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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작가사전

한밤의 작가사전
- 마뉘엘라 모르겐느 지음/클레르 뒤부아 그림/김주경 옮김/파랑새어린이/8000원

밤이다.

모두가 까맣게 잠든 이 밤, 뷔바르와 리코셰 형제는 오늘도 부모님 서재에서 작가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A 부터 Z 까지, 그러니까 아폴리네르에서 졸라까지 알파벳 순으로 매일밤 한 명씩(XY는 합쳐서 작자미상 으로 처리했지만) 만나는 이 여행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아이들을 작가들의 삶이나 그들의 작품 속으로 이끈다. 시작하는 A는 까마득히 높은 제일 높은 책장에서 시작했지만, 끝에 다다라서는 제일 낮은 책장에 어렵지않게 손을 닿을 수 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문학이라는 문턱도 낮아졌겠지.

요슈타인 가아더의 <마법의 도서관> 같은 책을 언뜻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훨씬 가벼운, 일종의 문학 입문서 같은 소설이다. 진지한 독자들로서는 책이 제공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단편적이라 아쉽겠지만, 아이들에게 특정 작가나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에는 좋을 것 같다. 매일 밤 부모님 몰래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한국 문학이든 서구 문학이든 "고전"이라는 이름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 어려서부터 쉬이 접근을 못했던 것 같다. 책 도매업을 하셨던 친척 덕에 집에 세계 명작 전집을 비롯하여 몇 질의 전집류가 있었는데, 에이브(ABE) 시리즈의 책들이 어린 시절 내 상상력의 원천이 된 반면 세계 명작 전집은 손을 거의 못 댔었다. 언뜻 보기에도 짙은 갈색의 장정이 너무 어려워 보였거든. 그 때 이런 식의 입문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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