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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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 A Savage Journey to the Heart of the American Dream
Hunter S. Thompson 지음/Vintage/$12.95
1969년 12월 6일, 북부 California 에 위치한 Altamont Speedway 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원래 San Francisco의 Golden Gate Park 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ree Concert 였지만, Rolling Stones가 공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군중이 몰릴 것을 두려워한 주정부는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공연 장소는 San Francisco 동쪽 Tracy와 Livermore 사이에 위치한 Altamont Speedway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공연 시작 20시간 전에야 공연 장소가 확정되면서 Altamont Free Concert는 이미 비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화장실이나 의료 시설 등은 몰려든 사람들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부족했고, 급조된 낮은 무대와 열악한 음향 시설은 사람들이 무대 앞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비극의 씨앗은, 당시 공연의 안전요원 역할로 Hell's Angels 라는,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오토바이 갱단이 고용된 것이었다.(Rolling Stones의 로드 매니저였던 Sam Cutler가 이들을 고용했다고 한다) Hell's Angels는 Harley-Davidson 같은 대형 오토바이에 가죽 재킷을 입고 다니는 근육질의 마초 집단을 생각하면 되는데, 이들의 복장이 Rolling Stones의 리더였던 믹 재거와 유사한 스타일인데다가 Hell's Angels 가 가지고 있던 "무법자" 이미지가 기성 세계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미 Rolling Stones는 런던 공연에서 Hell's Angels를 고용하여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던터라, 별 고민 없이 Hell's Angels를 고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했던 것은, 영국의 Hell's Angels에 비해 미국의 Hell's Angels 는 훨씬 더 폭력적이고 과격한 집단이었다는 사실이다.
공연이 무르익어 갈수록 무대 앞쪽으로 모여드는 관중들과 그 앞을 지키던 Hell's Angels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Rolling Stones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던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무대 앞 한 쪽에서 Hell's Angel과 충돌을 빚던 Meredith Hunter라는 18살 흑인 청년이 총을 꺼내들었고, Hell's Angel 중 한 명에게 찰과상을 입힌 후, 자신은 그들의 칼에 찔려 사망한 것이다. 이 청년이 살해되는 광경은 공연 실황을 녹화하던 카메라에 그대로 잡혀 후에 "Gimme Shelter"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에 실리게 된다. Rolling Stones는 후에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공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한다.
Altamont는 불과 4개월 전 열린 Woodstock Festival 에서 최고조에 올랐던 60년대 미국 청년 운동의 기치, 즉 평화와 사랑이라는 메세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San Francisco를 기점으로 동쪽으로 번져나가던 이 젊은 문화는 총 대신 꽃을, 전쟁 대신 사랑을 나눌 것을 외치며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Altamont은 이 사랑과 평화의 메세지가 폭력, 그것도 내부의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던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해버린 이 반문화는 결국 스스로 붕괴해버리고 말고,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기 보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인주의 문화로 돌아서버리고 만다. 결국, Altamont는 60년대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된 것이다.
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의 부제는 A Savage Journey to the Heart of the American Dream(어메리칸 드림의 심장을 향한 잔인한 여행)이다. 여기서 American Dream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황금 만능주의, 일확천금의 꿈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60년대의 반문화(counter culture)/마약문화(drug culture)가 추구했던 새로운 미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Las Vegas는 60년대 젊은이들이 꿈꿨던 새로운 미래(사랑과 평화로 충만한 세계)가 무너진 폐허 위로,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이 마천루처럼 솟아오른 타락한 American Dream의 상징이 된다.
60년대의 반문화는 동시에 마약문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세대에게 마약은 오늘날처럼 쾌락이나 현실도피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마약을 통해 정신적 고양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고양 상태를 통해 이기심과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잊고 사랑과 평화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랬다. 이와 같은 낙천적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광범위하게 퍼져갔는지, 그리고 그것이 Altamont에서 어떻게 급격히 무너졌는지를 저자는 이 책의 8장에서 절묘한 은유를 통해 표현해낸다.
이 장에서 주인공은 과거 자신이 처음으로 마약을 복용했던 때를 되돌아본다. LSD에 취한 채 그는 차를 몰아 동쪽을 향하지만 이내 길을 잃고 만다. 하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면서도 그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어디로 향하던 거기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고, 거기서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않았기에 그는 해방감에 가득 차서 바람을 맞으며 길을 달린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과 음악의 비트에 취해 그의 마음은 점점 거대한 파도를 타고 높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파도가 최고점에 도달한 순간, 파도는 벽에 부딛혀 급격히 튕겨나와 부서지고 만 것이다.
1971년 쓰여진 이 소설은 바로 60년대의 폐허 위에 서 있다. 이 잃어버린 American Dream 을 찾기 위해 두 주인공은 그들의 여정을 온갖 마약과 알콜에 곤죽이 된 채로 시작한다. 하지만 한 때 그들이 마약을 통해 찾았던 낙천적인 희망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마약에 흐릿해진 의식에 비친 세계는 온통 불안과 공포 뿐이다. 검은 하늘은 거대한 박쥐 무리가 되어 덮쳐오고, 여행 내내 주인공은 언제 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만한다. American Dream의 상징이라는 Las Vegas는 결코 그들이 기억하는 American Dream의 땅이 아니었고, 더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American Dream을 찾지 못한채 좌충우돌 광폭한 여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와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두 소설은 정반대의 방향을 향한다. 류의 소설이 마약을 통한 현실도피에서 각성/희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마약을 통한 각성/희망에서 절망을 향하는 이야기다. 이 절망은 60년대를 거쳐 70년대에 들어선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공유했던 아픔이었다. 한 때 세계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을 이끌었지만, 이제 그 방향타가 사라진 땅에서 그들은 그저 목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약은 전진이 아닌 퇴행, 현실도피의 수단이 되어버릴 뿐이다.
1971년 Rolling Stone 지에 2회에 나누어 연재된 이 소설은 시대의 아픔과 혼란, 절망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그 시대의 전설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60년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때의 젊은이들은 어느덧 나이가 들어 과거의 꿈을 잃어버린채 그저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마치 마약을 통해 한껏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약기운이 물러나면 몇 배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처럼, 이들에게 60년대의 꿈이 급격히 사라진 채 맞이해야 했던 70년대는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미래는 희망이 아니라 불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저자 Hunter S. Thompson은 2005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ps. 1998년, 이 소설은 Terry Gilliam 감독, Johnny Depp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소설의 시대적 맥락은 무시한채 마약에 취한 효과를 시각화하는데 치중하여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는다.
ps2.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내 독서습관을 많이 흔들어 놓았다. 우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경우, 실제 예약한 책이 내 손에 들어오는 날짜가 제 멋대로라서 내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책을 밀쳐두고 읽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로 된 책은 내용 외에 신경써야 하는게 너무 많아 몰입이 어렵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