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 두베 지음/박민수 옮김/책세상/8000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축축하고 끈적끈적하며 절망적인 분위기로 일관된다. 폭우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서서히 절망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이런 종류의, 잠재의식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혐오를 끄집어내는 책은 대개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이 "서독에서 동독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이라는 설정 자체가 그런 의도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구동독 지역이란 곳이 그렇게 늪 속에 잠겨들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유쾌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이 책에 손대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