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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2, 2002

누가 인간복제를 두려워하는가

그레고리 E.펜스 지음/이용혜 옮김/양문출판사/10000원

한동안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와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책 자체는 어렵거나 잘 안 읽히는 부류가 아니니 겁먹지 마시길.. ^^;

이 책은 인간복제를 "옹호"하는 글이다. 저자는 현재의 인간복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영화나 소설에 의해 부풀려진 편견들에 기반하거나, 막연한 종교적 관념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인간복제는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저자가 내세우는 논거들은 그다지 수긍이 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저자가 인간복제가 이루어지는 정치경제학적 측면을 간과함으로써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인간복제에 전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유전병을 발생시키는 유전인자를 보유한 부모가 자신의 자식들에게 해당 유전인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배아복제를 통해 유전인자들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지, "더 나은 유전인자를 갖추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저자는 현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임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높은 비용을 필요로하는 "더 나은 유전인자를 갖추기 위한" 인간복제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는 사회적/환경적으로 상속되는, 따라서 사회체제에 따라 유동적인 계급관계가, 유전적/선천적인 것으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저자의 의도와는 반대로, 인간복제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 책.

October 16, 2002

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열린책들/8500원

외국 소설을 국내에 번역해 들어올 때, 가장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제목 붙이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래 제목을 충실히 번역(의역)하는 정도라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 책을 '팔리게' 하려면 참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Mr. Vertigo" vertigo가 현기증이라는 뜻이니까, 직역하면 "현기증 사나이" 쯤 되려나? 이 명칭은 예후디 사부가 주인공에게 잠깐 붙여준 이름이고, 후에 주인공이 차린 나이트클럽의 이름이지만, 20세기 미국사의 격동을 숨가쁘게 주파해버린 한 사내의 삶을 상징하는 제목이 된다.

사실 번역된 "공중 곡예사"라는 제목은 그리 적절치만은 않다. 물론 주인공이 공중부양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책의 절반을 차지하긴 하지만, 그건 하나의 상징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후에 디지라는 야구선수 이야기에서 잘 드러나듯이, 공중부양술이란 단지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이제는 사람들에게 전설로만 남아있는, 과거의 영웅에 대한 비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공중부양을 한게 아니라 아주 훌륭한 야구선수였다고 해도 스토리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어쨌든, 이 소설은 그야말로 폴 오스터 스타일의 전형이고, 그의 입담과 이야기 전개는 책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든다. 삶이 우연에 의해 휘둘리고, 꼭대기에서 바닥까지의 추락이 등장하는 소설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인간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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