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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존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들녘/10000원

솔직히 이 난감한 소설을 읽은 감상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라는 허구의 여성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큰 범위 안에는 들겠지만, 책을 구성하는 8개의 챕터를 이어주는 일관된 맥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챕터는 오히려 개별적인 연설문, 강연록, 에쎄이에 가깝다. 그 연설, 강연을 하는 인물이 있고, 그 강연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상념에 사로잡힌 인물이 있고, 논쟁을 하는 인물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작가의 사유의 전개이다.

"소설은 나에게 사유의 한 방식이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즉, 작가의 페르소나다. 하지만 이 페르소나는 그저 작가의 복화술을 위한 꼭두각시는 아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하나의 사고가 극단으로 향하고, 그 극단이 다시 전복되어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는 과정에 인격을 부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작가의 페르소나는 때로 하나의 극단이 되기도 하고, 다른 장면에서는 극단을 성찰하는 반성이 되기도 하면서 사유의 파고를 넘나들게 된다. 결국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가 웅변하는 결론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작가의 나침반 바늘 끝을 따라 같이 흔들리며 사색의 과정을 공유하는 경험이 된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전율이 느껴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으리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은 책을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다시 한 번 정독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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