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지음/문학동네/7500원
역시 박민규였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는데, 이 책의 주제는 직전에 읽은 "도널드 덕..."과 일맥상통한다. 같은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누구는 핏대 세우며 악을 써야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이처럼 경쾌하고 재치있게 풀어놓는걸 보자면 배가 살짝 아프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게 박민규의 매력 아닌가.
미국 만화의 영웅들이 미국 자신의 알레고리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각각 미국의 여러 측면들을 대변하는데, 즉 슈퍼맨은 힘이고, 배트맨은 자본이며, 원더우먼은 문화, 아쿠아맨은 네트워크다. 그리고 주인공인 바나나맨은 겉은 노랗지만 속은 흰 유사 백인으로 이들 영웅들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이들에게 빅맥이나 사다주는 들러리일 뿐이다. 빙고!
우리 주변에도 보면 잘 살려면 일단 미국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봤자 결국 햄버거 심부름이나 하는게 아닐까? 물론 미국은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우린 친구야 바나나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