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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수잔 손탁 지음/이재원 옮김/이후/15000원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흔히 유명한 사진작가들이나 종군기자들이 촬영한 르포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연민을 느낀다. 처참하게 살해당한 주검들, 굶주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 집을 잃고 떠도는 피난민들의 피곤한 얼굴.. 그러나 이러한 연민들은 오직 연민으로만 끝날 뿐이다.

우리가 어떤 고통을 직시할 때 그것은 항상 "타인"의 고통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고통은 감히 쳐다보지 못한다. 처참하게 살해된 아프리카인의 주검 사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처참하게 살해된 우리 이웃(유영철 사건을 떠올려보라)의 사진은 차마 쳐다보지 못한다. 어떤 고통이 "타인"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고통이 주는 혐오감 뿐이 아니라 어떤 도덕적 죄의식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면 연민을 느끼기만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고통을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면 연민은 연민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행동은 "타인"을 "우리"로 끌어안는 행위이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고통도 직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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