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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의 의미

존 버거 지음/박범수 옮김/동문선/10000원

거의 열흘에 걸쳐 힘들게 읽은 책.

제목 그대로 "본다는 것"을 다룬 책이다. 하지만 그것을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보다, 우리가 겪는 다양한 "봄(looking)"의 행위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저자가 쓴 글들을 엮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은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에 대한 의미고찰을 다루고 있다. 두번째 장은 사진이라는 미디어를 이용하는(찍는 입장에서건, 보는 입장에서건) 행위에 대한 분석과, 몇몇 사진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지막 장은 "체험된 순간들"이라는 제목 하에, 그가 보아온 여러 미술작품들에 대한 평론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라는 예시라고나 할까?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글이라 읽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미술평론이라는 것이 미술에 기댄 하나의 부가적 영역이 아니라 독자적인 예술영역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책이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지만, 작품에 종속되지 않고 상상력을 펼쳐나갈 수 있는 능력.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봄"은 그렇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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