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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칼 폴라니 지음/홍기빈 옮김/책세상/5900원

'홍기빈 옮김'이라고는 되어있지만 편저 라고 봐야할 듯하다. 칼 폴라니의 사상체계를 개괄하기 위해 그의 저서 일부를 발췌하여 모아놓은 책. 특히 마지막의 해제는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아서, 본문을 읽지않고 해제만 읽어도 좋을 정도다. 오랜만에 보는 의욕적인 역자다.. ^^;

칼 폴라니는 전세계적 자본주의(시장 경제)가 인간과 자연을 파멸로 몰아갈 것이라고 보고, 이를 지역적 계획경제를 통해 극복할 것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견 스탈린주의의 일국사회주의론처럼 보이나(실제로 폴라니는 소비에트가 영구혁명을 포기하고 지역 연방 내의 계획경제에 정착한 것을 옹호한다) 많은 부분에서 독자적이다. 폴라니는 전세계적 시장 질서에 반대하는 것과 동시에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도 반대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생산조합과 소비조합이 지역 구성원들의 필요와 욕구를 유기적으로 파악해 생산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이 전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폴라니는 경제결정론적 시각을 부정하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상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볼셰비즘과는 거리를 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진한 전세계적 시장경제 체제 건설에 대항하기 위해 영연방과 소비에트 연방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 시대 서구 지식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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