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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전인권 지음/푸른숲/13000원

저자는 가수 전인권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현재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40대 중반의 정치학자이다. 한국사회의 문화적 구조 등을 연구하던 중, 그는 한국문화의 부정적 측면들이 상당 부분 "동굴 속 황제"로 길러지는 한국 남성들로부터 기인함을 깨달았고, 자기 자신의 유년기를 반추함으로써 한국 남자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따라서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것으로 일반화된 이론으로 정립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의 경험이 단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는만큼 그것을 단지 개인적인 무엇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 있어 필자의 경험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에게 공유될 수 있을만한 내용인 듯 싶다.

나보다는 한 세대 전의 인물인만큼 내가 저자의 경험에 온전히 공감하기는 사실 힘들다. 하지만 나 역시 "한국 남성"으로 키워졌고, 그가 지적하는 "동굴 속 황제"로서의 습성 역시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

물론 개인적 고백을 다소 학술적인 어휘에 기대 표현하려다보니 문학적인 즐거움은 다소 떨어진다. 중간중간 엿보이는 약간의 비약들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 하지만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한국 남성의 성장과정을 뒤쫓아 간다는 시도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빛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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