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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03 Archives

March 2, 2003

슬픈 열대

C. 레비 스트로스 지음/박옥줄 옮김/한길사/25000원

역시나 장기간에 걸쳐 읽는 머리맡 독서의 산물 -_-

구조인류학의 아버지인 레비 스트로스가 1930년대에 브라질의 원주민 부족들을 탐사한 기록들을 모아 저술한 기행문이다. 퇴락하고 사라져가는 열대 종족들의 마지막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슬픈 열대라는 제목은 그러한 쓸쓸한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구조주의의 아버지로서 레비 스트로스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후광에 가려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나 자신이 그랬다는 소리) 딱딱한 분석조의 글을 예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오히려 매우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사색적인 인상적인 기행문 그 자체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구조인류학을 말하기는 조금 힘든 것 같다. 실제로 레비 스트로스가 구조인류학을 정식화하고 본격적으로 주창한 것은 이 책이 쓰여진 몇 년 후이다.

예전에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일부가 빠진 부분 번역본이라고 하니, 반드시 한길 그레이트북스 판을 읽을 것.

March 11, 2003

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미셸 투르니에 지음/김정란 옮김/북라인/7000원

자, 누구 말따마나 이 체할 것 같은 제목은 미셸 투르니에가 지어낸 것이 절/대/ 아님을 분명히 하자. 원제목은 "Le Miroir Des Idees"로, 불어는 모르지만 대충 "개념의 대립" 혹은 "거울개념"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리라고 추측해본다. 그런데 저 정체불명의 번역 제목은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소크라테스=철학 and 헤르만 헤세=문학. 고로 문학과 철학을 잘 버무려 한꺼번에 점심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본데(역자후기에 보면 철학을 먹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수능공부하는 중고등학생을 타겟으로 한답씨고 나름대로 머리 싸맨 제목일까? 한국의 역자들과 출판사들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은 것은, 가능하면 원저자가 제목을 지은 의도는 반영시켜 달라는 것이다.

투덜거림은 이만하고.. 흠흠..;; 이 책은 114가지 개념의 67개의 대립쌍에 대한 사변적 소고들을 모은 책이다. 이 대립쌍은 매우 조심스럽게 선택된 것들인데, 순서도 물런이거니와(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순서의 중요성은 잘 모르겠다) 대립쌍이 평행선을 긋지 않는 것이 되어야한다는 원칙에 맞추어져있다. 예를 들면, 쾌락의 대립쌍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저자의 의도는 대립을 통한 분리에 있지 않고, 대립을 통한 두 개념의 변증법적 승화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및 유럽 역사와 문학에 대한 지식을 요하는 글들이 몇 있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천천히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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