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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세계

에이미 추아 지음/윤미연 옮김/부광출판사/18000원

코소보에서 대규모의 인종 청소가 자행되었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아우슈비츠 이후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조직적이고 잔인한 인종 청소가 21세기를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소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라는 "악마"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심은 바로 그 곳이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독재국가"를 전복시킬 때 그들은 항상 "당신들에게는 자유시장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고 외쳐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이식"은 언제나 더 큰 혼돈과 폭력을 불러오곤 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이게 큰 혼란이었나보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것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거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여 저자는 세계화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증오심"의 본체를 밝혀보려 시도한다.

이 책에 대한 다른 어떤 커멘트보다도, 저자의 의식 체계 자체가 부르주아적이고 미국적인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해야겠다. 저자의 문제제기가 아주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논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재적 접근이 아닌 현상학적 접근 방식을 취함으로써 결국 관찰자의 "해석틀"로 현상을 재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지역 내의 사례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 있던 논의가, 지역 외적으로 확대되어 중동에서의 이스라엘 문제, 세계적 차원에서의 미국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온갖 합리화와 비약으로 메꿔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그래도 토머스 프리드먼 류의 양심불량 지식인보다는 낫다.(프리드먼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나라의 조갑제 정도와 비슷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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