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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03 Archives

February 6, 2003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음/김화영 옮김/현대문학/12000원

그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바로 이런거다. 길지 않더라도, 짧으면서도 묵직한 단문들. 사색의 깊이는 문장의 길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산 증인이라고나 할까. 자기 생각을 쓰기도 전에 가지부터 쳐대는 (즉, 반론이 나오면 도망칠 길부터 미리 찾는) 사람들이여 반성하라!

가장 기억나는 문장. "삶의 길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간다" 뜻이 궁금한 사람은 책을 사서 읽으시라 :)

February 13, 2003

Understanding Exposure

Bryan Peterson 지음/amphoto/35000원

감동. 사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빛, 조리개, 셔터 스피드, 필름 등 노출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책이다. 상황에 따른 노출 결정과 보정을 생생한 예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사실, 사진 책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보는 눈이 즐거워야 읽을 맛이 나는 법. ^^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best collection에 넣어도 좋을 훌륭한 책이다. 해안의 야경을 찍으면서 등대 불빛이 너무 강하게 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대 불빛이 돌아올 때마다 손으로 가려줬다는 사진은 정말 감동 ㅠ_ㅠ

원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기는 힘든 책이겠지만, 열심히 읽으면 노력한만큼의 대가는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책이다. 별 다섯개!

February 15, 2003

폭우

카렌 두베 지음/박민수 옮김/책세상/8000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축축하고 끈적끈적하며 절망적인 분위기로 일관된다. 폭우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서서히 절망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이런 종류의, 잠재의식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혐오를 끄집어내는 책은 대개 사회심리학적 차원에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이 "서독에서 동독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이라는 설정 자체가 그런 의도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구동독 지역이란 곳이 그렇게 늪 속에 잠겨들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유쾌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이 책에 손대지 말 것.

February 26, 2003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홍세화 지음/한겨레신문사/9000원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씨의 사회 비평서.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홍세화씨가 우리 사회 안으로 이처럼 깊이 들어와 날카로운 분석과 지적들을 수행하는 역할을 해 내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 책에서 홍세화씨는 어디까지나 망명자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어느 틈엔가 그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실천적인 지식인 중 한 명으로써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홍세화씨 스스로는 자신이 자신의 첫 책, 즉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덕에 어줍잖은 상징자본을 걸치고 귀국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만약 그가 딱 그 정도의 글만 쓰는 사람이었으면 나 역시 그의 자아비평(?)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홍세화씨에게서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상징 자본을 우선 떠올리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의 깨어있는 시대 정신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말 존경스럽고, 언젠가는 직접 만나서 차 한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다.

February 28, 2003

쥬제페, 사로잡힌 남자 이야기

이시이 신지 지음/서혜영 옮김/다우/7000원

가끔은(이 전제는 참 중요하다), 동화란 참 좋은 것이다. 머리 속이 복잡할 때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야기란 얼마나 편안한지.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는 대개 지나치게 교훈적이려 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순수? 어른들이 말하는 순수는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시각"과는 많이 다르다는게 내 생각. 그저 착하기만 한 이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어른의 시각이 훨씬 더 순수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동화란 바로 그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담긴 책이다.

쥬제페가 바로 그런 사람.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대상 그 자체만으로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새앙쥐의 말따마나, "뭔가에 진심으로 사로잡히는 건 말야, 다들 말하는 것만큼 그렇게 어리석기만 한 짓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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