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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05 Archives

January 12, 2005

페르디두르케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임미경 옮김/민음사/10000원

이제 끝이다. 트랄랄라.
이 책을 읽을 사람한테 한마디 하자. 제기랄!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당혹스러움은 고스란히 책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독자를 괴롭히는 감정일 것이다.

되돌이켜 생각하면, 대부분의 소설은 "성숙"을 지향한다. 쿨한 감성이든, 비극적 결말이든, 엄청난 성공이든, 그것은 어른들의 논리와 세계관이 빚어내는 결과로서의 결말이다. 아이들을 다룬 소설조차 그것은 미성숙의 성숙으로의 진화(?)를 암암리에 내포하고 있다.("성장소설"이라는 장르 분류조차도!!)

책의 제목 "페르디두르케"는 책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 아니 관련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는다.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채택된 제목. 그것이 곰브로비치가 이 책에서 시도하고자 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기존의 문학담론을 뒤집고자 하였으며, 미성숙이 성숙을 타락시키는 일련의 과정들로 그 담론들을 비웃는다.

정색을 하고 달려들면 진저리나기 쉬운 소설. 하지만 그 발랄함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January 27, 2005

사람 풍경

김형경 지음/아침바다/11000원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당신은 결코 정신분석학자와 논쟁해서 이길 수 없다. 당신이 그의 어떤 주장을 부정한다면, 그는 '당신이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는 이유는 당신의 무의식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하지 않기 때문이요'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정신분석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정신분석학적 지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태도는 정신분석학을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려는 어긋난 자의식의 도구에 가까워보이게 하였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단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은 인상적이다. 성찰할 수 있다는 것, 반성할 수 있다는 것.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들추어내는 과정은 종종 감동을 준다. 그렇게, 정신분석학을 통해 자신의 결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과정을 김형경은 잘 보여주고 있다.

But, "사람풍경"이라는 제목과 "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라는 부제에서 "여행"의 비중은 매우 미미해 보인다. 책에 대한 기대치를 약간 엇나가는 부분. 이 책은 오히려 정신분석학이라는 종교에 귀의한 작가의 신실한 신앙고백서에 가까워 보인다.(나쁜 의미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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