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Main | 카메라로 보는 방법 »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로이터 통신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 창/15000원

표지를 장식한 사진은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손에 돌무더기를 움켜쥔 채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CG로 붉게 채색한 돌은 마치 팔레스타인 땅에 흐르고 있는 그들의 피를 머금고 있는 것만 같다. 사진이 주는 강렬한 메세지. 때로 한 장의 사진은 그 어떤 글이나 연설보다 강하다.

이 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취재한 로이터 통신 기자들의 글과 사진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장에 많은 것을 응축해 넣는 보도사진과 함께, 이/팔 분쟁의 역사와 배경,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통신사 기자들다운 객관성과 날카로운 순간 포착이 돋보이는 글과 사진들은 팔레스타인의 현재에 대해 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장에 매몰되다보면 역시나 그 저변의 권력관계에 대해서는 다분히 소원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이 책은 왜 미국이 이/팔 분쟁에 개입하는지, 미국이 왜 현재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껴야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단지 유일한 강대국이어서 국제분쟁에 소명의식을 느껴야한다는 식의 유치한 해석은 물론 안 할 거라고 본다. 중동자원의 석유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미국이 어떻게 부당하게 중동의 역사에 개입해왔는지, 그들의 이해를 충실하게 반영해줄 전략적 파트너로서 이스라엘을 어떻게 지원해왔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팔레스타인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어떻게 외면해 왔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의 현재를 말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양비론에 가까운 중립이란 과연 "중립적"일까?

어쨌건, 사진은 정말 멋지다 -_-)=b

TrackBack

TrackBack URL for this entry:
http://www.turnleft.org/cgi/mt/mt-tb.cgi/482

Post a comment

About

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from the blog posted on January 8, 2003 12:00 AM.

The previous post in this blog was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he next post in this blog is 카메라로 보는 방법.

Many more can be found on the main index page or by looking through the archives.

Powered by
Movable Type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