 1998년에서 2003년(그가 사망한 해다) 사이에 쓴 글들과 연설문 등을 모아놓은 책인데, 그가 정치적 현실에 민감한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날카롭고 시의적인 주제의 글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참고로, 연설문 중 하나의 제목은 "문학과 망명" 이다. 


On Black Sisters Street
- 소설 / Chika Unigwe / Random House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홍등가.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네 여성의 삶이 이 곳에서 교차한다. 허나, 낯선 타인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현실은 이들 네 여성으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했고, 서로에게 철저하게 타인으로만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날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은 이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의존하도록 이끌었고, 결국 이들은 서로의 삶의 역정들을 공유하기 시작하는데... 아프리카, 가난, 여성. 어쩌면 오늘날 유럽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After the Golden Age
- 소설 / Carrie Vaughn / Tor Books 

이번에는 가볍게 기분 전환으로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쏟아지는 초인물들을 살짝 꼬아 놓은 듯한 플롯인데, 주인공은 초인들을 부모로 두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능력도 갖지 못한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엄청난 부모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툭하면 악당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사람들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들을 요구받는 등 피곤한 일상을 살다보니 회계사로서 가능한 평범한 삶을 사는게 그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랬던 그녀가, 도시 최고 악당의 탈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Second Reading
- 서평 / Jonathan Yardley / Europa Editions Inc. 

저자는 Washington Post Book Review 등에 컬럼을 쓰는 일종의 전문 서평꾼(?)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다시 읽기". 부제에서 설명하듯, 다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가, 아니면 처음 읽었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찜찜한게 남는 책들을 다시 읽고 쓴 서평들을 모았다. 첫번째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 책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첫번째 읽고 쓴 서평과 두번째 읽고 쓴 서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The Enchanter : Nabokov and Happiness
- 문학 / Lila Azam Zanganeh / W W Norton & Co. 

나보코프의 작품 "The Gift" 의 주인공은 "실전 가이드 : 행복해 지는 법"이라는 책을 쓰고 싶어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그 행복에 이르는 길이 바로 나보코프의 작품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저자가 주로 다루는 책은 "로리타", "에이다", "말하라, 기억이여" 세 권이지만, 이 책은 텍스트를 통해 본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일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를 접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How to Read Churches
- 건축 / Denis McNamara / Rizzoli Intl. Pubns. 

뭐, 딱히 설명이 필요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아주 실용적인 책에 가깝고, 유럽 여행갈 때 한 권 챙겨가면 좋을 듯한 책이다.

May 13, 2011

간단 독서 기록

지금 시각 금요일 오후 5시. 얼추 일 정리해 놓고 주말을 앞둔 노닥노닥 분위기로 퇴근시간까지 버텨 보려고 준비 중이다. 책상 위에는 어제 도착한 책 세권(The Box / Click / To the Wedding)이 놓여 있다. 얼마 전 어쩌다보니 Amazon Prime 1년 멤버쉽을 가입하게 되었는데, 멤버쉽이 유지되는 동안은 무료로 2일 배송을 해주니 Amazon 에서 책 주문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저 책들은 또 언제 읽지 -_-; 

기록을 살펴보니 올해 읽은 책이 고작 9권 밖에 안 된다. 3권이 영어책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저조한 기록 -_- 신경 쓸 일들이 많아지니 확실히 시간이 생겨도 책에 집중하는 정도가 많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다 잊어버리기 전에 간단히라도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본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소설 / 로버트 M. 피어시그 / 문학과 지성사 / 2010.12.14 ~ 2010.12.30 / ★★★★★ 

지난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책이다.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꽤 여러 곳에서 (거창하게 말하자면) 깨달음 같은 것을 준 책이다. 특히 개인이 세계를 마주하는 자세 같은 면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고 생각되는데,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신경쓰는 것(아마 원문에서는 really care about it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이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하는 것과, 무언가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의 차이. 

Unaccustomed Earth
- 소설 / Jhumpa Lahiri / Alfred a Knopf / 2011.01.01 ~ 2011.01.22 / ★★★★ 

올해 첫 책이자, 내가 읽은 줌파 라히리의 첫 책이기도 하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남성 독자인 나에게 가슴 깊히 여운이 남는 글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민자의 2세로서 겪게 되는 문화적, 세대적 차이가 더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인도인들(모두 남성)이 가부장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는데, 그게 단지 개인의 인상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깔려 있는 코드 같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영원한 전쟁
- 소설 / 조 홀드먼 / 행복한 책읽기 / 2011.01.23 ~ 2011.01.30 / ★★★★ 

스케일로만 치자면 이만큼 장대한(?)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작품도 드물거다. 워프를 한 번 할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년을 건너뛰어 버리니 그 사이 인류가 진화를 거듭해 결국 새로운 존재 형태를 취함으로써 전쟁이 끝난다는 설정도 아주 말이 안 되는건 아니다만... 아무래도 아주 몰입해서 읽기는 어려운 스토리라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그 상상력, 그리고 시공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멋지지 않은가.
 

모래의 여자
- 소설 / 아베 코보 / 민음사 / 2011.01.31 ~ 2011.02.03 / ★★★★★ 

하, "관능적"이라는 표현은 진짜 이럴 때 쓰는거구나 싶다. 흘러내리는 땀, 엉겨붙는 모래알들, 그리고 빠져나가려 할수록 미끄러져 내리는 모래구덩이. 언젠가는 진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모으고 말테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윤리 / 피터 싱어 / 산책자 / 2011.02.04 ~ 2011.02.09 / ★★★ 

꼰대 할아버지, 참 재미없이 산다 싶었다. 개인의 윤리라는 좁은 프레임에 시선을 가둬버리니 쳇바뀌 돌듯 "윤리적인 삶"을 호명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겠지. 제목 그대로의 비유를 가져와서 물에 빠진 아이를 "안 구하는 것보단 구하는게 낫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왜 아이들이 자꾸 물에 빠질까"라는 질문이 없다면 그건 과연 또 윤리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칭송하는 그 윤리적인 거부들은 과연 "왜 아이들이 자꾸 물에 빠지는" 이유와 과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까. 그렇다면, 기부라는 잣대로 윤리적인 삶을 논하는 것이 얼마큼 의미가 있을까.
 

The Selected Works of T.S.Spivet
- 소설 / Reif Larsen / Penguin Press / 2011.02.09 ~ 2011.03.04 / ★★★★ 

사실 별 4개도 굉장히 후하게 쳐준거다. Part 3 에 들어서는 거의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으니까. 독특한 형식과 캐릭터, 삽화는 훌륭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산으로 가는 스토리는 앞부분과 다른 사람이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밀도가 낮았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느려져 책을 끝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수필 / 한창훈 / 문학동네 / 2011.03.05 ~ 2011.03.09 / ★★★★★ 

더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맛있었다. 그리고 배고팠다. 

 

 

Reality is Broken
- 게임 / Jane McGonigal / Penguin Press / 2011.03.10 ~ 2011.04.17 / ★★★★ 

절반 정도는 회사 일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 나름 신선했다. 현재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하나하나를 본다기 보다는, 게임이라는 포멧 자체를 잘 활용하여 현실을 바꿔나가는데 활용해보면 어떨까.. 라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다소 산만해지고, 뭐랄까 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느낌도 계속 받았는데, 실험적인 시도인만큼 감안하고 읽으면 되겠다.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 소설 / 사샤 스타니시치 / 낭기열라 / 2011.04.17 ~ 2011.04.29 / ★★★★★ 

최고였다 ㅠ_ㅠ
그런데, 왜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 다수가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건지... 

 


모든 것의 나이
- 과학 / 매튜 헤드만 / 살림 / ★★★★ 

잡학다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마야 고대 달력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부터, 피라미드의 건축 연대 알아내기, 탄소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유물 연대 측정법과 우주의 나이 계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의 "나이"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다만, 어느 정도 이공계 쪽 사전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거의 다 읽었다) [서재 결혼시키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긴 한데, 왠지 위화감이 느껴지는건 나 뿐인가?

Categories

Arch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