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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황정하,손명희 옮김/바다출판사/12800원

저자는 전직 FBI 심리분석관으로 범죄자의 유형을 분류하는 프로파일링 기법 전문가이다. 미국에서 벌어졌던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의 형태와 범인 심리를 분석함으로써, 연쇄살인이 발생하였을 때 사건의 형태에 기반하여 추적할 용의자의 범위를 줄이는 것이 FBI에서 이 사람이 한 주요 업무였다.

91년에 씌여진 책이 지금에 와서 출판된 이유는 분명 유영철 사건 때문이리라. 출판사의 발빠른 상술이 얄밉기도 하지만, 체계화된 범죄 수사 기법이 거의 없다시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부러운 내용이 담긴 것은 분명하다. 잔혹한 범죄 묘사는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한국 경찰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인 나로서는 별 도움은 안되는 책이다. 얻은 성과라면 스릴러 영화에서 왜 범인은 대개 성도착증 환자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 정도?

사실 저자는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용담 얘기하듯 자화자찬하며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도 좀 거슬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양분하는 듯한 태도는 범죄수사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인간에 대한 옳은 태도는 아닌 듯 싶다. 가정과 사회의 관심이 연쇄살인범들의 출현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해결책으로는 연쇄살인범을 빨리 잡을 수 있는 시스템만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경찰 관료다운 발상인 것 같다. 사회학자가 같은 주제를 다뤘다면 보다 인간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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