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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열린책들/8500원

외국 소설을 국내에 번역해 들어올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제목 붙이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래 제목을 충실히 번역(의역)하는 정도라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책을 '팔리게' 하려면 참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Mr. Vertigo" vertigo가 현기증이라는 뜻이니까, 직역하면 "현기증 사나이" 쯤 되려나? 이 명칭은 예후디 사부가 주인공에게 잠깐 붙여준 이름이고, 후에 주인공이 차린 나이트클럽의 이름이지만, 20세기 미국사의 격동을 숨가쁘게 주파해버린 한 사내의 삶을 상징하는 제목이 된다.

사실 번역된 "공중 곡예사"라는 제목은 그리 적절치만은 않다. 물론 주인공이 공중부양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책의 절반을 차지하긴 하지만, 그건 하나의 상징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후에 디지라는 야구선수 이야기에서 잘 드러나듯이, 공중부양술이란 단지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이제는 사람들에게 전설로만 남아있는, 과거의 영웅에 대한 비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공중부양을 한게 아니라 아주 훌륭한 야구선수였다고 해도 스토리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어쨌든, 이 소설은 그야말로 폴 오스터 스타일의 전형이고, 그의 입담과 이야기 전개는 책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든다. 삶이 우연에 의해 휘둘리고, 꼭대기에서 바닥까지의 추락이 등장하는 소설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인간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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