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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길찾기/8800원

얼마전 인터넷에서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만화를 보았다. 어린 시절 "보물섬"에 연재되던 김수정씨의 "아기공룡둘리"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명랑만화의 대표격이었던 둘리의 캐릭터들이 20여년이 지금 어떻게 변해있을까?라는 상상력은 명랑만화를 순식간에 슬픈 다큐멘터리로 바꾸어 놓는다.

나는 잊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현실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를. 약간의 행운으로 내가 누리고 사는 이 기득권조차, 그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겐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를.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외면하고 나면, 세상은 그리 어렵지 않아보인다. 즐거운 곳처럼 보인다. 20%의 사람들에겐.

하지만, 즐거운 건 나만의 세상일 뿐이고, 세상은 무겁고 어렵다. 내가 외면한다고 세상 전체가 즐거운 곳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규석의 이 단편집은 외면하고자 하는 나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힘세고 가진 자의 밥그릇은 손도 못대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배를 불리는(작은만화 "밥그릇") 소위 "중산층"은 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불편한 만화.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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