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속의 섹스
캐서린 문 지음/이정주 옮김/삼인/12000원
다분히 선정적인 제목과 에로틱 스릴러를 연상케하는 책표지에도 불구하고(이 때문에 들고다니면서 오해 많이 받았음 -_-) 이 책은 진지한 논문이다. 캐서린 문 이라는 재미교포 학자가 주한미군 기지 주변의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이 개인적인 차원(도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이 책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이 한미동맹관계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고 규정지어졌는지를 분석한다. 즉, 그들의 삶은 결코 그들 개인의 선택(?)의 산물이 아니며 오히려 고도로 정치적인 판단들의 희생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 여성들은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또다른 관점은 가해-피해의 구도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수동적 피해자로서 규정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행위하는 행동주체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페미니즘적 주장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외교적, 정치적 차원의 분석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어 중간 즈음을 넘어서면 다소 지루해지기도 한다. 분석과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한 학술적인 논문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속에 주장하는 바를 조금 더 명확히 내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