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지음/문학동네/9500원
박민규의 특이한 동물 취향은 그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맺음말에서 해마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부터 익히 알아봤던 일이다. 이 단편집에서 그는 종종 그 낯선 동물을 일상 속에 배치함으로써 생겨나는 이질감을 활용한다. 어느 영화인지 M/V 인지, 텅 빈 지하철 한켠에서 눈물을 흘리던 여인이 고개를 들자 커다란 개미가 외롭게 앉아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생뚱맞은 장면이 오히려 여인의 외로움을 절실히 표현해주던 걸 본 적이 있다. 이 소설들에서도, 비슷한 상상력이 작용하고 있는걸까.
어쨌거나, 몇몇의 소설은 상상력이 지나쳐 오히려 혼란스럽다. 뭔가 표현하고자 하는게 있는 것은 같은데, 내 머리로는 그게 잘 캐치가 안된다. 이런 경우 독자를 탓해야하나, 작가를 탓해야하나. 그의 비유를 따라가지 못하던 내게는 마지막 "갑을고시원 생존기" 같은 직설적(?) 글이 편하고 인상깊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하철 플랫폼 벤치에 앉아있는 기린은 꼭 만나보고 싶다. 그 슬픈 눈을 들여다보면 나라도 인사하지 않을까. 아, 기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