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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미셸 투르니에 지음/김정란 옮김/북라인/7000원

자, 누구 말따마나 이 체할 것 같은 제목은 미셸 투르니에가 지어낸 것이 절/대/ 아님을 분명히 하자. 원제목은 "Le Miroir Des Idees"로, 불어는 모르지만 대충 "개념의 대립" 혹은 "거울개념"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리라고 추측해본다. 그런데 저 정체불명의 번역 제목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소크라테스=철학 and 헤르만 헤세=문학. 고로 문학과 철학을 잘 버무려 한꺼번에 점심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본데(역자후기에 보면 철학을 먹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수능공부하는 중고등학생을 타겟으로 한답씨고 나름대로 머리 싸맨 제목일까? 한국의 역자들과 출판사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은 것은, 가능하면 원저자가 제목을 지은 의도는 반영시켜 달라는 것이다.

투덜거림은 이만하고.. 흠흠..;; 이 책은 114가지 개념의 67개의 대립쌍에 대한 사변적 소고들을 모은 책이다. 이 대립쌍은 매우 조심스럽게 선택된 것들인데, 순서도 물런이거니와(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순서의 중요성은 잘 모르겠다) 대립쌍이 평행선을 긋지 않는 것이 되어야한다는 원칙에 맞추어져있다. 예를 들면, 쾌락의 대립쌍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저자의 의도는 대립을 통한 분리에 있지 않고, 대립을 통한 두 개념의 변증법적 승화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및 유럽 역사와 문학에 대한 지식을 요하는 글들이 몇 있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천천히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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