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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문화사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최은석 옮김/황금가지/15000원

"악"이란 무엇인가? 악마란 하나의 실체인가 아니면 단지 사람들의 악한 모습이 의인화된 것인가? 신이 존재한다면 악마도 존재하는가?

뭐, 대충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머리빠지게 고민하는 책이다. 종교인이 아닌 나로서는 그다지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제목 그대로 하나의 문화사로서 읽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특히 파우스트 등의 고전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현대의 악을 다루는 장에 이르러서 저자의 시각은 한계를 드러낸다. 근대 이전에야 서구 사회는 곧 종교가 지배하던(꼭 정치권력이 아니라도 하나의 문화권력으로써) 사회였기에 악마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개연성을 가졌겠지만.. 히틀러와 스탈린을 들먹이며 현대의 악의 문제를 설명하려드는 저자의 시각은 다소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이런 저자의 시각 속에서 현대 미국인들의 정서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한지도. "악의 축" 류의 세계인식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면에는 미국의 개신교 주류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악마론, 선악이분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미국 사회의 애국심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종교에 가깝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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