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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풍경

김형경 지음/아침바다/11000원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당신은 결코 정신분석학자와 논쟁해서 이길 수 없다. 당신이 그의 어떤 주장을 부정한다면, 그는 '당신이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는 이유는 당신의 무의식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하지 않기 때문이요'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정신분석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정신분석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태도는 정신분석학을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려는 어긋난 자의식의 도구에 가까워보이게 하였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단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은 인상적이다. 성찰할 수 있다는 것, 반성할 수 있다는 것.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들추어내는 과정은 종종 감동을 준다. 그렇게, 정신분석학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과정을 김형경은 잘 보여주고 있다.

But, "사람풍경"이라는 제목과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라는 부제에서 "여행"의 비중은 매우 미미해 보인다. 책에 대한 기대치를 약간 엇나가는 부분. 이 책은 오히려 정신분석학이라는 종교에 귀의한 작가의 신실한 신앙고백서에 가까워 보인다.(나쁜 의미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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