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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05 Archives

October 5, 2005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Joanne K. Rolling 지음/Scholastic/34000원

드디어 해리 포터 6권이다. 이제 1권만 더 나오면 해리 포터 시리즈도 막을 내린다.

해리가 나이를 먹은만큼(혹은 그 이상) 나도 나이를 먹었을텐데, 생각해보니 시간 참 빨리 갔다. 해리 포터도 어느덧 6학년(6학년이라면 우리한테는 어리게 느껴지지만, 나이는 16~17세이니 우리로 치면 고등학생이다)이 되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여자친구도 생긴다. 그리고 소설의 분위기도 사뭇 많이 바뀌는데(4권 말미에서 볼드모트에게 학생 한 명이 죽임을 당한 것이 기점인 듯 싶다), 6권 말미에 가서는 거의 호러영화의 분위기로 나아간다. 영화 감독도 바뀌지 않을까나..

개인적으로 5권을 읽으면서 가장 분노했던 대상은 해리 포터였다. 제멋대로고, 자신과의 관계를 선과 악의 기준점으로 삼았다. 나는 그러한 해리 포터의 미숙함(?)이 극이 전개되는데 있어 갈등 요인이 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의 판단이 결국 옳았던 것으로 결론지워지는데에는 불편함을 느꼈다. 7권에서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아마 그러리라 기대한다), Snape를 너무 악인으로 몰고가는 것 같아 마음이 영 안좋더라.

해리 포터 4부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 슬슬 해리의 여자친구들이 등장할텐데.. :-)

October 12, 2005

일상의 반란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양이현정 옮김/현실문화연구/11000원

대학시절 읽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멘스를 한다면"은 (브레히트의 "상어가 사람이라면"이라는 글과 함께) 내 뒷통수를 강하게 내리친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충격은 나를 둘러싼 단단한 인식의 외피에 균열을 내기에 충분했다. 그 무렵의 나는 비로서 "나"라는 자아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하였으며, 별다른 고민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나는 스타이넘의 글을 읽으며 공감보다는 부끄러움을 많이 느낀다. 가진 자의 일상이란 것이 그러하듯,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통념과 관습의 외피 안에 적당히 안주하기만해도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게을러빠진 기득권 남성에게는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페미니스트가 옆에 한 명 있어야 하건만.. ^^;

책에 실린 여러 글들 중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글 "트랜스젠더 : 신발이 맞지 않으면 발을 바꿔라"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글을 읽다보면 그들의 성전환을 과연 성적 정체성을 찾는 일로 옹호하고 박수치는 것만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회가 고정된 성 정체성을 강요할 때, 그런 사회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육체를 바꾸는 것만이 과연 유일한 탈출구일까? 신발이 맞지 않는다고 발을 바꿔버리는 우를 범하는건 아닐까? 오히려 그들의 '적응'이 사회의 고정된 성적 통념을 더욱 고착화 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리수의 경우처럼, 고정된 성 정체성을 강요하던 사회가 "여성이 된 남성"에 호의적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하리수가 등장했을 때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들을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라면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했었는데,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외에도 페미니즘에 눈 떠 가는 스타이넘의 인식 변화가 돋보이는 "선거 운동", 음식과 권력의 문제를 다룬 "음식의 정치학" 등이 기억에 남는다. 번역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지만 시간을 두면서 찬찬히 읽어볼만한 책.

October 19, 2005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린다 지음/김태성 옮김/북로드/13000원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 파리 여행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샹젤리제 거리의 명품 이야기도, 유명한 패션쇼 이야기도 없다. 에펠탑 이야기는 나왔던가? 나왔다해도 별로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을거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파리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풍성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저자들이 파리를 세련됨, 낭만 등과 같은 추상적 이미지들의 종합선물세트가 아닌 구체화된 역사적 실체로 재구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여행의 키워드는 "혁명"이다. 파리는 근대국가의 출발점이 된 프랑스대혁명의 성지이다. 우리에게 혁명이란 어떤 가능성인 반면, 프랑스인들에게 혁명은 역사적 경험이다. 저자들은 파리에서 그 경험의 흔적들을 쫓아가면서 혁명의 의미를 되짚는다. 이 여행 경험이 씨줄이 되고 역사적 지식이 날줄이 되어, 책이 끝날 무렵이 되면 우리는 프랑스대혁명에 대한 꽤나 구체적인 의미의 그물망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성지순례를 하듯 프랑스대혁명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중국의 지식인들이 흔히 그러하듯, 저자들 역시 혁명에는 광기에 사로잡힌 민중들의 집단 광대극 같은 모습이 배어있음을 끊임없이 지적한다. 프랑스대혁명은 그 이념의 순수한 구현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오히려 끊임없는 자가당착과 모순의 역사였다.(혁명의 끝에 민중들은 나폴레옹 '황제'에 환호하며 혁명을 종결시킨다) 허나 그 혼란을 통해 인류가 한 걸음 진전한 것 역시 사실 아닌가. 중요한 것은 혁명이 내세운 거창한 이념의 아우라가 아니라, 혁명을 통해 저지른 잘못들과 숭고한 희생 양쪽 모두에서 배워야 할 교훈들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책 한 권"은 프랑스대혁명의 배경으로 한 위고의 "93년"이다. 하지만 실제 책 내용에서 위고의 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93년"도 읽어봐야겠지만, 일단은 이 책에 대한 만족감을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파리에 갈 때 이 책 한 권을 들고 가겠다.

October 23, 2005

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지음/강미숙 옮김/창작과 비평사/12000원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케이블 TV와 인터넷, 핸드폰과 떨어져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핸드폰과 일상 생활을 연결시킨 모 통신사의 '현대생활백서' 광고 시리즈가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오른편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으며, TV에서는 스포츠 중계가 나오고 있고, 나는 인터넷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테크놀로지를 논할 때 우리는 비데나 에어콘을 예로 들지 않는다. 인간의 편익을 증진시킨 기술들은 인류 역사상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아무도 성급하게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오늘날의 테크놀로지가 압도적인 이유는 과거의 기술들과 달리 그것이 우리가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 자체를 매개하기 때문이다. TV, 인터넷, 핸드폰. 그 외에 당신은 무엇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가?(물론, 이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미국인 가정 역시 매스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한다. TV와 라디오, 타블로이드 신문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저녁 식탁에서 아이들은 서로가 새로 획득한 정보들을 과시한다. 대화가 멈춘 빈 공간을 채우듯 TV와 라디오는 계속 정보를 내뱉는다. 참으로 정보로 충만한 삶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충만함 속에 안도한다.

하지만, 환상이었다. 재난이 닥치자 그 모든 정보는 뜨내기 소문과 다를 바 없었고, 그들에게 남겨진 현실은 그들이 정작 아/무/것/도/모/른/다 라는 냉혹함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현명한 행동인지 결정할 지혜는 결코 정보의 형태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 위로 허리케인 카트리나 앞에 허둥대던 미국의 모습이 겹쳐진다.

정보의 범람 속에 길을 잃은 사람들을 지배하는건 두려움이다. 그들이 획득한 정보 속에 그들 삶의 고민을 해결해 줄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은 불확실한 것이 되고 만다. 이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쇼핑을 하고, 섹스를 하고, 정신상담을 받지만, 변하는건 아무 것도 없다. 지혜는 지식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미디어에 정복당한 우리 삶의 현주소, 우리 문명의 현주소이다.

White Noise :【물리】(모든 가청(可聽) 주파수를 포함하는) 백색 소음 (출처 : 네이버 사전)

White Noise는 본래 물리학 용어로서 모든 주파수대의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를 지칭한다. 정보는 우리 주변을 언제나 가득 채워 하얀 소음처럼 떠다닌다. 하지만 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우리에게 유용한 지식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 길을 잃은 셈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는 알 수 없게 되어버린 현대 문명의 아이러니.

October 28, 2005

세계만화

성완경 지음/생각의 나무/9800원

빙고. 스누피처럼 매력있는 만화를 발견하고 싶어서 고른 책인데, 적중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알고 있던 만화의 세계가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특히 몇몇 작품들에서 보이는 형식의 파격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만화가 예술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이런 작품들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던 것일까?

가끔씩 이렇게 내 인식의 영역이 미국과 일본 문화에 한정되어 있었다는걸 깨달을 때가 있다. 유럽 문화야 그렇다 하더라도, 남미 문화의 풍성함은 전율을 느끼게 하곤 한다. 시간이 되면 스페인어를 배워보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고 비영어권의 작품들이 많은 까닭에, 소개된 작품들을 찾아 읽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다음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

- 원저 맥케이, '잠의 나라의 리틀 네모'
- 조지 헤리만, '크에이지 캣'
- 장 마르크 레제르, '빨간 귀'
- 휴고 프라트, '코르토 말테세'
- 키노, '마팔다'
- 클레르 브레테셰, '욕구불만자들'
- 아트 슈피겔만, '쥐'
- 프랑소와 스퀴텐/베노와 페터스, '어둠의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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