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지음/한성례 옮김/동방미디어/8500원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과 뿌연 담배연기를 헤치며 술기운과 잠기운이 뒤섞인 몽롱한 기분으로 나는 지하 술집의 계단을 비틀거리며 올랐다. 감각은 이미 소진되어 세계는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다. 음악 소리는 등 뒤로 멀어졌지만, 귓가에는 여전히 드럼이 울려대는 듯하다. 나는 어두컴컴한 통로를 더듬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온다.
갑자기, 달아오른 내 뺨을 차가운 바람이 후려친다. 폐를 훑는 공기의 전율에 초점을 잃었던 시야가 갑자기 선명해진다. 날은 이미 어슴프레 밝아오고 있었다. 온통 푸른 빛이 감도는 세계. 감각 저 편으로 잃어버린 세계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세계는 다시, 나의 것이 된다.
류의 새벽도 이런 느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