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 지음/교양인/12000원
예전에 법대 다니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법대생들끼리 농담할 때 제일 강한 부정의 뜻을 표하는 말이 "그건 헌법위반이야!"라고 한다.(물론 몇몇 별스러운 법대생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법 이론을 제대로 배운게 아니라서 자세한 설명은 힘들지만, 어쨌든 어렴풋이 알기에도 헌법은 최상위 법으로 최종심급에서 법질서를 규정하는 법이라는 것 정도로는 알고있다. 이론적으로야 이렇게 알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헌법을 떠올릴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헌법재판소로 세상의 시선이 쏠렸다.
대통령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위헌 소송은 우리에게 잊고 살았던 헌법을 떠올리게 해 준 동시에, 헌법의 권위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의 최종 심판관 노릇을 하면서도 정작 그 결과로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물론 나는 그 가장 큰 이유는 어정쩡한 정치적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우리가 헌법이라는 것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진게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헌법이 표상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써 가져야 할 기본정신이다. 그런데 우리는 헌법에서 모든 분쟁을 잠재울 솔로몬의 지혜 같은걸 기대하고 있던건 아닐까?
이 책은 그야말로 헌법이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저자의 주된 비판의 칼날은 헌법의 기본정신을 살리기는 커녕 자신들의 기득권 안에 갖혀 헌법 정신을 사장시키고 있는 법조계를 향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도 헌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해 왔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법조인들이 알아서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 역시 민주국가의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은 단지 헌법을 해석하는 방법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우리의 사회를 일구어나가는 기본 정신(그것이 바로 헌법정신이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한 글쓰기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때문에 때로는 논지의 전개가 너무 조심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깊이 있고 과감한 논의가 담긴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책은 싫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