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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디디에 에리봉 지음/송태현 옮김/강/12000원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는 인류학자(민족학자?) 끌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회고록이다. 디디에 에리봉과의 대담 형식으로 서술된 이 책은 레비 스트로스의 사상과 함께 그를 둘러싼 20세기 중후반 프랑스 지식 사회의 모습을 폭넓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레비 스트로스 자신이 아니라, 대담자인 디디에 에리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치밀한 준비와 방대한 사전지식, 날카로운 토론정신은 이 책을 단순한 해바라기식 대담집이 아닌, 레비 스트로스라는 한 지성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비춰주는 훌륭한 회고록으로 만들고 있는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레비 스트로스의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회적 참여를 거부하고 상아탑 안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호감을 일정 정도 반감시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역시 이를 인정하고, 학문의 엄격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샤르트르와 같은 참여 지성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어쨌든, "슬픈 열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레비 스트로스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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