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 지음/김민정 옮김/문학세계사/8200원
아멜리 노통이 25세에 발표한 그녀의 첫 소설이자,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 문단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센세이셔널한 소설이다. 이후 그녀의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시간의 옷", "적의 화장법" 이 대표적이다), 정신없이 치고 받는 대화형 서술이 첫 소설에서부터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번역의 순서가 작가의 필모그래피와는 전혀 따로 움직이는 출판 시스템 덕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상태로 글을 읽을 수 있어 충격이 덜했던 것 같다.(다행인가?)
뭐, 그녀의 다른 책들을 대부분 섭렵한 후에 읽어서인지 몰라도, 그녀의 악취미(이 쯤 되니 발랄하게까지 느껴진다)의 원류가 이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오후 네시"의 불청객, "로베르 인명사전"의 급작스런 결말,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에서 산산조각 내버린 유년의 환상...
어쨌든, 독서법에 대한 그들의 대화는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책을 읽지 않은 것이라는데... 워낙 극단적 단정이라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는 힘들지만, 방어막 뒤에 꼭꼭 숨어 책의 내용이 내면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봉쇄한 독서가 겉핧기에 그치기 쉽다는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변화의 가능성, 즉 반성의 가능성을 부정한 이에게 그 무슨 교양이 필요하겠는가. 그 쯤 되면 교양은 그저 허위일 뿐이다.
이런, 프레텍스타를 닮아가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