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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04 Archives

August 5, 2004

타인의 고통

수잔 손탁 지음/이재원 옮김/이후/15000원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흔히 유명한 사진작가들이나 종군기자들이 촬영한 르포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연민을 느낀다. 처참하게 살해당한 주검들, 굶주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 집을 잃고 떠도는 피난민들의 피곤한 얼굴.. 그러나 이러한 연민들은 오직 연민으로만 끝날 뿐이다.

우리가 어떤 고통을 직시할 때 그것은 항상 "타인"의 고통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고통은 감히 쳐다보지 못한다. 처참하게 살해된 아프리카인의 주검 사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처참하게 살해된 우리 이웃(유영철 사건을 떠올려보라)의 사진은 차마 쳐다보지 못한다. 어떤 고통이 "타인"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고통이 주는 혐오감 뿐이 아니라 어떤 도덕적 죄의식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면 연민을 느끼기만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고통을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받아들인다면 연민은 연민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행동은 "타인"을 "우리"로 끌어안는 행위이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고통도 직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August 11, 2004

포르노그라피아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임미경 옮김/민음사/8000원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 하지만 흔히 알려진 (성적 의미의) 포르노그라피와는 상관이 없는 제목이다. 하지만 포르노그라피의 특성, 즉 타락에 대한 인간의 음울한 욕망이라는 측면과 책의 주제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성인은 스스로가 완성된 존재라는 환상을 가진다. 이 환상은 곧 타락에의 면죄부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타락'은 성적인 타락 뿐 아니라 살인 등의 도덕적 타락까지도 포괄한다. 물론 성인들은 이들 타락을 합리화하는 자기 설득 논리를 갖춘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젊음과 늙음을 완성과 비완성, 타락과 순수의 대립을 설정하고 위선적인 성년이 미성년을 타락으로 이끄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뒤틀린 욕망의 세계를 보여준다. 언뜻언뜻 엿보이는 지식인에 대한 혐오과 2차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서구 지성이 고민해 온 탈이성주의의 시작을 암시하는 듯 하다.

August 21, 2004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폴 오스터 지음/윤희기,황보석 옮김/열린책들/8800원

이 책에서 폴 오스터의 향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폴이 진행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 코너에서 청취자들에게서 받은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류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투박하고 단순한 스토리들이다. 현대 미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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