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5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김선형,권진아 옮김/책세상/40000원
전에 케이블 TV에서 "갤럭시 퀘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그 발랄함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류의 진지한 SF 시리즈의 전형을 뒤집어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점이 특히 맘에 들었는데, 하지만 그 영화조차도 이 책에 비하면 너무나도 "진지한" 영화였다.
책의 백미는 온갖 블랙 유머가 난무하는 단편단편의 스토리들이 읽다보면 어느새 아귀가 맞아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저자의 현란한 말빨과 뻔뻔스러움에 키득거리다가, 어느 순간에 가면 그냥 즉석에서 떠들대는 농담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non-sense임이 분명한 온갖 과학적 이론들이 아주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도, 실제 과학적 개념을 적당히 버무려 비꼬아 놓은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 현대의 포스트모던 철학서들이 실은 이 책에 대한 패러디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머리를 감싸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의 철학서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다면, 저자들은 이렇게 말하며 박장대소를 터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Hey~ it's just a joke~"
어쨌든, 신이 우주의 피조물들에게 남긴 최후의 메세지는 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