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vember 2002 | Main | January 2003 »

December 2002 Archives

December 1, 2002

교양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인성기 옮김/들녘/35000원

거의 올해 내내 나의 침대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책. 방대하고 잡다한 지식의 집합체이다. 독일인인 지은이는 현재의 독일 교육(사실상 서구의 교육)이 지나치게 실용적인 내용들에 집착하면서 교양교육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잊혀져가는 교양 교육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매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잡다한 지식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준다. 유럽의 역사와 사상적 기원, 문명 발전의 과정 등은 현재의 유럽을 이해하기 위해 좋은 소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식과 교양은 같은 것이 아니다. '교양'을 강조하는 지은이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성찰적 지성. 군데군데 엿보이는 지은이의 오만함은 스스로 성찰적 지성이 부족함을 고백하고 있는 듯 하다. 하기에 책을 읽고 난 후에 남는 것은 잡지식들 뿐이다. 결국 이 책은 반쪽짜리 교양 가이드 북인 셈이다.

December 11, 2002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7500원

촌철살인. 일본(아마 한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대기업 내부의 위계질서를 뒤틀어 꼬집는 블랙유머. 아멜리 노통은 일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결코 일본인은 되지 못했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시리즈물로 비유한다면) 아멜리 노통 자전소설 3부작의 마지막 편쯤 될 것 같다. 제목은 "노통의 귀환" 정도? ^^;

December 15, 2002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아멜리 노통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6800원

제목 참 멋지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이라니.. "창가의 토토" 같은 책들을 연상하신 분들, 꿈 깨시라. 아멜리 노통에게서 무엇을 바라는가? 세 살 때의 아멜리 역시 아멜리라는 불변의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소설을 쓴 때는 성인이 된 후니까..라고 반론하실 분들 많으리라..;;)

노통이 "사랑의 파괴"에서도 보여주지만, 어린 시절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육신에 자아가 깃들어 게걸스럽게 세상을 먹어치우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자아와 타자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훨씬 후에 생기기 마련이다. (때론 평생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신의 재림?)

어쨌든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 시리즈 첫 번째. "그녀"는 그렇게 태어났다!

December 26, 2002

악마의 문화사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최은석 옮김/황금가지/15000원

"악"이란 무엇인가? 악마란 하나의 실체인가 아니면 단지 사람들의 악한 모습이 의인화된 것인가? 신이 존재한다면 악마도 존재하는가?

뭐, 대충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머리빠지게 고민하는 책이다. 종교인이 아닌 나로서는 그다지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제목 그대로 하나의 문화사로서 읽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특히 파우스트 등의 고전들을 이해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현대의 악을 다루는 장에 이르러서 저자의 시각은 한계를 드러낸다. 근대 이전에야 서구 사회는 곧 종교가 지배하던(꼭 정치권력이 아니라도 하나의 문화권력으로써) 사회였기에 악마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개연성을 가졌겠지만.. 히틀러와 스탈린을 들먹이며 현대의 악의 문제를 설명하려드는 저자의 시각은 다소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오히려 이런 저자의 시각 속에서 현대 미국인들의 정서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용한지도. "악의 축" 류의 세계인식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면에는 미국의 개신교 주류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악마론, 선악이분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미국 사회의 애국심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종교에 가깝기도 하네..

About December 2002

This page contains all entries posted to 다락방 서재 in December 2002. They are listed from oldest to newest.

November 2002 is the previous archive.

January 2003 is the next archive.

Many more can be found on the main index page or by looking through the arch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