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진사
장-클로드 르마니, 앙드레 루이에 지음/정진국 옮김/까치/25000원
사진사를 기술하는 관점의 변화는 곧 사진의 위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초기의 사진사는 기술(技術)사의 형식을 따른다. 카메라 옵스큐라에서부터 시작하여 감광재료의 발명, 감광과 현상 시간의 단축 등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 곧 사진의 역사를 이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사는 점차 그 중요성을 잃고 사진사의 핵심 논점은 사진이 예술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옮겨간다.(물론 이 시기에 기술적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이미 확립된 기술적 원칙의 틀을 따르기 때문에 그것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못할 뿐이다) 사진은 재현인가 예술인가.
시간은 다시 흘러, 이제 사진이 예술인가를 묻는 질문은 사라진다. 이제 사진史는 당대의 예술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더 이상 사진이 예술인지 여부는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 장르의 구분을 넘나드는 현대예술에서 사진은 작가의 영감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책의 문제는, 별다른 설명없이 쉴새없이 언급되는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 속에서 길을 잃기 쉽상이라는 것.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요한 작가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덧붙여졌더라면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독자가 문화이론에 대한 기본지식(아방가르드, 다다이즘 등)이 있다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