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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지음/김정훈 옮김/삼인/12000원

좋은 글을 읽고 나면 오히려 정리하기가 힘들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졸렬한 내 문장이 그 충만함을 오히려 갉아먹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좋은 글을 쓰는 법을 배웠어도 실천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하하.

"네 멋대로 써라"는 별로 좋은 제목은 아닌 것 같다. 원제목인 "Walking on water"가 그다지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제목은 아니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란 "네 멋대로"에 담긴 뉘앙스와는 좀 다른 맥락에 놓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란 진정성, 즉 남이 기대하는 내가 아닌 스스로가 원하는 자기 자신이고자하는 노력의 발로이다. 이건 유독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중요한건 바로 우리 삶의 진정성이며, 우리는 저자에게 글쓰기를 통해 그것을 배운다. 그게 이 책의 핵심이다.

동시에 이 책은 산업문명이 어떻게 학교를 지옥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이기도 하다. 저자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 중 일부는 학교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속에서 저자가 겪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창조적인 대안들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그저 글쓰기에 대한 지침서라 생각했을 때는 책 뒷면에 적힌 하워드 진의 추천사(?)가 좀 생뚱맞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읽고 나면 왜 하워드 진이 그런 글을 썼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라면 정말,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만큼이나 교사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ps. 책 말미의 참고도서 목록(?)도 진짜 재밌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못 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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