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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존 리더 지음/김명남 옮김/지호/23000원

나는 도시에서 태어났고, 도시에서 성장했으며, 지금도 도시에서 살고 있다. 이런 나에게 도시는 내가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조건이다.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 휴식 혹은 모험을 즐긴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만큼 도시는 내 삶의 기본바탕이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내가 숨쉬는 공기인 셈이다. 그렇다. 공기. 내가 도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만큼, 평소에는 "도시"라는 존재에 대해 거의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도시는 당연하게도, 거기 있는 무엇이니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본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흰개미들의 도시에 감탄했지만, 정작 내가 몸담고 있는 인간의 도시에 비해면 그야말로 개미의 도시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가 다르다. 내가 먹고 자고 싸고 하듯이 이 도시 안에서는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먹고 자고 싸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데, 도시는 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공급하고 배출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당신이 천만명의 서울 시민에게 하루 세 그릇의 밥을 공급하는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자. 매일 삼천만 그릇 분량의 쌀을 어디서 확보해서 어떻게 옮기며 어떻게 배분할까? 어찌어찌해서 식량을 공급했다고 해고,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상하수도, 위생, 주택, 치안, 교통 등등.. 잠깐만 고민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어마어마한 문제들을 놀랍게도 오늘의 도시는 별 문제 없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되짚어보는 도시의 역사는 다름아닌 이 어마어마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반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도시는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터전인 도시가 커지는 것은 결코 인간의 미래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도시가 더 많은 것을 자연에 의존한다. 더 많은 식량이 자연으로부터 공급되어야 하고, 더 많은 천연자원이 사용될 것이며, 더 많은 공해가 발생하고 더 많은 땅에 건물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과 자원이 더 이상 인간의 도시를 지탱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은 자명해 보인다. 실제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는 "생태발자국"과 같은 자료는 인간이 지구를 급격히 소진시키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도시는 이제 새로운 생존의 방식을 찾아야한다.


ps. 아마 지금의 집값파동을 겪는 우리에게 이런 고민은 사치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급론자들의 인식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눈꼽만치도 없어 보인다. 이들 관료들이 말하는 추가 공급이 주택 공급을 낮출 것이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짓말은 차치하고라도(주택 거래가는 같은 레벨의 '신축' 건물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즉,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대규모 신축주택이 공급되면 물가상승률이나 내장재 고급화 추세 등을 따라 주택 거래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의 도시가 어떻게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생존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엿보이는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은 절망적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었지만, 정쟁에 묶여버리면서 정작 중요한 논의들은 밀려나 잊혀져버리고 말았다. 이명박은 서울이 생태도시 어쩌고하면서 떠들지만, 대운하 짓겠다고 나서는걸 보면 생태도시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지껄이는게 분명해 보인다. 진짜, 우리의 도시가 어떤 위치에 서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시급하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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